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사건이 하나 있다. 오랜만에 숨 좀 돌리러 지방 사촌 집에 놀러 갔더니 열 살배기 쯤 안되는 어린 사촌 동생이 혼자 컴퓨터 포맷을 하고 있더라. 이게 뭐지 싶지만서도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게 온몸으로 체감됐다.

나도 나름 하드웨어 장사하시는 부모님 밑에 자라 컴퓨터에 대해 빠르게 배웠다는 나이가 열다섯, 열여섯쯤이었는데. 혹시나 이 녀석 천재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슬쩍 물어봤더니 자기 동년배 친구들도 다 할 줄 안다고 하더라. 나도 꽤 젊은 나이인데..

▲ 90년 대 국내 PC시장 성장 추이(출처 : 컴퓨터 월드, 1996.8)

하긴, 개인용 컴퓨터(PC) 보급이 활발해진 게 90년도 쯤부턴데 지금 이 정도로 PC 시장이 성장한 것만 봐도 납득이 되는 부분이다. 그만큼 개인 PC 시장은 현대로 들어와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을 정도로 커져 버렸고, 관련 지식들은 쌓이고 쌓여 포털 사이트에 OO 하는 법만 쳐도 해당 내용의 정보가 수두룩하게 나오는 게 실상이다.

수많은 정보와 더불어 PC 하드웨어에 대한 거리낌도 없어진 요즘, 과거 정보가 없던 시절 선택의 여지가 없어 완제품 PC를 구매하던 유저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직접 조립하고 시스템을 구성하는 조립 PC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시스템으로 PC를 구성할 수 있고, 가격 면에서도 나쁘지 않기 때문.

이러한 조립 PC를 구성하는 제품 중 메인보드나 CPU, 그래픽카드 등의 주요 부품들은 검색만 해도 꽤 많은 정보가 나오는 편이지만, 오늘 설명할 컴퓨터 케이스의 경우 관련된 내용이 그닥 많이 보이진 않는다. 그렇기에 이번 기사를 통해 케이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부터 추천해줄 만한 케이스까지 파헤쳐 보려고 한다.




여기서 잠깐, 컴퓨터 케이스는 그럼 무슨 '역할'을 할까





말 그대로 부품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 휴대폰을 보호해주는 휴대폰 케이스, 화장품을 지켜주는 화장품 케이스처럼 컴퓨터 케이스도 컴퓨터 부품을 안전하게 고정시켜주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보호만 해주는 역할은 아니다.

컴퓨터도 기계인지라 일정 시간 사용하거나 켜 놓는다면 발열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진정한 게이머라면 1~2시간만 하고 끄진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발열이 일어나기 쉽고, 발열은 컴퓨터뿐만 아니라 어떤 기계든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발열 문제를 해소해주는 쿨러 역할도 병행한다.

별거 아닌 듯 보이지만, 외부로부터 부품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쿨링 역할을 해주는 것은 데스크톱 환경에 있어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부품 크기'에 알맞은 케이스를 선정해야 한다



몇 달, 빠르면 몇 주 주기로도 신제품이 출시되는 다른 부품들과 달리 컴퓨터 케이스는 변화가 없다시피 할 정도라 한번 사두고 관리만 잘한다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크기 한정이다. 가림막을 없애 벤치마킹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케이스부터 공기 흐름을 고려해 설계되는 케이스까지 크기를 제외한 다양한 기능들을 추가한 신제품은 아직까지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추가로 고가형 라인업으로 출시되는 컴퓨터 케이스의 경우 CPU 쿨러 가이드를 메인보드 분리 없이 장착할 수 있게 구멍을 뚫어놓는다거나 거미줄처럼 얽힌 선들을 정리해주는 구멍 그리고 별도의 드라이버 없이도 손쉽게 조립할 수 있는 손나사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넣고 있는 추세다.

그럼 케이스 크기에 대해 알아볼까? 케이스의 크기는 메인보드와 파워 서플라이의 규격에 맞춰 제작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뭐 사실 규격 무시하고 어떻게든 집어넣기만 한다면 케이스라 우길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러려고 사는 게 아니지 않는가. 올바르게 부품을 고정하고 명시된 규격을 참고하여 오랫동안 안전하게 부품들을 보호하고 새로운 신제품들을 기다리자. 40시리즈 존버

말이 길어졌는데 하여튼 컴퓨터 케이스는 미니타워, 미들타워, 빅타워 이 세 가지만 기억하고 있어도 충분하다. 물론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케이스는 다를 수 있다. 작업용 컴퓨터로 사용하는 슈퍼타워나 슬림 및 준슬림 타워, 스몰 폼팩터 등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케이스는 위 3가지로 나눈다고 보면 된다. 요즘 고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이나 스트리머 덕분에 슈퍼 타워도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


위 표를 보며 확인해보자. 메인보드 말고도 파워서플라이의 규격도 신경써야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ATX 규격의 파워서플라이의 크기는 150 x 142 x 86(mm)이며 그리고 M-ATX는 126 x 100 x 64(mm)다. 또한 같은 명칭의 규격이 아니더라도 같이 사용되는 규격도 있으니 확인해보자.

