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e스포츠는 지난 2019년 e스포츠 전문 아카데미 '젠지 엘리트 이스포츠 아카데미(GEEA)'를 설립했다. 당시 GEEA는 기존 e스포츠 학원들과는 차별화된 커리큘럼으로 관심을 모았는데, 미국 고등학교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거다. 등용문이 좁은 프로 데뷔만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e스포츠 업계 취업이나 해외 유학 등의 대안을 제시해 진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현재, GEEA는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GGA)'로 사업을 확장해 더 다양한 과정과 커리큘럼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e스포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일반인들을 위한 온라인 프로그램 'GGA 플레이'. 오프라인 밀착 수업이 가능한 'GGA 플레이 프로', 프로 진출을 위한 특별 과정 'GGA 프로', 대학 진학을 위한 GEEA, e스포츠 취업을 목표로 하는 '이스포츠 마스터 트랙(EMT)' 등 다양한 과정으로 구성됐다.

각 과정을 리드하는 강사진 또한 익숙한 얼굴이다. GGA의 강사진은 각 종목에서 꽤 이름을 알렸던 전 프로 선수로 구성되어 있다. 다. 인벤은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헬리오스' 신동진, 배틀그라운드 종목의 '씨유레카' 박규태, 발로란트 종목의 '타이롱' 김태영, 오버워치 종목의 '위키드' 최석우 강사를 만나 GGA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헬리오스' : GGA에서 LoL 반을 맡고 있는 '헬리오스' 신동진입니다. 반갑습니다.

'씨유레카' :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에서 배틀그라운드 코치를 하고 있는 '씨유레카' 박규태라고 합니다.

'타이롱' : GGA에서 발로란트 종목 전반과 GEEA(젠지 엘리트 이스포츠 아카데미) 클래스를 맡고 있는 '타이롱' 김태영이라고 합니다.

'위키드' : GGA 오버워치 코치를 맡고 있는 '위키드' 최석우입니다.


Q. 어떤 기회로 GGA에 합류하게 됐나요?

'헬리오스' : 저 같은 경우에는 이제 '빙고' 코치님이 물어보시더라고요. 학생들 가르치는 것에 대해 생각이 있냐. 그전에는 남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전역하고 좀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좋은 기회를 잡고 싶다는 생각에 일하게 됐습니다.

'씨유레카' : 저는 2020년 여름쯤에 배틀그라운드 아카데미 코치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타이롱' : 2019년도에서 팀 계약이 끝나고 쉬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경쟁적인 프로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거든요. 선수를 지도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고, 그걸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현재 서울 다이너스티 스카우터로 계시는 '라임'님 추천으로 2020년 8월에 지원을 해서 입사하게 됐습니다.

'위키드' : 저는 작년 1월 초에 '타이롱' 코치님에게 연락을 받고 GGA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Q. GGA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GGA가 어떤 곳인지 설명해주세요.

'타이롱' : GGA는 체계적인 e스포츠 교육 시스템을 정립해 차세대 인재를 육성하고, e스포츠 접근성을 높이고자 설립됐습니다. 초기에는 e스포츠 업계 진출 또는 미국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인 GEEA 중심으로 운영됐으나 현재는 개편을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과정을 제공 중입니다. 온라인 취미반인 GGA 플레이부터 시작해서 오프라인으로 운영되는 플레이 플러스, 프로를 지향하는 학생을 위한 프로, 유학 특기생까지 가능한 GEEA 등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e스포츠 산업 취업 프로그램인 EMT(이스포츠 마스터 트랙)도 있습니다.


Q. 발로란트와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이전에는 없던 신설 과목으로 알고 있습니다.

'타이롱' : 새로운 과목을 개설할 때는 해당 종목이 글로벌하고, 산업 기반이 탄탄한지를 기준으로 둡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LoL과 오버워치로 시작을 했고요. 최근 들어 발로란트를 추가하게 된 이유는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가 이끄는 리그의 청사진이 탄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발로란트 대학 리그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Q. 각 과정에 대한 좀 더 세부적인 설명도 듣고 싶습니다. GGA 플레이는 어떤 과정인가요?

'씨유레카' : 플레이 같은 경우에는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분들이 접할 수 있는데, 취미로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방향성을 잡고 있습니다. 한 단계 더 심도 깊은 수준의 코칭을 받을 수 있는 플레이 플러스도 있습니다. 플러스의 경우 대면으로 진행됩니다.


