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 흘러도 컵헤드는 컵헤드다


인디계에 한 획을 그었던 컵헤드가 5년만에 DLC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신규 DLC는 새로운 플레이어 캐릭터와 신규 무기, 다양한 보스 등 매력 넘치는 콘텐츠로 무장하고 있죠. 특히, 본편에서는 큰 비중이 없었지만, 애니메이션을 통해 여주인공의 자리를 확고히 다진 미스 챌리스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대를 갖기 충분했습니다.

컵헤드 DLC는 개성 넘치는 30~40년대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더욱 갈고 닦았으며, 캐릭터들의 표정 표현에서도 훨씬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을 받게 했습니다. 콘텐츠의 구성 역시 가격을 생각한다면 꽤 알차게 느껴졌죠. 그런데 만족하면서도 동시에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더군요. 3년 동안 출시를 연기한 끝에 드디어 출시된 컵헤드 - 더 딜리셔스 라스트 코스는 과연 기다린 보람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요.


게임명: 컵헤드 - 더 딜리셔스 라스트 코스
장르명: 액션, 플랫폼
출시일: 2022.06.30
리뷰판: 1.3.2
개발사: 스튜디오 MDHR
서비스: 스튜디오 MDHR
플랫폼: PC, PS4, XBOX, Switch
플레이: PC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본편 스토리 못지 않게 흥미진진한 DLC 스토리

▲ 묘지 스테이지에서 필살기 주던 얘가 바로 미스 챌리스

컵헤드의 스토리는 이미 5년 전에 막을 내렸습니다. 최종 보스였던 악마를 상대로 컵헤드와 머그맨은 완벽한 승리를 이뤄냈죠. 따라서 새로운 여정을 자연스럽게 떠나려면 적절한 트리거가 필요했습니다. 컵헤드는 이러한 트리거를 캐릭터로 생각했고 컵헤드 형제를 제외하면 그 역할을 맡을 캐릭터는 이미 정해져 있죠.

바로 본편에서 전설의 성배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미스 챌리스입니다. 미스 챌리스는 추후 애니메이션에서 여주인공의 역할도 맡고 있으니 이러한 역할에 제격인 캐릭터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살아 숨 쉬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게임 내에서 미스 챌리스는 이미 죽은 상태로 등장하는데요. 메인 캐릭터로 쓰기 위해선 우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 이렇게 보니 미스 챌리스가 악당같군요

스튜디오 MOHR는 이러한 설정을 역이용해서 굉장히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죽은 미스 챌리스를 살리기 위한 여정이죠. 컵헤드 형제는 미스 챌리스의 부름을 받아 잉크통 섬 4로 떠나며, 이곳에서 유령 상태의 미스 챌리스와 그녀를 도와주는 특별한 제빵사 솔트베이커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미스 챌리스를 유령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줄 전설의 과자 '원더타르트'를 만들 재료를 찾아 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게 됩니다.

DLC는 잉크통 섬 4에서 모든 이야기가 흘러가므로 본편과 비교하면 스토리가 다소 짧다고 느낄 수 있는데요.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새로운 섬으로 출발하는 과정과 이후의 진행, 마지막 엔딩까지 전체적인 기승전결을 짜임새 있게 만들어 스토리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습니다.

특히, 플레이어 캐릭터로 재탄생한 미스 챌리스의 귀여움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스리는 데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메인급 주연 캐릭터로 등장하는 솔트베이커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다양한 보스 몬스터 역시 본편 못지않게 특별한 매력을 뽐냈죠. 본편과 비교해서 컵셉 혹은 디자인이 중복되는 캐릭터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부분 만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원더타르트를 만들기 위해 렛츠 고고



DLC 체감 난이도 잉크통 섬 3, 새로운 캐릭터로 도전하는 재미가 있다

컵헤드를 처음부터 시작한 플레이어가 DLC 지역인 잉크통 섬 4로 가려면 적어도 첫 번째 신전까지는 도달해야 합니다. 첫 번째 신전에서 함정에 빠진 미스 챌리스를 도와주면 이후 잉크통 섬 4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죠. 체감상 잉크통 섬 4의 난이도는 잉크통 섬 3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보스 몬스터의 패턴이 다양하고 어느 정도 숙련된 컨트롤을 요구했기 때문이죠.

보다 정확한 난이도 체감을 위해 처음부터 게임을 시작해서 DLC의 모든 보스를 쓰러트려 봤는데요. 섬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모든 보스를 쓰러트리기보단 일단 본편에서 3번째 필살기까지 배워두고 이후 DLC를 즐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본인의 컨트롤에 자신 있다면 바로 DLC부터 깨도 상관없습니다. 딱히 성장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니 굳이 본편을 하지 않아도 DLC 콘텐츠를 즐기는데 문제가 되진 않죠.

▲ 성능도 좋고 연출도 멋진 필살기 3

다만, 필살기의 효율 면에서 1번보단 2, 3번이 더 좋고 DLC에서 새롭게 추가된 무기와 부적이 꽤 고성능인지라 될 수 있으면 본편을 플레이하면서 어느 정도 장비 스펙을 갖춘 이후 DLC를 즐기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한편, DLC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새로운 플레이어 캐릭터 미스 챌리스는 부적에서 영혼 쿠키를 장착해야 쓸 수 있습니다. 영혼 쿠키를 먹으면 잠깐 영혼이 뒤바뀐다는 재미있는 설정이죠. 미스 챌리스는 부적을 소모해야 쓸 수 있는 캐릭터인 만큼 주인공 형제보다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더블 점프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위급한 순간에 점프 한 번을 잘못해서 죽은 경험 다들 있을 텐데요. 미스 챌리스로 하면 적어도 점프 실수 때문에 죽는 일은 확 줄어들게 됩니다. 그 외에 돌진에 회피 기능이 달린 것과 일정 시간 무적 상태로 만들어주는 구르기, 체력 4칸과 진용 필살기 등 고성능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의 스펙을 자랑하죠.

