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술...아니 오컬트에 너무 심취하지 마세요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외모의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하지만 그 설정과 소재만큼은 전혀 귀엽지 않은, '반전매력'이 돋보이는 인디 신작이 오는 8월에 정식 출시됩니다. 바로 3명의 개발자로 구성된 호주의 인디 게임 개발사 매시브 몬스터의 신작, '컬트 오브 더 램(Cult of the Lamb)'입니다.

'사랑스러운 하드코어'를 표방하는 이 모순적인 게임은 지난 2021년에 처음 공개됐을 당시부터 독특한 소재와 비주얼로 주목받았습니다. 디볼버 디지털이 퍼블리싱을 맡게 됐다는 소식과 함께 정식 한국어화를 지원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덕분에 정식 출시 전부터 국내 인디 게임 팬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어 둔 작품이기도 한데요. 정식 출시까지 약 한 달여를 앞둔 지금, 앞서 공개된 게임의 데모 빌드를 통해 미리 엿본 '사랑스러운 하드코어', 컬트 오브 더 램의 매력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게임명 : 컬트 오브 더 램(Cult of the Lamb)
장르명 : 액션 로그라이트
출시일 : 2022.08.12 예정
개발사 : Massive Monster
서비스 : Devolver Digital
플랫폼 : PC, PS, XBOX, 스위치



광신도의 제물로 바쳐진 후에 찾아온 인생 2회차에선 내가 교주라고?!

▲ 제물이 되어 참수당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그야말로 하드코어한 시작이다

'컬트 오브 더 램'(Cult of the lamb)'은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오컬트 교단'을 주제로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신비주의적 의식과 폐허로 가득한 세상에서 제물로써 희생되는 무력한 '희생양'으로 게임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집행인의 날 선 도끼날이 목에 닿는 그 순간, 수수께끼의 봉인된 신, '기다리는 자'의 신내림을 받고 두 번째 목숨을 얻게 됩니다.

자신에게 두 번째 삶을 선사해준 기다리는 자에게 '목숨 빚'을 갚기 위해 그를 추종하는 교단을 세우고, 신도들을 늘려나가는 것이 이 게임의 주요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도를 점점 늘려나가기 위해 나만의 마을을 세울 수 있고, 교단의 성장을 방해하는 이단에 맞서 싸우며 그 속에 감춰진 비밀을 하나씩 파헤치게 되죠. 이 과정에서 기지 건설 시뮬레이션 요소와 액션 로그라이크, 던전 크롤러 요소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돈 스타브'를 재미있게 즐겼던 게이머라면 기지 건설 시뮬레이션 요소가, '아이작의 번제'를 즐겨 플레이했던 이들이라면 액션 로그라이크와 던전 크롤러 요소가 익숙하게 느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의 주요 소재는 자극적이고 생소하지만, 그 안에 담긴 콘텐츠는 어디선가 많이 겪어본 것 같은 친숙한 맛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신의 추종자가 되어 신도를 늘려나간다는, 누구나 '사이비 교단'의 행태를 떠올리기 쉬운 게임의 소재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콘텐츠 부분에서는 누구나 쉽게 적응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컬트 오브 더 램'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소재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누구나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요소들로 채워졌다



강력한 지도자에 신도들이 따른다, 어린 양이 '교주'가 되기까지


가장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는 쿼터 뷰 액션 로그라이크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하나의 스테이지는 무작위로 생성되는 작은 방의 모음으로 이뤄지고, 스테이지를 통과하면 자신의 입맛대로 루트를 골라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 스테이지에는 보스전이 기다리고 있고, 이렇게 보스전까지 5~6개에 달하는 스테이지를 죽지 않고 모두 클리어하면 한 번의 '성전'을 마무리하게 되는 식입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전투 콘텐츠인 '성전'과 기지 건설 시뮬레이션인 '마을 키우기'의 두 가지 콘텐츠를 번갈아가며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성전'은 게임 플레이의 기본이 되는 콘텐츠입니다. 성전을 진행하는 동안 주변의 풀이나 꽃, 돌, 그리고 적을 처치하고 난 뒤에 얻는 뼈 등 기지 건설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를 모으고, 여러 작업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재화인 '동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이교도에게 붙잡힌 시민을 구하거나 보스를 처치한 뒤 회개시켜 신도로 삼을 수 있죠. 충분한 신도와 소재가 모이지 않으면 나만의 마을을 세울 수 없으므로, 기지 건설 시뮬레이션 요소를 제대로 즐기려면 필연적으로 전투 요소를 병행해야 합니다.

