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좋았던 날들이 떠오르는 게임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 대해 말하기 전, 잠시 시계를 돌리고 돌려서 2014년으로 가보자. 굳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때가 현재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큰 기틀이 만들어졌던 때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한민국 게임 대상을 받았던 '블레이드'는 물론이고, '세븐나이츠', '별이 되어라!' 등 모바일 MMORPG가 나오기 이전에 모바일 RPG하면 떠오르던 원형들이 자리잡은 시기이지 않았나. 어느 작품이고 다 이름을 날린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세븐나이츠'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당시 장교로 복무하고 있었는데,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게임을 무슨 재미로 하냐고 하던 부사관들도 다들 핸드폰으로 그걸 켜놓고 있던 걸 봤으니 말이다.

그땐 포대장 눈치도 보이고 하니 당시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입문 시기가 늦어지긴 했지만, 게임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도 그렇게 빠져들게 만들었던 '세븐나이츠'의 매력을 나중에라도 확인해보긴 했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 세대의 모바일 게임의 그래픽과 차이가 나긴 하지만, 그럼에도 박진감과 위력이 체감되는 스킬 연출이나 지극히 정통파적이면서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캐릭터와 스토리를 구축해왔던 작품이었다.

그 후속작 세븐나이츠2도 개인적으로 한동안 재미있게 즐겼던 만큼, 이번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됐었다. 특히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우리가 알던 세븐나이츠의 모습에 좀 더 가까운 그래픽 스타일을 한층 발전시킨 터라,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할까. 과연 그래픽 스타일뿐만 아니라, 어떤 식으로 '세븐나이츠'라는 IP를 8년이 지난 현 세대에 풀어냈을지도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게임명: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Sevenknights Revolution)
장르명: MMORPG
출시일: 2022. 7. 28.
리뷰판: 1.0.0 버전
개발사: 넷마블넥서스
서비스: 넷마블
플랫폼: 모바일
플레이: 모바일



'변신'이라는 소재를 과감히 선택한 이유를 보여준 전투 체계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서 가장 눈에 밟힐 만한 단어는 '변신'이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변신이라는 단어가 최근 몇 년간 모바일 MMORPG의 악성 BM을 상징하는 단어처럼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시연 버전이 처음으로 공개됐던 2019년만 하더라도 변신이라는 소재 자체에 대한 비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보다는 유저들이 익히 보았던 MORPG, MMORPG의 틀에서 크게 못 벗어났다는 비판이 더 많았다.

그 뒤로 여러 차례 개선을 거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줄곧 '변신'이라는 키워드를 앞장세웠다. 세븐나이츠의 영웅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설정은 초기 공개 당시부터 있었긴 하지만, 변신이라는 단어가 유저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뻔한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그렇게 홍보를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PC MMORPG와 달리 모바일 MMORPG는 기기 인터페이스의 한계로 한 번에 여러 스킬을 누르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계 스킬 세팅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왔다.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개중 모바일 액션 MORPG에서 채택한 '캐릭터 태그 액션'을 변신이라는 형태로 이식했다. 각기 다른 스킬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로 교체해서 그때그때 다른 스킬로 적을 상대해나가는 방법을 세븐나이츠 캐릭터로 변신하는 것과 주인공 캐릭터의 무기를 교체하는 식으로 변주한 것이다.

▲ 영웅 변신 카드뿐만 아니라 무기 조합도 덱 편성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그런 시도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기존 MMORPG에서도 '변신컨'이라는, 빠르게 변신해서 각 변신마다 있는 고유스킬을 연계하는 그런 테크닉이 있긴 했으니까. 그런데 비판을 받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스킬은 무조건 특정 등급 이상에만 배정되어있는 데다가 스탯 차이도 꽤 크고, PVP, PK 때를 제외하면 보통은 변신컨을 할 필요 없이 가장 스펙 좋고 스킬도 좋은 변신 하나로 줄창 돌려도 되는 구성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컨을 했다고 해도 권장 전투력이 자신의 전투력보다 높은 곳을 넘보기 어려운 구조인 것도 한몫했다.

