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패미콤을 대표하는 명작 RPG '라이브 어 라이브'가 HD-2D로 새롭게 태어난다. 1994년 슈퍼패미콤을 통해 출시된 '라이브 어 라이브'는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 봐도 여러모로 독창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원시시대부터 서부, 막부 말기, 중세, 근미래, SF 세계관의 미래 등 서로 다른 시대와 분위기, 주인공을 다룬 옴니버스 게임으로, 단순히 각 편의 주인공이 다른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저마다 색다른 시스템을 선보이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찬사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에 나온 크로노 트리거, 파이널 판타지6와 비교하면 '라이브 어 라이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면이 있다. 일본에서만 출시됐을 뿐 아니라 후속작이나 다른 플랫폼으로도 더러 나왔던 여타 고전 RPG들과는 달리 '라이브 어 라이브'는 출시 이후 한 번도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라이브 어 라이브'가 28년 만에 부활한다.

패러사이트 이브, 반숙영웅 VS 3D, 파이널 판타지4 등 여러 명작 RPG를 개발해온 토키타 타카시 프로듀서. 어느 것 하나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아니랄 수 없는 게임들 가운데서 그가 '라이브 어 라이브'의 리메이크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리메이크는 원작과는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생각일까. 세계를, 시간을 넘나드는 '라이브 어 라이브'가 28년의 시간을 뛰어넘게 된 이유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스퀘어에닉스 토키타 타카시 프로듀서, 히스토리아 사사키 슌 디렉터 (좌측부터)


Q. '라이브 어 라이브'의 경우 각 장마다 분기가 있어서 회차 플레이가 필수인데 리메이크에서는 회차 플레이를 하는 유저를 위해 준비한 요소가 있는지 궁금하다.

타카시 : 회차 플레이에서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플레이어가 체험하는 스토리의 변화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쿵후편의 경우 3명의 제자가 있는데 어떤 제자를 가장 많이 수행시키느냐에 따라서 마지막 편에서 쓸 수 있는 제자가 달라지고, 막말편에서는 0명 베기나 100인 베기를 달성했는지에 따라 게임 체험이 굉장히 많이 달라진다. 이런 식으로 각 장마다 회차 플레이에서의 새로운 즐길 거리를 넣었다.


Q. 90년대 수많은 게임 가운데 '라이브 어 라이브'는 일본에서만 발매되고 해외에는 발매되지 않아서 다른 게임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타이틀인데, 이번 리메이크 타이틀로 '라이브 어 라이브'를 선정한 배경이 궁금하다.

타카시 : 옥토패스 트래블러 개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진 않았지만, HD-2D를 보고 굉장히 좋은 표현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팬들 사이에서 '라이브 어 라이브' 리메이크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나 역시도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마음을 예전부터 품고 있던 만큼, 리메이크 타이틀로 선정하게 됐다.



Q. 체험판 구성과 관련해서 막말편에서 마신 류노스케의 압도적인 힘에 굴복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구성한 의도가 궁금하다. 그리고 성우를 직접 캐스팅했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원작을 즐긴 성우들도 있었다는 부분이 눈에 띄더라. 어떤 성우들이 있었는지 소개 부탁한다.

타카시 : 체험판에서는 세 가지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데 쿵후편이나 SF편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구성인데 막말편은 프리 플레이에 가까운 구성인 만큼, 가능하면 많은 체험을 시켜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숨겨진 보스를 넣게 됐다.

진격의 거인에서 베르톨트 후버의 성우를 맡았던 하시즈메 토모히사 씨를 비롯해 아카바네 켄지 씨, 그리고 스기타 토모카즈 씨 등 많은 성우분들이 원작을 즐겼다고 하더라. 끝으로 나카무라 유이치 씨도 항상 만날 때마다 라이브 어 라이브 얘기를 할 정도로 좋아해 주셔서 이런 분들과 함께 리메이크 타이틀을 만들게 돼서 정말 즐겁게 생각하고 있다.


Q. '라이브 어 라이브' 리메이크에는 완전 오리지널 요소는 없는 거로 알고 있다. 대신 음악 전곡을 편곡하고 연출을 조정하는 등 좀 더 현시대에 맞게 즐기기 좋게 디테일하게 개선했다고 들었는데, 원작과 비교해서 정확히 어떤 부분이 바뀌었는지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타카시 : 질문한 것처럼 거진 30년 전 게임인 만큼, 현시대에 맞는 플레이 감각을 재현하기 위해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개발 단계에서 조정을 거듭했다. 자세한 얘기는 개발사인 히스토리아의 사사키 슌 디렉터 쪽의 설명을 듣는 게 좋을 것 같다.

사사키 : 옛날에 게임을 즐기는 감각과 지금 옛날 게임을 즐기는 감각은 좀 다르다. 옛날에는 길을 헤매도 자기가 찾아가면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있었는데, 요즘은 헤매면 바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길을 좀 더 찾기 쉽게 하기 위해서 전에는 갈 수 있었지만, 갈 수 없게 막아놓는다든지 조정했고 예전에는 전투에서 상상하는 즐거움이 컸는데 이런 부분도 알기 쉽게 조정했다.

