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블레이드&소울2에 4인 던전 '바다뱀 보급기지'가 추가됐다. 블소하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보스, '포화란'이 있는 그곳 맞다. 반은 하얀색 반은 검은색의 트윈테일에 고양이 심볼이 그려진 안대를 차고 작은 몸집에 걸맞지 않게 육중한 다연장 기관총을 든 채로 이리저리 폴짝거리던 포화란의 그 잔망스러운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당시에 암살자와 역사를 주로 했었는데, 역사 초행 때 키도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것이 이리저리 폴짝 뛰어다니는 걸 어떻게든 장악 넣겠다고 허겁지겁 쫓아다니다가 합격기 패턴도 놓쳐서 쌍욕을 먹어대던 흑역사도 갑자기 떠오른다. 그리고 어렵사리 멱살 잡으면(=장악하면) "아잉~살려줘잉~" 이 대사가 뜨던 것까지도.

아마 포화란과 관련한 이런저런 추억은 블레이드&소울을 했던 유저라면 누구나 다 갖고 있을 거다. 블레이드&소울의 전성기라고 하면 대다수가 포화란-해무진으로 이어지는 그 시기를 이야기하곤 하니까. 수월평원 스토리가 너무도 처절하게 끝나서 여운도 짙었고, 그 다음 구간을 기다리면서 파밍할 던전의 완성도나 보스들의 캐릭터성 그리고 아이템 디자인까지도 크게 불만족스러운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를 떠올릴 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몇 번이고 드러눕는 것도 모자라 장악 셔틀이나 겨우겨우 한다는 소리 들었던 그 옛날 나 자신의 미흡하기 짝이 없는 컨트롤과 기믹 이해도라고 할까. 그외에 굳이 하나 꼽자면, 악의 꽃 의상을 진족 여성만 입을 수 있다는 게 역사를 할 때는 좀 김이 샜는데, 나중에 전 종족 의상으로 추가해줬으니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도 되겠다.

물론 블소2에서 블소의 던전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미 지난 3월에 블소하면 생각나는 또다른 던전, '희생의 무덤'이 블소2에 맞춰서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복귀한 시점은 바다뱀 보급기지가 나오기 전, 희생의 무덤이 추가된지 한 달 정도 된 4월의 일이었다. '희생의 무덤'이 블소2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처음 블소2가 나왔을 때 입었던 내상이 가시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였다.



■ 4인 파티 공략의 추억을 되살린 '희생의 무덤', 그리고 '바다뱀 보급기지'


블소2에 희생의 무덤은 3월에 출시됐지만, 긴가민가하는 의심 때문에 추가된지 한 달이 지나서야 복귀를 마음먹었다. 블소2의 초창기 모습이나 그에 대한 이야기는 화력을 더 집중해야 하니 뒤에서 하기로 하고, 어쨌거나 갓 복귀한 유저 입장에서 희생의 무덤은 바로 갈 수 있는 코스가 아니었다. 레벨업부터 하고, 장비도 어느 정도 맞춰야 하니까. 그래도 '초행' 난이도라는, 비교적 낮은 스펙에도 찍먹은 할 수 있게 해준 터에 리니지라이크에선 생각지도 못할 혜자(?) 패키지가 있어서 약간의 투자와 며칠의 자동사냥, 그리고 그간 미뤄왔던 사가와 야사 등을 다 진행하면서 어찌저찌 '초행'까지 입장은 가능했다.

겨우 초행 스펙을 맞춰 들어간 희생의 무덤은, 엄밀히 말해 100% 추억 그대로일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초행 유저를 위한 스펙으로 내놨으니, 맛보기 수준이라고 할까. 뿐만 아니라 각 무기들의 무공이 블소1과는 사뭇 달라졌으니, 그 패턴을 그대로 맞춰놓기는 애매했을 것이다.

▲ 빨간색 오리지널 화염의를 먹으러 갈 스펙이 아니라서...초행에서 건진 걸 추억 삼아서 한동안 입고 다녔다

그런데도 그 옛날 블소를 했을 때의 향수가 느껴졌다. 던전 입장 전 퀘스트에서 염화대성을 만난 그 순간부터 수도 없이 봐왔던 던전 구조는 물론이고, 맛보기로 나온 패턴도 보다보면 "아, 이거"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점프와 구르기, 앞쓸기와 불길까지 블소를 해왔던 유저라면 익히도 보았던 패턴이니까. 본편으로 들어가면 또다른 반가운 패턴들이 반기고 있다. 신무강이 틈만 나면 무릎차기로 그로기 넣고 명월 무월도 모자라서 해태를 끌고 오는 거나, 토우장군의 쿵쿵따까지.