반면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컨트롤'이 꽤 중요한 포인트다. 일단 변신을 채택한 여타 다수 MMORPG와 달리 회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성능도 꽤 준수한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정도 급 이상이 되는 적부터는 패턴이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보스전에서는 세븐나이츠하면 떠오르는 출혈, 중독, 화상, 감전 등등 갖가지 상태 이상들이 잠시 한눈 파는 사이에 누적된다. 특히나 장판기들은 피하지 않으면 더 치명적이다.


회피는 없었지만 그렇게 보스의 패턴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공략하는 손맛은 세븐나이츠2에서도 이미 선보인 바 있었다. 그 요소를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서는 회피를 추가한 뒤 변신 액션으로 변주했다고 할까. 그러면서 좀 더 대처하기도 쉬워졌고,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손맛도 챙겼다. 계속 변신하면서 스킬 콤보를 연결, 보스의 무력화 게이지를 빨리 채워서 극딜 타이밍을 노리는 묘미도 있었다. 또한 게이지가 충전될 때 영웅이 아닌 아바타로 전환하면 공격력이 증가하고 흡혈이 추가되는 버스트 모드가 발동하는 것도 이용해서 피흡으로 버티는 테크닉도 가능했다.

여기에 '속성' 시스템도 꼬리를 물고 물리는 상성 관계가 아닌 '반응'에 초점을 맞추면서 캐릭터 조합과 변신 순서를 맞추는 테크닉에 깊이를 더했다. 캐릭터가 스킬이나 공격을 통해 속성 구슬을 획득하면 동일한 속성인 캐릭터 혹은 그에 반응하는 또다른 속성의 캐릭터가 속성 반응 공격을 추가로 해서 무력화 게이지를 빠르게 충전하거나 적에게 각종 상태 이상을 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이외에도 각 보스마다 공략 포인트들이 있고, 영웅 보스전에서는 친절하게 알려주니

▲ 그 공략대로 세팅해서 대응하기도 쉽다

일례로 처음에 주어지는 영웅인 에반은 불 속성이고, 카린은 땅 속성이기 때문에 에반이 적을 칠 때 속성 구슬을 획득하면 폭발, 혹은 석화 속성 반응 공격이 활성화된다. 에반은 석화 상태인 적에게 추가 스킬을 발동할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석화를 건 뒤 추가타로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리고 석화가 쿨타임이면 폭발을 쓰고, 폭발 이후에 스킬이 쿨타임이면 카린이나 다른 캐릭터로 변신해서 스킬 연계나 또다른 속성 반응 공격을 이어가면서 무력화 게이지를 충전하거나 혹은 적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극딜하는 테크닉이 가능하다.

스킬도 단순히 적을 타겟팅해서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논타겟팅 기반에 차징이나 홀드 그리고 무빙샷 등 여러 방식이 혼합되어있다. 그래서 수동으로 그 힘을 120% 끌어내면서 아슬아슬하게 클리어하는 맛도 있다. 이전처럼 스테이지 3성 클리어가 요구됐다면 다시 3성을 달기 위해 수고를 해야겠지만, MMORPG처럼 퀘스트를 어쨌든 클리어하면 소탕권으로 넘어갈 수 있어 한 번 벽을 넘기 위해 고생할 만한 동기부여도 됐다.

▲ 차징, 채널링 등 여러 조작법과 선딜 후딜 개념도 있어서 그냥 버튼만 터치하는 것과는 다른 손맛을 보여준다

물론 모바일 게임, 그것도 수집형 요소가 있는 게임 특성상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서도 각 변신 캐릭터마다 태생 등급이 나뉘어있긴 하다. 그러나 여타 '변신'처럼 저등급에서는 속성 반응 공격 등 기본적인 것도 발동하려면 추가로 무얼 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지는 않다. 모든 스킬을 쓰기 위해서는 최소 40레벨까지 올려야 하는데, 그때 태생 4성과 달리 3성은 한 번 승급을 해서 4성이 되어야만 40레벨까지 키울 수 있다는 번거로움이나 시너지 스킬 관계가 4성이 폭이 넓다는 정도다.