예를 들어 행동 게이지의 경우 원작에는 없던 거였는데 이걸 보여준다거나 막말편에서 너무 쉽지 않을 정도의 수수께끼 힌트를 보여주는 등 시스템상 뒤에 감춰져 있던 요소들을 전면에 내보이도록 조정했다.

▲ 리메이크는 원작의 감성은 유지하되 좀 더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개선된 게 특징이다


Q. 원작의 경우 유명 만화가들이 주인공들의 디자인에 참여했고 이들의 일러스트가 엔딩에도 나오는데, 리메이크에서도 나오는지 궁금하다.

타카시 : 기본적으로 게임 캐릭터 디자인은 기존의 디자인된 걸 그대로 사용하지만, 옥토패스 트래블러로 유명한 HD-2D로 개발되는 만큼, 이 부분을 프로모션하고 싶었다. 그래서 옥토패스 트래블러에서 원화가로 참여했던 이쿠시마 나오키 씨가 이번에 리메이크의 원화가로 참여해 기존의 일러스트를 하나로 통일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도트 그래픽을 구현했다. 게임 내에선 일러스트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진 않는다.


▲ 리메이크는 이쿠시마 나오키 원화가의 작화로 통일된 형태다


Q. 체험판의 전투 밸런스가 원작과 흡사하던데, 리메이크에서는 정확히 어느 정도의 조정이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타카시 : 전투 밸런스 부분은 굉장히 많은 조정이 있었는데, 일단 원작과 플레이 감각이 비슷하다고 하니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자세한 얘기는 개발사인 히스토리아를 통해 들으면 될 것 같다.

사사키 : 배틀은 물론이고 필드에서의 감각에 이르기까지. 원작에서 플레이했을 때 좋았던 부분의 에센스를 많이 넣으려고 했다. 그러는 한편, 행동 게이지를 넣거나 속성을 조정하거나 해서 요즘 게이머들도 플레이하기 쉽게 조정을 가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원작은 파라미터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는데 이걸 현시대에 맞게 조정하면서 내부에 감춰졌던 파라미터를 외부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플레이 감각이 달라질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플레이 감각을 비슷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내부는 원작과는 다르게 많은 조정을 가했다.



Q. 체험판을 해보니 보이스가 추가되고 연출이 개선되어서 그런지 플레이 타임의 템포가 원작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원작의 감각을 최대한 살리고자 한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원작의 느낌을 살라기 위해서 얼마나 조정에 공을 들였는지 궁금하다.

타카시 : 질문한 대로 보이스가 들어가는 만큼, 전체적인 템포가 텍스트만 들어가 있던 원작과는 다를 수가 있다. 그래서 어느 타이밍에 음악을 끊어야 할지부터 대사의 타이밍이나 대사에 어떤 이펙트를 넣어야 할 지까지. 최대한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초 단위로 조정 중이다.

사사키 : 덧붙이자면, 매주 한 번은 토키타 프로듀서가 히스토리아 오피스에 방문해서 이러한 연출만을 체크할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한 번은 회의실에서 종일 이와 관련한 회의와 조정을 했을 정도다.


Q. 리메이크의 1회차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원작은 7개의 전혀 다른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 특징이자 재미였는데 리메이크의 경우 HD-2D가 되면서 너무 좋아졌달까. 각 세계의 그래픽 표현에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런 부분에서 각각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는지 궁금하다.

타카시 : 막말편이나 모든 스토리를 클리어하면 나오는 마지막 편을 얼마나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30~40시간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의 경우 라이브 어 라이브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제작에 들어갈 때부터 히스토리아로부터 여러가지로 각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아트의 방향성을 제시해줬고 상의를 해서 정하게 됐다.

사사키 : '라이브 어 라이브'는 각 편마다 테마가 명확하기에 이런 특징을 잘 살리도록 계획했는데 예를 들어 SF편은 우주선을 무대로 하고 있는 만큼, 다른 편과 비교해서 철 속에 있는 느낌이나 오일 냄새가 나는 그런 느낌이 들도록 했으며, 서부편은 총잡이들이 등장하는 웨스턴 세계관인 만큼, 레퍼런스가 되는 영화들에서 특징들을 추출해 게임에 녹여냈다. 이런 식으로 각 편마다 특징을 잘 표현하도록 연출했다.




Q. 원작의 경우 지금에 와선 고전 영화라고 해야 하지만, 당시 인기 있었던 영화들을 패러디한 부분이 많았는데 리메이크는 그런 패러미 부분에 있어서 원작과 마찬가지인지 아니면 최신 영화를 패러디하는 식으로 바꿨는지 궁금하다.

