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드라마, 좋아하시나요?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관계, 그 사이를 관통하는 커다란 범죄, 그리고 곁가지로 뻗어나온 촘촘한 비극,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치는 긴장감, 조마조마함까지. 잘 만들어진 범죄 드라마는 그 모든 것을 꽉 틀어쥐고 시청자의 시각과 청각, 생각까지 모든 걸 자극하죠.

애즈 더스크 폴즈는 그 모든 요소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웰메이드 범죄 드라마를 그대로 게임이라는 미디어에 풀어놓은 느낌이죠. 투록이라는 황량한 지역을 배경으로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얽혀버린 두 가족, 그리고 그들 사이에 벌어진 비극적인 범죄, 게임이 한 번 진행되는 6시간 동안 플레이어는 그들이 풀어내는 기막힌 스토리에 집중하고, 분노하고, 긴장하며 때로는 슬퍼하게 됩니다.

놀라운 건 그 몰입감과 다채로움입니다. 애즈 더스크 폴즈는 수많은 갈래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이전의 선택, 지금의 선택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죠. 촘촘히 얽힌 선택지들은 모두 그 나름의 결과를 이어냅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죠.

게임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공연이든 다회차를 관람하거나 플레이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겁니다.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라도 다시 '보고싶다'는 욕구가 드는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요.

그리고 애즈 더스크 폴즈는 그걸 해냈습니다. 6시간 동안 꼬박 집중해서 한 회차를 플레이하고 나면, 바로 다음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어져요. 이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과연 이 인물의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됐을까? 이런 수많은 궁금증이 생겨나거든요.


게임명: 애즈 더스크 폴즈(As Dusk Falls)
장르명: 인터랙티브 드라마
출시일: 2022. 07. 20.
리뷰판: 출시버전
개발사: INTERIOR NIGHT
서비스: Xbox Game Studios
플랫폼: PC / Xbox
플레이: XSX|S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결국 중요한 건 이야기

애즈 더스크 폴즈는 인터랙티브 게임입니다. 시청각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으면서도, 플레이어의 선택이 정말 큰 역할을 하는 그런 게임이죠.

게임의 콘텐츠 자체가 '시청'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당연히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이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애즈 더스크 폴즈는 정말 '끝내주는' 성우들의 연기와 정지된 듯 인물의 표정 하나하나 여실히 드러나는 그래픽, 흐름을 끊지 않는 장면의 연결 등으로 그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표현해냈습니다. 그 결과 플레이 내내 컨트롤러에서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몰입도의 작품이 나왔어요.


재미있는 드라마는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십 시간에 이르는 시리즈 전체를 한 번에 다 볼 정도로 엄청난 몰입감을 자랑합니다. 한 번쯤 경험한 적이 있을 겁니다. 분명 퇴근 후 맥주 한 캔과 리모컨을 들고 쇼파에 앉았는데, 정신을 차리니 해가 뜨고 있었다 이런 경험요. 가끔은 주말 전체가 사라지기도 하죠.

이 게임이 그렇습니다. 애리조나 투록의 데저트 드림 모텔을 기준으로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번갈아 펼쳐집니다. 비극의 시발점도, 전개도,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도 모두 끊김 없이 부드럽게 이어져요. 메인 스토리 자체가 매우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그 사건에 휘말린 군상들의 이야기 역시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그 중심에는 두 가족이 있습니다. 데저트 드림 모텔에 비극을 몰고 온 제이의 가족, 그리고 그 비극에 휘말려버린 빈스와 조이의 가족이죠. 단순히 본다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 간에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고 생각되지만, 그 내부의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 총 6개의 챕터

각각 3개의 챕터로 구성된 두 권의 이야기, 총 6개 챕터에서 다루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또 생각보다 더 비극적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무장강도와 그에 휘말린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처럼 보이던 것이, 챕터가 진행될수록 어딘가 묘하게 꼬여있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챕터마다 자연스럽게 두 명의 시점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즉, 챕터가 진행됨에 따라 더 많은 인물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더 많은 사건의 속사정을 확인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하나둘 벗겨지는 스토리는 강한 몰입도 제공과 함께 플레이어의 선택에 점점 더 큰 고민을 얹는 역할을 합니다.