표만 보면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쉽게 생각해보면 조립 PC를 규격할 때 자신이 골랐던 메인보드의 규격을 확인해보면 고르기 수월할 것이다. ATX와 M-ATX 규격이 가장 흔히 PC 구성에 사용되니 기억해두자. 이외에 ATX나 M-ATX의 규격이 아니더라도 슬림한 케이스를 원한다거나 더 컴팩트한 사이즈의 케이스를 생각하고 있다면 파워 서플라이의 사이즈를 염두에 두고 고르자.

부품 구성과 호환성에 관해서도 확인해보자. 만약 케이스를 구매하기 전 이미 다른 부품들을 먼저 구성했다면, 그에 맞는 크기도 크기인데 저장장치를 몇 개 사용할 것인지, USB 포트의 지원 여부도 고려해봐야 한다.

그래서 뭘 고르라는건데? 하며 뭐가 좋은지 모르겠는, 선택의 갈림길에 있는 초보자라면 그냥 미들타워와 ATX 규격의 메인보드, 파워서플라이로 구성하자. 이게 가장 무난하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지만, 그래도 '튜닝'은 포기할 수 없다


▲ 이게 튜닝? 다른 제품 같은데.. (출처 : YJMOD 커스텀 수랭 PC)

잘 보호만 되면 상관없는 거 아닌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현대의 디자인 및 패션 업계는 무너졌을 게 분명하다. 그냥 천 쪼가리만 덧댄 옷을 입거나 추울 땐 털이 빵빵한 옷 하나면 해결될 테니까. 하지만 각자의 개성이라는 것도 있고,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도 분명 존재한다.

이는 컴퓨터나 주변기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RGB 감성의 불빛이 주위를 밝게 비춰주는, LED를 가지고 있는 컴퓨터 내부의 부품들이라든지 키마헤(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모니터 심지어 데스크탑 환경을 위한 전용 조명도 출시하는 세상이 왔다.

▲ 에일리언 머리와 흡사한 MSI MEG 이지스 Ti 5 12TF-018KR

컴퓨터 케이스도 예외는 아니다. 에일리언 머리를 연상시키는, 약 50년 쯤은 지나야 미래도시에서 보일법한 케이스부터 피라미드 모양의 삼각형 케이스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튜닝을 할때에도 시스템 구성에 맞춰 크기를 조정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만약 CPU 쿨러를 공랭 쿨러가 아닌 수랭쿨러를 사용한다거나, LED 팬을 장착할 예정이라면 필수로 크기를 고려해보자.




시중에 나온 케이스, '추천'할 만한 케이스는 뭐가 있을까


시중에 나오는 10만 원 내외의 여러가지 케이스(미들타워, 빅타워, 미니타워)를 함께 알아보자. 그 전 이번년도 상반기에 열린 세계전자제품박람회 CES 2022에서 신기한 기술을 포함한 케이스를 하나 발견했는데, 궁금해서 한번 쭉 찾아봤다. 바로 국내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LCK 공식 후원사 HP 오멘의 게이밍 데스크탑 '오멘 45L'에 장착된 케이스다.


케이스의 첫인상은 꽤나 특별했다. CPU 냉각 솔루션인 오멘 크라이오 챔버(OMEN Cryo Chamber)라는 기술을 채택했기 때문. 해당 기술은 CPU와 GPU 그리고 기타 부품들로 인해 지속적으로 가열되는 내부의 공기를 활용하지 않고, 외부로부터 시원한 공기를 끌어들여 라디에이터를 냉각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최대 시스템 부하에서 CPU 온도를 약 6도를 낮춰준다고 한다. 케이스 기술 하나로 온도를 낮추는 게 쉬운 건 아닌데, 꽤 흥미로웠다.

또한, 오멘 데스크톱 케이스의 경우 독립적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없었는데 소비자들의 의견에 발맞춰 위의 오멘 크라이오 챔버 솔루션이 포함된 오멘 45L ATX 케이스를 따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밋밋한 디자인도 아니라 심플한 클래식 타워의 ATX 규격 케이스. 시중에 나온다면 꽤 인기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들타워 케이스
이제 한번 알아볼까? 가장 수요가 많은 미들타워 케이스!



