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고 끔찍한 신 앞에 무릎 꿇어라


오래된 옛 신앙의 제물로 처형된 어린 양. 사실 어린 양은 제물이 아니었다. 처형은 오히려 어린 양과 그를 연결하는 고리이자 수단이었고, 그렇게 어린 양은 그를 영접하고 권세를 얻었다. 봉인된 '기다리는 자'의 권능과 축복, 저주를 받은 어린 양은 참된 뜻으로 인도하기 위해 교단을 세웠다. 그렇게 이단을 처벌하는 거룩하고 끔찍한 성전, 그것이 '컬트 오브 더 램'이다.

게임명: 컬트 오브 더 램 (Cult of the Lamb)
장르명: 로그라이크 액션, 경영
출시일: 2022. 8. 12.
리뷰판: 0.9.69
개발사: 매시브 몬스터
서비스: 디볼버 디지털
플랫폼: PC, Switch, XBOX, PS
플레이: PC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귀엽고 솔선수범하는 우리 교주님


시작부터 한 번 목이 잘려나가고 기다리는 자의 권세를 받아 부활하여, 교주가 된 어린 양이 바로 플레이어다. 새로운 종교의 우두머리이자 선지자, 계시자로 플레이어는 신도들을 이끌고 이단자들을 처단하여 기다리는 자의 뜻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이놈의 교단을 운영하는 일 자체가 쉽지가 않다.

신도들은 교단을 이끄는 근본이자 자원이라는 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다. 때로는 필요 없는 신도는 과감하게 처단하여 교단의 분위기를 바로잡아야 하고, 교주의 위엄과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수다. 그러면서도 신도들에게 노동을 부과하여 교단을 발전시키는 과정이 교단 운영 파트의 묘미.

▲ 이렇게 예쁜 교단을 꾸밀 수 있기도 하고...

초반에는 솔선수범 교주가 될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직접 신도들의 똥을 하나하나 치워야 할 정도로 번거롭고 바쁘다. 그런 와중에 짬을 내서 성전으로 교주들을 쓰러뜨려야 하는 상황이기에 부지런한 교주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마치 게임속에서 전쟁이 국력을 크게 소모하는 행위임을 반영한 느낌처럼, 성전 역시 운영에서 꽤 부담을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플레이어는 간혹 성전을 미루고 교단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돌봐야 하는 움직임도 나온다.

발전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건물들은 몇 가지 항목으로 나눌 수 있다. 신도들의 식량과 주거를 책임지는 건물들도 있고 자원을 생산하게 하는 건물들도 있다. 그러면서 신앙이 녹슬지 않도록 신앙심을 올리거나 신도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장치들도 존재한다. 신도들을 먹일 작물을 재배하고, 건물을 지을 목재와 석재를 수급하면서 이를 가공하기도 해야 하는데, 이 몫은 신도들이다. 그래서 신도들의 피로, 신앙, 성향 등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건 아니고, 두루두루 관리하는 정도로 부담을 크게 줄여두었다.

▲ 교단 파트만 가면 오컬트 요소와 종교적 색채가 팍팍 드러난다.

여기서 오컬트적 요소이자 컬트 오브 더 램만의 특별한 관리 요소인 종교가 큰 역할을 발휘한다. 때로는 의식으로 신도들의 굶주림을 해결할 수도 있고, 불순분자를 정당한 사유(제물)로 제거할 수도 있으며 직접 손을 쓰는 방법도 있다. 반대로 유능했지만 나이들어 죽은 신도를 다시 부활시켜 부려 먹을 수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신도들은 돌봐야 하는 존재면서, 소모적인 '자원'으로 생각하게 할 수 있는 기발한 요소이기도 하다.

교단의 규모 역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사람 사는 일이 그렇듯, 신도가 적은 초반에는 문제가 별로 없지만, 점점 더 이상한 신도들이 늘어난다. 다른 신도가 싫다고 똥 밥을 먹이라고 하고, 교리에 어긋나는 요구를 하거나 제재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신도들의 욕구 불만, 혹은 만족감은 '신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신도를 관리해야 한다.

이 과정이 단순히 '경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교단을 이끄는 듯한 느낌이 잘 살아있다. 게임적 요소로 따지고 다른 타이쿤류 경영 시뮬레이션 부분에서 볼만한 것들도 많지만, 여기에 오컬트적 요소들과 종교의식 같은 연출들이 가미되면서 '컬트 오브 더 램'만의 독특한 교단 경영 가치가 드러난다. 귀여운 듯하면서도 끔찍한, 때로는 성스러운 연출은 이 게임을 기괴하면서 독특한 분위기로 유지하는데 한몫을 톡톡히 한다.