▲ 단순히 맞물리는 상성 구조가 아니라, 속성 반응 스킬까지 더해 딜사이클 컨트롤 요소까지 추가했다



지극히 정통파적인, 그래서 세븐나이츠다운 구성


앞서 언급하긴 했지만,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 맨 처음 공개됐을 때 유저들은 기존 모바일 게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 실망을 표했었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세븐나이츠'는 그 시작부터 정통파, 클리셰, 왕도적이라는 단어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었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잘 안 접했던 사람도 모바일 수집형 RPG라는 새로운 시장에 끌어올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작품이었다.

물론 가면 갈수록 복잡한 상태 이상에 면역, 반사 등 물고 또 무는 그런 구도가 이어지다가 리부트까지 가서도 바뀌는 등 여러 변천사가 많긴 하다. 그렇지만 스토리나 인물 구도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 등은 지극히 정통파적이고, 직관적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배경 설명 없이도 받아들여지기엔 충분했다. 캐릭터 육성 방법도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세븐나이츠를 계승한 작품인 만큼, 어찌보면 그렇게 알기 쉬운 정통파적인 구성을 채택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세븐나이츠는 게임에 깊이 파고드는 유저뿐만 아니라 라이트하게 즐기거나 혹은 게임을 안 했던 사람도 주변에서 하니까 재미있나? 하다가 그 이해하기 쉬운 구성으로 풀어낸 것들을 하나하나 접하면서 빠져들기 시작헀던 케이스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전작 유저층이 헤비 유저층만 있던 게 아니던 만큼, 그 유저층이 추억을 안고 다시 시작하게 하려면 이전까지 봤던 것과 완전히 다른 개념, 혹은 다른 루틴을 채택하기엔 어려웠을 것이다.

캐릭터나 무기의 성급을 올리기 위해서 흔히 말하는 '쫄'이나 하급 무기를 레벨업하고 승급해서 재료로 쓰는 방식이나, 무기나 쫄몹 그리고 강화 재료를 파밍하기 위해 던전을 뺑뺑이 도는 구도는 오히려 이제는 보기가 어려워진 옛날 스타일 아니던가. 물론 그 옛날에는 디폴트였으니 적응하기 어렵지 않다. 또 이전의 조합 시스템을 계승하하면서 제작 시스템과 도감을 더해 장비 파밍하고 남은 부산물을 재처리해서 성장에 이바지하는 정석적인 순환 구조를 완성시켰다.


▲ 한동안 안 보였던 뺑뺑이 돌고 쫄작하는 추억의 루틴을 채택했다

변신 못지 않게 위험한 단어가 도감,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서는 '전리품'이지만 여타 MMORPG와 달리 무기가 뽑기로 획득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그 구조에 독성은 많이 사라진 형태다. 장신구는 뽑기긴 하지만, 도감작에는 포함이 안 되고 영웅 던전에서 파밍할 수 있는 식으로 선을 지켰다.


