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그동안 요구해왔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잠시 접어두고, 가상자산 콘텐츠 허용으로 방향을 튼 모양새다. 업계는 그동안 일반적으로 쓰였던 'P2E'도 P&E'로 바꿔 사용했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이 목적인 게임(Play to earn)에서, 가상자산도 얻을 수 있는 게임(Play and earn)으로 순화함으로써 이미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1일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협회장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P&E 게임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전면 허용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협회가 강조해왔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유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단지 "국회에 계류 중인 게임법 전부개정안도 업계 관심이 크다"라며 "규제 중심적인 쟁점 조항이 많아 우려된다"라고만 했을 뿐이다. 이번 협회 발언에서 '자율규제'라는 단어는 언급되지 않았다.

확률형 아이템 법적규제는 협회를 제외하곤 이견이 없다. 이제는 야당이 되어버린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여당 국민의힘도 동의 했다. 자율규제를 가능하게끔 하는 개정안이 여당에서 발의된 적은 있으나 곧바로 철회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자 때 확률형 아이템 법적규제화 뜻을 밝혔다. 정부와 국회, 여야가 확률형 아이템 법적규제에 뜻을 모은 상황이니, 협회가 더 이상 자율규제를 주장하기 힘들어졌다.

자율규제를 계속 주장하기엔 단물이 빠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유저는 1년간 270만 명 줄었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이 주된 비즈니스 모델인 국내 롤플레잉 게임 유저는 25.9% 줄었다. 게임사의 먹거리로 본다면 줄어드는 확률형 아이템 시장보다는 블록체인 시장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다만, 아직 우리 정부나 국회는 게임 내 블록체인 콘텐츠의 사행성을 우려해 금지하고 있다. 지난 4일 문체부 관계자는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P2E 게임에 대해 국내에선 사행성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역시 사행성을 우려한 셈이다.

협회는 우리 게임사가 준비하는 P&E 게임이 왜 안 되는지 알고 있다. 강 협회장은 "게임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는 우연적 요소와 현금화 가능성을 근거로 서비스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다"라고 박 장관에게 전했다. 바꿔 말하면 협회는 우연적 요소와 현금화 가능성이 있는 P&E 게임을 허용해달라는 얘기다. 게임사로서 지금의 우연적 요소에 현금화가 추가되면 유저간 경쟁 심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곧 게임사 매출 상승이다.

확률 자율규제와 P&E 게임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결국 게임 내 메인 콘텐츠가 우연(확률)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기존 상품 직접 판매에서, P&E의 게임 내 NFT화 → 가상화폐를 통한 NFT 거래 → 가상화폐를 발행한 게임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게임 내에서 가치 있는 NFT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경쟁이 추가된다. 확률형 아이템이 법적규제가 되더라도, P&E가 허용된다면 게임사로서는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일 것이다. 주장했던 대로 법적규제보다 강도가 높은 자율규제를 지금까지 해왔으니, 앞으로도 하면 될 테니까.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블록체인 게임의 현금화 기능은 게임사가 발행한 가상화폐 가치 상승에 목적을 두고 있어 사행성이라 여긴다. 일부 게임사는 가상화폐 가치 상승은 목적이 아니며 유저의 마땅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결국 정부가 우연적 요소와 현금화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허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