이단자들은 그의 권능 앞에 무릎꿇으리라


교단 운영만으로 끝이 아니다. 기다리는 자를 배신하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옛 신앙의 이교도들과 주교들을 처벌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성전'이라고 불리는 전투 파트로 대변된다. 성전은 기본적으로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매번 성전을 시작할 때마다 플레이어는 다른 무기들과 저주를 들고 시작한다. 그리고 만나는 조력자나 적들 구성, 그리고 맵의 구조도 달라진다.

조력자로 등장하는 요소들도 부족하다고 볼만한 건 아니다. 장비나 저주를 교체할 수 있게 해주거나 특수 미션으로 큰 보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때로는 세뇌되지 않는 신도가 보상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특수 효과를 부여하는 아르카나의 등장과 선택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전투의 쾌감은 상당히 좋은 편. 패드 플레이를 권장할 정도로 진동으로 인한 피드백이 확실한 타격감은 훌륭한 편이다. 무기와 저주마다 다른 효과가 있고 연출도 꽤 귀여우면서 끔찍해 볼만하다. 전체적인 템포도 역동적이면서 빠른 데다가, 성전 한 번의 과정도 초반에는 5분 내외, 후반에도 10분 내외로 잡힐 정도로 길지 않다.

▲ 랜덤 강화 요소들이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편이다.

옛 주교들의 터전을 수차례 답파하면서 많은 중간 보스들과 진 보스인 주교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보스들은 외형에 따른 특수한 패턴들을 갖고 있고, 탄막 슈팅을 연상하게 하면서도 빠른 반응을 요구하는 패턴도 존재한다. 거기에 잔뜩 등장하는 쫄까지 신경을 쓰다 보면 전투에서 집중력이 꽤 요구되어 긴장감도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직접 조작을 해보면 전투가 그렇게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회피기의 성능이 매우 좋고 무적 판정이 너그러운 데다가, 보스들의 패턴 자체는 불합리하다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다. 큰 패턴을 쓰는 보스들을 그만큼 빈틈도 크므로 리턴 값이 확실히 있다. 게다가 사용하는 무기들도 다채로워서 다양한 전투 스타일이 가능하고, 여기에 다양한 저주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매 판 다른 스타일로 펼칠 수 있는 로그라이크적인 요소는 확실히 갖췄다고 볼 수 있겠다.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쉽게 생각없이 플레이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중후반부로 갈수록 당연히 적들의 맷집도 좋아지고, 일반 몬스터들도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맵에 다양한 함정들이 있으므로 방심하다간 훅 가기 쉽다. 그래도 성전에 성공하지 못하고 순교하여 쓰러지더라도, 다시 한 번 기다리는 자의 은총으로 살아나고 획득한 보상도 어느 정도는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전투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귀엽고 사악한 어린 양의 교주 라이프


컬트 오브 더 램은 크게 놓고 보면 성전과 교단 운영으로 나뉘어 있는, 로그라이크 액션과 경영 시뮬레이션 요소가 합쳐진 게임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 둘을 '종교'로 한데 묶는데 그치지 않고, 게임 속에서 두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도록 해뒀다는 특징이 꽤 강렬하게 작용한다.

마냥 교단 운영만 진행한다면 느리고 답답한 발전 속도와 신도 모집에 큰 곤란을 겪게 된다. 그래서 때가 되면 성전을 치러야 하고, 이를 통해서 좀 더 많은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성전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얻는 보상이, 교단 운영 면에서는 며칠 걸려서 받는 보상보다 월등하게 좋다. 최소한 교단이 스스로 굴러가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때가 되는 시점에서야 성전에서 조금 눈을 돌릴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보상이 좋은 성전만 하는 것도 문제다. 로그라이크 방식을 도입해 매번 다른 느낌의 성전이 진행되어 매력 자체는 상당히 좋지만, 반대로 그만큼 교단 돌보기가 소홀해진다는 것이 확실한 패널티가 된다. 잘못하다간 교단 전체가 토사물과 똥 밭이 될 수도 있고, 신도들이 굶주려서 신앙의 근본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 때를 노려서 잘못된 믿음을 전파하는 불순분자들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설상가상으로 성전에서 옛 주교들이 교단에 시련을 내리고 저주하는 일도 적지 않기에, 성전만 신경쓰다간 이미 풍비박산 나버린 교단 꼴을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교단 운영-성전 두 콘텐츠를 균형 있게 관리하고 시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성전만 한다고 해서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성전을 통해 얻은 자원들로 교단을 확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앙을 쌓아 성전에 임하는 어린 양의 능력을 올려야 하는 부분도 있다. 초반에도 마찬가지였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는 확장된 교단에는, 남겨진 사람들이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 성전이 부담이 가는 '전쟁'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다.

