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E의 신형 VR 헤드셋인 '플레이스테이션 VR2(이하 PSVR2)'가 본격적인 출시 준비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현재까지도 명확한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개발자를 통한 실물 사진 유출, 전문 분석가를 통한 연내 양산 소식 발표 등, VR 팬들의 기대감을 키우는 소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기기의 간단한 제원 정도만 공개됐지만, PSVR2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될 예정인 차세대 VR 게임들 역시 꽤 많이 공개된 상황인데요. 지난 2020년에 상상력과 기대를 곁들여 작성했던 'PSVR2 미리보기' 기사 이후로 명확히 밝혀진 사양과 정보는 무엇이 있는지, 또 PSVR2로 플레이할 수 있는 신작 VR 게임으로는 어떤 것들이 공개됐는지 함께 정리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무선의 꿈은 깨졌지만…차세대 VR 그리는 'PSVR2'의 디자인과 성능

지난 2월, PSVR2의 최종 디자인이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소니는 PSVR2의 디자인을 둥근 '구' 형태로 설계했다며, 플레이어가 VR 세계로 들어갈 때 볼 수 있는 360도 시야를 가장 잘 보여주는 형태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네 개의 트래킹 카메라가 배치된 전면부는 PS5의 페이스 플레이트와 유사한 매끄러운 흰색 바이저로 꾸며졌고, 전작에서부터 이어지는 독특한 스트랩 디자인이 채용됐습니다.

이외에도 소니는 사용자가 헤드셋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밝혔습니다. 모서리가 없는 둥근 형태의 외형과 무게 균형을 고려한 디자인, IPD 조절 기능 등에서 이러한 배려를 찾아볼 수 있죠.

지난 2년 전만 해도, 이러한 여러 특징들과 더불어 무선 연결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VR 헤드셋의 고질적인 문제인 '불편한 착용감'을 해소할 수 있는, 아주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가 콘솔 기기와 헤드셋 사이 별도의 연결을 없애는 것이었거든요. 당시 SIE가 출원한 '무선 기술 관련 특허'가 공개되면서 이러한 기대는 더 커졌습니다.

▲ 당시 SIE가 출원했던 특허 이미지

하지만, 공개된 결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PSVR2는 하나의 전원 케이블을 PS5 본체와 연결하는, 유선 방식의 VR 헤드셋이 될 예정입니다. 물론 유선을 채택하게 된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PS5의 월등한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더욱 높은 몰입도를 가진 차세대 VR 경험을 담아내려면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배터리 용량과 경량화를 동시에 충족하는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현실적으로 풀어내면 케이블을 통해 전원을 유지하는, 지금의 PSVR2의 형태가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선에 개선을 거쳐 USB Type-C의 1개 케이블만 연결하면 되는, 전작보다 크게 간소화된 방식이 도입되기도 했고요.

다만, 이미 메타 퀘스트2 등 무선으로 작동하는 VR 헤드셋의 편리함을 맛본 VR 유저 풀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기에 '유선 연결'이라는 점은 PSVR2의 구매를 계획하는 이들이 분명히 고려해야 할 포인트가 됐습니다. PS5의 월등한 기기 성능을 활용하는 강력한 독점작 라인업이 더 간절해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layStation VR2' 사양

기기 사양도 함께 확인해봅시다. PSVR2의 OLED 디스플레이는 한쪽 눈 당 2000X2040 해상도와 4K HDR 영상, 110도의 시야각을 지원합니다. 기기에 내장된 트래킹 카메라 덕분에 별도의 외부 카메라를 설치할 필요가 없고, 시선 추적 기술과 '포비티드 렌더링'을 함께 지원합니다. PSVR2에 탑재된 시선 추적 기술 개발에는 시선 추적 기술 전문 기업으로 정평이 난 'Tobii'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외에도 PSVR2는 헤드셋 자체 진동을 활용한 햅틱 피드백 기능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전까지 듀얼쇼크와 듀얼센스 등 컨트롤러로만 느낄 수 있었던 햅틱 피드백을 헤드셋을 통해서도 함께 경험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PS5 콘솔과 PSVR2 헤드셋을 타겟팅하고 개발된 여러 차세대 게임 속의 헤드셋 햅틱 피드백이 플레이어의 VR 경험과 몰입도를 얼마나 더 강화해줄 수 있을지, 벌써 PSVR2의 출시를 기대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PSVR2의 성능은 단순히 기기 성능만 두고 비교하자면, 시장에서 100만 원 이상의 고가에 유통되고 있는 하이엔드급 VR 헤드셋들과 비교해도 절대 꿀리지 않는 성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선 연결이라는 치명적인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전작인 PSVR이나 현재 시장 전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메타 퀘스트2 헤드셋을 크게 웃도는 고급 사양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 PS5와 PSVR2가 함께 그리는 미래는, 그야말로 '차세대 VR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손가락 움직임까지 읽는 PSVR2 전용 컨트롤러 나왔다

PS5의 듀얼센스나 기존의 무브봉을 재활용하는 것이 아닌, 완전히 PSVR2만을 위한 신형 컨트롤러가 공개됐습니다. 정식 명칭은 '플레이스테이션 VR2 센스 컨트롤러(이하 센스 컨트롤러)'입니다.

