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벤쿠버에 위치한 EA스포츠 사옥에서 진행된 FIFA23 프로듀서 쇼케이스를 모두 마치고 난 뒤, 행사에 참여한 글로벌 매체에게는 아직 개발중인 단계의 게임을 직접 시연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시연은 일반적인 축구 경기를 직접 플레이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으며, 커리어 모드나 VOLTA 풋볼, FUT같은 콘텐츠는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비록 쇼케이스 내내 발표된 여러 가지 새로운 콘텐츠를 접해볼 수는 없었지만, 게임의 핵심인 풀 매치 경기를 플레이해보며 전작과 비교해 달라진 FIFA23의 면모는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 쇼케이스 이후, 휴게 공간에 마련된 시연 장소에서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었습니다

시연의 범위가 한정적이었던 만큼, 이번에는 프로듀서 쇼케이스에서 발표가 이뤄진 개선점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해봤습니다. 시연 버전에서는 남자 축구와 여자 축구를 모두 플레이할 수 있었으며, 제한된 클럽(여자 축구의 경우는 국가대표팀) 내에서 자신의 팀을 선택에 경기를 치르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쇼케이스에서도 언급한 전반적인 비주얼 개선이었습니다. 전세계 주요 경기장의 모습은 실제로 전작에 비해 디테일이 상당히 올라간 느낌이었으며, 이는 특히 인트로 영상이나 리플레이 시점에서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잔디의 디테일 또한 개발진이 상당히 강조한 부분 중 하나였는데, 색감뿐 아니라 경기를 뛰다보면 자연스럽게 패이는 자국들이 생기며 사실적인 분위기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모습입니다.

▲ 다소 종잇장(?) 같았던 관중들에게도 생기가 불어넣어졌습니다

FIFA 시리즈 게임플레이의 본질, 그러니까 상대방 골대에 골을 넣어야 하는 축구의 기본적인 룰에는 큰 변화는 없기에, 이번 작품은 그 과정과 전반적인 디테일에 집중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진화한 하이퍼모션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쇼케이스에서 강조한 것 중 하나가, 이번 FIFA23에서는 수비 측면의 사실적인 움직임을 더욱 추가하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조종하지 않는 상태의 선수들이 알아서 포지션을 잡는다든지, 골대와 가까운 곳에서 적의 공격을 막을수록 양 팔로 뒷짐을 지고 있는 등 다양한 동작이 추가됐습니다.

전작인 FIFA22에서는 개선된 골키퍼의 AI가 눈길을 끌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거기에 더해 수비수들의 동작과 포메이션 또한 한층 개선되어 이전 작품들과 다른 경험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EA스포츠는 실제 경기장에서 진행한 22명의 프로 축구선수들의 움직임을 모션 캡쳐로 촬영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 그리고 전작보다 더욱 진일보한 머신러닝을 통해 보다 사실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세게 찬 공에 맞은 선수들의 팔다리가 살짝씩 꺾이는 등, 물리 효과까지 추가됐습니다. 리플레이에서 보여주는 슬로우 모션 영상에서는 꽤나 눈에 띄는 편으로, 골망에 적용된 세밀한 물리효과와 함께 리얼함을 한층 살리는 데 일조하고 있죠.


게임플레이 측면에서는 파워 샷(Power Shot)같은 공격 방법이 새롭게 추가됐고, 전반적인 UI가 직관적으로 개선된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파워 샷은 공격 찬스에 일반적인 슈팅보다 사전 동작이 더욱 길고, 강력한 슛을 할 수 있는 액션입니다. 사전 동작이 길기 때문에 수비에 막힐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가 큰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공간이 열린 틈을 타 강력한 한 방을 선사할 수 있는 재미는 확실한 편이었습니다.