▲ 도감 시스템인 '전리품'에서 장신구는 배제, 파밍과 조합만으로도 완성할 수 있게끔 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세븐나이츠 때와는 다소 다른 방향이긴 하지만 익숙하다. 전작 세븐나이츠에서 파스칼의 강림 의식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여신 셀라스는 다시 다가올 파괴신의 강림을 막기 위해 시공 초월 공간인 글라시르로 영웅들을 불러 모으고 영웅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며 계승자들을 기다리게 된다. 그 계승자로 선택된 주인공은 그랑시드 기사 학교의 학생으로, 파괴신을 신봉하는 '피지스'와의 전투에서 소중한 이들을 모두 잃을 운명에 처했지만 여신의 힘으로 다시 과거로 회귀한다. 그리고는 계승자로서 과거의 영웅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피지스를 막고 세계를 지키기 위한 모험을 이어가는 것이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의 핵심 스토리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이 이미 낯이 익은 만큼, 그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염려는 없다. 그보다는 전작을 했던 유저라면 세븐나이츠 영웅들이 언제 등장해서 활약을 보여줄지를 기대하기 마련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다. 그래픽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열악하던 그 시절에도 연출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세븐나이츠 아니었나. 물론 최근 모바일 게임들의 그래픽이나 연출 평균이 이전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져서 이전처럼 완벽히 탑티어라 하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세븐나이츠 영웅들이 활약하는 부분에는 확실히 힘을 주면서 정체성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저것 다 보여주고 싶은, 그래서 엉킨 실타래


지극히 익숙한 구성에 손맛까지 더해졌으니,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이론상으로만 보면 크게 흠잡을 곳이 없어보인다. 그렇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그렇지만도 않다. 그간 계속 보아왔던 모바일 게임과 콘텐츠적인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템포가 루즈하다거나 이것저것 가져왔는데 난잡하다는 말도 보인다.

그냥 슥 훑어보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자동사냥으로 쫄작하고, 그걸 반복해서 키운 캐릭터들로 모험 뚫거나 레이드하고 아니면 아레나를 즐기는 그런 루틴이 바로 눈에 띄긴 하다. 그렇지만 막상 실제로 게임을 접했을 때, 그 루틴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는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모바일 게임하면 유저들이 이제는 자기가 원하는 캐릭터를 먹고 시작하기 위해 계속 처음부터 반복하는 '리세마라'가 기본이 됐는데,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그 흐름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갔기 때문이다.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서 뽑기가 해금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40분 가량 걸린다. 스킵도 일부 구간에서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는 주로 세븐나이츠 영웅들의 힘을 사용하는 계승자라는 존재와, 그 계승자와 함께하게 되는 동료들의 성격과 실력 그리고 영웅들의 힘을 전투 튜토리얼이나 QTE로 계속 각인시키는 과정이 들어가있다. QTE를 써서 연출에 몰입감을 주는 건 좋지만, 리세마라를 가정하는 유저에겐 반복 노동이라서 감흥이 떨어진다고 할까.

물론 리세마라가 쉽고 어렵고 여부가 게임을 평가하는 잣대라고 하긴 애매하다. 리세마라는 게임을 본격적으로 평가하기 전에 시작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게임을 좀 더 원만하게 시작하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유저 입장에서는 짚고 넘어가게 되는 건 분명하다.

▲ 아직 새내기들이니 영웅에 비하면야 연출이 미약한 건 그러려니하지만, 이걸 계속 리세하면서 봐야 한다면?


▲ 리세마라뿐만 아니라, 스토리 한 번 클리어하고 나서도 그게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반복된다

스토리 자체에 대한 평가는 개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연출 중 세븐나이츠가 등장하지 않고 오리지널 캐릭터가 나오는 파트는 아무래도 아우라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물론 캐릭터의 인지도 차이도 있지만, 그 안에 이것저것 최대한 빠르게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갑자기 무리수를 던지는 듯한 연출들이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서는 캐릭터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도 많은데, 그 장면이 상당히 뜬금없다. 마치 너희 이런 곡 좋아하지? 그래서 준비했어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 곡 자체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고 맥락도 이해는 가지만 설명과 빌드업은 부족하다. 여기에 성우들의 연기 톤도 그래픽에 비해 묵직하게 설정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서 몰입감이 조금 떨어진다.