2년전 PSVR2의 미리보기 기사를 작성할 때 장갑 형태의 컨트롤러와 손가락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컨트롤러를 예측한 적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공개된 센스 컨트롤러는 손가락 움직임 추적은 물론, VR 경험의 몰입감을 더해줄 더 다양한 신기술로 무장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센스 컨트롤러는 PSVR2 헤드셋과 동일하게 둥글둥글한 구 형태의 디자인입니다. 아날로그 스틱과 액션 버튼, 옵션 버튼, 그리고 만들기 버튼 등이 탑재되어 듀얼쇼크나 무브봉을 사용했던 전작보다 더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합니다.

주목할 것은 따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게임 내 아이템 및 환경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손가락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핑거 터치 감지' 시스템이 적용됐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마치 장갑형 컨트롤러를 착용하고 손을 쓰듯, 자연스럽게 VR 세상 속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센스 컨트롤러는 특허 이미지로 공개됐던 스틱에 구 형태를 추가한 듯한 모습이다

센스 컨트롤러에는 VR 경험의 몰입감을 더해줄 추가 요소로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약한 진동부터 격렬한 맥박에 이르기까지 게임 내 행동에 대한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반응들을 컨트롤러를 잡은 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듀얼센스에도 적용되어 있는 적응형 트리거 기능이 센스 컨트롤러에도 그대로 적용됐으므로, VR 게임 속에서도 실제 무기를 다루는 것 같은 생생함을 경험할 수 있을 예정입니다.

▲ 적응형 트리거의 매력은 이미 듀얼센스를 통해 증명됐다



"그래서, 어떤 게임 지원함?" PSVR2로 출시될 예정인 VR 게임들


게임명: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Horizon Call of the Mountain)
출시일: 미정
키워드: #탐험 #헌팅 #크래프팅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은 온전히 PSVR2를 위해 개발되고 있는 호라이즌 시리즈 최신작으로, PS5의 월등한 기기 성능으로 끌어낸 화려한 비주얼과 센스 컨트롤러에 도입된 신기술들로 플레이어가 호라이즌의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입니다.

원작 시리즈엔 등장하지 않았던 신규 캐릭터 '라이아스(Ryas)'의 시선으로 게임이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에일로이를 포함한 원작 시리즈 속 친숙한 캐릭터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원작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기계수들과의 상호작용을 이번 신작에서도 그대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죠.

특히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은 PSVR2의 공식 페이지와 함께 소개된 첫 번째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PSVR2의 런칭 타이틀로 공개될 가능성도 농후하죠. 유저들이 PSVR2의 성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도록 공들여 준비 중인 타이틀인만큼, 하프라이프: 알릭스 이후로 오랜 기간 등장하지 않았던 '고티급 VR 게임'으로 주목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게임명: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Resident Evil Village )
출시일: 미정
키워드: #생존 #호러 #슈팅

지난 6월에 진행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발표를 통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최신작,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이하 빌리지)'의 PSVR2 버전 발표가 진행됐습니다.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에 이어, PSVR2를 기다리던 유저들을 설레게 하는 두 번째 대작 IP의 발표였죠.

PSVR2로 플레이하는 빌리지는 원작의 주인공 에단 윈터스가 동유럽 배경의 마을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순간을 더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알치나 드미트리스쿠와의 조우 장면 역시 VR로 완벽하게 구현됐고, 문틈 사이로 방 안을 살펴보거나, 양손을 활용하여 무기나 도구를 조작하는 등, VR이기 때문에 가능한 새로운 액션들 역시 다양하게 추가될 예정입니다.

흔히들 공포 게임은 VR로 하면 무서움이 배가 된다고들 하죠. 모니터로 플레이할 때와는 또 다른 경험으로 채워질 빌리지의 VR 버전 역시 하루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게임명: 노맨즈스카이 (No Man's Sky)
출시일: 미정
키워드: #오픈월드 #우주 #SF

VR로 플레이하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어버린다는 우주 갓(?) 게임, '노 맨즈 스카이'도 PSVR2를 통해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타이틀로 소개됐습니다. 실제로 노 맨즈 스카이는 2020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VR 게임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우수한 게임성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아쉽게도 당시 수상의 영예는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차지했지만 말이죠. 이른바 명예로운 죽임을 당한 셈이랄까요.