이 두 파트의 조화를 돕는 것은 독특한 분위기와 아트, 그리고 사운드다. 귀여우면서도 기괴하고, 끔찍하면서도 간혹 성스럽기도 한 두 반대의 개념이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컬트 오브 더 램의 종교적 색채는 신성하지 않다. 느낌상으로는 사악한 쪽에 가까우나 교리와 의식을 보면 성스러운 느낌이나 사악한 느낌이 모두 혼재한다. 복합적인 성격을 띤 인류 초기의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

추가로 교단 외에도 낚시 등의 미니 게임 파트나, 수집을 위한 여러가지 부가 요소들이 플레이에 약간의 다채로움을 보태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가장 큰 중심은 교단 운영과 성전이며, 부가 요소들은 말 그대로 보조하는 역할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두 파트가 조화를 이루기는 하지만 눈에 띄는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결국, 초반부부터 후반부까지 이르기에 다소 반복적인 과정이 여럿 존재하고 이를 보조할 편의적인 기능이 적다. 성전 파트에서 카메라 액션 자체가 매우 흔들려서 가끔은 조잡하다는 느낌도 들기도 한다.

그리고 매일매일 신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축복을 주는 일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신도들의 레벨도 교단 운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안 할 수도 없고. 특히나 초기 화장실을 설치하기 전까지 신도들이 숨어서 싼 똥을 찾는 일 자체가 아주 짜증이 난다. 교주인 내가 신도 똥이나 치우는 신세라니.

신도들의 요구, 대표적인 서브 퀘스트들도 상당히 불합리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교리를 선포하여 반대 정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억지로 다른 교리의 의식을 행해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게 드러나 교단 운영을 흐리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운 적인 요소인데 플레이어의 힘으로 해결할 수도 없어서 불쾌한 경험이 들기도 한다. 거기에 몇 가지 번역 오류나 버그들도 눈에 띄는 부분이 있어 그냥 넘어가기가 애매하다.

삐뚤어진 시선으로만 해석하자면 대단히 단점만 지적할 게임이기도 하다. 자원의 수급처와 종류는 제한되고, 그럼에도 생각보다 많은 자원 관리가 까다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상 빌드업의 개념도 단순하고, 좀 더 한 파트에 몰입할 수 있도록 놔두지 않는다. 나이든 신자를 처리하거나 신자들의 성향까지 관리하는 일 자체는 매우 번거롭기도 하고.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데 편의기능도 부족한데 성전 도중 이놈의 신자들이 무슨 사고를 쳤나 불안함에 자꾸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똥 치우는 일이 몹시 짜증나고 화장실 수용이 적은 데다가 높은 테크 트리를 요구해서 대단히 화가 났다.


그렇지만 이런 요소들이 압도적인 분위기로 상당수가 커버되고, 납득되는 설정을 갖는다. 다소 취향을 탈 뿐 게임의 분위기는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 그만큼 컬트 오브 더 램은 가끔 느껴지는 단점들을 감수하고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타임머신이라고 하는 게임들, 집중하고 몰입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게임의 요소들을 잘 갖추고 그만한 매력을 갖고 있다. 잠깐 시작한 게임에 몇 시간이나 지난 줄 모르는 경험이 플레이 도중 적지 않았으니까. 한 번 플레이하고 끝나는 게임도 아니다. 다회차 플레이에서, 자신만의 목표와 컨셉을 잡고 플레이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재미있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게임 속에서 차차 순진한 모습에서 흉포하고 권력적인 존재로 변모하는 어린 양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드는 건 플레이어인데, 이 부분이 매우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는 귀엽고 가벼우면서도 기괴하면서 공포스럽고 끔찍한, 대립하는 건 아니지만 양립할 때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요소들이 서로 기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의 효과가 아닐까 싶다. 그러한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를 이끌어가는 매력을 가진 게임, 그게 바로 귀엽고 끔찍한 '컬트 오브 더 램'만의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