▲ 하나의 챕터에서 진행되는 두 사건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게임이기에 관련해서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으나, 애즈 더스크 폴즈의 시나리오는 영화보다 시리즈물에 가깝습니다. 챕터마다 등장하는 두 명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것도 그렇고, 전개 방식이나 연출 방식도 그렇고 모두 짧은 호흡으로 흘러가지 않거든요.

매 챕터가 메인이 되는 긴 흐름의 이야기와 해당 챕터에서 끝맺음 되는 짧은 이야기, 두가지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그렇습니다.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14년간의 기나긴 비극은 쭉 끌고 가되, 플레이어의 선택과 관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들은 옴니버스식 에피소드를 통해 공개하죠.

그러다보니 스토리 전체에 걸쳐 흔히 말하는 떡밥들이 정말 많이 뿌려지고 회수됩니다. 심지어 선택들이 누적됨에 따라 그 회차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매번 달라지기고요. 덕분에 1회차 플레이보다 다회차 플레이가 더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매 플레이마다 많은 이야기를 확인하고, 경험해나가다 보면 그야말로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예요.




선택의 나비효과

인터랙티브 게임의 특징이자 한계는 사실 '선택'이라는 부분입니다. 선택에 따라 과연 이야기가 얼마나 바뀔 것인지, 그리고 엔딩이 어떻게 될 것인지, 자그마한 선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등 선택과 이야기 사이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는지가 정말 중요하죠.

아무리 이야기가 재미있더라도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 한정적이라면 게임보다는 그저 '보는' 미디어에 가까워질 겁니다. 반면 선택지가 너무나 많다면 이야기에 오롯이 몰입하는 것이 힘들어지죠. 그리고 그 많은 선택지가 진행에 그닥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존재하는 의미도 없고요.


하지만 애즈 더스크 폴즈는 그 균형을 정말 절묘하게 맞췄습니다. 선택과 전개, 이야기, 흐름, 조작, 그 영향 등이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잘 표현되어 있달까요. 스토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커다란 선택뿐 아니라 사소한 선택들 역시 쌓이고 쌓여서 새로운 뭔가를 가져옵니다.

메인 스토리의 경우, 어떤 선택을 하든 그 큰 흐름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골격만 변하지 않는 것일 뿐, 그 외의 것들은 모두 변한다는 말과 같아요. 분명 같은 도로를 달리는데, 선택이 쌓이고 쌓여 그게 혼자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누군가와 함께일 수도 있습니다. 불이 번진 건물에서 도망 나오는 것이 한 명이 될 수도, 혹은 두 명이 될 수도 있죠.


놀라운 건 선택이 인물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이 게임은 선택을 통해 사건의 변화뿐 아니라, 특정 캐릭터의 행동, 말투, 생각은 기본이고 그 이상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는 거대한 하나의 선택에서 오지 않습니다. 기존에 내렸던 선택들이 하나둘 쌓여 변화를 이끌어내죠. A라는 선택 이후 B라는 선택을 하고, 또 C라는 선택을 하면 그 모든 결과가 모여 다음 챕터에서 D라는 시작을 만들어 낸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선택들은 이야기 전체에 걸쳐 영향을 미칩니다. 챕터 2에서 내렸던 하나의 선택, 그리고 그 결론이 해당 챕터뿐만 아니라, 세 번째 챕터에서도, 네 번째 챕터에서도,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서도 이어지게 됩니다. 즉, 플레이어의 선택은 그저 단편적인 게 아닌거죠. 하나의 선택이 나비효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여러 가지의 선택이 쌓여 하나의 결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애즈 더스크 폴즈는 정말 수많은 선택과 그 수많은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를 마치 살처럼 메인 뼈대에 붙여냅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나하나 완성하죠. 같은 날짜와 장소에서 같은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내더라도 그 이야기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해당 시점의 주인공 외 어떤 인물이 등장할지,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지는 그 장면 전까지의 모든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 시선 이동이 필요없는 자연스러운 선택지의 위치

눈에 띄는 건 또 있습니다. 바로 선택지의 등장과 관련된 부분이에요. 이 게임에서 모든 선택지는 이야기를 끊으면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장면이 흘러가는 도중 정말 자연스럽게 인물의 생각을 살짝 보여주는 방식으로 선택지를 제시할 뿐입니다. 이는 선택지가 보이는 공간, 그리고 선택에 주어진 시간과 관계가 있습니다.