▲ 야잇 뭐만 하려고 하면 바로 무릎차기에 무월의 발차기 콤보까지, 성가시다

무공이나 상태 이상 관련 시스템이 바뀐 터라 합격기로 특정 패턴을 끊어낸 다음, 장악해서 극딜하는 개념은 없어지긴 했다. 대신 특정 패턴을 소울패링으로 튕겨내서 기절시킨 뒤 극딜하는 식으로 대체한 터라, 완벽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옛날에 공략하던 그 시절이 잠시 떠올랐다. 여기에 블소2에 추가된, 시간의 모래시계를 빨리 모아서 전멸기를 파훼하는 새로운 패턴도 눈에 띄었다. 보기엔 그냥 단순해보이지만, 의외로 염화대성의 그림자들의 훼방에 한 번이라도 맞으면 바로 연타를 맞는 구도라 방심할 수는 없었다.


▲ 브레스에 구르기까지, 무공이 달라져서 대응법은 살짝 바뀌었어도 근간은 비슷하다

▲ 시간축이 뒤틀렸다는 설정을 활용한 블소2의 패턴, 한 번 삐끗하면 연타로 맞으니 주의

그리고 마침내 6월 29일 열린 '바다뱀 보급기지'는, 일반 바다뱀 보급기지에 24인용 필드 던전으로 나온 '폭풍의 바다뱀 보급기지'의 요소가 더해진 구성이었다. 아마 블소와 스킬 구성이나 효과, 그리고 세팅하는 비용이 달라져서 저항기나 얼음꽃으로 발라라의 끓는 물을 대비하기 힘들기 때문에 고른 차선책이었을 것이다.

던전 구조는 엄밀히 말하자면 조금은 축소됐다. 그도 그럴 것이 경공이나 점프가 전작에 비해서 많이 현실적(?)으로 바뀌었으니, 예전의 그 거리를 블소2의 경공으로 건너가기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이번에는 수라 난이도가 아닌 초행~어려움 난이도부터 1구간, 2구간으로 나눈 건 조금 아쉬울 따름이었다. 바다뱀 보급기지하면 발라라-태장금-막소보-포화란 4단계를 다 거치는 걸 생각할 텐데, 이번에는 발라라-태장금까지만 나왔으니까.

▲ 아니 태장금까지만 나왔다니 이 무슨 소리요

그런 아쉬움이 느껴지는 또다른 이유는, 그 옛날 바다뱀 보급기지 공략할 때의 느낌을 꽤나 잘 살려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보스인 발라라부터 끓는 물, 날아오르기, 연발어뢰 등 상징적인 패턴을 단순히 외형만 구현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스펙빨로 밀어붙이는 형태가 아닌, 블소2에 구현한 여러 시스템을 활용해서 이 패턴을 공략하게끔 설계한 게 체감이 될 정도였다. 오죽하면 원래 역사였다보니 발라라가 기절했을 때 "어 저거 장악하지 않으면 튀어오르는데!" 싶어서 장악 키를 찾다가 "아 여긴 없지"라는 생각에 잠시 민망해지기도 했을까.

끓는 물은 얼음꽃 대신 얼음게로, 연발어뢰는 막기로 대미지를 경감시키고 날아오르기 타이밍에 맞춰 소울패링으로 대처하는 등, 대응 패턴은 다소 달라지긴 했지만 그 바뀐 틀 안에서 '공략'의 재미는 살아있었다. 전작에서는 돌진 때 막기로 튕겨내서 기절시킨 뒤, 역사가 장악하면 그때가 극딜 타이밍이었는데 이제는 날아오르기 소울 패링 성공 후 기절시켰을 때가 극딜 타이밍이었으니까.