그리고 캐릭터가 새로 등장할 때마다 예외 없이 화면이 잠시 멈추면서 좌측 하단에 캐릭터의 이름뿐만 아니라 성격, 직책 등 대략적인 정보들을 노출하는 식으로 빌드업을 시작하는 게 눈에 띈다. 스킵하고 넘어갈 때 이 캐릭터가 누구였나 기억하기 쉽다는 장점은 있지만,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이 매번 똑같아서 눈길이 잘 가지 않는다. 오리지널 캐릭터들 상당히 많이 나오다보니 이를 소개할 때 들이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보고 스토리 연출로 몰입감을 살리자는 생각이었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몰입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빨리빨리 최대한 정보를 우겨넣어서 전달하다보니 감정이 피어오르기도 전에 글씨만 보이는, 그런 양상이었기 때문이다.

▲ 매번 새 오리지널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소개하는 방식이 똑같다


또한 기본적인 구성은 세븐나이츠2에 가까웠는데, 세븐나이츠2가 MMORPG적 특징이 다소 약하다는 평가가 있던 만큼 이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가 종종 엿보였다. 세븐나이츠2의 방치형 필드와 유사한 넥서스 사냥터를 각자 한 속성만 세팅할 수 있고, 다른 속성 사냥터를 가고 싶으면 친구의 사냥터에 방문하거나 혹은 다른 유저가 채팅창에 올린 초대를 보고 가게끔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자기 넥서스 사냥터의 속성을 바꾸려고 하면 루비를 소모해야 하니, 선택의 여지가 크게 없는 셈이다.

변신과 회피 그리고 시너지 스킬과 속성 반응으로 액션에 좀 더 집중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앞서 언급헀던 것처럼 세븐나이츠 레볼루션도 반복 파밍이 꽤나 중요한 게임이다. 세븐나이츠2처럼 방치형 필드를 뺑뺑이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쨌거나 영웅의 등급을 올리려면 쫄작도 해야 하고 무기도 파밍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도감 시스템에 제작 시스템까지 더해진 터라, 파밍의 필요성은 더더욱 올라간다.

▲ 사냥터 속성은 바꾸려면 루비를 소모할 수밖에 없어서

▲ 친구를 잘 사귀어야만 편하다

그런데 복잡한 전투 시스템을 자동에서는 100% 활용을 안 하는 터라 자동 효율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정확히는 일반 스킬에 시너지 스킬이나 속성 반응, 특수기까지는 쓰지만, 변신과 무기 교체 그리고 버스트 모드는 잘 안 쓴다. 그래서 흘끗 보다보면 갑갑해서 자꾸 건드리게 되고, 마음 편히 내버려두질 못한다. 더군다나 물약값도 하루에 벌 수 있는 골드에 비해서 상당히 비싸니, 불안감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 필드 자동사냥으로 얻은 재료를 조합해서 갖추면 된다지만 필드가 좁아서 금방 사냥터가 꽉 차고, 자동사냥 끝나고 뭘 얻었나 보기도 어렵다.

어느 정도 스토리를 뚫다보면 템이 갖춰져서 그 문제는 점차 해소되긴 하지만, 이것저것 보게 만들려고 우겨넣었던 것 때문에 체감상 그 시간이 꽤 길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난이도마다 매번 똑같은 스토리를 반복해야 하고 스킵 안 되는 구간도 동일하니, 더더욱 그런 심리가 강하게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덱 편성할 때의 편의성이나 게임의 전반적인 최적화도 썩 좋지 않았으니, 이것저것 넣다가 엉킨 듯한 느낌이 채 가시지가 않는다.

▲ 스토리를 깨다가 막히면 룬 모험과 사냥터를 돌고, 스펙 쌓고 다시 도전하는 그 루틴의 연속이다


▲ 하우징이나 비행 등, 여러 가지가 있긴 하지만 아직 미완성이고, 일반 필드에선 사용불가다




▲ 스페셜 방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근시일 내에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 여러 콘텐츠가 추가될 예정이다

