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니케, 퍼스트 무버 게임의 디렉팅 포인트
  • 강연자 : 유형석 - 시프트업 / SHIFTUP
  • 발표분야 : 프로덕션, 운영
  • 권장 대상 : 게임 개발에서 리딩의 포지션을 목표로 하는 분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관련 전공이나 경력이 전혀 없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


  • [강연 주제] 독창적인 게임을 개발할 때 특히 중요한 디렉션 포인트들에 대하여 <승리의 여신: 니케> 개발기를 통해 알아봅니다.


    지난 2021 지스타부터 지금까지 국내 모바일 게임 중 기대작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게임이 있다. 바로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다. 처음 공개 당시에는 엉덩이 반동으로 총을 쏘는 게임이라며 크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으나, 이후 꾸준한 개발과 시연 버전 공개 및 테스트 등을 통해 그 인식을 180도 변화시켰다.

    사실 니케는 시프트업의 사내 게임 공모전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공모전 당시의 결과물은 지금의 게임 퀄리티와는 크게 차이가 있지만, 당시 결과물에서도 니케의 대표적이고 창의적인 비전이었던 캐릭터와 슈팅에 대해 동일한 모습을 보였다.

    시프트업의 유형석 승리의 여신: 니케 총괄 디렉터는 NDC를 통해 창의적인 비전이 재미있는 게임으로 거듭나는 데에 어떤 디렉팅 포인트가 있었는지, 그 가공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유형석 디렉터는 약 13년 정도 업계에 있으며 히트와 오버히트를 개발, 로스트아크 모바일의 프로토타입부터 알파버전을 담당했다.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일부 디렉팅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퍼스트 무버 게임 개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퍼스트 무버 게임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창의적이거나 신선한 게임을 의미한다. 반대되는 개념으로는 패스트 팔로어 게임이 있다. 패스트 팔로어는 다른 게임을 모방해서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매력적으로 보일 테다. 때문인지 요즘에는 신선한 게임 자체도 적어졌지만 신선한 게임을 디자인 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 적어진 것 같다.

    이번 발표가 수많은 게임 개발 방법 중에 하나의 케이스일 뿐이겠지만 개발 과정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업계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이지만 엉덩이 반동으로 총을 쏘는 게임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아실 거라고 생각 한다.


    승리의 여신: 니케는 수많은 미소녀가 등장하는 2차원 장르 게임으로, 동 장르의 다른 게임들처럼 SD 캐릭터나 데포르메 된 캐릭터와 배경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전투에서도 몰입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활용해서 슈팅을 즐길 수 있다. 니케는 시프트업 사내 게임 공모전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그 당시 결과물에서도 니케의 대표적이고 창의적인 비전이었던 캐릭터와 슈팅에 대해 현재와 동일한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이에 창의적인 비전이 재미있는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어떤 디렉팅 포인트가 있는지 가공과정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한다. 게임 디자인 과정에서 어떤 디렉팅포인트들이 있었는가, 두 번째는 개발 단계에서 어떤 디렉팅 포인트들이 존재했는지에 대해서다.


    게임 디자인 과정에서의 경험

    먼저 게임 디자인 과정에서의 디렉팅 포인트와 경험이다. 제일 먼저 알아야 할 점은, 신선한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는 승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무조건 게임 디자인의 프레임워크 가공 작업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니케의 경우를 살펴보자. 원래 니케는 1인 기반 전투로 개발되었던 게임이었다. 이러한 1인 기반 전투를 5인 동시 전투로 변경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5인 동시 전투로 변경하면서 제일 먼저 여러 가지 캐릭터를 생산하고 유저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되었다. 두 번째로 모바일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조작이나 슈팅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효율에 대한 격차가 축소 되도록 구성을 했다. 비주얼적으로도 전장의 입체감과 전투에 대한 치열함을 살릴 수 있었다.

    이 작업이 어떻게 보면 니케에서 가장 핵심적인 게임 디자인 프레임워크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반적인 게임에 대한 비전을 확실하게 다잡을 수 있었다. 디렉팅을 하면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간혹 게임 평가에서 "이 게임은 새로운 시도가 많은 게임이라서 재밌다. 하지만 저는 다른 게임을 하고 있어서 이 게임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꼭 이 게임이 잘 됐으면 좋겠다"라는 응원 글들을 볼 수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말을 "사실 재미는 없다. 내가 다른 게임 대신 이 게임을 플레이 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신선한 시도가 굉장히 의미 있기 때문에 당신들을 리스펙 한다" 라고 해석한다. 사실 재밌으면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신선하다', '새롭다'에 내포된 긍정적인 뉘앙스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신선하기 때문일 수 있으나, 신선한 게임이 꼭 재미를 보장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이러한 포인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좀 더 적합한 접근법은 낯설다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낯선 게임, 낯선 요소, 우리가 재미없는 이유가 낯설기 때문일 수 있지만, 낯선 게임이 꼭 재미없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자에게는 낯선 게임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 것인지가 신선한 게임을 어떻게 재밌게 만들 것인가 보다 조금 더 적합한 접근법이다.


