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로드 팬이 아니라면 고민좀 많이 해봐야...


게임이 소설로, 그리고 그 소설이 다시 게임으로. 그렇게 미디어는 돌고 돈다. 물론 가상의 '게임'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제작과 게임 제작, 각종 콜라보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10년 전에 나온 소설, '오버로드'는 지금도 게임이 나올 정도로 팬층이 상당한 만큼 유명한 IP다. 최근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의 방향과 연재, 퀄리티 등에 이슈가 되긴 하지만 분명 유명한 IP인 건 틀림없다.

오버로드는 서비스 종료를 앞둔 '위그드라실'이라는 게임에 '아인즈 울 고운' 길드의 길드장이자 나자릭 지하대분묘(길드 하우스 겸 던전)의 주인인 언데드 플레이어 '모몬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서비스 종료 후에도 게임이 꺼지지 않고, 오히려 이세계로 전이되어 NPC들이 성격을 갖고 살아간다. 그렇게 전이된 또 다른 세계에서의 모험을 그린 것이 특징.

작중 인물들의 개성이 뛰어나고, 인류애보다는 악역의 성격에 절대적인 힘을 가진 편인데다가 주인공의 행적들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들의 선행,악행 모두를 전이한 세계 인물들의 관점에서도 조명하기도 하며, 반대로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세계의 특징들을 다루기도 한다. 이러한 다각적인 관점으로 갈등과 사건을 풀어내는 개성을 갖춘 오버로드는 큰 인기를 끌었으며, 시리즈 누계 1,100만 부를 돌파하기도 한 인기 IP다. 이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과 게임도 등장했다. 그중 하나가 오늘 살펴볼 '오버로드-나자릭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오버로드: 나자릭으로부터의 탈출'은 원작의 등장인물 '클레만티느'가 모종의 이유로 나자릭 지하대분묘에서 깨어나고, 아인즈 울 고운이 주최하는 어떠한 실험에 반강제적으로 참가하면서 나자릭 지하대분묘를 탈출하는 내용을 다룬다. 기억을 잃은 클레만티느는 차근차근 초반 구간은 간단한 조작을 배우고, 가벼운 전투와 무기 종류에 대해 몇 가지를 공부하고 기억의 공백이 있는 채로 여정을 시작한다.

꽤 유명한 IP를 소재로 한 게임인 만큼, 게임을 관전한 포인트 몇 가지가 있었다. 원작을 얼마나 잘 반영했는지, 그리고 메트로베니아 게임으로 매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등등이랄까. 그럼에도 오버로드: 나자릭으로부터의 탈출은 매우 아쉬웠다.

게임명: 오버로드: 나자릭으로부터의 탈출
(OVERLORD: ESCAPE FROM NAZARICK)
장르명: 플랫포머/메트로베니아
출시일: 2022. 6. 16.
리뷰판: 정식 출시(1.03) 버전
개발사: 카도카와 게임즈, ENGINES Inc.
서비스: 카도카와 게임즈
플랫폼: PC, Switch
플레이: PC



개성없는 무기, 나쁘진 않지만 심심한 전투

우선 본작은 메트로베니아류 게임답게 진행을 하면서 점차 새로운 요소들이 해금 되고, 기존에 갈 수 없던 곳을 탐험하면서 차근차근 나자릭 지하대분묘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이어나가게 된다. 기본적으로 주인공 클레만티느는 가장 좋아하는 무기인 단검은 상시로 유지되고, 부가적인 무기 1종을 쓸 수 있다. 무기는 나름대로 특성을 갖추긴 했으나, 언데드에 효과적이라던가 가드를 부술 수 있는 정도가 끝.

공격은 무기 별로 연타 공격이 있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 단조롭게 찌르고 베고 때리는 게 끝인 정도. 공격에 의한 타격 사운드나 모션, 이펙트 등은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나 몬스터에게 슈퍼 아머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마치 벽보고 때리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에 전투 부문에서는 적을 쓰러뜨렸다는 쾌감이 생각보다 덜한데, 몇 가지 조작 우선순위로 인해 이 부분에서 대단히 불쾌한 경험이 발생한다.