▲ 돌진 시 자동 패링은 생각보다 편하고 효율도 좋은편

미스 챌리스는 부적 아이템이라 DLC 뿐만 아니라 본편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컨트롤이 조금 부족한 플레이어라고 해도 고성능의 캐릭터로 비교적 쉽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게 가능합니다. 물론, 그래도 어렵긴 합니다만 적어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쉽게 느껴질 겁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미스 챌리스와 함께 추가된 새로운 무기였는데요. 분열탄, 집중탄, 회오리 세 개의 무기가 추가됐으며, 기존 무기와 비교해도 크게 꿀리지 않는 성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특히, 분열탄은 초보자들의 희망과 같던 자동 조준 무기 곡사포의 상위 호환 느낌인데요. 준수한 위력과 유도 성능을 갖추고 있어 게임의 난이도를 또 한 번 낮추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5년이나 기다렸는데... 조금 아쉽다

5년이라는 꽤 긴 시간 동안 기다렸기 때문일까요. 개연성 넘치는 스토리와 매력적인 보스 몬스터,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까지 선보인 DLC 였으나 어딘가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DLC는 잉크통 섬 4에서만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해당 스테이지는 총 6개의 보스 스테이지와 5단계의 미니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만족스러웠던 스토리 전개와 별개로 콘텐츠의 분량은 살짝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컵헤드의 DLC는 아예 별개의 신작이 아니라 본편과 이어지는 콘텐츠이며, 따라서 큰 변화보단 기존에 선보였던 콘텐츠를 그대로 답습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과거에 컵헤드를 이미 즐겼던 사람이라면 5년 만에 새롭게 추가된 보스라고 해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소리죠. 이는 반대로 말하면 딱히 새로운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 본편부터 워낙 잘 만들었기 때문일지도...

물론 여전히 어렵고 또 도전 욕구를 일으키는 레벨 디자인은 건재합니다. 페이즈마다 급변하는 보스의 패턴과 랜덤으로 등장하는 투사체, 익살스러운 보스들의 표정 연기는 이번에도 훌륭하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봅니다. 기존 컵헤드의 스타일에 충분히 만족감을 느꼈다면 DLC의 콘텐츠 역시 만족스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좋아했던 플레이 스타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 싫을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본편에서 살짝 아쉬운 점을 느꼈다면 DLC에서도 똑같은 점에서 아쉬움을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 적어도 새로운 공략 방식이나 DLC만의 시스템이 추가됐다면 이러한 아쉬움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연출은 흠잡을 데 없이 멋지지만 패턴은 대체로 비슷하게 느껴진다

한편, 주요 보스전도 생각보다 임펙트 있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본편의 주요 빌런인 킹 다이스는 악랄한 미니 보스 구성과 독창적인 연출로 주인공 캐릭터 못지않게 인기를 끌었으며, 최종 흑막으로 등장했던 악마는 최종 보스다운 막강한 위력을 뽐냈습니다. 난이도도 그렇고 연출 면에서도 손색이 없었죠. 그만큼 어려웠고 또 재미있었기 때문에 게임을 모두 끝냈다는 짜릿한 성취감을 선사해줄 수 있었습니다.

반면, DLC의 최종 보스전은 생각보다 싱겁게 느껴졌습니다. 연출만 두고 본다면 앞서 언급한 보스과 비교해도 크게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지만, 난이도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단순히 악마나 킹 다이스와 비교할 필요도 없이 그냥 살짝 더 어려운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느낌이랄까요. 랜덤 패턴이 교차하는 컵헤드 특유의 악랄한 패턴은 여전합니다. 다만, 난이도의 곡선을 그린다면 점차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부터 최고점을 찍고 진행할수록 점차 난이도 곡선이 낮아지는 느낌을 받게 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난이도는 사람마다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므로 참고용으로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종합하자면 컵헤드 - 더 딜리셔스 라스트 코스는 본편의 재미를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재미있는 DLC입니다. DLC의 가격이 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굉장히 가성비가 좋은 편이죠. DLC의 구성이나 콘텐츠 등을 생각한다면 값어치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DLC만의 특별한 콘텐츠도 등장합니다. 킹의 도약은 런앤건과 무덤 스테이지를 대신하는 DLC만의 콘텐츠로 공격할 수 없는 무덤 스테이지처럼 오직 패링으로만 적을 공격해야 합니다. 단순히 유령만 등장하던 무덤과 달리 다양한 패턴으로 공격을 퍼붓는 적들이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죠. 개인적으로 DLC 콘텐츠 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 메인 보스만큼 재미있었던 미니 게임


이외에도 히든 보스와 싸울수록 진화하는 특별한 부적 등 본편에서도 연계되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와 무기를 사용해 본편의 기록을 갱신하는 맛도 다시 즐겨볼 수 있죠. 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만큼 아마 처음부터 새로 한다면 또 한 번의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은 이번 기회를 통해 컵헤드를 안 해봤던 분이라면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미스 챌리스와 신규 무기의 효과를 잘 이용한다면 훨씬 안정적인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테니까요. 여전히 어려운 난이도인 것은 맞지만 충분히 도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다시 해도 재미있는 명작 게임이란 점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