Q. 온라인 수업의 장단점이 있잖아요. 실제로 해보시니 어떤가요?

'씨유레카' : 온라인 수업은 집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어디에 있어도 참여가 가능합니다. 보통 e스포츠 아카데미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경향이 있는데, 지방에서도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단점이라 하면, 얼굴을 보고 진행하는 게 아니다 보니 수강생 분들이 집중을 하고 있는지 그 표정을 볼 수 없어요. 저는 그 점이 조금 불편하더라고요.



Q. GGA 플레이 플러스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고요?

'헬리오스' : 종목마다 조금 다른데, LoL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 정해진 시간에 와서 3시간씩 배우고 갑니다. 평일반은 주로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오는데요. 학원 오는 것처럼요.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17~18세 학생들이 많습니다. 프로반으로 가기 위해 실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커리큘럼은 이론 수업도 있고, 또 LoL이 패치를 되게 자주 하잖아요. 메타 변화와 그에 따른 좋은 챔피언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스킬 업 세미나도 있고요. 항상 옆에 있으니까 정보를 바로 전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Q. 프로반은요?

'위키드' : 학생들은 주 3회 등교를 합니다. 최대한 실제 프로 팀과 비슷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올 때마다 스크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학생들을 모아서 팀 피드백도 진행하고, 따로 개인 피드백까지 진행합니다.

'헬리오스' : LoL 프로반에 있던 친구가 프로팀 3군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들어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와서 직접 가르쳐보니 챔피언 추천 같은 걸 받았을 때 폭발적으로 티어가 오르더라고요. 다이아몬드 상위권 머물던 친구들이 마스터 구간에 진입하기도 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유지도 잘해요. 이런 거 보면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을까 싶어요.


Q . GEEA는 학교에 가까운 커리큘럼이라고 들었습니다.

'타이롱' : 오전에는 국제 학교에 등교해서 수업하고, 오후 12시 쯤에 GGA 건물로 옵니다. 1시부터 5시까지 e스포츠 수업 진행하고, 개인 의사에 따라 9시까지 자율학습하는 경우도 있어요. 엘리트와 협업해서 진행하는 국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 따라서 특화된 학업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Q. 프로 씬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신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때의 코칭과 지금의 코칭에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헬리오스' : 아카데미 코치로 전향하고 느낀점 중 하나는 학생들은 피드백을 들으면 실력이 늘 수밖에 없는데, 생각만큼 잘 따라와 주지 못하면 아쉬울 때가 있어요. 그래도 열심히 해서 티어 올리는 거 보면 뿌듯함도 커요. 

'타이롱' : 이게 프로게이머를 하다가 바로 강사로 왔을 때 많이 느끼는 감정이긴 해요. 프로게이머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는 기본 소양, 그런 게 사실 아이들한테는 없는 게 당연하거든요. 그 괴리감이 생각보다 큽니다. 또,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티어를 올리고 프로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로를 결정하거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멘토링을 어떻게 해주냐가 중요합니다.

'씨유레카' : 저는 프로 생활할 때 긴장도 많이 하고, 압박감도 심한 편이었어요. 그래서 나서서 뭘 하자고 하기 보다는 내 역할만 맡아서 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근데, 코치를 하면서부터는 책임감도 생기고, 아이들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나가려고 하게 됐어요. 프로 팀 코칭과 차이점은, 사실 프로 팀에서는 좀 쉬웠죠. 방향성만 잡아주면 같이 의견 조율하면서 맞춰가면 됐으니까료.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하고요. 그래도 피드백 받고 성장하는 모습 볼 때는 재밌기도 하고, 보람도 느껴요.

'위키드' : 저같은 경우에는 현역 선수로만 활동했다 보니까 누구를 가르쳐 본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고티어 쪽에서는 당연하게 되던 것들이 저티어에서는 안 되다 보니까 그 감을 잡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적응했는데, 처음에 그 부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어요.


Q. 학생 연령층은 어떤가요? 취미반은 굉장히 다양할 것 같은데요.

'씨유레카' : 오프라인 수업에서 10대 학생들을 자주 봅니다. 절반 정도는 부모님이 한번 시켜보고 싶다고 하시면서 왔고, 나머지는 학생이 워낙 재미있어 하니까 지원해 주자는 뜻으로 오셨어요. 또,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와서 수업을 들은 것도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헬리오스' : LoL 플레이 플러스 주말반 오시는 분 중에 35, 37살이신 분들이 있어요. 취미로 오셨는데, 게임을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와서 정말 열심히 배우고 가셔요. 대회 보는 것도 좋아하신다고 하고. 정말 건전한 취미인 것 같아요.