보스 전투 역시 대부분 큰 패턴 이후 약간의 딜 타임이 주어지는 방식으로 템포가 일정하다. HP가 일정 이하에 접어들면 2페이즈에 돌입하고, 좀 더 강력한 패턴을 사용하는 정도. 추가로 2페이즈부터는 맵 상의 기믹을 이용해서 회피하거나 공격할 수 있는데, 사실상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 보스전도 정말 쉬운 편이다. 노멀 기준 엄청 쉽고, 하드부터는 몇 차례 도전과 공략 숙지가 필요.

이는 이 게임이 생각보다 넉넉한 HP를 제공하고, 방어력도 제공하면서 간혹 피하고 때린다는 선택보다 '한 대 맞아도 더 때린다'라는 이득 교환이 크게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사실상 게임이 정말 쉽게 다가올 수 있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전투의 흐름을 '막무가내'로 이끌어가는 흐름이기도 하다. 게다가 기껏 배운 마법 역시 보스전에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서, 결국 근접 공격으로만 해결을 봐야 하기에 더욱 경직된다.

설상가상으로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무기에 강화는 재화가 넉넉해 초중반 부를 지나면 얻는 무기를 모두 마스터해도 될 지경이다. 그만큼 대미지가 강력해지고, 반대로 받는 피해는 줄어들면서 HP도 넉넉하다. 거기에 세이브 포인트도 촘촘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어 막무가내 플레이가 훨씬 더 쾌적할 지경.

이러한 양상은 노멀 난이도 기준으로, 초심자도 1~2트내로 보스 대부분을 물리칠 수 있으며 하드 수준도 몇 차례 도전하면 될 수준으로 게임이 쉬워져 전투의 만족감이 많이 줄어드는 단점이 발생해버렸다. 잘 마련된 DOT와 공격 모션들은 좋았지만, 이를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전투가 너무 쉬워서 매력이 없다.

▲ 최종 결전 이전...호뇨페뇨코를 물리친 보상이 이거라구...?(모션 같음, 이펙트만 있음)



탐험도 나쁘지 않은데 보상은 이게 최선입니까?

▲ 탐험하는 과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메트로베니아 장르답게 맵 이곳저곳을 여러 가지 기술들로 이동하며 찾는 재미는 나쁘지는 않다. 다만 클레만티느의 능력이 차근차근 개화하는 시점이 생각보다 더딘 편. 불-번개-얼음 속성의 기믹과 공격을 속성 전환하며 푸는 방식도 있지만 모닝스타를 사용해 벽에 매달리거나, 벽을 타고 더 높게 점프하는 등의 기능들이다. 이중 점프는 없지만, 나중에는 일시적으로 시간 흐름을 느리게 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타임 기믹도 존재하는 편.

어느 장르나 그렇지만 이렇게 새로운 능력을 얻고 다시 처음부터 이곳저곳 둘러보는 재미가 생각보다는 별로다. 일반적으로 이를 통해서 능력 강화요소를 얻거나, 무기를 얻기도 하는 편이지만 그 변화가 극적이지 않다. 게다가 이미 무기 강화에 사용하는 자원은 넘쳐서 더 메리트가 줄어드는 편. 그나마 퍼즐을 수집하는 요소가 있기는 하다.

▲ 보상이...애니메이션 컷 모음이라고...?

그런데 이 퍼즐로 해금 되는 요소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원작은 아니더라도 게임 고유의 도트 일러스트나 설정집, 혹은 오리지널 일러스트, 이스터에그가 있었다면 좀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 퍼즐로 해금되는 요소는 애니메이션 '오버로드'의 컷신을 촬영해서 넣은 정도다. 그것도 특정화와 사건만 콕 집어서, 정확히는 클레만티느가 엮인 이야기 정도만 등장한다. 이는 설정상 기억을 잃은 주인공의 기억을 보게 하는 부분이라고도 이해할 순 있지만 하나하나 맵의 기믹을 뚫고 하나하나 퍼센테이지를 올리면서 찾아내기에는 값어치가 너무 낮은 보상이랄까.

또한 앞서도 언급했듯, 조작의 우선성은 전투 뿐 아니라 탐험의 재미에도 영향을 준다. 이는 대각선 조작의 정체성이 강한데, 1379로 되는 방향들의 조작이 빡빡하다. 달리는 도중 하단 공격을 위해 패드를 직선으로(숫자패드 2방향) 정확히 내리지 않는 이상 정/역으로 슬라이딩이 발생하고, 반대로 앉은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점프를 눌러야 구르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부분이 크게 신경을 쓰이지 않지만, 간혹 시간 내로 처리해야 할 부분들에서 조작 미스가 자주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세이브 포인트가 정말 많아서, 그냥 계속 도전하면 된다.