▲ 전투 콘텐츠인 '성전'을 통해 여러 소재와 동전을 모으고,

▲ 잡혀있는 추종자를 구하는 등 기지 건설에 필요한 필수 재료들을 구할 수 있다

물론 '성전'이 기지 건설 시뮬레이션을 즐기기 위해 억지로 하게 되는 단순한 재료 파밍이나 곁다리 콘텐츠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컬트 오브 더 램'에서는 전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액션 로그라이크 장르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요소는 성전 중에 만날 수 있는 선택의 갈래입니다. 각 스테이지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갈림길로 나뉘어있고,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필요한 방향에 따라 입맛에 맞게 길을 선택하며 나만의 성전 루트를 꾸밀 수 있습니다. 전체 6개 스테이지로 구성된 성전이라면, 필요에 따라 '재료 파밍 4, 전투 2' 같은 식으로 편성할 수 있는 식입니다. 또 로그라이크 방식이 적용된 만큼 성전마다 다른 스테이지와 다른 갈래가 등장하므로, 똑같은 맵을 플레이하더라도 '다음엔 어떤 것이 나올까'하고 매번 기대하게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두 번째 요소는 매번 달라지는 '타로 카드'와 무기, 저주 시스템에 있습니다. 컬트 오브 더 램의 성전은 보통 길어도 10분 내외로 끝나곤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스킬, 무기, 특성은 성전을 시작할 때 마다 새롭게 선택하게 됩니다. 성전 중에 더 강한 단계의 무기가 등장하도록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지만, 전투가 끝나면 사용하던 무기는 그대로 두고, 교단으로 돌아오는 식이랄까요. 또 전투가 시작될 때 무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되고요. 성능을 중시하다보면 로그라이크라고 하더라도 매번 똑같은 무기와 스킬 특성을 계속 선택하기 마련인데, 전투의 템포가 짧고 단편적이다보니 다양한 스킬, 무기, 특성을 고루 사용해보는데 부담이 없습니다.

▲ 성전에 입장할 때마다 '이번엔 어떤 무기가 나올지' 기대하게 된다

▲ 추종자가 더 필요하다면 추종자 스테이지로, 나만의 루트를 개척할 수 있다

▲ 또 다른 선택의 순간인 '타로 카드'. 이때 카드로 구축한 특성도 성전이 끝나면 사라지는 식이다

세 번째 재미 요소는 저마다 다른 특징을 지닌 보스전입니다. 스테이지의 막바지에는 항상 보스가 등장하고, 이를 처치하면 회개를 통해 신도로 맞이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랑스러운 하드코어'를 표방하는 게임답게 기괴한 생김새의 보스가 귀여운 신도로 바뀌는 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보스는 일반적인 적들이 사용하는 기술들은 물론, 저마다 독특한 전투 기믹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략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전투의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처음엔 보통 난이도로 도전해보고, 이후 난이도를 더 올리거나, 줄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1회차 이후에 같은 보스를 또 만나면, 전보다 더 어려워진 2회차 콘텐츠가 등장하므로 쉽게 질리지도 않습니다. 이외에도 어떤 무기를 사용하는지, 어떤 저주 스킬을 들고 왔는지에 따라 전투의 경험이 크게 달라지므로, 매번 다른 공략의 재미가 있는 것이 '컬트 오브 더 램'의 보스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공개된 데모 빌드에서는 첫 번째 구역인 '다크우드'만 해금되어 확인할 수 있는 보스전이 한정되어 있었지만, 나머지 세 개 구역과 4명의 교주가 전부 공개되는 정식 빌드에서는 더 풍부한 전투 콘텐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2회차에서 다시 만난 보스는 전보다 더 강력해져서 등장한다



싸움만 잘해서는 '참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나만의 종교 만들기


플레이어가 직접 '나만의 교단'을 만드는 기지 건설 파트는 컬트 오브 더 램의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처음엔 한 명의 신도에서 시작하지만, 추종자를 구할 때마다 교단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지게 됩니다.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아지는데요. 잠자리와 식사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주고, 동시에 신도들의 신앙심에 영향을 끼치는 특별한 '교리'를 선포하며 웬만한 풍파에는 흔들리지 않는 끈끈한 공동체를 구성해야만 합니다.

