블리자드의 깜짝 모바일 신작이었던 워크래프트 아크라이트 럼블이 또 깜짝으로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일단 다 떠나서, 캐주얼하고 귀여운 듯했던 이미지는 딱 그래픽 까지다. 게임의 콘텐츠는 정말이지, 아주 하드하다.

테스트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기획의도가 그런 것인진 몰라도 매 판이 정말이지 쉽지 않다. 대충 아무 미니나 풀어놔도 쉽게 쉽게 깰 거라 생각했다면 아주 큰 오산이다. 누가 블리자드 게임 아니랄까 봐 캐주얼이 우리가 아는 그 캐주얼이 아니다.

▲ 지겹도록 보게 될 화면


충분히 탄탄하고 깊은 PVE

게임을 시작하고 첫 번째 시련은 너무나 빨리 다가오더라. 튜토리얼 구간이라 생각했던 첫 번째 구역인 엘윈 숲에서 막힐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다. 분명 1-5 구간을 클리어해야 지휘관을 사용할 수 있는 게 확실한데, 한 번, 두 번 플레이해도 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웠고, 또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보통의 튜토리얼 구간이란 그저 단순히 게임의 요소를 알려주는 데 그치곤 한다. 게임의 난이도가 높아지는 건 그 이후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과감히 그 가볍고 쉬운 부분을 잘라냈다.

워크래프트 아크라이트 럼블 식 튜토리얼은 실제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려준다. 우리 게임은 절대 만만하지 않아요를 알려준달까. 반드시 각 유닛별 상성을 살려야 하며, 반복 플레이를 통해 유닛의 조각을 모아 레벨을 올려야 하고, 유닛을 소환하는 타이밍 역시 참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걸 튜토리얼 만으로도 깨닫게 만들어 준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이 그나마 수월해지는 구간은 오히려 초반을 지난 순간부터다. 퀘스트와 지휘관 버프 등을 통해 미니들의 레벨을 좀 더 쉽게 올릴 수 있고, 좀 더 다양한 조합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물론 수월해진다 뿐이지 쉽다고는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익숙한 UI와는 다르게 워크래프트 아크라이트 럼블만의 느낌과 특징, 플레이 방식은 타 게임들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만큼 그 색이 확실하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탄탄한 PVE다. 보통 이런 류의 모바일 RTS 게임들은 대다수 PVP를 채택하고 활용한다. 실시간인지, 아닌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쨌든 모조리 상대는 같이 게임을 즐기는 타 '플레이어'다. 그리고 이는 게이머의 경쟁심을 자극하지만, 한편으로는 평화로운 플레이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큰 장벽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워크래프트 아크라이트 럼블은 PVE의 선택지와 범위를 어마어마하게 늘리면서 그 장벽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끝없이 이어지는 퀘스트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캠페인, 던전, 아직은 미공개인 레이드 등 PVE만 플레이하더라도 충분할 정도로 그 범위와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분명 같은 맵에서 진행되지만 등장하는 적을 비롯해 모든 것이 미리 정해져 있는 캠페인과 달리, 퀘스트는 보스 몬스터를 제외한 모든 것이 랜덤이기에 흥미성이 더해진다.

재미있는 건 이러한 '불규칙'이 워크래프트 아크라이트 럼블의 특징이자 강점이라는 부분이다. 여러 진영, 지휘관, 미니가 있음에도 가장 효율적인 덱, 정해진 공략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는 있으나 당장 모든 유닛들이 비슷하게 성장하게 되는 초중반 부에는 크게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모든 게 랜덤인 퀘스트 뿐 아니라 캠페인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분명 등장하는 적은 정해져 있는 게 맞다. 하지만 매 캠페인마다 상성에 맞추지 않는다면 막 추천 레벨에 도달한 경우 클리어하는 게 절대 쉽지 않다. 즉, 하나의 덱, 정해진 미니와 지휘관만을 성장시켜서는 다른 게임들처럼 마치 고속도로를 뚫은 듯 빠르게 모든 것을 클리어하는 게 어렵다는 의미다.