잘만 N3 FM 강화유리 케이스는 가격 하나로 다 용서되는 기본기 튼튼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장착할 수 있는 그래픽 카드 길이는 310mm이며 CPU 쿨러를 호환하는 높이는 163mm로 저렴한 가격에 팬이 6개나 부착되어있고 LED ON/OFF 기능도 있다. 가격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가성비 제품. 대신 RTX 30시리즈 크기를 생각해보면 최소 그래픽 카드 공간이 320mm 정도는 나와줘야 널널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30시리즈를 사용하려는 유저라면 고민해보자.


만 원 정도 더 추가해서 앱코 NCORE G30 트루포스를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는 위에 설명한 케이스와 비슷한 점이 많은데 6팬에 LED기능까지는 똑같으며, 그래픽 카드 공간이 30mm나 더 남는 340mm, CPU 쿨러 호환 높이가 175mm로 매우 널널한 편. 추가로 필터도 나름 괜찮은 편에 공간도 넓어 수랭쿨러도 호환 가능하니 알아두자.


기본에 충실하며 PCI 금속 그래픽 카드 지지대를 함께 제공하는 Darkflash DK1000 MESH 강화유리 케이스도 추천할 만하다. Darkflash가 케이스 디자인을 잘 뽑는 회사로 유명하기도 하고 그만큼 디자인도 깔끔하고 예쁜 편. 거기다 팬 속도 조절도 가능하며 파워 호환성도 나쁘지 않다. 전면, 상단, 하단에 필터를 제공하며 C타입 3핀 데이지 체인형이다. 수랭쿨러를 사용하지 않는 유저라면 염두에 둬도 괜찮을 것 같다. 2만 원 정도 추가하여 모든 방면에서 개선된 DLX 케이스를 구매하는 것도 좋다.


아이구주의 HATCH 시리즈는 워낙 수요도 많고 잘 나가는 제품이기도 하여 추가했다. 아이구주 HATCH8 인피니티 메쉬 강화유리 케이스다. 수랭쿨러를 장착하기에도 괜찮고 범용성이 큰 제품 중 하나다.


마이크로닉스의 GM1-TRANSFORM 케이스도 빼놓을 수 없다. 동가격대 대비 마감이 가장 좋은 케이스라고 해도 무관하다. 강판의 두께도 두꺼운 편이며 전면 메탈로 이뤄져 있어 내구성도 튼튼하고 조립도 매우 쉬운 편. 처음 보게 되면 가격대가 좀 있어 보이지만, 의외로 저렴한 편이다.



빅타워 케이스
빅타워도 수요, 인기에서 밀리지 않는다



브라보텍 가디언 3000M 타이탄 케이스는 전작 제품에서 많이 개선되어 나온 제품으로, 빅타워라 그래픽 카드 공간은 380mm CPU 호환 높이는 180mm로 공간에 제약이 크게 없는 빅타워 케이스. 호환성도 밀리지 않고 기본팬도 3핀으로 팬속도 조절이 가능하여 조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 괜찮다. 추가로 브라보텍은 QC가 좋은 편이기에 믿고 구매해도 괜찮을 정도다.


듀얼라디 투챔버의 3RSYS T840 풍통 케이스도 빅타워에서 충분히 추천할만한 케이스다. 대장급 공랭 쿨러도 추가할 수 있을 정도로 CPU 쿨러 호환 높이가 높으며 수랭 호환성도 나쁘지 않은 편. LED도 컨트롤 가능하며 파워 장착 방향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미니타워 케이스
공간 활용을 중요시 한다면



마이크로닉스 EM1-Woofer 강화유리 케이스, 요즘 꽤 인기 있는 미니타워 케이스 중 하나다. 흔히 볼 수 있는 스피커 우퍼 외관의 케이스이며 독특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미니타워 케이스. 팬은 2개, 그래픽카드 공간은 320mm, CPU 호환 높이는 160mm로 조금 높은 쿨러를 달기에는 무리가 있고, 조금 두꺼운 그래픽카드를 달면 공간이 협소해서 발열 문제를 잡기 어려울 수 있으니 이 점 참고하자. 추가로 경첩형 좌측 도어로 편하게 부품 교체를 할 수 있으며, LED ON/OFF 기능이 있다.


미니타워인데 수랭 쿨러도 호환하는 케이스를 찾고 있다면 마이크로닉스 GH2-Metal도 괜찮다. 4개의 팬과 전면 1T 튼튼한 강판을 호환하고 선 정리 공간도 충분하며 하단과 전면에 먼지 필터가 부착되어있는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