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괴수들의 캐주얼한 혈투


63빌딩보다 거대한 괴수가 한 마리, 아니 네 마리나 도심에 등장해서 서로 치고받고 싸우면 어떻게 될까. 괴수 영화를 자주 봤다면 순식간에 쑥대밭이 돼버린 도시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압도적인 파괴 현장 한복판에 서 있다고 가정한다면 삶의 의욕이 팍팍 꺾이지 않을까 싶은데 다행히 안심해도 좋다. 기가배쉬에서 우리는 두려움에 벌벌 떠는 인간이 아닌 난동부리는 괴수 중 하나가 될 테니까.

게임명: 기가배쉬(GigaBash)
장르명: 액션
출시일: 2022.08.05
리뷰판: 1.0.0
개발사: 패션 리퍼블럭 게임즈
서비스: 패션 리퍼블럭 게임즈
플랫폼: PC, PS, XBOX, Switch
플레이: PC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매력적인 괴수들의 대격돌

괴수가 등장하는 작품은 영화와 게임 등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이다. 집채만 한 괴수가 내뿜는 위압감과 육중한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일어나는 파괴 행위는 언제 봐도 피를 끓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괴수 작품은 괴수가 절대 악으로 등장하고 플레이어는 인류 혹은 정의의 편에 서서 괴수라는 악당을 쓰러트리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러한 고정적인 역할에서 벗어났던 게임이 킹 오브 더 몬스터즈 시리즈와 램페이지 시리즈 등 괴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괴수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압도적인 무력을 뽐내는 괴수가 되어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플레이 방식은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타격감과는 또 다른 파괴적인 충족감을 안겨준다.

기가배쉬는 고전 게임 '킹 오브 더 몬스터즈'와 유사한 면이 많은 대난투 게임이다. 괴수들의 대전이라는 키워드도 그렇고 게임의 시점과 전투 방식 등에서도 유사한 점이 꽤 많다. 즉, 고전 게임을 재미있게 즐겼던 올드 게이머라면 기가배쉬 역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멋지고 개성 넘치는 괴수와 히어로

이러한 괴수 대전 게임에서 중요하게 볼 점은 등장하는 괴수가 얼마나 매력적인 모습을 뽐내는지 그리고 괴수라는 특징을 살린 묵직한 전투가 그려지는가이다. 건물보다 큰 괴수들이 얘들 싸움처럼 투닥거린다면 얼마나 볼품없을지 생각해보라.

먼저, 게임 내에는 8종의 괴수와 2종의 히어로가 등장하며, 2종의 괴수는 처음에는 잠금 되어 있지만 스토리를 진행하거나 특정 행동을 반복해 해금할 수 있다. 괴수들은 하나같이 굉장히 개성 넘치는 모습들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용암 괴수 고로공이나 외계인 피피주라스 등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바로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조용히 지나가야 할 것 같은 포스가 있다.

한편으로는 괴수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 동시에 너무 징그럽지 않게 만들어 이러한 괴수를 직접 조작하는 플레이어의 거부감을 덜어내기도 했다. 몇몇 괴수나 히어로는 어딘가에서 한 번쯤 본 듯한 느낌도 있고 유명 괴수를 오마주 한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괴수마다 매력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 공격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은 대난투를 연상케한다

괴수들의 매력은 스토리 모드를 통해 더욱 깊게 빠져들 수 있다. 스토리 모드는 괴수들의 기원과 함께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등을 볼 수 있으며, 늘 악당으로 등장하던 괴수의 색다른 이면을 다루고 있다. 물론, 절대 악당으로 나오는 괴수도 존재한다. 원래는 히어로가 돼서 괴수를 쓰러트리는 게 원칙인데 반대로 괴수가 돼서 히어로를 무참히 짓밟고 더 나아가 지구를 박살 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참신하게 다가왔다. 특히, 스토리가 담고 있는 괴수의 서사와 카툰 방식의 연출의 퀄리티가 생각보다 좋아서 직관적으로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었고 높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한편, 스토리 모드는 스토리 전달뿐만 아니라 다른 유저와 기록 경쟁을 펼치는 맛도 담고 있었다. 스토리 모드는 총 4단계의 난이도 중 원하는 난이도를 선택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보통 난이도로 볼 수 있는 밸런스 난이도에서도 몇몇 구간은 꽤 어려운 편이었다. 3D 대난투 게임에 익숙한 유저라 할지라도 게임 내에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온라인 모드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극강 난이도를 한 번 클리어해야 열리는 지구 종말 난이도는 까딱 잘못하면 바로 게임 오버 될 정도로 게임의 난이도도 어려웠고 인공지능의 수준 또한 높은 편이라 도전 욕구를 자극했다. 근데 진짜 말도 안 되게 어려워서 조금은 불합리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 애니메이션 느낌의 스토리 연출은 꽤 수준 높은 편

