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잇과 동물들은 나고 자라면서 어미에게 사냥법을 배운다. 어미를 거울삼아 사냥 기술을 배우며 터득하는 흉내쟁이의 모습을 본 딴 데서 '카피캣(Copycat)'이라는 단어가 유래됐다.

여느 장르가 그렇듯, 기술이 존재하는 모든 산업에서 카피캣은 만연하다. 어떤 기업이 상상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품절에 임박하면 너도나도 유사한 제품을 출시하고 이를 넘어 뭐가 원조인지 분간조차 어려울 정도의 제품도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2011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선보인 아이패드2. 당시 애플의 최고 경영자인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 발표회에서 전 세계 IT 거대 기업을 향해 카피캣이라는 맹비난을 쏟았으며 삼성전자와 고소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첨단 기술이 집약되며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IT 분야에서는 특히 그 양상이 더욱 불거진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마우스도 예외는 아니다. 비록 PC 주변기기로 일컬어지며, 크기도 작아 보잘것없다고 여겨질 수 있으나 현재 게이밍 마우스 시장은 이른바 카피캣 전쟁이 한창이다.

오래전 국민 마우스로 온 동네 PC방을 평정한 로지텍의 G1 마우스는 시간이 지나 단종을 맞이했다. 이후 G1과 비슷한 디자인의 후속작 G102를 출시하기 이르며, G102는 가성비를 앞세워 그 왕좌를 대체했다.

내부 결함으로 특유의 내구성 이슈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마우스 쉘(디자인) 자체만으로는 대칭형 게이밍 마우스 점유율 부동의 1위라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 디자인에 파생된 자사, 타사 마우스만 해도 수십 개가 된다.

G102가 효자 상품을 넘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자 겉으로 보기엔 긴가민가한 유사 제품들이 쏟아졌다. 물론 디자인이 약간이나마 다른 제품들은 '느낌만 비슷한 정도' 선에서 정리될 뿐이었다. 사실 마우스란 생김새가 사용자 손에 들어 맞게끔 설계돼 외형은 거기서 거기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파생형 디자인이라는 표현 자체를 도저히 쓸 수 없는 카피쉘이 우후죽순 생겨났다는 것이다.



카피쉘의 디자인 복제 대상은 로지텍뿐만이 아니다. e스포츠 프로게이머들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게이밍 마우스조차 카피캣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현실이다. 외부는 똑같이 복제해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내장 구성을 난잡하게 이루고 가격은 대폭 절감해 이를 경험한 유저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카피쉘을 법적으로 대응하기도 애매하다. 마우스 디자인 자체의 저작권 보호법이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설령 있더라도 크기를 늘이고 줄이기를 살짝 조정하거나 표면 코팅을 바꾸고 패턴을 추가하는 등 약간의 변화를 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내려져오던 관습이 마우스 디자인은 공공재라는 만연한 인식으로 만든 것이다.

고생 끝에 탄생한 창조물에 손쉽게 편승한 제품임에도 카피쉘은 누군가에게 환영받기에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이에게는 카피쉘이 단점을 보완한 개선 제품이 될 수 있고, 혀를 내두르는 가격을 대폭 절감한 할인 제품이 될 수 있으니까. 이미 손에 익어버린 마우스를 버리고 새로운 마우스에 또 다시 적응해야 하는 불편함도 없을테고.

사용자를 위한 업체의 배려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다만, 가끔은 그들도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의 정체성이 있을 때, 그들의 가치는 올라가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