종교를 만드는 것이 주제이긴 하지만, 마을 건설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요소들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적용되어 있습니다.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화덕을 만들고, 신도들이 잘 수 있는 거처를 세우고,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땅을 파서 씨를 뿌리고, 주변의 나무와 바위에서 필요한 자원을 모으는 식이죠. 처음엔 건설에 필요한 돌과 나무를 직접 하나하나 캐야 하지만, 마을이 발전한 뒤에는 신도들을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됩니다.

신도들의 망가진 텐트를 직접 고치거나 배설물을 치워 마을의 청결을 유지하고, 수명이 다한 신도를 염습하여 땅에 묻어주기까지, 자잘한 임무들을 하나하나 수행하며 마을을 키우는 과정이 세밀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에 마을 관리를 할 때면 할 일이 없어 지루해하고 있을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 채광, 벌목, 열매 채집 등 가장 기본적인 생산 활동부터 시작된다

▲ 배설물을 치우고 텐트를 고쳐주고,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 고인의 유체를 수습하는 것도 교주의 역할. 땅에 묻는 대신 '식재료'로의 활용도 고려할 수 있다

본격적인 교단 키우기는 사원을 건설하고 난 뒤부터 시작됩니다. 사원에서는 매일 예배를 통해 추종자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기도', 새로운 교리를 만들거나 플레이어의 기본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왕관', 그리고 신도들의 신앙심을 키우기 위한 '의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의식'에는 사이비 종교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각종 끔찍한 의식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컬트 오브 더 램의 하드코어적인 면모를 가감없이 담아내고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기도를 통해 에너지를 모으고 끔찍한 의식을 거행하는 등, 방식은 매번 다르지만 '교단을 견고하게 만들고, 신앙심을 고취시킨다'는 하나의 목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교리와 의식을 해금할 때마다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기대하고, 매번 달라지는 의식 연출을 보는 것 역시 '컬트 오브 더 램'의 또 하나의 즐기는 방법이 되어 줍니다.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하면, 멀티 플레이로 다른 유저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교단을 통솔하는 교주가 두 명일 수는 없는 법이니, 함께 마을을 키우는 요소가 있다고 해도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지만 말입니다. 다만 기지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친구와 함께 마을을 키우거나 지인의 마을을 방문하는 것은 빠질 수 없는 주요 요소이므로, 정식 버전에서 어떤 형태로든 멀티 플레이 요소가 포함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추종자 하나를 더 높은 차원의 존재로 만들어준다는 '승진 의식'이 해금됐다.

▲ 신나서 얼른 가장 유능한 추종자를 승진시켜주려고 선택했더니…고기조각이 된 추종자

▲ 어림도 없지, '즉시 부활'

▲ 우리 교단은 안전합니다, 정말로



끔찍하게 귀여운 신작, '컬트 오브 더 램' 8월 12일 정식 출시

▲ 운7기3, 게임 속 미니게임 '너클본'

'컬트 오브 더 램'은 네 개의 전체 구간 중 한 개만 해금되어 있는 데모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양한 콘텐츠를 맛볼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앞서 소개하지 않았지만, 주인공이 마주하게 되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NPC들은 저마다 다른 퀘스트를 주기도 합니다. 가장 단순한 방식인 특정 물건 모아오기부터, 의심 가는 추종자의 생각 읽기, 원수사이인 추종자에게 더러운 음식 먹이기, 저주 스킬 사용하지 않고 스테이지 클리어하기 등등 독특한 임무가 정말 많습니다. 이러한 퀘스트를 하나하나 찾고, 플레이하는 것도 각별한 재미였습니다. 이외에도 메인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재미를 제공하는 게임 속 미니 게임, '너클본'과 '낚시'도 빼놓으면 섭섭한 알짜배기 콘텐츠라고 할 수 있죠.

끔찍한 비주얼과 귀여움이 공존하는 독특한 인디 게임, '컬트 오브 더 램'은 다가오는 8월 12일에 스팀을 통해 출시될 예정입니다. PC 외에도 PS, XBOX, 스위치 플랫폼으로도 제공될 예정이니, 플랫폼에 대한 걱정은 덜어두셔도 좋습니다. 서문에서도 밝혔듯 사이비종교를 표현한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정말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니, 할 만한 게임을 찾고 있다면 꼭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