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액션 어드벤처나 RPG 장르에서 시리즈라고 하면 후속작이 전작의 특징을 계승하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가 이어진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전작의 시스템을 최대한 가져오는 한편, 거기에 후속작만의 새로운 요소를 추가해 차별화를 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이하 제노블레이드) 시리즈도 비슷하다. 지난 2010년 Wii로 출시된 1편의 독창적인 전투 시스템,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깊이 있는 내러티브, 방대한 세계관 등의 특징을 계승하는 한편, 시리즈마다 특징적인 요소를 넣어 차별화를 꾀했다.

그런 제노블레이드 시리즈지만, 지난 7월 29일 출시한 '제노블레이드3'는 조금 달랐다. 시리즈의 특징을 계승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거기에 더해 넘버링 타이틀인 1편과 2편의 특징을 융합해 자신만의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계승과 발전이 아닌, 계승과 융합을 선택한 '제노블레이드3'다. 쉬워 보이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았을 '제노블레이드3'의 이러한 선택은 과연 '제노블레이드3'를 어떤 형태로 변화시켰을까. 전작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 변화에 대해 이번 리뷰에서는 다뤄보고자 한다.

게임명: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3
장르명: RPG
출시일: 2022. 7. 29.
리뷰판: 1.1.0
개발사: 모노리스 소프트
서비스: 닌텐도
플랫폼: NSW
플레이: NSW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제노블레이드3', 무엇을 계승했는가


뛰어난 후속작의 기준은 무엇일까. 형보다 나은 아우 말이다. 특정 요소 하나만 갖고 뛰어난 후속작인지 전작만 못한 후속작인지를 가를 순 없겠으나, 호평받은 후속작들을 보면 대부분 전작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개선하는 선택을 취한 걸 볼 수 있다. 전작과 출시 텀이 긴 게임의 경우 큰 변화를 겪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전작과 유사하다. '제노블레이드3' 역시 마찬가지다. 전작의 특징을 훌륭하게 계승했다.

물론,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는 선택이다. 전작의 시스템을 계승했다는 건 다른 시선으로 보면 큰 변화가 없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노블레이드3'의 기본적인 시스템은 1편과 2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노블레이드 시리즈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자동으로 진행된다.

▲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작하는 캐릭터가 타겟팅한 적 근처에 있으면 오토 어택으로 알아서 공격하는 방식이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가만히 놔둔다고 전부 알아서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토 어택은 평타다. 여느 액션 어드벤처나 RPG와 마찬가지로 평타만으로는 일반 몬스터 하나 잡는데도 한세월이다. 일반 몬스터가 그럴진대 유니크 몬스터나 보스는 말할 것도 없다. 오토 어택만 한다면 절대 잡을 수 없다. 당연히 스킬이 필요하다. 이러한 스킬을 제노블레이드 시리즈에서는 아츠라고 부른다.

전투의 핵심인 만큼, 제노블레이드 시리즈는 시리즈마다 아츠 시스템을 개선해왔다. 그렇기에 1편과 2편의 아츠 시스템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달랐다. 기본적으로 제노블레이드 시리즈의 전투 시스템은 큰 틀에서 보면 크게 차이가 없는 형태다. 리캐스트 시스템이라고 해서 아츠를 발동하기 위해선 게이지를 채워야 하며, 오토 어택과 연계해 오토 어택으로 적을 공격한 순간 아츠를 발동하면 캔슬 공격으로 변환, 딜레이가 줄어들고 아츠가 강화되는 방식이다.


이처럼 기본적인 형태는 같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똑같은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리캐스트 시스템이 달랐다. 1편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차는, 이른바 쿨타임 방식이었던 데에 반해, 2편은 적을 공격할 때마다 게이지가 차는 방식이었다. 얼핏 큰 차이가 없는 느낌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1편에서는 오토 어택을 하지 않고 돌아다녀도 아츠 게이지가 찼지만, 2편은 적을 공격해야 게이지가 차는 만큼, 좀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야 했고 이는 게임 플레이 전반에 걸쳐서 전작과는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켰었다.

