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 배열이지만 방향키가 있다? 하이퍼엑스 알로이 오리진 65

"뭐야 이게 무슨 키보드야"

20년 동안 풀배열 키보드를 사용하다 처음 텐키리스 제품을 사용했을 때의 느낌이 딱 그랬다. 어렸을 때야 MMORPG를 즐겼을 시절이라 넘버 패드를 잘 썼지만 최근 몇 년간 즐겼던 게임은 홈 키나 페이지 업 버튼으로 물약을 먹거나 스킬을 쓰는 방식이 아닌 데다, 마우스에 욕심이 생기면서 풀배열 키보드의 불편함을 깨닫게 되어 지금은 텐키리스 키보드만을 고집하고 있다.

또 한 번 설득이 될 것 같다. 텐키리스 키보드보다 작은 포커 배열 키보드에는 관심도 없고 욕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웬걸, 글로벌 브랜드들이 65배열이라는 규격의 키보드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60배열이라고도 부르는 포커 배열 키보드의 진입장벽은 다름 아닌 방향 키의 부재였는데, 'HYPERX ALLOY ORIGINS 65(이하 하이퍼엑스 알로이 오리진 65)'는 무려 방향 키가 탑재된 포커 배열의 키보드다.

또 하나, 해당 제품을 통해 해외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하이퍼엑스의 아쿠아 축(넌클릭)을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아쿠아 축은 넌클릭 방식으로 유명한 체리 갈축과 비슷한 스위치로, 하이퍼엑스에서 자체 제작하고 있다. 비록 키보드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보기가 힘들겠지만 타건음만큼 청량하고 밝은 민트색이 매력적인 스위치다.

▲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던 하이퍼엑스의 넌클릭 스위치, 아쿠아 축이 드디어!

▲ 하이퍼엑스 알로이 오리진 65(아쿠아) 타건 영상





방향키가 있다고? 그럼 작을수록 좋지~


  • HYPERX ALLOY ORIGINS 65 게이밍 키보드 (아쿠아)
  • 구분 : 유선 65% 폼팩터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
  • 스위치 : 하이퍼엑스 AQUA(넌클릭) / 하이퍼엑스 RED(리니어)
  • 제품 구성 : 키보드 / 케이블 / 키캡 리무버 / 추가 포인트 키캡(ESC, 스페이스 바)
  • 디자인 : 스텝스컬쳐2 / 비키 스타일
  • 키캡 : PBT 이중사출 키캡
  • 케이블 : 탈착식 / 1.8m / 직조(패브릭) 케이블
  • 크기 및 무게 : 315 x 105 x 37 (mm) / 850g(케이블 미포함 무게)
  • 소프트웨어 : HYPERX NGENUITY 지원 (게임 모드, 조명효과 및 매크로)
  • 보증기간 : 2년
  • 기능 : 100% 안티 고스팅 / 1000Hz 폴링 레이트
  • 가격 : 129,000원 (22.06.30 공식 판매처 기준)

  • 60% 폼팩터의 포커 배열의 키보드는 확실히 어색했다. F1~F12가 없는 것도, 홈 키를 비롯하여 Insert, Delete 등의 버튼이 없는 것도. 이 제품을 만나기 전까지 어떤 부분이 가장 불편했나를 정확하게 생각하지 못했으나, 하이퍼엑스 알로이 오리진 65를 사용해 보니 가장 어색했던 것은 역시 방향 키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향 키를 사용하지 않는 게임을 즐긴다 한들, 기사를 쓸 때도 인터넷을 사용할 때도 곧잘 방향 키를 사용하는 나로서는 텐키리스 디자인 이하로 사용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이퍼엑스 알로이 오리진 65는 보는 순간 "이건 쓸 수 있겠다" 싶어 바로 일주일 정도 사용해 봤다.

    ▲ 하이퍼엑스 알로이 오리진 65 키보드

    ▲ 이제는 국내에서도 아쿠아 축(넌클릭)을 만나볼 수 있다!

    ▲ 설명서와 키보드 본체가 반겨준다

    ▲ 제품 구성은 키보드 본체와 설명서, 탈착식 USB 케이블과 포인트 키캡(ESC, 스페이스 바) 그리고 키캡 리무버

    ▲ 딱 봐도 스위치의 색상(레드, 아쿠아)에 맞게 증정되는 제품으로 보인다


    ▲ ㄱ... 귀여워!

    ▲ 공식 사이트를 찾아보니 역시 스위치에 따라 포인트 키캡이 다르다

    ▲ C타입 연결 방식을 채택하여 높은 폴링레이트를 제공한다

    ▲ 자 이제 키보드 본체를 살펴보자

    ▲ 전면에서 봐도 축 덕분에 느낌이 산다

    ▲ C타입 단자를 매립형으로 설계하여 내구성을 높였다

    ▲ 후면에는 모서리마다 미끄럼 방지 패드가 부착되어 있다

    ▲ 초콜릿이 생각나는 측면사진

    ▲ 3개의 타입으로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 키캡은 번들거림이 없는 PBT 재질을 채택했다


    ▲ 주나 마나한 플라스틱 제품이 아닌, 스틸 와이어 형식의 키캡 리무버가 동봉되어 있다

    ▲ 유명한 해외 특주 축이 떠오르는 청량한 민트색이 돋보인다

    ▲ 키캡을 살펴보자

    ▲ 최고의 마감! 정도는 아니어도 동 금액대에 높은 수준의 마감을 보여준다. PBT 재질인 것에 만족을~!