'씨유레카' : 아, 배틀그라운드 플레이 과정에 41살 학생분도 계십니다. 수업 끝나고 어떠셨냐고 따로 물어봤는데, 만족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최근에는 연령대가 정말 다양해졌어요.

'위키드' : 오버워치에도 40대 남성분이 플레이를 수강하신 적이 있어요. 근데, 이제 팀을 짜면 10대 학생들과 섞이게 되잖아요. 게임하다보면 급할 땐 반말도 튀어나오고 하는데, 그거 관련해서 난감했던 기억도 있어요.



Q. 또, 강사님들 모두 현역에서 한자리 하시던 분들이잖아요. 학생들 반응도 궁금합니다.

'타이롱' : 저는 온라인 담당자지만, 가끔 플러스 학생들 만나면 '타이롱' 님 팬이라고 해요. 그럼 제가 '나 국가대표 했을 때 너네 초등학생일 텐데 나를 어떻게 아냐'고 묻거든요. 근데, 다들 어렸을 때부터 나이 제한 깨고 몰래 몰래 했었나 봐요(웃음).

'씨유레카' : 애들이 가끔씩 저도 잊고 있던 옛날 사진이나 영상을 어디서 발굴해서 한번씩 보여줘요. 그거 보면 흑역사 같은 것도 있고 해서 당황할 때가 있어요.


Q. 이제는 e스포츠 아카데미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젠지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위키드' : 개인적으로 젠지가 너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미국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e스포츠 산업 취업 프로그램처럼 다양한 목표를 지닌 과정들이 있다는 거예요. 저도 GGA에 들어오면서 이런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는데, 제가 학생이라면 엄청난 메리트를 느낄 만한 수업들이 굉장히 많아요.

'타이롱' : 제일 차별화 되는 건 말씀하신 대로 게임을 하면서 특기생으로 유학을 준비할 수 있다는 거죠. 또, 프로 출신 강사가 대부분이라 그 경험을 굉장히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GGA를 다니면서 사회적인 면에서 성장한 친구들도 많아요. 피드백 과정을 통해서 소통하고, 수용하는 것도 많이 배우게 되거든요. 예전에 방과 후에 태권도 많이 보냈잖아요. GGA도 단순한 게임 학원을 뛰어 넘어 그런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Q.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타이롱' : 많은 학생들이 게임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서 프로의 문을 두드립니다. 근데, 몇몇은 단순히 공부가 하기 싫어서 수단으로 게임을 이용하기도 해요. 게임을 배우는 것도 공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GEEA 같은 경우에도 게임에 몰두하다가 졸업할 즘에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고 게임 실력을 향상 시킬 때 쓰던 집중력이나 피드백 때 쓰던 이해력을 공부에 적용해 성적이 오른 친구들이 많아요. 저도 아이들이 보는 학업과 게임의 차이, 그 벽을 하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지도자이자 선생님으로서 개인적인 목표를 듣고 싶습니다.

'헬리오스' : GGA에 와서 게임을 배우는 건 기본이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저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사람이 됐으면 해서 신경을 좀 더 써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임도 배우고, 인성도 같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진짜 프로가 된다면 게임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선수로, 만약 못 된다 하더라도 최소 부모님에게 효도할 수 있는 아이가 됐으면 합니다. 처음 GGA에 왔을 때만 해도 게임만 열심히 가르치려 했는데, 이제는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1인분 이상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자는 생각이 큽니다 .

'씨유레카' : 첫 번째는 저한테 배운 아이들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실력이 되도록 가르치는 거고요. 두 번째는, 제가 프로 준비를 늦게 시작했고, 데뷔 했을 때 나이도 많았어요. 그래서 제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에게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요. 마지막은 제가 코치를 계속 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아직도 e스포츠 쪽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장난치는 곳이 많아요. 그런 곳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주고 싶습니다.

'타이롱' : 두 강사님들과 비슷한데, 솔직히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 재능은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거에 실망하지 않고 다른 쪽에도 길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그걸 경험시켜주고, 실행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감정, 그 배경 속에 제가 항상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위키드' : 놀랐던 게 앞에 코치님들이 해주신 말씀이랑 제 생각이 되게 비슷해요. 지금 이 인터뷰를 함께 하면서 배운 점도 있고요. 저도 '타이롱' 코치님과 비슷하게, 학생들이 여기서 느끼고 배운 것을 나중에 프로를 하거나, 사회에 나가 다른 일을 할 때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알려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