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국내 등재 문제 관련,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보고서 2건이 확인됐다. 현재 정부는 게임이용장애 국내 등재 문제를 두고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중이다. 반대측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찬성측으로 보건복지부가 간사부처로 협의체에 있다. 두 부처는 각자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보건복지부에 제출된 보고서 2건은 이미 2021년 평가결과 적합 판정을 받았다. 각 연구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과학적 근거 분석(이하 과학적근거연구)'과 '게임이용장애 실태조사 기획연구(이하 실태조사연구)'이다. 과학적 근거 분석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안우영 교수가 맡았다. 실태조사 기획연구 책임자는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정슬기 교수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이 보고서들을 특별한 이유 없이 공개하지 않았다. 기자의 정보공개청구를 보건복지부가 인용 결정했음에도, 이후 담당 공무원의 개인 사정을 내세워 공개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보고서 공개 여부를 국무조정실에 책임을 미루기도 했다.

인벤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보고서를 입수했다. 최근 전용기 의원이 국무조정실에 항의한 결과 보건복지부가 보고서를 의원실에 제출했다. 전용기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과학적근거연구는 WHO 게임이용장애 등재 과정에 공식적인 목록이 없었다. 또한 게임이용장애 유병률과 진단도구에 대해서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함이 나타났다.


실태조사연구 목적은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표준화되고 객관적인 진단체계를 마련하는 데 있다. 연구진은 "게임의 과도한 이용과 관련된 건강문제를 표준적으로 접근할 만한 준비는 부족한 상태이다"라며 "과학적 방법론에 근거한 진단면접도구 개발과 지역사회에서 널리 사용할 수 있는 선별도구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 개시 때인 2020년 9월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국내 게임이용 장애 진단군 규모와 특성, 치료현황 등의 실태가 파악되어 게임이용 장애 국내 도입 여부 및 관련 정책 설계의 참고자료로 활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태조사연구 결과 국내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진단할 경우 네 가지 준거를 따른다. 준거는 △게임에 대한 조절력 상실 △게임이 다른 관심사나 일상생활에 비해 우선적인 활동이 됨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지속하거나 더 늘림 △주요 기능영역의 유의미한 손상이다. 각 준거는 전문가가 확인할 수 있는 세부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진은 면접자가 세부문항 중 하나에 해당하면 해당 준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며, 모든 준거에 해당하면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조절력 상실에 대한 세부 문항

▲ 네 준거를 바탕으로 게임이용장애를 진단한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된 도구와 역학실태조사모델은 이러한 그간의 제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제한점으론 진단지침이 제시된지 짧은 시간이 경과됐다는 점,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정신행동질환으로서의 엄격한 의미와 방법론을 적용한 역학실태조사의 수요가 크지 않다는 점, 엄격한 방법론을 충족시켜 완전구조화 진단면접도구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 비용에 제한이 크다는 점을 들었다. 이들은 제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을 운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에 대한 반대 의견으론 "국가별 유병률이 매우 상이하고 청소년기 높은 유병률이 30대 이후 확연히 낮아지는 것을 장애라고 하기는 어렵다"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안우영 교수팀의 과학적근거연구에 따르면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이용장애 질병화 결정에 참고한 문헌 목록은 공식적으론 존재하지 않았다. 안우영 교수팀은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유일하게 보고한 2014년 자료를 통해 참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44편의 논문을 분석했다. 안우영 교수팀은 해당 논문들에 대해 유병률이 국가나 대륙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사용된 척도가 총 12개로 연구마다 상이해 현재까지 추정된 유병률에 오차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팀은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보호요인, 위험요인 연구 12편을 분석한 결과 6편이 편의표본이었으며, 12편 모두 임상 샘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총 18편인 뇌 연구 분석에 대해서는 결과 해석에 주의를 당부했다.

게이머를 추적 연구한 논문 5편은 1~2년의 짧은 기간이란 한계가 있었다. 그중 1편만이 게임이용장애 진단을 뒷받침했고, 4편은 시간이 갈수록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안 교수팀은 WHO의 게임이용장애 등재와 관련해 전문가에 대한 명확한 목록이 공식적으론 없었다고도 밝혔다. 관련된 전문가 역시 '추정'을 통해 가늠할 뿐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의 ICD-11 등재는 소수의 핵심그룹이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 핵심그룹 선정이 정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상충했다. 안 교수팀은 "엄격한 이해상충의 규칙이 존재하며, 임상적인 배경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초대되어 '그렇다'라는 의견과, 반대로 게임이용장애에 특정나라, 학회의 사업비 수준과 업적창출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초대된 전문가 기준에 대한 공개된 문서가 부재하며 다수가 임상가가 아닌 연구원이었으므로 '아니다'라는 의견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WHO의 논의 절차가 적합했는지 여부, 게임과의존이 독립된 장애인가에 대한 의견, 신경생물학적 근거가 물질사용장애와 유사한가에 대한 의견, 게임과의존에 대한 과학적 및 경험적 양질의 근거가 충분한가에 대한 의견, 공식진단이 환자와 사회에 유익한가에 대한 의견, ICD-11과 DSM의 게임과의존 진단기준이 엄격한가에 대한 의견 등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대립했다.

안 교수팀은 게임이용장애 연구에 많은 개선점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팀은 "게임이용장애로 이어지는 병인 및 잠재적 경로를 밝히기 위해 더 많은 종단적 및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라며 "대규모 아동 발달 종단 연구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추천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안 교수팀은 게임이용장애 유병률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병률 연구의 대표 표집 문제가 있고, 연구대상 연령이나 지역적, 문화적 차이에 따라 유병률 추정치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했다"라며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작용하는 역학적 증거는 신뢰하기 어려운 상태다"라고 밝혔다.

게임이용장애 평가 도구에 대한 과학적 근거 분석에서도 "게임이용행위 외에 정신병리, 심리사회학적 변인과 비교적 높은 연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게임이용장애가 다른 정신병리나 심리적 어려움을 야기하는 것인지, 다른 정신병리나 심리적 어려움이 게임행위로 이어지는 것인지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용기 의원은 "게임중독에 관한 과학적 근거가 아직 모호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무언가를 좋아하고 즐긴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기 시작하면 애호가, 수집가 전체가 환자로 전락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콘텐츠 산업을 전략산업을 선정해 글로벌 선도 경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게임 강국인 우리나라가 콘텐츠 분야의 핵심인 게임 분야를 도태시키는 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