    ▲ 크기가 줄어든 만큼 F1~F12가 없는 것은 아쉽다. 특히 작은 따옴표와 물결을 쓰기 위해서는 펑션 키가 필요하다

    ▲ HOME, Delete, 페이지 업 및 다운을 제외하고는 펑션 키가 필요하다

    ▲ 동봉된 포인트 키캡을 장착해보자. 스페이스 바 키캡을 제거하는 꿀팁을 공개한다

    ▲ 은은하게 보이는 아쿠아 축과 찰떡궁합이다


    ▲ PC와 연결하면 LED가 반겨준다

    ▲ LED는 스위치 상부에 부착된 돌출형이다


    ▲ LED가 곁들여지니 포인트 키캡의 존재감이 부각된다

    ▲ RGB는 전용 어플리케이션인 HYPERX NGENUITY에서 설정이 가능하다

    ▲ LED를 예쁘게 표현하는 포인트 키캡





    국내에 들어오지 않던 하이퍼엑스의 넌클릭 스위치, '아쿠아'

    ▲ 계속 궁금했었던 하이퍼엑스의 넌클릭! 아쿠아 축

    한 3년 전까지만 해도 체리 축을 사용하는 업체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글로벌 게이밍 주변기기 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스위치가 탑재된 키보드를 취급하고 있다. 사무용 키보드로 눈을 돌린다면 쉽게 찾을 수 있으나, 게이밍 키보드에서는 이젠 체리 축을 사용하는 브랜드를 찾기 힘들 정도.

    지금이야 유니크하지 않지만, 그때 당시 하이퍼엑스의 행보는 특별했다. 모든 브랜드에서 체리 스위치가 탑재된 키보드를 판매하고 있을 때, 스위치 제작 과정의 동영상을 보여주는 등 자사에서 생산된 스위치 대한 신뢰성을 적극 홍보했다. 그리고 2022년인 지금, 대부분의 키보드 관련 브랜드들은 자사 스위치가 탑재된 키보드를 판매하고 있다. 결국 하이퍼엑스가 맞았다는 얘기.

    말은 거창하게 했으나, 체리 스위치에 비해 월등히 좋거나 그렇다고 어떤 부분이 안 좋다는 없다. 현재도 유행하고 출시되는 모든 스위치들은 체리사의 스위치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말소되며 시장이 커졌으니 이 정도면 체리축을 생각하지 않고 얘기하는 것도 우습기도 하다. 공통적으로 하이퍼엑스 스위치는 5천만 번의 키 프레스 수명을 갖춘 체리 축보다 높은 8천만 회의 키 프레스 수명을 갖추고 있다.

    ▲ 좌: 하이퍼엑스 아쿠아 축 그래프 / 우: 체리 갈축 그래프

    3가지의 리니어, 넌클릭, 클릭형 스위치를 자체 개발하고 있는 하이퍼엑스 스위치 중 개인적으로 넌클릭 방식의 아쿠아 축이 궁금했었다. 넌클릭 방식의 스위치들이 소리, 촉각 등으로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그만큼 차별점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보급되는 다양한 특주 축들을 확인해 보면 넌클릭 시장이 가장 활발하다.

    하이퍼엑스 아쿠아 축은 체리 갈축에 비해 약간 무겁고 반발력이 있다. 촉각형 스위치라고도 부르는 넌클릭 스위치의 매력이라 얘기할 수 있는 경쾌하고 쫀득한 키감을 선사하기 위해 이렇게 설계한 것으로 보이며, 그래프로 비교했을 때도 체리 갈축에 비해 가파른 구간이 하나 있었다. 또한 체리 갈축에 비해 아주 미세하게 걸림이 약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 넌클릭 계열의 스위치는 적당한 소음과 재미,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무난한 스위치다






    만년 텐키리스 유저, 이 정도면 마지노선 갱신!

    ▲ 포커 배열에 방향키가!! 그래서 덜 어색하다

    텐키리스가 내 게이밍 환경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업무까지 생각한다면 그게 맞지만, 적어도 게임할 때를 생각한다면 하이퍼엑스 알로이 오리진 65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 정도 사용해 보며 큰 불편함이 없었고, 더 넓어진 마우스 사용 공간 덕분에 어깨나 손목이 좀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텐키리스 키보드를 사용하는 유저들 중, 나 같은 고민이나 함정에 빠진 게이머들도 많을 것이다. 텐키리스에 이제 막 적응을 하면 풀배열에 비해 넓어진 마우스 사용 공간이 매우 만족스럽게 느껴지지만 한순간이다. 더 줄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포커 배열 키보드를 검색해 봤을 것이다. 반 토막 정도 난 것 같은 기괴한 배열 때문에 페이지를 닫는 것은 덤.

    하이퍼엑스 알로이 오리진 65처럼 방향 키가 있는 경우, 조금은 설득이 되더라. 심지어 가격이 15만 원~20만 원 정도 했더라면 엄두도 안 냈을 텐데 한 달 정도 절약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도 꽤 매력적이었다. 60배열 키보드를 취급하고 있는 경쟁사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을 살펴보니 20만 원 초반이 둘, 15만 원 정도가 하나였다. 텐키리스 키보드로도 마우스 공간이 만족되지 않는 게이머라면 타사 대비 저렴한 하이퍼엑스 알로이 오리진 65를 고려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 좋은 장비로 게임을 안 해볼 수 없지. 리듬게임 '알투비트' 플레이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