애즈 더스크 폴즈의 선택지는 그냥 화면의 하단을 위시한 구석에 마치 자막처럼 뜨지 않습니다. 화면 한가운데,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커다랗게 등장하죠. 화면 중앙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감상하는 플레이어의 시선을 순간적으로 다른 곳으로 옮길 필요가 없어요. 그저 보고 있던 공간, 그 공간에서 떠오르는 선택지를 그대로 보기만 하면 됩니다.

▲ 액션 역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편

장면 전환 시 시선의 급격한 이동은 사실 몰입도와 흐름을 끊는 주범 중 하나입니다. 보고 있는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건 컷편집의 기본이기도 하죠. 애즈 더스크 폴즈는 장면의 슬로우와 함께 등장하는 선택지를 그렇게 시선의 연장선 아래에 뒀습니다. 이건 스와이프, 탭, 연타 등 간단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액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주요 선택과 순간적인 선택을 '시간'을 통해 구분했습니다. 게임 전체에 영향을 미칠만한 중요 선택은 충분히 생각한 뒤 선택할 수 있도록 여유를 뒀고, 반대로 순간적인 선택은 그야말로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 고르도록 짧은 시간만을 제공하죠.

물론 중요한 선택은 텍스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아이콘과 설명을 함께 띄웁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순간적인 선택은 조금 덜 부담스럽게, 반대로 중요한 선택은 충분히 생각한 뒤 고를 수 있게 됐죠.

▲ 메인 선택지는 시간 제한이 없어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했지?

애즈 더스크 폴즈의 이야기들은 절대 단순하지 않습니다. 도덕, 가족, 욕망, 정직, 거짓 등 수많은 기준의 선택을 하게끔 하죠.

심지어 이 시점에서 나의 도움이 없다면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 가족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 진실한 마음을 감추고 평화를 위해 희생해야하는 상황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정말 많은 결과가 따라옵니다. 책임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다양한 선택을 한 뒤 하나의 챕터가 끝날 때 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직접적으로 보게 됩니다. 바로 타임라인과 요약을 통해서죠. 타임라인에서는 게임을 플레이한 다른 유저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한 유저는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내가 놓친 선택과 결과는 무엇이 있는지를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몇 퍼센트의 사람이 같은 선택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게임을 플레이하고 나면 이 역시 또 다른 하나의 작은 콘텐츠처럼 느껴집니다. 과연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시점에서 게임을 플레이했는지를 통해 하나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멀티 플레이나 방송 모드도 지원하지만, 싱글 플레이를 하더라도 타임라인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한 것 같은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무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선택을 한 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같은 루트를 고른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고, 반대로 모두가 고를 것 같았던 것이 소수의 선택이었다는 걸 보고 당황하기도 했어요.

▲ 각 챕터마다 어떤 선택을 했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가치관과 특성

자신의 선택이 가져온 플레이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 요약도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마치 심리테스트 결과를 보는 느낌이거든요. 물론 게임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성향은 빠져 있습니다. 흉포함 정도가 가장 부정적이죠. 이 요약 덕분에 그저 게임을 플레이하고 끝이 아니라, 좀 더 압축적으로 플레이를 되뇌일 수 있습니다. 아 나는 이번 회차에서 이런 시점에 맞춘 플레이를 했구나, 이런 것 말이에요.

애즈 더스크 폴즈는 단지 선택을 하고 이야기를 보고 다양한 엔딩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선택의 중요성을 보여준 만큼, 실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도 게임을 통해 보여줬죠. 그리고 이건 한편으로 단순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인터랙티브 게임의 단점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라고도 생각됩니다.