4년간의 개발 기간 끝에 정식 출시가 됐지만,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현재 모든 콘텐츠를 선보인 것은 아니다. 길드 전장이나 캐릭터의 스토리와 연결된 스페셜 던전까지, 방송을 통해서 근시일 내에 적용될 업데이트 내용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상태에서 보면, 추후 업데이트에서는 그 틀이 어떻게 잡힐까 기대할 만한 저력은 충분하다. 우려와 달리 적의 패턴을 회피하고 제압기로 파훼하거나, 속성 반응 및 시너지 스킬과 변신컨으로 무한 스킬 연계를 우겨넣어서 빠르게 극딜하는 손맛이 있었으니 말이다. 라이트 유저들도 즐겼던 '세븐나이츠'였던 만큼, 익숙하지 않은 유저를 위해서 회피 타이밍을 잘 잡을 수 있도록 장판 타이머 표시도 깔끔하게 잘 되어있어 부담도 덜하다. 제압기도 세븐나이츠2 때에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개선됐던 사항이 처음부터 반영되어 다른 스킬을 사용할 때 씹히지 않고 제 타이밍에 그것도 누르기 쉽게 확대되서 나오니 접근성도 좋다.

▲ PVE뿐만 아니라 PVP도 컨트롤의 묘미를 살렸다

그렇지만 그 궤도에 올라타는 과정이 순탄할지는 의문이다. 우선 최근 트렌드와 달리 초반 템포가 늘어져서 유저들이 지칠 우려도 높다. 세븐나이츠를 플레이할 때 자신의 애정캐는 하나 정도 마련하고 가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일 테니, 하다못해 그 옛날의 선별 소환 시스템이라도 채택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런 과정을 거친 이후에도 콘텐츠가 해금되는 속도는 느린데 스토리는 계속 몰아치는 구도니, 음미하기보다는 숨가쁘게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특히 전작부터 PVP 비중이 상당히 높은 작품이었는데, 그 기조가 동일해서 더더욱 그렇게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전작과 달리 컨트롤로 어느 정도 극복은 가능하다고 하지만 스펙 차이를 뛰어넘지 못하는 구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PVP는 숙제만 하고 차분히 자신의 템포대로 이것저것 제작하고 수집하면서 모험을 즐길 요소는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그 시간을 압축할 패키지들이 뒤따라나오기 때문에 여유롭게 모험을 즐기기엔 조금 마음에 걸린다.

특히나 PVP를 신경쓰지 않는 유저라고 해도 PVE에서도 걸려넘어질 부분들이 눈에 띈다. 요일 던전에 해당하는 영웅 던전을 안전하게 클리어하려면 제압기를 소지한 영웅이 필요한데, 그 영웅들도 뽑기로 확률적으로 얻기 때문에 속도 차가 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전작 세븐나이츠2에서는 대부분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기본으로 얻게 되는 영웅들에 제압기를 분배해뒀으니, 비교될 수밖에 없다. 물론 세븐나이츠2는 제압기를 못 쓰면 그대로 전멸기로 이어지지만,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캐릭터를 못 얻은 탓에 어찌 대응하지 못하고 보스 패턴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썩 기분이 좋진 않다.

▲ 전멸기는 아니라지만, 제압기 쓸 캐릭터가 없으면 지켜볼 수밖에

모바일 버전은 최적화 이슈가 불거지고 있고, 튜토리얼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하지만 PC 버전에서 중요한 창 모드 전환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이 없는 등 소소하지만 자꾸 신경이 쓰이는 부분들이 자꾸 보인다. 어느 정도 감내하고서 플레이하면 개발진이 생각한 컨트롤의 재미나 덱 짜는 재미가 눈에 보이고, 그때부터는 어떻게 플레이할까 루틴을 짜게 되는 맛은 있지만 그 단계까지 가는 길이 트렌드와는 다소 이질적인 데다가 아직 덜 닦였다고 할까. 이런 부분을 앞으로 어떻게 피드백해서 개발진이 어필해왔던 그 무한 변신 스파클링 액션의 짜릿함을 유저들이 만끽할 단계까지 끌고 나가느냐가 현재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에 당면한 가장 큰 과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