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게임이 있습니다. 온갖 복잡한 컨셉과 기믹, 눈이 빠져라 텍스트를 읽어야 겨우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조작과 결과라는 게임의 원초적 재미에 집중한 디자인, 동시에 그저 그런 인디게임으로 묻혀버리지 않고 수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받은 끝에 당당히 성공을 거둔 게임. 바로 '폴가이즈'입니다.

게임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부터 인기는 좋았습니다. 게임에 이렇다 할 깊이는 없었지만, 그만큼 쉽게 익숙해질 수 있었고 단순하면서도 재미있었거든요. 이후 2년 간, 폴가이즈는 총 여섯 번의 시즌을 진행했고, 집중해 플레이할 게임은 아니지만 파티 게임으로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 개발사인 '미디어토닉'이 에픽 게임즈에 인수되었고 6개월이 지난 지금 게임 전면 무료화가 진행되었죠.

이에 따라, 지난 6개의 시즌은 레거시 시즌으로 남게 되었고 새롭게 시작될 '우리 모두 무료 플레이'가 새로운 첫 시즌이 되었습니다. 이번 시즌 또한 지난 시즌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의상과 게임 모드가 추가되었지만, 가장 큰 변화점은 그게 아닙니다.


지난 2월 말, 폴가이즈는 PC와 PS간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두 플랫폼에서 서로 각자 게임을 즐기는 형태였지만, 이때부터는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게임을 즐겨도 문제 없이 파티 플레이를 할 수 있었죠. 그리고 6월 21일, 게임이 전면 무료화되면서 XBOX와 닌텐도 스위치가 이 대열에 참여했습니다. 이젠 스위치, XBOX, PS, PC유저가 모두 모여 한 방에서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모니터만 충분하다면 말이죠.

여기서 궁금한 건,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할 때 얼마나 매끄럽게 돌아가는지입니다. 플랫폼에 따라 문제가 발생한다거나, 연결 중 끊어지는 일이 빈번하다면 솔직히 할 수 있다 해도 그리 기껍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내친김에 세 종의 콘솔과 PC를 챙겨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보기로 했습니다.

▲ 인벤X에픽게임즈 드림팀 완성(한 번도 우승 못함)


▲ XBOX 시리즈S와


▲ 일반 PC


▲ 닌텐도 스위치


▲ 그리고 메인 화면을 차지한 PS5로 한 팀을 꾸렸습니다.

게임 플레이는 느낌은 아주 매끄럽습니다. PC와 PS의 경우 전부터 플레이가 가능했던 만큼 단 1의 차이점도 없습니다.(PS5의 경우 업데이트가 진행되면서 이전 대비 로딩 시간 및 성능 향상 효과가 있습니다) XBOX또한 아주 매끄럽습니다. PC에 XBOX 패드를 물려 플레이할 때와 같은 느낌입니다. 미세한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이기에 게임 중 패드 진동은 많지 않은 편이지만, 카운트다운 등 별로 중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진동을 확실히 지원하더군요.

다만, 닌텐도 스위치는 아무래도 장치의 하드웨어적 한계 때문이라 타 플랫폼만치 편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조작 체계와 하드웨어의 성능이라는 어쩔수 없는 한계 때문에 그럴 뿐, 실질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실제 플레이 중에도 닌텐도 스위치로 플레이한 분이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명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증명한 바 있죠.

이번 시즌에 새로 추가된 게임 모드는 육각링, 배구, 스피드 서킷, 진격의 트랙, 통통 파티, 빙빙돌이, 블라스트 공으로 7종입니다. 모두 이전의 폴가이즈와 마찬가지로 딱 보면 알 정도로 어렵지는 않으나, 정신 놓는 순간 저 너머로 보내버리는 악독함을 지니고 있죠.

▲ 간단하다는게 쉽다는 말은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게임

그밖에도, 이번 시즌 시작과 함께 폴가이즈는 많은 점에서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들은 모두 '파티 게임'이라는 폴가이즈의 정체성과 같은 방향성을 지니고 있죠.

일단, 파티 내 음성 채팅이 지원됩니다. 심지어 다른 콘솔 간에도 음성 채팅이 됩니다. 또한, 공개되지 않고 지인들끼리 플레이 가능한 '커스텀 쇼'의 최소 인원도 줄어들어 이제 대부분 2인 플레이가 가능해졌죠. 식후 커피 내기를 할 때 가위바위보보다 더 고차원적인 승부 수단이 생긴 셈입니다.

그리고, '자동 잡기' 기능이 생겼습니다. 보통 높은 턱을 올라가거나 어딘가 매달려야 할 때 잡기 버튼을 눌러야 했지만, 이제 옵션에서 자동 잡기 기능을 켜서 보다 쉽게 지형을 극복할 수 있죠. 생전 처음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도 어렵지 않게 코스를 완주할 수 있게끔 돕는 기능입니다.

▲ PC나 PS에서, 그것도 돈 주고 사야 했을 때와는 다르다.


결과적으로,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폴가이즈'는 보다 많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파티 게임'이 되었습니다. 어느 플랫폼에서나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고, 계정 연동만 되어 있으면 진척도 연등이 되므로 놀러 가서도 쉽게 할 수 있으며, 음성 채팅 지원과 커스텀 쇼 개선, 전면 무료화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죠. '잘 만든 게임'이었던 이전의 평가를 넘어 너무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접근성 좋은 놀이 수단이 된 거죠.

애초부터, '폴가이즈'는 아쉬운 부분은 있을지언정 재미없다는 얘긴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땅딸막한 젤리빈들이 나와 시종일관 슬랩스틱을 이어가는 게임이 재미없을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이를 초월해 본격적인 멀티플레이 파티 게임으로서의 '각'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 라이트 게이머부터, 누군가와 함께 게임을 즐기고 싶은 코어 게이머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게임으로 거듭났습니다.

▲ '재미'로는 어디서 져본 적 없는 게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