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대회인데, 감동이 있다.

지난 8일 2022 대학대전 시즌1 결승전에서 '염석대'가 우승을 차지했다. 전 프로 출신인 염보성과 정윤종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염석대는 시작부터 강조했던 실력까지 입증할 수 있었다. 대학 리그를 넘어 대학대전까지 이어진 긴 여정 속에서도 대학 최고 팀의 자리를 지켜낸 결과였다.

염석대의 결과는 우승이었지만, 그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1세트를 패배로 시작해 풀 세트까지 가는 접전이 자주 나왔고, 앞서 패배했던 선수들이 에이스 결정전에 나가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그럼에도 승리로 올라올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염석대의 총장이자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인 정윤종은 어떻게 봤을까. 최근 뜨겁게 부상한 아프리카TV 콘텐츠이자 새로운 e스포츠인 대학대전에 관한 정윤종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대학대전 우승을 축하한다. 선수가 아닌 코치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내가 선수로 뛴 건 아니다. 선수 때와 다르지만, 그래도 프로리그와 비교해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오랜만에 팀 리그에 나와서 우승했다는 느낌이 든다.


염석대가 이런 대학대전 대회까지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염보성과 함께 어떻게 창단하게 됐나.

이전에도 스타크래프트 교육 콘텐츠가 있긴 했다. 그렇지만 나는 실력 위주로 BJ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계속해서 보성이 형에게 언제 만드냐고 재촉해서 결국 이렇게 만들어졌다.


본인의 ASL(아프리카TV 스타 리그) 준비보다 더 열심히 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그런 마음가짐이 생기게 됐나.

내가 한번 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하는 스타일이다.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승부욕이 강해서 그런지 이기고 싶어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원래 지난 시즌 준우승한 ASL도 출전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출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내가 ASL을 2-3년 출전을 안 했다. 그래도 스타크래프트 대학 콘텐츠를 하면서 연습만 다시 하면 잘할 자신이 있었다. 염석대 팀원과 팬들에게 한번은 보여주고 싶어서 다시 출전하게 됐다.


대학대전을 올라오는 과정에서 풀 세트 접전의 극적인 승부가 많이 나왔다. 그런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힘은 뭐라고 생각하나.

결국 한끗 차이로 우리가 이겨서 올라왔다. 우리가 추구하는 게 평소에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었는데, 그래서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더라도 기본기로 이기는 상황이 많이 나온 것 같다.


대학대전은 끝까지 쉽게 가는 경기가 없었다. 오늘은 3:0에서 두 세트를 따라 잡혔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3:0 상황에서 '임아니-깅예솔' 선수가 긴장감을 내려놓았더라. 그럴 때마다 너희도 나갈 수 있다고 조금은 긴장감을 줬다. 그래도 마지막은 '임아니'가 평소 실력으로 잘해서 이길 수 있었다.



4강만 두고 봤을 때, CP의 기본기가 더 탄탄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CP 선수들이 경력도 오래되고 예전부터 스타를 많이 했다. 경기 준비는 이전처럼 했지만, 1-2세트에서 우리가 불리할 법한 경기를 이겨서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게임 수준은 당연히 프로보다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마추어 리그만의 감동이 있다고 느끼는 팬들이 있다.

계속 스타크래프트를 하다 보니까 팀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 그리고 이전까지 다 같이 팀으로 경기에 나간 적이 없었다. 팀으로 나가서 부담감을 이겨내고 승리하는 것에 감동이 있는 것 같다.


결승이 끝나고 과거 SKT T1 출신인 박재혁-도재욱-김택용 전 선수와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다. 대학대전을 준비하면서 과거 프로 시절 생각도 많이 난 것 같다.

택용이 형과 대학대전을 준비하면서 프로게이머 시절이 생각난다는 말을 많이 했다. 경기 2-3일 전부터 숙소에서 합숙했는데, 다들 일어나서 연습만 하는 것을 봤다. 그래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 예전 추억에 잠긴 것 같다.


우승 상금으로 하와이에 간다는 말을 많이 했다.

사실 하와이는 모르겠는데, 가까운 제주도나 해외로 갈 수도 있겠다. SKT T1 시절에 우승하면 하와이를 말했는데 결국 우승해서 간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그렇게 말하니까 우승까지 하더라. 신기하다.


염석대를 하면서 본인을 비롯한 BJ들의 인기와 수입이 많아진다는 것을 체감하나.

아프리카TV에서 뜨거운 콘텐츠가 됐다. 그러다 보니까 다들 인기와 수입 모두 많아진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


프로리그는 기업의 지원으로 게임단이 생기고 대회가 운영됐다. 대학대전은 '별풍선'이 연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대학대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만들 때도 두 달이면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보는 분들이 정말 좋아해 주더라.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당분간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프로씬과 달리 뒤풀이부터 준비 과정, 합숙 등을 공개적으로 보여줬다. 이런 부분이 대학리그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프로게이머처럼 게임만 하면 안 좋다. 팀 내 불화나 스토리를 방송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내니까 오히려 좋은 반응이 있더라. 너무 게임만 하는 것보단 방송과 같이 섞으면서 해야 한다.

그래도 염석대는 가장 실력을 우선시하는 대학이다. 일단, 보성이 형과 내가 게임을 대충하는 사람을 싫어한다(웃음). 알려준 것에 맞춰 성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또 화가 난다. 그래서 매번 시청자들과 싸우게 된다. 일부 시청자는 즐겁게 하자는 생각이 있고, 어떤 시청자들은 우리를 지지해준다. 우리가 시청자를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결승전 응원 문구로 '룰만 지켜', '포크질', '어깨를 눌러준다' 등 스타 코칭과 관련한 재미있는 유행어들을 많이 있었다. BJ로 새 콘텐츠를 만드는데 고민이 많았을 텐데, 그런 고민을 대학 콘텐츠로 해결할 수 있었나.

보성이 형이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줬다. 내가 만든 것은 거의 없었다. 'MSG' 정도를 뿌렸다고 생각한다. 보성이 형에게 고맙다.


힘든 대학대전 여정을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가장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3-4일 게임을 하는 것보다 보는 게 힘들더라. 나보다 못 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는 게 답답하기도 하다. 어서 집에 가서 쉬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해달라.

우선 염석대가 만들어진 지 8-9개월 정도 된 것 같다. 응원해주는 팬들이 많아졌는데, 정말 감사하다. 뒤에서 알게 모르게 게임을 많이 봐주는 코치들이 고생 많이 했다고 전하고 싶다. 선수들도 우리가 싫은 소리를 해도 모두 잘되라고 하는 소리니까 마음에 안 담아뒀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나와 보성이 형 둘이서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 다 같이 해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시즌2-3에서도 우승할 수 있도록 평소에도 열심히 연습했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아프리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