그렇다면 '제노블레이드3'는 어떨까. '제노블레이드3'의 아츠 시스템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1편과 2편의 시스템을 계승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시스템만이 아니다. 게임의 무대가 되는 세계 아이오니온 역시 여러모로 전작의 향수가 강하다. 무엇보다 본편에서 대립하는 두 국가부터가 그렇다. 주인공 노아가 소속된 케베스는 1편의 하이엔터나 마키나와 판박이다. 이를 의도한 듯, 노아 일행의 아츠는 1편과 같이 동그란 형태에 리캐스트 시스템 역시 1편의 쿨타임 방식을 따른다.

▲ '제노블레이드3'의 아츠 시스템은 1편과 2편의 시스템을 반씩 섞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또 다른 주인공 미오 일행이 소속된 아그누스는 2편을 떠올리게 한다.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 있다던가, 고양이 귀가 달렸던가, 그게 아니더라도 블레이드의 상징이랄 수 있는 코어 크리스털이 가슴에 박힌 모습이다. 단순히 외형만 다른 게 아니다. 앞서 노아 일행이 1편의 리캐스트 시스템을 따른다고 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미오 일행은 2편의 리캐스트 시스템을 따른다. 마름모 형태의 아츠에 적을 공격해야 아츠 게이지가 찬다.

이는 '제노블레이드3'의 전투 시스템이 1편과 2편의 것을 모두 가져왔음을 의미한다. 아츠 시스템만 그런 게 아니다. 전투 시스템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한 콤보 시스템 역시 1편과 2편의 것을 모두 가져왔다. 덕분에 '제노블레이드3'의 전투는 전작들과 비교해 방대하면서도 복잡하다. 1편과 2편, 각각 하나의 콤보로만 이어지던 것과 달리 '제노블레이드3'에서는 콤보가 다른 쪽으로 파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콤보가 단순히 대미지를 넣기 위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니크 몬스터나 보스의 경우 전투 중 분노 상태에 돌입할 때가 있는데 이때에는 적의 공격력이 강해져 자칫 잘못하면 순식간에 죽을 수가 있다. 분노를 풀기 위해선 1편의 콤보를 버스터 콤보를 넣어야 한다. 브레이크→다운→스턴→버스터로 이어지는 콤보를 넣게 되면 분노가 해제되어 한결 전투가 편해진다. 단순히 큰 대미지를 주고자 한다면 2편의 콤보가 효과적이다. 브레이크→다운→라이징→스매싱으로 이어지는 콤보로 적에게 큰 대미지를 줄 수 있다. 1편과 2편의 리캐스트 시스템, 그리고 콤보를 계승함으로써 전략성을 더욱 극대화한 셈이다.

콤보의 가지수가 늘어난 만큼, 제대로 콤보를 넣을 수 있을지 우려될 수도 있다. 실제로 1편에서는 콤보를 넣으려고 하는데도 콤보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에 2편에서는 혼자서 모든 콤보를 넣는 식으로 블레이드를 짜 넣는 경우가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를 의식한 듯 '제노블레이드3'의 AI는 전작과 비교해 여러모로 발전됐다. 브레이크를 넣으면 자연스럽게 콤보를 넣는다. 여기에 더해 플레이어가 직접 어떤 콤보를 우선시할지 정할 수도 있어서 전작에서의 답답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 1편의 인연 맵 시스템이 돌아왔다

▲ 콜로니의 인연 레벨을 올리면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계승된 건 전투 시스템만이 아니다. 1편의 인연 맵과 젬 크래프트도 부활했다. '제노블레이드3'의 인연 맵은 1편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서브 퀘스트와 연관된 요소로 주민들과의 인연이 깊어지면 새로운 정보를 들을 수 있으며, 상담으로 이어지고 퀘스트로 발전할 수도 있다. 물론, 스토리를 진행하고 주민들과 대화하거나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함에 따라서 콜로니 주민들의 관계성이 바뀌는 등 1편의 특징 역시 여전하다.