물론 현재도 PC와 PS4를 통해 VR 버전의 노 맨즈 스카이를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신작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PSVR2로 플레이할 수 있는 PS5의 사양에 맞춰 일신한 비주얼과 기존 구매자들에 한해 무료 업데이트 버전이 제공될 것 역시 기대해봐도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명: 워킹데드: 세인츠 앤드 시너즈 챕터2 (The Walking Dead: Saints and Sinners Ch2)
출시일: 2023년 예정
키워드: #오픈월드 #우주 #SF
'워킹데드: 세인츠 앤드 시너즈(이하 세인츠 앤드 시너즈)'는 스카이댄스 인터렉티브에서 개발한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VR 게임으로, 지난 2020년에 처음 출시됐습니다. PSVR2 출시 타이틀로 새롭게 공개된 '세인츠 앤드 시너즈 챕터2'는 전작에서부터 이어지는 후속작인 셈입니다.

전작 세인츠 앤드 시너즈는 워킹데드 IP를 잘 활용하여 몰입도 높은 액션과 긴장감이 느껴지는 연출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메타스코어 81점, 오픈크리틱 평론가 평점 83점이라는, VR 게임치고는 상당히 준수한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죠.

후속작 역시 워커들로 인해 황폐해진 세상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끊임 없이 벌어지는 생존자들 간의 다툼을 생생하게 담아낼 예정입니다. 단순히 다가오는 좀비를 쏘거나 베는 것에 그치지 않고, UV 라이트를 활용하여 숨겨진 단서를 찾아내거나 파쿠르 액션으로 높은 장소까지 기어오르는 등 퍼즐 어드벤처의 요소도 함께 맛볼 수 있습니다. 워킹데드 IP를 좋아하는 팬이거나, 생생한 좀비 세상을 VR로 만나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수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PSVR2용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정식 타이틀은 아직 5개도 채 되지 않지만, 기대할만한 추가 타이틀은 이외에도 아주 많습니다. 먼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최신작이자, 오는 2023년 3월에 출시될 예정인 '바이오하자드 RE:4'에는 일부 PSVR2용 지원 콘텐츠가 포함될 예정입니다. 물론 본편도 어떤 형식이 될 것인지 밝혀진 정보가 얼마 없으므로, 전체 콘텐츠의 어느 정도 분량이 VR로 구현될 것인지 아직 추측하기 어렵습니다.

이외에도 어몽어스 VR, 그란투리스모7, 하프라이프 알릭스 등 여러 인기 타이틀이 PSVR2 타이틀 라인업에 합류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불투명하기만한 PSVR2의 정식 출시 일정이 점점 명확해지는 것과 동시에 또 어떤 타이틀들이 PSVR2의 출시 라인업에 합류하게 될 것인지 계속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이 더 많다", PSVR2가 보여줄 VR의 다음 스텝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추측 99%'로 작성했던 PSVR2의 프리뷰 기사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무선 연결 기능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은 꽤 뼈아픈 부분이지만, SIE가 특허 형태로 공개했던 내용들 중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현실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플레이어의 손 움직임을 읽는 전용 컨트롤러의 등장, 포비티드 렌더링과 IPD 조절 기능을 통한 멀미 대책, 그리고 Tobii와 함께 준비 중인 개량된 시선 추척 기술 등입니다. 헤드셋 진동을 통해 자체적인 햅틱 피드백 기능을 구현한 것, 그리고 전용 컨트롤러에 적용된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 기능은 당시 기사에서도 언급했던 '기대한 것 이상의 플러스 알파' 요소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자인과 제원이 공개된 것 외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 쪽이 월등하게 많습니다. 정식 출시 시점이 명확해지는 그 순간까지, 아직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입니다. '행복회로'를 잔뜩 돌려보자면, PSVR2가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고, 하나는 무선 연결을 지원할 가능성 역시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몇몇 콘텐츠에 한해 선 없이도 즐길 수 있도록 자체 배터리를 내장하는 버전이 공개될지도 모르죠. 지금껏 SIE가 소개해온 여러 특허 소식들이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기기에 대한 세부 정보와 출시일 정보가 모두 공개되고 나면, 이 모든 것 역시 과거에 스러져갔던 허무맹랑한 추측 중 하나에 그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만, 아직은 조금 더 기대해보고자 합니다. PSVR2가 차세대 VR 게임을 담아낼 유용한 도구가 되고, 나아가 VR 업계 전체에 활기를 가져다주길 기대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