▲ 입구에서부터 그때 그 스멜이

▲ 끓는 물에는 얼음꽃이나 민들레 혹은 저항기지만, 무공 체계가 바뀌어서 얼음게를 터뜨리는 걸로 대체됐다

두 번째 보스 태장금도 100% 완벽히 똑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풍독술, 연화난무, 지뢰, 섬광탄, 시한폭탄 등 추억의 패턴들을 고스란히 구현해둔 것이 반가웠다. 풍독술 다음에 나무토막으로 반격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딜을 멈춘다던가, 섬광탄 이후 무작위로 시한폭탄 걸리면 그 유저가 최대한 일행과 떨어진 뒤 회피로 저항하는 등 공략법이 절로 생각나는 그런 구성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신다발이 등장하면 이를 한 명이 드리블로 몰고 어그로 끄는 것까지도 그 느낌이 살아있다. 그냥 단순히 신다발도 무시하고 극딜하는 구도를 줄이기 위해서 맵 곳곳에 지뢰들이 주기적으로 설치되는 등, 여러 가지 장치들도 눈에 띄었다. 실제로 더 어려운 난이도에 도전하는 유저들의 영상을 보면, 한 명이 신다발을 드리블하면서 신다발의 스킬로 지뢰를 꾸준히 터뜨려줘야만 다른 파티원들이 지뢰를 밟지 않고 안전하게 딜할 수가 있었다.

▲ 경공이 짧아져서 그런지 건너편까지 거리도 짧아졌고, 떨어져도 다시 올라올 수 있게 사다리도 만들어놨다

▲ 한 명이 신다발을 드리블하고 나머지가 태장금을 치는데...초행 난이도가 왜 이리도 아프죠

▲ 이 다음엔 시한폭탄인데...설마 나한테 걸린 건?

▲ 걸린 사람이 알아서 빠져주면서 터질 때 회피하기까지, 옛날 생각난다

그래서 '바다뱀 보급기지'는 희생의 무덤과 달리 한 던전이 통째로 나오지 않고 발라라-태장금, 막소보-포화란 이렇게 묶어서 로테이션으로 나온다는 것이 너무도 아쉬웠다. 사전에 포화란의 초대장 퀘스트를 할 때 포화란의 그 '바베큐'로 불리는 질주 쳐올리기-대공연사 콤보에 유탄, 기관포 도약, 연사 등 패턴을 맛보기로나마 체험할 수 있던 만큼, 과연 본편에는 어떻게 나올지 기대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앞서 발라라, 태장금의 완성도도 그 옛날 블소의 향수를 자극할 정도로 잘 다듬어졌으니, 더욱 더 기대감이 큰 상황이니 절단신공을 당한 것 같이 아쉬울 따름이다.

▲ 포화란의 패턴 일부를 미리 맛볼 수 있는 초대장 퀘스트, 이걸 깨야 바다뱀 보급기지 입장이 가능하다

▲ 속칭 '바베큐'를 여기서도 맛보게 될 줄이야




■ 필드 말뚝딜에 통제 Only? 1인 도전 시련 던전, 절대강자 블랙 이벤트


돌이켜보면 블소2는 희생의 무덤과 바다뱀 보급기지 이전부터 '컨트롤'과 '공략'이라는 요소를 더한 콘텐츠를 조금씩 선보이고 있었다. 초창기에는 필드 보스가 주류였을 때도 패링 컨트롤이 아예 없던 건 아니지만, 소위 '통제' 때문에 다수의 유저가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홍돈칠 퀘스트는 그래도 어느 정도 스펙이 안 갖춰진 유저 입장에선 회피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귀중한 기회이긴 하고, 각성의 회랑의 수호병도 그렇게 클리어하는 재미가 조금은 있지만 그게 아니고서는 체감할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작년 12월 8일에는 1인 도전 던전인 '시련 던전'을 추가하면서 조금씩 그 차이가 보였다. 깡스펙으로 자동사냥을 돌리면서 가끔씩 장판을 슬쩍 피해주는 게 전부가 아니라, 보스의 패턴에 맞춰 적극적으로 회피하거나 혹은 패링해서 기절시킨 뒤 극딜해야 하는 공략법을 적극 채택했기 때문이다. 전작의 컨트롤에 비하면 투박하긴 하지만, 보스 패턴을 보면서 대응한다는 그 '기본'을 만끽하기엔 충분했다.