나의 선택은 옳았을까, 다른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라는 근본적인 궁금증을 외부로 나갈 필요 없이 인게임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플레이를 했을까요



그래서 배속은 어디로...

애즈 더스크 폴즈는 분명 잘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몇 가지 있습니다. 가장 큰 건 바로 배속 기능의 부재죠. 이 게임은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바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회차를 플레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플레이어를 위해 일부 중요 선택지 이전의 장면부터 골라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죠.

다만 그렇게 장면을 리와인드해서 플레이하든,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하든 중복되는 장면들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그리고 후반부 내용 변경을 위해 다시 한참 초반부부터 이어서 쭉 플레이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결국 그 과정에서 봤던 장면, 비슷한 전개의 장면을 계속해서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배속 기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같은 장면을 보고, 또 보고,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정말 아쉬운 부분이죠. 주요 내용이 변경되는 선택이 챕터마다 여러개가 존재하기에 이는 더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엔딩을 보는데 6시간가량 걸리기에 더 그렇고요.

▲ 배속이 없어 다시 플레이하더라도 모든 장면을 봐야 합니다

번역의 완성도 역시 매우 아쉬운 점 중 하나입니다. 한국어 더빙 덕분인지 영문 더빙으로 듣더라도 대사와 관련된 곳에서는 번역 문제가 크게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그저 자막에서 다른 선택지의 내용이 등장하거나, 욕설, 약물 등과 관련된 것을 순화해서 번역하거나,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하는 정도일 뿐이죠.

그런데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선택지'의 번역이 아주 엉망입니다. 평어와 경어가 이상하게 섞여 있는 건 기본이고, 그냥 영문을 번역기에 돌린 것인지 긍정과 부정 내용이 아예 반대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며, 한국어 선택지만 읽어서는 이게 무슨 내용인지 아예 알 수 없을 정도인 문구도 자주 등장합니다.

▲ 놀랍게도 위의 선택지가 같이 가자는 말입니다

당장 가장 자주 등장하는 오류 중 하나는, 바로 "이거지!"라는 문구입니다. 저 호쾌한 외침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구간은 바로 상대의 위협에 굴복하는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한참을 고민하게 되더군요.

이외에도 전혀 의미가 다르게 통하는 선택지가 참 많이 등장합니다. 챕터마다 최소 두세 개씩은 꼭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선택지가 갖는 의미가 너무나 큰 게임에서, 정작 선택지가 이상한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당황스러운 건 한국어 풀 더빙을 제공할 정도로 공을 들였음에도 이런 기본적인 번역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그저 대충 번역기를 돌려서 자막을 제공하는 게임들에서나 볼 수 있는 오류 말이에요. 정말 너무나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 아버지인 짐에게 계속해서 경어를 쓰던 빈스가 왜 이러는 걸까요



오랜만에 정말 웰메이드 인터랙티브 게임이 나왔습니다. 스토리도, 게임의 완성도도, 그래픽도, 사운드도, 연출도 뭐 하나 크게 아쉬운 점이 없을 정도죠.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절대 놓쳐선 안 될 그런 게임입니다.

몰입감 넘치는 비극적인 스토리는 대략 5~6부작의 시리즈물 정도의 볼륨을 자랑하고, 사건 속 수많은 선택은 쌓이고 쌓여 새로운 이야기를 터트려냅니다. 그 이야기들은 사람의 도덕성과 본성을 자극하며 옳고 그름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하게 만들죠.

중요한 선택을 내려야 할 때마다 과거의 사건이 몰아치고, 그 숨겨졌던 내막을 알고 난 뒤에도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게임은 계속해서 플레이어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단 한 번의 플레이보다 여러 번의 플레이가 더 재미있고,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 역시 그런 점이 아닐까 싶네요.

1998년 애리조나 투록에서 벌어진 두 가족의 비극, 무려 14년간 이어진 그들의 이야기가 그저 슬픔과 상처로 끝날지, 아니면 용서와 희망으로 변화할지는 오롯이 '선택'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