생각보다 깐깐한 조작 방식은 여러모로 불편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탐험에서는 감수할 만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전투와도 같이 연계되므로, 상당히 큰 불쾌감이 들기도 한다. 물론 여기까지는 개인의 호불호가 있을 영역이라고 본다. 그 대신 생각보다 맵에 존재하는 퍼즐 기믹들이 많고, 능력이 해금되고 새로 찾아낸 공간의 난도는 자꾸 올라가고 엄격한 타이밍과 조작을 요구하는데도 보상이 영 좋지 않은 게 문제다. 나쁘지 않게 즐길 수 있던 탐험 요소가, 보상 배분의 미흡함으로 의욕이 크게 떨어지게 되는 문제가 나온다.



도트랑 분위기는 참 훌륭한데...


'오버로드: 나자릭으로부터의 탈출'의 또 하나의 단점은 너무 뻔한 스토리다. 이는 원작을 어느정도 알고 있는 팬들이라면 분명히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고, 원작의 존중이라고 볼 수 있는 영역이다. 그렇지만 스토리의 연출 방식 자체가 매우 단조롭다. 새 지역에서의 조우 - 대화 - 중간보스 - 대화 - 클리어 - 대화로 이러지는 단조로운 루트가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누구나 뻔히 예상하는 길.

그나마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려 잘 찍어낸 레트로 그래픽은 훌륭하게 쳐줄 수 있고 원작의 설정을 반영한 나자릭 지하대분묘의 구조와 과정 자체는 아주 훌륭하다. 하지만 원작의 감성을 살려줄 수 있는 더빙도 존재하지 않고 단순 텍스트로만 등장한다. 클레만티느의 표정과 자세 변화는 훌륭하지만, 반대되는 적들의 변화는 매우 적고 등장 초반에 연출이 있을 뿐. 게다가 나름 게임에서는 세계관에서 최강의 존재로 꼽을 수 있는 계층 수호자들은 도트 외의 개성도 많이 떨어진다. 공격 자체는 화려하다고 볼 수 있지만, 빈틈이 너무 커서 극복하는데 어렵지도 않고...

▲ 보상이 심각해서 그렇지, 탐험 템포와 기믹 해석, 퍼즐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수준급 DOT와 사운드 연출과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과 어울려야 할 맵의 기믹, 전투, 탐험이 모두 기대 이하고, 마련하고자 했던 조화의 실패라고 느껴진다. 애니메이션과 원작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둬볼 법 하지만, 색다른 오버로드 IP의 전개를 볼 수 없기에 실망감도 클 수밖에. 그나마 원작과 애니메이션의 홍보용이라면 그나마 어떻게 생각이라도 해보았겠지만…반대로 이를 기반으로 전개한 '훌륭한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미흡하다. 원작의 팬이 아니라면 그저 그런 메트로베니아일 뿐. 원작의 스토리에 관심을 갖게 하기에도 게임 자체의 구성이 아쉽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오버로드의 세계관 자체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캐릭터들의 개성도 매우 뛰어난 IP이기도 하다. 원작 소설의 인기는 물론 애니메이션도 상당히 호평(기수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떨어지기는 하지만)인 IP다. 그러한 IP를 바탕으로, 원작자의 검수까지 이뤄진 스토리는 너무 뻔하고 게임 플레이는 단조롭고 뿌듯하지가 않다. 사실 한 걸음 물러나서 큰 그림을 보면 전투도 탐험도 그럭저럭이라 조금만 더 다듬으면 아주 재밌는 게임이 될 수 있었지 않을까.

그러나 너무 미약한 보상과 뻔한 스토리가 발목을 잡아버렸다. 만약 보상이 더 팬심을 자극하고, 세계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구성이었으면 탐험의 재미가 한층 더 살아나 다른 게임이 되었을 것 같다. 무기 역시 좀 더 다양화하고 마법의 사용처를 단순 퍼즐 기믹 용이 아닌 보스전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형태가 되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를 모두 담지 못한 '오버로드: 나자릭으로부터의 탈출'은 그저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