시련 던전은 일주일에 3회씩 입장 가능하고, 매주 로테이션으로 보스가 변경되서 매번 똑같은 보스를 상대하는 매너리즘에서 조금은 탈피할 수는 있었도. 여기에 그간 필드 보스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일부 재료들을 수급할 수 있고, 영웅 소울로 나오는 보스들은 일류 이상 난이도에서는 영웅 소울까지 확률적으로 얻을 수 있는 등 과금이나 금화로 뽑아서 돌려서 소울을 수집하고 도감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또한 리니지라이크의 필드 보스는 통상 쟁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에 일반 유저들은 참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비정기적으로나마 어떻게 해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블소2에서는 '보패' 시스템 추가와 함께 6월 2일부터 7일까지 이벤트 기간 동안만 등장하는 월드 보스 '절대강자 블랙'을 선보였다. 일반 필드에서 등장하는 월드 보스임에도 출현 시간에 한해서 필드를 PK가 불가능한 안전 필드로 변경, 쟁이나 막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월드 보스 공략의 재미를 살리게 했다. 여기에 월드 보스 또한 소울 패링으로 패턴을 튕겨내고 기절시켜서 극딜하는 컨트롤 요소도 나름 갖췄다.

물론 시련 던전은 정해진 보스를 로테이션식으로 하고, 절대강자 블랙 이벤트는 일주일 밖에 진행하지 않는 등 메인으로 내세우기엔 부족한 면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필드에서 자동사냥이나 장판이나 조금씩 피해주고 회피나 찔끔찔끔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블소2'의 요소를 고민하고 있는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까.

▲ 필드 보스 이벤트인 '절대강자 블랙을 막아라'에서는

▲ 절대강자 블랙이 등장하는 구역을 PVP 불가로 일시적으로 변경, 유저 모두가 안심하고 공략하게끔 했다



■ 기대만큼이나 실망이 컸던 블소2,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블소2가 출시됐을 무렵을 떠올린다면 아마 믿기 어려운 말일 것이다. 블소1의 맛을 계승하거나 발전시킨 것도 아니고, 그 '향'이 난다고 립서비스로라도 말하기 힘들었던 게 블소2의 초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리니지에 블소를 끼얹은 형태였다고 할까.

아예 예상을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설마 트릭스터M에 이어서 블소2까지 똑같은 전철을 밟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적어도 어느 정도 BM을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블소'의 아이덴티티는 조금은 이어가겠지, 싶었다. 특히나 블소는 예전에 블소 프론티어 월드라는 흑역사가 있었으니, 더더욱 그럴 거란 생각은 없었다. 언리얼 엔진4 리마스터에서 살짝 방향을 틀어서 나온 '블소 프론티어 월드'는 모바일-PC가 연동이 되긴 했지만 초반부터 막피가 되고 자동사냥 추가에 내력회복기 대신 회복제를 먹어대고 저항기나 합격기도 없어서 호된 비판을 듣지 않았나. 그러다가 1년 뒤 서버를 내리기도 했고.

▲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블소 프론티어 월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 만큼, 블소2의 첫 인상은 실망스러웠다. 모바일-PC 크로스플레이 기반이니 광고에서 언급한 것 같은 수준의 역동적인 게임까지는 기대하진 않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블소'의 느낌이 아니었다. 그나마 리니지보다는 처음에 스킬 더 많이 주고 구하기도 비교적 쉬우니, 사냥할 때 좀 더 스킬 쓰는 맛은 있었고 물리 효과나 회피, 패링 등은 구현된 상태라 손맛은 좀 더 있긴 했다. 그렇지만 그것 갖고 '블소'라고 하기엔 부족하기 그지 없었다. BM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유저들의 냉담한 반응에 엔씨소프트는 출시 후 하루만에 사과문을 올리면서 영기 없이도 비각인 시스템을 얻을 수 있게 바꾸는 등 서비스 개편을 약속했다. 그리고 새로운 던전과 이벤트를 내놓기 시작했지만, 무언가 뚜렷한 느낌을 주기엔 다소 부족했다. 유저들이 '블소'하면 떠올릴, 컨트롤이나 패턴 파훼 같은 그런 요소가 거의 없이 반복사냥과 스펙업만 하는 구도에 필드 보스 하나 잡으러 가려면 통제라는 벽을 넘어야만 하는 '리니지'가 연상되는 구도가 더 많았으니 말이다.