▲ 지구 박살내기 3초 전 괴수(나)



때리고 부수고 던진다, 파괴적인 괴수들의 전투

영화 속 괴수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집채만 한 몸집을 굴려 건물을 박살 내거나 들어서 던지는 등 굉장히 과격하지만 화끈한 모습을 보여준다. 기가배쉬 속 전투도 이와 다를 바 없다. 3D 사이드뷰로 이뤄진 화면 속에서 플레이어는 상대방에게 달려가 주먹질을 하거나 멀리서 건물을 잡아 뜯어 던질 수 있는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주변 건물이 부서지고 나뒹구는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해 괴수 대전만의 독특한 타격감을 구현해냈다.

예를 들어 도심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괴수를 피해 도망치는 시민의 모습도 볼 수 있고 괴수를 처치하기 위해 각종 탱크가 덤벼들기도 한다. 이때 플레이어는 건물을 잡아 뜯어서 적에게 던지거나 혹은 탱크를 잡고 강제로 포를 발사시킬 수 있다. 강력한 공격에 성공하면 적이 날아가기도 하는데 이때 날아가는 궤도에 있는 건물이 무너지는 연출도 꽤 멋진 볼거리 중 하나이다.

▲ 홈런이요~

전투는 기본 공격, 특수 공격, 점프와 잡기, 막기, 대쉬 등이 존재하며, 특정 키를 홀드하거나 두 개 이상의 키를 조합해서 특별한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 조작 방식이 직관적이라 처음 해보는 괴수라고 해도 쉽게 조작할 수 있지만, 파고들면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콤보 공격을 펼치거나 상황에 맞는 공격 방식으로 대처해야 하므로 전체적으로 이지 투 런 하드 투 마스터 느낌을 살렸다고 보인다.

괴수의 외형적 특징을 살린 공격 방식은 괴수의 매력에 힘을 더해준다. 특히, 모든 괴수가 비슷한 공격 방식을 갖춘 것이 아니라 저마다 개성 있는 공격 방식을 갖고 있어서 적으로 상대할 때와 내가 직접 플레이했을 때의 재미가 있었다. 가령, 썬다트로스와 자이바, 피피주라스는 모두 원거리 견제 기술을 갖고 있는데 썬다트로스는 하늘에서 번개를 떨구는 공격 방식이고 피피주라스와 자이바는 투사체를 발사하는 형태지만 단발 혹은 연발 유무, 다단히트 등의 차별화 된 타격 방식으로 개성을 더했다.

또한, 기술이 저마다 개성만 뽐내는 것이 아니라 상성이 존재해 밸런스 측면에서도 괜찮은 구도를 보여줬다. 원거리 견제 기술은 투사체 속도가 느려서 거리만 충분하다면 손쉽게 피할 수 있었으며, 원거리 기술이 없는 괴수는 빠른 돌진 기술을 부여해 순간적으로 근접 구도를 만들 수 있게 해뒀다. 대부분의 공격은 막거나 회피할 수 있고 기술마다 상대를 먼저 타격할 수 있도록 슈퍼 아머 등이 적용되는 것도 있어 1:1 구도에서는 마치 가위바위보를 하듯 상대의 수를 읽고 싸우는 대처가 필요했다.

▲ 멋이란 것이 폭발하는 필살기

적과 싸우다 보면 싸우는 패턴이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공격을 치면 막고 반격하고 주변 사물을 집어 던지는 일의 연속인지라 극적인 한 방을 때려넣을 각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명색이 괴수를 불러서 싸우는 게임인데 일반적인 격투 게임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면 밋밋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흐름을 타파하기 위해 게임 내에서는 필살기와 S-Class 변신이라는 차별화 된 전투 시스템이 존재한다.