한편, 젬 크래프트는 1편의 것을 계승했지만, 여러모로 간소화된 모습이다. 1편의 젬은 장비 소켓에 장착하는 아이템으로 한 번에 하나씩 밖에 쓸 수 없었다. 당연히 모든 캐릭터에 젬을 장착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젬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제노블레이드3'는 하나의 젬을 여러 캐릭터가 공유하도록 개선됐다. 좋은 젬 하나만 만들면 되는 만큼, 젬을 만드는데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 많은 부분이 더해진 만큼, 젬 크래프트는 여러모로 간소화된 모습이다


방대한 필드를 누비는 탐험 요소 역시 건재하다. 다만, 여기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필드에서 아이템을 채집하는건 여전하지만, 여기에 더해 새로운 요소로 세력 간의 싸움에 가세하는 요소가 추가됐다. 필드에서는 때때로 케베스와 아그누스가 싸우거나 몬스터들끼리 싸우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때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주면 소정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주인공들의 연계기로서 강력한 한 방을 보여줬던 체인어택은 연계기라는 특징은 유지하는 한편, 아츠 조합에 따라 연계를 이을 수 있었던 1편과 속성구를 깨뜨려서 풀 버스트 게이지를 채워 풀 버스트 체인어택으로 진화하는 방식을 보였던 2편과 달리 체인어택을 지휘하는 캐릭터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강력한 연계기라는 시리즈의 특성은 유지하는 한편, 클래스에 따라 다양한 체인어택 조합이 나올 수 있도록 진화한 셈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제노블레이드3'가 단순히 전편의 시스템을 가져오는데 그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1편과 2편의 특징을 계승하는 한편, '제노블레이드3'만의 특징으로 재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해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제노블레이드3'가 추구한 융합


전작의 특징을 계승하는 건 어찌 보면 시리즈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큰 변화는 반발을 가져오는 법. 그렇기에 많은 시리즈가 우선 전작의 특징을 가져오고 거기에 더해 자신만의 특징을 녹여내 차별화를 꾀하곤 한다. 안전한 선택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런 선택이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니다. 이는 자칫 잘못하면 안주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제노블레이드3' 역시 마찬가지다. 전작의 것들을 계승하는 한편, 이를 융합해 자신만의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융합은 '제노블레이드3'를 관통하는 핵심 시스템, 키워드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 첫 번째 융합으로 '제노블레이드3'는 캐릭터를 섞었다. '제노블레이드3'만의 새로운 요소인 우로보로스는 주인공들이 인터링크(융합)해서 변하는 모습으로 강력해질 뿐 아니라 아츠 역시 우로보로스 전용 아츠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우로보로스는 얼핏 무조건 변신하는게 이득인 기능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 우로보로스는 강력하지만, 그만큼 단점 역시 명확하다

우로보로스가 된다는 건 당연하겠지만, 두 명의 캐릭터가 하나가 된다는 걸 의미하는데 이는 두 명의 클래스가 빠진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아가 디펜더, 미오가 힐러고 나머지는 모두 어태커 클래스라고 할 때 둘이 인터링크하면 파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디펜더와 힐러가 빠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무조건 인터링크 하기보다는 현재 파티의 클래스 구성과 전투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잘만 쓴다면 죽기 직전 위기의 순간에서 우로보로스로 변해 살 수도 있지만, 잘못 쓰면 오히려 파티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링크가 '제노블레이드3'만의 독창적인 융합이라면 아츠 융합은 1편과 2편에서 계승한 시스템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제노블레이드3'의 전투 시스템은 전작들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클래스 시스템의 추가를 들 수 있다.


후술할 클래스 시스템 덕분에 '제노블레이드3'에서 주인공들은 언제 어느때든 자유롭게 클래스를 바꿀 수 있다. 덕분에 클래스의 조합 역시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자유롭다. 2디펜더, 2어태커, 2힐러의 밸런스형 조합은 물론이고 1디펜더, 1힐러, 4어태커라는 극딜 조합은 물론이고 효율은 나쁘겠지만, 극단적인 경우 6어태커도 가능하다.

당연히 클래스를 바꾸면 아츠 역시 그에 따라 바뀌게 된다. 단, 한 가지. 캐릭터 레벨과는 별개로 클래스 랭크가 있는데 이를 올리면 이전 클래스의 아츠를 하나 가져올 수 있다. 마스터 아츠라고 하는 것으로 십자키에 배치해 사용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아츠처럼 쓸 수도 있지만, 이를 융합해 두 개의 아츠의 효과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 마스터 아츠를 통해 클래스의 장점을 극대화하거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아가 마스터 아츠로 그라운드 비트를 설정한 상태에서 버터플레이 에지와 융합해서 스킬을 쓰면 범위 공격으로 여러 적을 공격하는 동시에 어그로를 획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는 탱커에게 있어선 최적의 아츠 융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여러 클래스를 육성할수록 아츠의 조합 역시 더 늘어남을 의미한다.