▲ 결국 유저들의 반발에 출시 하루만에 영기 시스템 개편 등을 발표했다

엄밀히 말해서 지금의 블소2가 그 허물을 완전히 벗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작의 핵심이었던 컨트롤을 살려서 공략하는 인던이 하나둘 추가되긴 했지만 전작에서 이미 구축한 것을 다듬어서 갖고 온 것이었다. 그마저도 완벽히 핵심 콘텐츠는 아니고, 그 콘텐츠에 접근하기까지 과정도 많이 완화는 됐다고 하지만 녹록치는 않다. 맛보기까지는 어찌저찌 간다고 하지만, 그 다음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 스펙을 올리는 구조 자체에 '리니지' 스타일의 흔적이 남아있어서 접근이 쉽지 않다.

그나마 영웅급 장비를 확정으로 주는 패키지에 전설 소울을 확정으로 주는 패스 상품, 신규-복귀 유저를 위한 이벤트 등 리니지라이크의 고질적인 문제인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긴 하다. 실제로 블소2를 출시 초 5일만 하다가 4월에 복귀해서 염화대성과 포화란 얼굴은 보겠다고 패키지 몇 개 지르고 꾸준히 해서 초행 문턱은 넘겼으니까. 그러나 한 번 데였던 유저들의 반감을 식히기엔 충분할지 의문이다. 전설 소울 암주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 패스가 나오고, 6월 포화란 예고가 나왔던 그 다음 주에 바로 기간 한정 영구 컬렉션을 판매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 스펙을 더 올리기 위한 컬렉션과

▲ 원조인 문양 시스템의 매운맛은 확 줄이긴 했지만 구조는 비슷한 운명의 성도 등, 성장 구조 근간은 리니지류다

▲ 그나마 영웅급 무기는 던전 클리어 스펙까지만 올리면 쉽게 제작, 상위 무기로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어느 덧 1주년이 얼마 안 남은 블소2의 현 성적은 썩 만족스럽지 않다. 그렇기에 어찌보면 비장의 카드이자, 블소 전성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두 던전을 준비해서 이렇게 내놓았을 것이다. 던전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았고, 그간 쌓인 문제에 대해서 풀어가려는 시도는 있지만 그간 쌓인 것을 한 번에 해소하긴 쉽지 않았다. 또다른 문제는, 염화대성과 포화란이라는 두 무기를 벌써 꺼냈다는 점이다.

물론 염화대성, 포화란 말고도 해무진, 흑풍마녀 등 블소2에 아직 나오지 않은 블소의 네임드들은 여럿 있다. 그러나 블소2식으로 재해석한 액션을 어필하기 위해서 전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네임드를 앞당겨서 갖고 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그간 블소2 자체의 스토리나 캐릭터, 액션 빌드업 어필이 잘 안 됐다는 방증 아닐까. 시련 던전 등으로 시도는 했지만, 공홈 메인에 대문짝만하게 실었을 때 블소2 보스들과 블소의 보스들의 무게감은 비교가 안 됐으니까.

다행히 그때 그 맛을 블소2의 틀 안에서도 녹여내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그 시도를 바탕으로 블소2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일말의 희망은 있다. 물론 원체 쌓인 게 많으니, 그 벽을 허물고 지켜보게 만드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긴 하다.

그나마 블소2는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 중 콘텐츠뿐만 아니라 그래도 공식 방송을 다른 곳이 아닌 공식 채널에서 큰 업데이트마다 하고 방송 보상도 꽤나 챙겨주는 데다가 리니지라이크에서는 잘 공개해주지 않는 스탯 공식 같은 요소까지 정리해주는 행보를 보였기에 이렇게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지라. 신뢰를 이야기하기에는 한참 부족하겠지만, 티끌만한 것이라도 조금씩 증명해나가는 게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1주년에 앞서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면서 재정비를 하고 있는 블소2가 그 업을 조금씩 털고 새출발을 할 기틀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부진한 상황을 잠깐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끝낼지 지켜볼 필요는 있어보인다.


▲ 정작 파티의 주인공이 조금 늦게 오긴 하지만, 블소2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