타카시 : 이번 리메이크는 어디까지나 원작을 업그레이드한다는 느낌으로 한 거여서 특별히 그 뒤에 나온 영화를 참고하거나 넣진 않았다. 그리고 패러디라고 했지만, 특정 영화를 참고했다기보다는 여러 나라의 판타지를 응용한 거로 봐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서부편의 경우 미국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는 웨스턴 영화의 특징을, 쿵후편은 무술 영화를, 막말편에는 닌자를 넣는 등 여러 나라의 판타지를 각 편에 어울리게 조합한 거라고 할 수 있다.

사사키 : 현장 레벨에서는 원작을 참고 해서 라이팅이라던가 색 조정을 할 필요가 있어서 '원작은 이런 걸 보고 만들었겠구나' 싶은 영화를 참고 해서 아트 디렉터가 많은 고생을 했다.



Q. 원작은 일본에만 출시했는데 이번에 글로벌 출시를 결정하게 된 이유와 이번에 '라이브 어 라이브'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이 어떻게 즐겼으면 하는지 한 마디 부탁한다.

타카시 : 원작은 일본에만 출시했는데 해외에서 코어 팬들이 직접 번역을 해서 즐겼다는 얘기를 듣고 해외에도 팬들이 있다는 생각에 이번에 리메이크는 정식으로 해외 팬들도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글로벌 출시를 결정하게 됐다.


Q. 체험판을 쿵후편, 막말편, SF편으로 구성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타카시 : 여러 가지를 현장 레벨에서 고민했는데 각편이 장르가 달라서 막말편은 일본의 닌자가 등장해서, 쿵후편은 동료를 하나씩 모으는 RPG다움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고 SF편은 북미에서 인기가 많아서, 이런 식으로 각 편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달하기 좋다는 이유로 선택했다.



Q. 체험판을 즐겨보니 미니게임인 '캡틴 스퀘어'의 공략 방법이 바뀌었더라. 이런 세세한 변화 외에도 원작을 즐긴 입장에서도 깜짝 놀랄 만한 변화나 전개를 기대해도 될까.

타카시 : 캡틴 스퀘어는 원작에서 많이 조정을 가하긴 했는데, 이외에도 전투적인 부분도 많은 조정을 거쳤다. 아마 원작을 즐겼던 분들도 게임을 해보면 '원작과 전투가 좀 다른데?' 하는 느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사키 : 전투 부분은 테스트 플레이를 통해 여러 번 피드백을 받으면서 2~3번이나 완전히 새롭게 뜯어고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정도로 많은 공을 들였다.


Q. 리메이크는 원작과 달리 특정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도중 다른 시나리오를 즐기는 게 가능한데, 이런 식으로 개발팀에서 리메이크하기로 했을 때 이건 그래도 바꿔야지 싶었던 것과 끝까지 고민한 게 있다면 어떤 거였는지 궁금하다.

타카시 : 기본적으로는 최대한 원작의 느낌을 유지하려고 했다. 다만, 원작이 28년 전 게임이지 않나. 지금 보면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들이 있는 만큼, 맵을 넣어서 편의성을 개선하는 등 현시대 게이머들이 해도 불편하지 않도록 수정한 부분들이 더러 있다. 이런 수정사항을 히스토리아로부터 제안받아서 최대한 반영하도록 했다.

사사키 : 여담이지만, 시나리오를 바꾸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부분은 프로그래머 쪽에서 굉장히 고생한 부분이다. 하지만 몇 번이고 설계를 바꾼 끝에 이렇게 구현할 수 있었다.


Q. 원작의 근미래편은 2014년으로 설정돼 있는데, 올해가 2022년 아닌가. 어떻게 보면 근과거편이 되어버렸다. 현대 기준에 맞춰서 연대가 수정될까.

타카시 : 설마 28년 후에 리메이크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웃음). 근데 2014년이라고 했지만, 게임 내에서 정확히 몇 년이라고 얘기하진 않는 만큼, 근미래편은 특정 연대가 아닌 어디까지나 가공의 근미래로만 이해해주길 바란다.



Q. 원작에서는 숨겼었던 중세편을 리메이크에서는 계속해서 트레일러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의도한 부분인가.

타카시 : 중세편 공개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이미 28년 전 작품이기도 하고 이 충격적인 전개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이머도 많을뿐더러 중세편이 판타지에 가장 적합한 내용이어서 판타지를 좋아하는 분들을 게임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일부러 미리 발표했다.



Q. 끝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타카시 : 개인적으로도 한국을 꼭 가고 싶었는데 상황상 가지 못해서 아쉽게 생각한다. '라이브 어 라이브' 리메이크는 옴니버스 RPG로 한 번에 쭉 즐기는 게 아닌, 잠깐씩 즐길 수도 있는 작품이기에 지금 시대상에도 굉장히 잘 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많이 즐겨주시길 바란다.

사사키 : 원작은 해외에 출시되지 않은 만큼, 아마 이번 리메이크를 통해 처음 접하는 분들도 많을 거로 생각한다. 원작의 스토리적으로 굉장히 좋았던 부분들을 지금의 유저분들도 즐겨줬으면 하는 마음에 여러 어레인지를 가해서 최신 게임에 익숙한 분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많은 기대와 플레이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