당연히 마스터 아츠로 인한 조합이 늘어난다는 건 전략의 폭 역시 넓어진다는 걸 뜻한다. 콤보를 능수능란하게 널고 싶다면 콤보에 특화된 아츠를 고르면 되고 그게 아니라면 클래스 역할에 특화된 아츠들을 조합하면 된다. 각각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취향에 자유롭게 아츠를 고르면 될 뿐이다.

▲ 6명의 캐릭터, 우로보로스, 융합 아츠, 클래스 체인지 등 처음에는 다소 복잡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융합은 얼핏 복잡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최대 6명의 캐릭터가 전투에 나서는 만큼, 신경 써야 할 것도 많다. 단순히 캐릭터가 많기 때문이 아니다. 캐릭터가 많아진 만큼, 각 클래스의 능력은 전작과 비교해 다소 떨어진다. 그렇기에 '제노블레이드3'에서는 클래스 조합, 아츠 조합에 더해 끝으로 조작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바꾸는 것 또한 신경 써야 한다. 전작에서 하나의 캐릭터를 고르고 그 캐릭터에만 집중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덕분에 '제노블레이드3'의 전투는 전작들과 비교할 때 더욱 복잡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각 클래스의 능력이 전작들과 비교해 떨어지는 만큼, 디펜더 하나로는 제대로 어그로를 끌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두 디펜더 캐릭터를 번갈아가면서 어그로를 주고 받는 등의 플레이가 요구된다.

▲ 돌진 등 범위 공격이 예상된다면 집합해 공격을 피하거나 하는 식의 전략적인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이는 위치 선정도 마찬가지다. 유니크 몬스터나 보스 등 일부 강력한 적은 범위 공격을 하기에 아무렇게나 플레이했다간 파티가 전멸하는 꼴을 볼 수도 있다. 클래스의 조합, 아츠 조합에 더해서 그때그때 어떤 캐릭터를 조작할지까지. 시리즈의 특징을 계승하는 한편, '제노블레이드3'만의 차별점 역시 놓치지 않은 모습이다.



'제노블레이드3'만의 차별점, 클래스 그리고 히어로 시스템

▲ 자유롭게 클래스를 바꿔가며 육성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보자

계승과 융합과는 별개로 '제노블레이드3'만의 특징으로는 클래스 시스템과 히어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노블레이드3'에서는 캐릭터마다 자유롭게 클래스를 바꿀 수 있는데, 이러한 클래스 시스템에 더해 마스터 아츠의 조합을 통해 클래스의 장점을 극대화하거나 단점을 없애는 게 가능하다. 어태커가 대표적이다. 메인 딜러인 어태커 계열 클래스는 강할수록 좋은데 이는 반대로 어그로 수치가 쌓이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무턱대고 아츠를 남발하다간 금새 죽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두 가지 방법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어그로를 낮추는 마스터 아츠를 조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융합 아츠를 쓰면 어그로를 최대한 끌지 않으면서도 어태커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디펜더가 어그로를 끌기 쉽도록 마스터 아츠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융합해서 써도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아츠를 난사함으로써 어그로를 유지할 수 있다.

▲ 질풍술사 + 헤비 가드의 아츠를 조합해 최강의 디펜더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조합은 한두 개로 국한되지 않는다. 디펜더라고 해도 세부적으로는 다르다. 질풍술사처럼 회피 위주의 디펜더가 있는가 하면 헤비 가드처럼 적의 공격을 막는 타입의 디펜더도 있다. 심지어는 어그로를 끄는 건 독보적인데 생존율은 다소 떨어지는 디펜더도 존재한다.

