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와 함께 확률형 아이템을 제공하는 게임 속 루트 박스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해온 네덜란드. 네덜란드 하원이 루트 박스의 도박 요소를 지적하며 법적 규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독민주당의 헨리 본텐발 하원 의원은 현지 시각으로 30일, 의회 공식 페이지를 통해 비디오 게임에서의 루트 박스 금지에 대한 동의안을 발표했다.

본텐발 의원은 성명을 통해 루트 박스가 도박의 한 형태를 포함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비디오 게임에서 소액 결제를 유도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거래가 중독성이 있으며 예상치 못한 금액 청구로 가계에 부담을 줄 수 있고 '파괴적인 결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18개 유럽 국가의 소비자 협회가 루트 박스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네덜란드 게임 당국의 규제 노력이 있었지만, 국가 평의회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직접적인 움직임으로 루트박스의 금지 가능성을 찾고 필요한 경우에는 법 개정 요구까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본텐발 의원이 밝힌 국가 평의회의 결정은 지난 3월 네덜란드 국가 평의회의 최고 행정 법원이 피파 얼티밋 팀 모드(FIFA Ultimate Team, 이하 FUT)에 포함된 팩이 도박법을 위반한다는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결정을 뜻한다.

지난 2019년 네덜란드의 도박 당국 이사회(Kansspelautoriteit, KSA)는 EA의 게임 FIFA에 포함되어 있는 FUT 팩이 확률을 통해 상품을 결정하고 경품에 따른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판단, 도박 라이선스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기간 내 중단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벌금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EA는 이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2020년 법원은 EA의 이의제기를 근거 불충분으로 기각했다.

네덜란드 최고 행정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022년 3월 최고 행정 법원은 팩 상당 부분에 현금 재화가 아니라 플레이가 관여하는 전제 조건이 있고 팩 구매와 별도로 서비스되지 않는 FUT 모드, 팩 내용물이 축구 경기를 하는 데 쓰이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바 있다.


한편, 본텐발 의원과 이번 성명을 함께 발표한 인원들도 눈길이 쏠리는 부분이다. 본텐발 의원 외에도 자민당의 퀴니 라이코브스키, 민주66당의 리사 반 히네켄, 기독교연합의 돈 시더, 사회당의 렌스커 레이턴, 녹색당의 카우트하르 바우할릭 등 6명의 의원이 성명에 참여했다. 연립 내각을 구성하는 기독민주당, 자민당, 민주66당, 기독교연합은 물론 사회당, 녹색당 등 야당 인사까지 루트박스 금지에 한목소리를 낸 셈이다.

양원제를 실시하는 네덜란드는 하원에 법안 발의 및 수정 권한이 있으며 법적 규제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이루어지는 만큼 실제 법안 발의 및 통과 가능성 역시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노르웨이 소비자 위원회가 의뢰한 보고서는 게임 내 루트박스가 착취적이고 약탈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한, 18개 유럽 국가의 소비자 보호 단체들은 이를 지지하는 동시에 지금보다 더 나은 규제를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