▲ 같은 맵을 다른 진영으로 클리어할 시 추가 재화가 주어진다

▲ 획득한 재화로 유닛을 강화할 수 있다


랜덤성과 다양성으로 살린 전략

특히 캠페인의 경우 각 진영별로 클리어할 시 인센티브가 제공되기에 최소한 진영별 지휘관 하나씩과 미니 몇 가지씩은 성장시켜야 한다. 물론 필수는 아니지만, 유닛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재화가 필요하며, 그 재화를 가장 쉽게 얻는 방법은 타 진영으로 캠페인을 다시금 클리어하는 것이다. 즉, 주요 활용 덱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다른 진영의 덱을 함께 성장시키게 된다.

워크래프트 아크라이트 럼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유닛별 상성이다. 엄밀히는 계열별 상성이 맞는 말이다. 밀리는 비행에게 강하고, 비행은 탱커에게 강하다. 그리고 탱커는 당연히 밀리 캐릭터에게 매우 강하다. 이 상성은 아무리 레벨이 차이 나더라도 뒤집기 힘들 정도로 강력하게 작용한다.

▲ 이 상성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

결국 원활한 PVE 플레이를 위해서는 계열의 상성을 살릴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미니와 지휘관을 활용한 여러 덱이 필요하다. 이는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게 만들고, 또 한정된 콘텐츠만으로도 훨씬 다양한 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든다. 당장 캠페인과 퀘스트는 같은 맵과 같은 보스를 사용하지만, 등장하는 유닛들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이런 랜덤성과 다양성은 게임에 쉽게 질리는 걸 방지하고, 훨씬 전략적인 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분명 직전에는 수월하게 클리어했던 맵과 보스임에도, 유닛의 변화로 인해 비기거나 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어떤 계열의 미니를 어떤 길로, 어느 타이밍에 내보내야 하는지가 클리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호드의 피가 흐르더라도 어쩔 수 없이 얼라이언스 지휘관을 사용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 그렇게 원활한 교체를 위해서는 미리미리 다양한 유닛들을 어느 정도 이상까지는 성장시켜놔야 한다.

▲ 각 진영마다 지휘관 한 명 정도는 성장시켜 두자

하나 더, 맵에 존재하는 '오브젝트'들 역시 게임의 랜덤성을 살리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다양한 이 오브젝트들은 단순히 깨부수고 차지해야 할 물체에 그치지 않는다. 일정 시간마다 금이 생성되는 광맥, 그저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아군 유닛 소환 거점이 되는 석판, 강력한 공격 및 방어 거점으로 사용 가능한 석궁 등 모든 오브젝트가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으로 게임의 유불리를 결정하는 건 바로 광맥이다. 유닛을 소환하는 데 활용되는 금을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어서다. 광맥에서 금을 캐기 위해선 반드시 고블린을 보내야 하며, 이 연약한 고블린들은 하나의 금을 사용해야만 소환할 수 있다. 즉, 고블린을 통해 이득을 얻기 위해선 타이밍을 정말 잘 맞춰야 한다.

자동으로 차오르는 금의 속도는 생각보다 매우 느린 편이라, 광맥이나 골드 상자 등 추가적으로 획득 가능한 금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재미있는 건 이 광맥은 중립 구역이기에 내가 캐지 않을 시 반드시 적이 그 이득을 본다는 점이다. 결국 플레이어는 유닛들의 상성만 바라볼 게 아니라, 광맥을 활용한 경제적 이점 역시 실시간으로 고민해야 한다.

