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부터 줄곧 하루도 빠지지 않고 플레이하는 모바일 게임이 있다. 바로 중국 하이퍼그리프에서 개발한 타워 디펜스 RPG '명일방주'다.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콘텐츠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극단적인 초식형 게임이기에, 언제든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이다. 자동으로 쌓이는 행동력을 모두 사용하기 위해 접속하고, 매일 갱신되는 일간 임무를 전부 완수하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하루 일과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매일 같이 플레이하는 게임이지만, 과금을 하지 않은지는 꽤 됐다. 언제부턴가 한달 5,900원이면 유지할 수 있는 가성비 상품인 '먼슬리 카드'조차 결제하지 않게 됐다. 과금 없이도 매 시즌마다 진행되는 이벤트를 완료하는 데 부족함이 없고, 무엇보다 경쟁 요소가 없으니 계속해서 힘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매일 게임을 플레이하는 나조차 이러니, 다른 유저들의 상황도 불 보듯 뻔하다. 한국에서의 명일방주는 하는 사람만 하는 잊혀진 게임이 됐고, 구글 플레이의 게임 매출 순위도 100위권 밖으로 멀리 밀려났다.

그러던 중, '명일방주 한국어 더빙'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월에 진행된 2주년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정보였고, 여러 시장 중 하나인 한국의 유저들을 달래기 위한 구색 맞추기로 '언젠가는 해줄 수 있는 사양'을 서둘러 공개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 한국어 더빙이, 발표로부터 반년도 채 되지 않아 6월에 추가된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성우 라인업도 쟁쟁하다. 양정화, 남도형, 이지현, 정유정, 김보민, 표영재까지 국내의 내로라하는 전문 성우들이 대거 참여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특별 영상까지 게재됐다. 중국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가 한국 시장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정성 들여 준비했다는 사실을 그간 명일방주를 플레이해온 유저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간 서브컬처 게임은 '덕후들의 라틴어'로 불리는 일본어 더빙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되뇌이며 스스로를 달래고 있었으나, 역시 한국어 더빙이 추가된다는 소식은 한국의 게이머로서 기쁨을 감출 수 없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출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AAA급 게임 '포르자 호라이즌5'에 한국어 더빙이 추가된다는 소식만으로도 게이머들의 놀라움 일색의 반응이 이어졌는데, 서비스 2년 차를 넘어선 중국산 모바일 게임에 한국어 더빙이 추가되리라 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중국 게임사가 몸소 보여준 '동일한 경험'은 앞으로도 마음 속에 깊이 남게 될 것 같다. 하이퍼그리프는 현재 명일방주의 후속작과 명일방주 IP를 활용한 TV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유저들의 사랑으로 유지되는 게임과 그 게임사가 응당 보여주어야 할 재투자의 정석을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사례가 하나씩 쌓일 때마다 게이머들은 그만큼 자신들이 개발사로부터 충분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믿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겠다는 확신과 믿음을 갖게 된다. 적어도 이번 일을 통해 나는 하이퍼그리프의 게임이라면 무조건 믿고 플레이할 수 있는 팬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