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국내에 갈등조정 없이 도입될 경우 게임산업계 피해는 최대 8.8조 원, 사회적 비용은 1.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 연구는 국무조정실 주관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 문제 관련 민관협의체'가 실시한 세 연구 중 하나다. 다른 두 연구는 지난 15일 공개됐다.

24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산업 전문가들은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크게 우려했다. 이른바 낙인효과다. 전문가들은 질병코드 도입으로 초래된 사회적 낙인 효과를 통해 게임 이용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또한, 게임산업 종사자는 질병 제공자로 인식될까 걱정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병원이나 센터에 게임 문제만으로 오는 청소년이 드물고, 공존질환이 문제가 되어 오는 경우가 많기에 질병코드가 도입된다고 해서 크게 변화되는 점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질병코드 도입의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해당 질병에 대한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 방법이 연구될 것으로 예상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 내에서는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전국적인 통계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단기적으로 혼란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질병코드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교육분야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공통으로 낙인 효과에 대한 우려를 가장 크게 지적했다. 청소년의 경우 또래 집단과 부모 사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게임 이용 시간을 줄이려다 낙인 효과라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문화 전문가들은 질병코드 도입은 문화 향유의 위축뿐 아니라, 창작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화중독'은 물질중독이나 행위중독과 다르며, 게임 과몰입 또한 생산적이고 창작 지향적인 중독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우리 사회의 창작의욕을 저해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서는 "창작 자체를 범죄시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마치 바이러스 제조자이자 유포자처럼 창작자를 비하하는 효과가 의도치 않게 초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질병코드 도입 이후 첫해에 전체 산업 규모가 20% 정도 축소되고, 다음 해에 약 24% 감소할 것이라 예측했다. 총 게임산업의 규모를 20조 원으로 가정할 경우, 도입 1차 연도에 약 4조 원, 2차 연도에 4.8조 원, 2년간 총 8.8조 원의 게임산업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 결과에 따라 게임산업의 평균 매출액이 약 20% 감소할 경우, 총생산 감소 효과는 5조 6,192억 원, 줄어드는 취업 기회는 3만 6,382명으로 추정됨. 2년간 약 44% 감소할 경우, 총생산 감소 효과는 12조 3,623억 원, 줄어드는 취업 기회는 8만 39명으로 계산됐다.

아울러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한 응답자는 2천 명 중 897명이었고 평균 지불의사금액은 32,420원이었다. 이를 근거로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사회적 비용은 약 1조 6,801억 원으로 산정됐다. 질병코드 도입 찬성 응답자는 963명이었고 평균 지불의사금액은 31,086원이었다. 질병코드 도입 찬성을 위한 사회적 비용은 약 1조 6,109억 원으로 계산됐다.

연구진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법률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연구진은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게임 이용행위, 나아가 게임 제작・유통 자체가 공중위생에 대한 장애를 초래하거나 그러할 위험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라며 "게임산업의 진흥에 관한 여러 제도가 그 존립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국가가 게임산업 진흥정책을 추진하더라도 흡연, 음주 등을 장려하는 것이라는 논란과 함께 추진이 좌절되거나 그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거시적 관점에서 질병코드 도입 시나리오를 분석해 공개했다. △갈등조정 없이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게임산업계 피해 최대 8.8조 원, 사회적 비용 1.6조 원 △갈등조정 없이 질병코드 미도입 시 사회적 비용 1.6조 원 △갈등조정 이후 질병코드 도입 시 게임산업계 피해 4.4조 원, 사회적 비용 0.8조 원 △갈등조정 이후 질병코드 미도입 시 사회적 비용 0.8조 원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별도의 중재기구 중재 없이 질병코드 도입을 시도할 경우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가장 크다는 점을 밝힘. 또한, 질병코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이미 발생하고 있으므로 정부는 산업적,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진행하고 책임자는 한동숭 미래융합대학장이다. 연구진은 미시적인 관점에서 모든 분쟁 요인을 다루지 못한 한계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본 연구에서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의 시비는 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