    개발 초창기 니케의 경우, 사격 경험 자체는 매우 재밌었지만 오랜 시간 핸드폰을 쥐고 즐기기는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피로감이 굉장히 높았기에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했다. 그래서 PC RPG의 플레이 호흡 구축 방식을 응용했다. PC RPG의 템포 구성을 참고 해서 긴장의 이완과 수축 구간이 설계될 수 있도록 사격 페이즈 와 스킬 페이즈를 구분했다. 그 결과 스킬이 쿨타임 베이스가 아니라 특수한 조건에 의해서 발동되면서 전투 템포가 아주 매끄럽게 이어지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투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템포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였는데, 주요 장치로 활용했던 것이 캠페인 필드와 메인 퀘스트 스토리다. 니케에서는 전투에 진입하기 전 필드 경험을 할 수 있다. 필드에서 캠페인에 대한 목적지를 비롯해 메인 퀘스트, 어드벤처 요소가 가미된 수집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서 유저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사격을 멈추고 게임의 다른 부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전투 템포와 게임 템포를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가, 우리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가 검증하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행사장이나 테스트를 통해 유저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니케는 지금까지 7번의 테스트를 진행해 유저 피드백을 받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지스타와 FGT, 한국에서 진행했던 행사들이다. 테스트하는 환경이나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한국 유저들이 굉장히 날카롭고 정확하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이러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또한 게임에는 장면이 굉장히 중요하다. 흔히 명장면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장면들은 게임을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일 수도 있고, 반대로 이미지를 봤을 때 게임이 떠오르기도 한다. 명장면을 만드는 것은 유저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지만, 개발하는 조직의 목표 수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니케에도 데스티니차일드에서 굉장히 핫했던 Live2D 기술을 활용하지 않았을까 예상했을 것이다. 실제로 니케를 처음 공개했을 당시에는 Live2D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중간에 기술 R&D를 통해서 Spine을 활용하게 됐다.

    Live2D와 다르게 Spine은 3D 기술에서는 굉장히 흔한 요소다. 하지만 Bone 구조 기반으로 움직임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부위를 트래킹할 수 있다라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니케에서도 적과의 상호작용이 수월하다거나 캐릭터의 3D 총기 모델링을 Attach하는 등의 장점을 살릴 수 있었다. Live2D는 Bone 구조 기반이 아니라 이러한 특징들이 존재하지 않는 편이다. 다른 2D 캐릭터를 활용하는 게임과 다르게 니케는 적과 상호작용을 하는 장치들을 설계해야 되기 때문에 조금 더 적합한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2D Spine 기술에 대해 딱딱하고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평면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사실 Spine으로 바꾸는 작업에 굉장히 우려가 많았던 대표적인 사람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실제로 R&D를 통해서 해보니 Spine으로도 높은 퀄리티가 가능하더라.


    유사 게임에 적합했던 시스템과 혹은 운영 방식이 우리 게임에도 적합할 것이라는 보증은 없다. 그렇기에 신선한 요소를 갖고 올 때나 그렇지 않을 때에도 시스템과 체계에 대해서는 한 번씩 점검해 보는 것이 굉장히 유효하다.

    또한 당연할 것 같은 시스템도 의도를 조금 다르게 해서 설계할 수 있기에, 다른 게임에 있는 레퍼런스를 참고할 때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니케에서는 자동 전투가 그런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에서 자동 전투는 모바일 디스플레이 환경에서 조작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그것을 게임이 대신해주는 편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니케에서의 자동 전투는 조금은 다른 의도로 들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플레이 중에는 에임이나 적을 바라보고, 구경할 때는 캐릭터를 보게 된다. 그렇기에 캐릭터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유저에게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자동 전투를 넣게 됐다. 자동 전투를 할 때는 캐릭터를 볼 수 있고, 수동으로 직접 플레이를 할 때는 적이나 에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러한 장치로 활용되는 것이다.

    단, 의도가 기존과는 다른 시스템들을 활용할 경우, 이를 전파하거나 게임에 대한 설계를 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 간에 상호 관계를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마스터 기획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메모장일 수도 있다.


    개발 단계에서의 경험


    개발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올바른 소통이다. 신선한 게임을 만들 경우에는 사람들의 생각이 분산되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통합해 주는 작업이 상당히 중요하다. 게임 디자인 작업이 진행되었다면 마스터 기획서나 피처 리스트를 정리하게 될 텐데, 이 과정에서 전달력에 한계가 명확한 텍스트 보다는 조금은 시각화를 하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왜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소통작업도 필요하다.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어떤 게임을 왜 만들 것인가에 대해 이해해야만 더 정확한 결과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을 조금 더 명확히 밝히고 그다음에 이러한 부분이 필요하다고 표현을 하는 것이 적합한 설명 방법이다. 다른 대안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도 붙이면 더욱 좋다. 적극적인 설명은 개발실을 통합하고 개발을 이끌어 나가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말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토론을 하거나 게임에 대해서 질문을 하거나, 더 좋은 게임이 되기 위해서 제안을 하거나, R&D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2~30명 규모까지는 디렉터가 권위적인 분위기만 내세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형성 되는 편이다. 다만 규모가 커짐에 따라서 쉽지 않기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푸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소통창구를 디렉터가 먼저 이용하고, 개발자들에게 액티브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퍼스트 무버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해야 하는 것이기에, 디렉터의 문제점을 본인 스스로 체크하고 지적할 필요가 있다. 디렉터 본인이 데드락의 원인이 아닌지, 스스로를 검증할 자기 객관화가 충분히 되어 있는지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한 가지 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와 대안을 제시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