▲ 여러 갈래로 나뉜 길들이 퍼즐처럼 작용한다

마치 퍼즐처럼 여러 갈래와 고저로 나뉜 길들 역시 전략적 다양성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저 유닛을 소환하고 보고만 있는 게 아니라, 직접 방향을 지시하고 어떤 오브젝트를 활용할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맵이 복잡해질수록 이런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질 것이고, 그 선택에서 오는 나비효과는 커진다.

게임을 시작하면 각 방향을 애초에 정해서 유닛을 소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길 중간중간 방향을 직접 설정해 아군 유닛들을 원하는 목적지로 보낼 수도 있다. 또한 고지대에 위치한 원거리 유닛들은 저지대 병력을 훨씬 쉽게 공격할 수 있으며, 특정 방향으로 모든 유닛을 보냈다가는 다른 여러 갈래의 방향에서 오는 적들을 막아낼 수 없다.

▲ 끝이 없는 퀘스트

이렇게 워크래프트 아크라이트 럼블은 오직 PVE만으로도 파고들 만한 요소를 깊게 마련해 뒀다. PVP를 선호하지 않는 유저가 억지로 PVP 콘텐츠를 플레이할 필요가 없을 만큼 충분히 다양한 PVE 요소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캠페인의 양을 늘리는 등 일차원적인 콘텐츠 추가에서 오는 다양성이 아니다. 계열, 미니와 지휘관, 진영의 조합에서 오는 깊이 있는 다양성이다. 뿐만 아니다. 게임 플레이 자체에도 상성과 타이밍, 여기에 광맥이라는 경제적 랜덤성과 오브젝트, 퍼즐과도 같은 맵이 더해지며 복잡하고 전략적인 고민을 더 했다.

놀라운 건, 이렇게 전략적 측면이 강함에도 정작 그 모든 개별 요소는 특이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많은 게임이 선택하고 있는 흔한 요소들, 그리고 RTS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경제적 요소 등 익숙한 것들을 모아 워크래프트 아크라이트 럼블의 깊이감 있는 전략적 플레이를 만들어 냈다.

그로 인해 개발자들이 말한 대로 접하고 배우기 쉬운, 하지만 활용하기는 절대 쉽지 않은 그런 게임이 탄생했다. 짧은 튜토리얼 만으로도, 혹은 튜토리얼을 해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게임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튜토리얼 과정에서부터 막힐 정도로 활용법은 매우 어렵다.

▲ 너무나 많은 유닛과 지휘관들

물론, 이러한 높은 전략성과 다양성을 무작정 장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매 판이 어렵고, 너무나 많은 유닛을 성장시켜야하며, 고민해야 할 거리가 정말 많다. 결과적으로 이런 점들이 게임의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본격적인 전략 게임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꽤 괜찮을 수 있으나, 좀 더 캐주얼함을 원했다면 너무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달까.

이외에도 거의 스마트폰이 타오르다 못해 터지는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의 발열, 스쿼드 유닛이 한 번에 많아지면 버벅거리는 최적화 등 게임 외적인 문제가 있고, 기대했던 레이드나 길드 소셜 플레이 등은 만나보지 못했다.

하지만 워크래프트 아크라이트 럼블은 이제 첫 번째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아직 보여줄 것이 많고, 이번 테스트를 통해 받은 피드백을 기반으로 고쳐올 부분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깜짝 공개였으나 여러 팬들의 기대와는 달랐던 장르, 거기에 어디서 본듯한 캐주얼 게임이라는 점 때문에 걱정을 한몸에 받았음에도 생각보다 괜찮은 하드한 전략 게임이 나왔다.

워크래프트 아크라이트 럼블은 모두가 걱정하던 익숙한 게임 방식에 단순히 워크래프트 스킨만 씌워낸 그런 게임은 아니다. 뭐랄까, 오히려 워크래프트 스킨은 팬 서비스에 가까운 느낌이다. '워크래프트'라는 타이틀을 빼고 보더라도 나쁘지 않은 RTS고, 기존 블리자드 게임의 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장벽 없이 플레이할 수 있을 만큼 범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