PS5 컨트롤러를 기준으로, L1과 R1 버튼을 누른채 슈팅을 하면 파워 샷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준 보정 등이 적용되지 않아 직접 자신이 차는 방향을 세밀하게 지정해야 하고, 또 동작이 길어 웬만해서는 상대 수비수에게 공을 내주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연을 하는 동안 딱 한 번 성공했는데, 좀 더 많은 플레이를 통해 감을 잡다 보면 보다 정확한 시점에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UI 개선은 프리킥이나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이나 패널티킥 찬스에서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프리킥과 코너킥의 경우 듀얼센스 컨트롤러 기준 양 아날로그 스틱을 활용해 공의 진행방향을 정할 수 있는데, 공의 포물선을 세밀하게 조종할 수 있어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내는 데 좀 더 용이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패널티 킥 상황에서는 공을 찰 준비를 하고 있는 선수 주변에 크기가 변하는 원이 생기며, 해당 원을 기준으로 삼아 슛의 파워와 방향을 보다 직관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FIFA23 쇼케이스에서 설명들었던 새로운 요소 중, '테크니컬 드리블' 시스템에 대해서는 실제로 시연을 진행하면서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해당 시스템은 이번 작품에 새로 추가된 것으로, 선수가 가진 드리블 타입에 따라 가속도가 붙은 구간이 3가지 종류로 나눠지는 요소입니다. 폭발적인 가속도를 가진 선수는 드리블을 시작과 함께 최고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것처럼, 타입별로 가속도가 오르는 시점에 변화를 준 것이죠.

개발진은 이에 대해 오버롤, 또는 PACE에 따라 예측가능한 드리블 속도에 변화를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적어도 시연을 하는 동안에는 게임플레이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번 작품 전반에 걸쳐 있는 사실적인 축구의 모습을 구현하는 데 좀 더 집중된 기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개발 과정에서 테크니컬 드리블에 대한 튜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추후 게임이 출시된 이후에는 좀 더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일일이 선수를 선택해 자신만의 스쿼드를 조합하는 FUT와 같은 콘텐츠에서 그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 가지 더, 여자 축구는 이번 FIFA23에서 가장 크게 강조하는 핵심 중 하나입니다. 시리즈 최초로 남자 월드컵과 여자 월드컵이 동시에 출시 이후 무료 DLC로 추가될 예정이기도 하고요. 하이퍼모션2 도입과 함께 추가된 6,000여 개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중 상당 부분이 여자 축구 경기에 활용되었다는 점만 봐도 얼마나 공들여 준비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시연장에서 플레이해볼 수 있었던 것은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간의 경기였으며, 기본적인 게임 시작 및 플레이 자체는 남자 축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도 남자 축구와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골격에 차이에서 오는 관절의 가동 범위 등을 고려하면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고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정도였고요.

분명, 여자 축구는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수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조작할 수 있는 남자축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주류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FIFA23을 통해 생소했던 스포츠를 보다 사실적인 비주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전작인 FIFA22의 경우 자신의 아바타를 여성으로 만들 수는 있었지만, 선수 커리어 모드를 지원하지 않아 여자 캐릭터는 감독 모드에서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체험기를 작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 여자 축구선수를 직접 육성하는 커리어 모드의 존재 유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FIFA23은 Barclays 여자 슈퍼 리그는 물론 Division 1 Arkema 등 여자 선수팀과 리그가 대규모로 추가되는 만큼, 여자 선수 시점에서 커리어 모드 또한 지원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물론 국내에서는 넥슨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피파온라인4'가 높은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매년 출시되는 FIFA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플레이어 풀이 많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온라인 게임 시 서버 안정화 측면에서도 그렇고, 여러모로 불편함을 느낀 게이머들 또한 적지 않고요.

그러나, 프로듀서 쇼케이스에서 발표한 내용만 보더라도 오는 9월 30일 정식 출시를 앞둔 FIFA23은 시연장에서 플레이할 수 있었던 축구 경기 외에도 더 많은 콘텐츠와 즐길 거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작에서는 PC 플랫폼에서 지원하지 않았던 '하이퍼모션' 또한 제대로 PC를 지원하며, 그로 인해 PS5 및 Xbox 시리즈 X등 차세대 콘솔과의 크로스플레이까지 가능해졌습니다.

게다가 직관적으로 개선된 시스템 또한 환영할만한 요소입니다. 세트피스 상황의 UI는 물론, 시리즈 핵심 콘텐츠인 FUT에서는 선수 사이의 케미스트리(조직력) 링크를 없애고, 포지션이나 조합에서 오는 불이익을 개선해 눈에 보이는 선수의 수치대로 스쿼드를 꾸릴 수 있게 되었죠.

두 가지 월드컵을 모두 지원하는 방대한 콘텐츠, 전에 없이 사실적인 모션을 추가한 FIFA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FIFA 시리즈를 접하거나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