필살기는 말 그대로 강력한 한 방 기술로 불리한 상황도 일발 역전할 수 있는 위력을 갖추고 있다. 적을 때릴 때마다 필살기 게이지가 차오르는데 가득 찼을 때 특수키를 눌러 필살기를 발동할 수 있다. 필살기 사용 중에는 무적이 되고 굉장히 강력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선 긴급탈출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괴수마다 독창적인 필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연출도 꽤 멋진 편이라 정말 필살기라는 느낌이 드는 기술이었다.

S-Class는 일종의 각성 기술이다. 적을 때리거나 주변 환경을 파괴할 때마다 S-Class 게이지가 차오르는데 모두 채우면 일정 시간 동안 몸집이 거대해지면서 압도적인 파괴력을 뽐낼 수 있다. 각성 전과 후를 비교하면 거의 3배 정도 크기가 커지며, 단순히 몸만 거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능력치가 상승하고 몸집이 커진 만큼 공격 범위와 길이 역시 커져 전투에서 굉장히 유리해진다.

▲ 잘만 사용하면 단숨에 적을 쓰러트릴 수 있는 각성의 묘미

특히, 공격력이 말도 안 되게 강력해지는데 적을 띄운 상태에서 잘만 때린다면 순식간에 저 하늘의 별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S-Class로 변신하는 연출도 꽤 멋지고 적을 때릴때마다 뻥뻥 날려버릴 수 있으므로 마치 내가 압도적인 괴수가 된 것만 같은 화끈함을 선사한다.

물론 변신 상태에서도 적에게 피해를 받고 자칫하면 죽을 수 있으므로 상대하는 입장에서 대응할 수 없는 무적의 치트키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또한, S-Class로 변신한 상대를 때리면 보라색의 구체를 토해내는데 이걸 먹으면 S-Class 게이지를 빠르게 채울 수 있으므로 전략적인 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





기가배쉬는 평소에 괴수 대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재미있게 느낄 요소가 많은 게임이다. 괴수 대전이라는 특징을 잘 살린 맵 디자인과 타격 시스템, 특별한 기술과 각성 등 기존 대난투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다. 최근 이러한 게임이 별로 없다는 것도 게임의 희소성을 높여주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게임 내에 수집할 수 있는 콘텐츠도 꽤 많은 편이고 괴수 레벨업을 많이 할수록 멋진 코스튬도 사용할 수 있으니 장기간 플레이한 유저를 위한 콘텐츠도 적당한 편이다.

다만, 게임의 전투 난이도를 너무 배려한 나머지 몇몇 부분에서는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가령, 막기의 효율이 월등히 높아 먼저 공격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하고 카운터 치는 것이 유리했으며, 가드를 대처하기 위한 기술인 잡기는 생각보다 가까이 붙어야 했기 때문에 상대하는 입장에서 적이 잡기를 하려는 걸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 스토리 모드의 난이도 체감이 꽤 큰 편

또한, 육중한 몸을 가진 괴수의 특징을 반영할 생각이었는지 공격과 공격 간의 딜레이가 꽤 긴 편이고 달릴 수 있는 게 딱히 없어서 처음에는 전투가 살짝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물론, 아무런 딜레이 없이 공격 모션이 이어진다면 오히려 그것도 문제가 될 수 있을 테니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PC 플랫폼 기준으로 매칭이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가배쉬는 PC와 Switch, PS, XBOX 플랫폼을 제공하는데 크로스 플레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분산되어 있다. 현재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적은 탓인지 시간대가 살짝이라도 안 맞는다면 30분을 기다려도 매칭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으며, 이 때문에 온라인 모드보다는 스토리 모드 위주로 게임을 즐겨야 했다.

▲ 확실히 키보드보단 컨트롤러의 조작감이 더 좋았다

전체적으로 캐주얼한 대전 게임 중에서 독창적인 시스템의 게임을 찾는다면 기가배쉬는 꽤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온라인 매칭 외에 스토리 모드도 충분히 재미있었고 저녁 시간에는 나름 매칭도 잘 잡혔으니 가끔 온라인 모드를 즐길 생각이라면 매칭 문제는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혹은 친구 및 가족과 하나의 기기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카우치 플레이도 제공하니 파티 게임용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기가배쉬의 전투는 쉽고 빠르게 진행되니 딱히 긴장감에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 적절한 대전 게임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육중한 괴수들이 치고받고 싸우는데 그걸 보는 재미만으로도 괴수 팬으로선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나는 괴수, 다 부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