이럴 경우 회피 아츠를 조합해도 좋고 그게 아니라면 회복 아츠를 조합해 어그로를 끌면서 스스로를 회복하는 타입의 디펜더로 만들 수도 있다. 당연히 이럴 경우에는 어태커 역시 어그로를 줄이는 마스터 아츠가 아닌 공격에 특화된 타입으로 아츠를 조합하는 게 좋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클래스들이 해금 될 때마다 더욱 다양한 조합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제7의 동료인 히어로는 2편의 레어 블레이드를 '제노블레이드3'에 맞게 바꾼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비슷하다는 거지 실제로는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2편에서 블레이드를 바꿀 수 있었던 건 주인공인 렉스 뿐이었던 반면, '제노블레이드3'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클래스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그저 운에 의존해서 나올 때까지 무작정 크리스털을 써야 했던 것과 달리 히어로 퀘스트를 통해 영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7의 동료라고 했지만, 히어로들은 항상 주인공들과 함께하지는 않는다. 히어로 퀘스트에서, 그리고 일부 스테이지에서 함께하기도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파티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히어로 시스템이라고 해도 별것 없어 보인다. 하지만 히어로 시스템의 진면목은 그들이 가진 특수한 클래스, 히어로 클래스를 얻는 데에 있다.

▲ 히어로 클래스인 워 메딕은 회복과 관련해서는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히어로 클래스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인 클래스보다 더욱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가장 먼저 얻을 수 있는 어태커 플래시 팬더의 경우 어태커 가운데서도 독보적일 정도로 강력하며, 마술사는 힐러임에도 공격과 회복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당연히 이런 히어로 클래스를 얻는다면, 그만큼 파티의 조합 역시 다양해지고 전략의 폭 역시 넓어진다. 물론, 그렇다고 히어로 클래스가 독보적으로 강하단 건 아니다. 힐러라고 해도 전술가처럼 힐 아츠가 없어서 서포터 성향이 강한 히어로 클래스가 있는가 하면 플래시 팬더처럼 너무 강해서 반대로 어그로가 쉽게 끌리는 어태커도 있다. 이처럼 히어로 클래스는 강점만큼이나 약점 역시 명확하기에 이를 쓰는 플레이어 역시 클래스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 히어로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더 많은 히어로 클래스를 얻을수록 파티 역시 강해진다

장단이 명확하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히어로 클래스가 좋은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히어로 클래스는 그냥 얻을 수 없다. 일부는 스토리 진행상 자연스럽게 얻어지지만, 대부분은 콜로니나 필드에서 정보를 얻고 해당 히어로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한다. 필수인 건 아니지만, 2편의 레어 블레이드처럼 운에 의존하는 것도 아니고 많은 히어로 클래스를 얻을수록 조합과 전략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더 많은 히어로 클래스를 얻을수록 게임의 재미 역시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시리즈 게임의 숙명이라고 해야 할까. '제노블레이드3'는 여러모로 출시 전부터 전작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관심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시스템적인 측면에서의 진화는 물론이고 외적인 측면에서의 발전을 많은 게이머가 기대했다. 다행스럽게도 '제노블레이드3'는 연출이나 비주얼은 물론이고 최적화에 이르기까지. 딱히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시리즈 최신작인 만큼, 닌텐도 스위치의 성능을 십분 발휘해 시리즈 사상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줄 뿐 아니라 프레임 역시 안정적이다. 닌텐도 스위치라는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썼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주 가끔. 가뭄에 콩 나듯이 프레임이 살짝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만, 프레임 드랍으로 인한 불쾌감은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비단 비주얼과 최적화만이 아니다. 연출 역시 마찬가지다. 전작들의 연출 역시 딱히 나쁘진 않았지만, '제노블레이드3'는 단연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 무엇보다 흡입력이 있다. 짧으면 5분, 길면 10분 이상 이어지는 컷신임에도 시종일관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긴 호흡의 컷신에 거부감이 없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제노블레이드3'는 역시 제노블레이드 시리즈라고 할만한 게임이다. 전작들을 즐겼다면 여러모로 전작의 향수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느낄법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즐기는데 큰 무리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J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대부분 만족할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긴 플레이 타임은 다소 벽이 될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튜토리얼을 겸한 초반부는 길뿐더러 다소 지루하다. 1~2시간도 치명적인데 '제노블레이드3'는 거진 10여 시간이 넘는다. 새로운 요소들에 대한 설명과 익히는 과정이 길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단점을 제외하면 '제노블레이드3'는 분명 올해 최고의 JRPG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형보다 나은 아우는 아닐지 몰라도 형만한 아우라고 하기엔 부족하지 않은 만큼, 다시 한 번 제노블레이드 시리즈의 세계에 빠져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