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힘들었습니다. 미디어 체험 이후 정식 발매까지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몇 달 동안 정말 너무나 플레이하고 싶었거든요. 나만의 살짝, 아니 뭔가 조금 많이 이상한 대학교가 계속해서 눈앞에 아른거렸어요. 빨리 다시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교장으로서 힘을 써야 하는데, 더 멋지고 이상한 학교를 만들어야 하는데 개강일은 왜 이렇게 천천히 오는지.

그래도 드디어 그날이 왔습니다. 학생들은 싫을 수 있지만, 교장인 저는 참 행복한 개강일이 왔어요. 투 포인트 캠퍼스가 개강하는 그날이 말이죠.

게임명: 투 포인트 캠퍼스
장르명: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출시일: 2022. 08. 10.
리뷰판: 리뷰버전, 출시버전
개발사: Two Point Studios
서비스: 세가
플랫폼: PC / PS / Xbox / NSW
플레이: PC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건설도 경영도 다 교장쌤 마음대로

이 게임은 현실에 존재하는 '대학'을 소재로 했다는 걸 제외하면 아주 비현실적입니다. 세상 어느 대학교에 중2병을 길러 내는 흑마법과가 있으며, 또 어느 대학교에서 대놓고 첩보에 대해 강의를 진행하겠습니까. 심지어 이름만 들어도 아찔해지는 날강도학과까지 있습니다.

▲ 고급 교육으로 날강도를 길러내는 대학

그런데 이 비현실적인 부분이 바로 투 포인트 캠퍼스의 가장 본질적인 재미의 한 가운데를 차지합니다. 그저 평범하고 익숙한 학과 대신 정말 상상만 해봤을만한 독특한 학과들을 가져오면서 게임 전체를 특이하고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거든요.

만약 이 게임이 그저 강의실과 실습장소, 도서관과 기숙사 등 각 구역을 만들고 내부 시설만 다르게 운영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생각만 해도 너무나 뻔하고, 너무나 쉽게 물리는 그런 게임에 그쳤겠죠.

하지만 투 포인트 캠퍼스는 시나리오 모드를 통해 학과마다 아주 특이하고 멋진 개성을 주입했습니다. 그리고 그 개성을 학교 경영에 그대로 투입했죠. 당장 멋진 기사들을 길러 내는 기사도 학교에서는 끊임없이 학교를 습격하는 외부인들로부터 우리의 학생들과 학교의 돈, 아니 자산을 지켜야 하고 마법 학교는 마치 마법같은 변덕스러운 날씨를 견뎌야 합니다.


이러한 학과별 특징은 건설에서도 확실히 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가장 크게 보이는 부분은 바로 주요 맵들입니다. 으슬으슬 눈이 내리고 어두운 보라색으로 가득 찬 어딘가 음침하면서도 신비로운 마법학교 부지, 거대한 종합운동장과 돔 형태의 운동장, 이곳저곳 깔려있는 트랙이 반겨주는 체육학교 부지, 아주 모던하고 깔끔한 스파이학교의 부지 등등 모든 곳이 특징적이고 매력적이거든요.

그리고 이런 부지의 개성이 각 메인 실습실 하나만을 제외하면 거의 똑같다고도 볼 수 있는 건설 모드의 단순함을 많이 누그러뜨려 줍니다. 좀 더 쉽게 보자면 공간의 중요도가 확실한 편이라 거의 모든 학과가 결국 강의실이나 기숙사, 직원실, 의무실 등 주요 시설들을 비슷하게 가져가게 되는데 이를 부지의 특징을 통해 살려낸 거죠.

매번 비슷한 오브젝트를 가진 공간들이지만, 부지에 따라 달라지는 캠퍼스의 외관과 분위기가 결합되어 그 비슷하다는 느낌 자체를 많이 줄여주거든요.

▲ 고고학과를 만들어야만 할 것 같은 부지

오브젝트의 자유로운 조정 역시 이런 단조로움을 보완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아주 세밀한 각도의 조정까지 모두 가능하기에 똑같은 오브젝트를 가지고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죠.

다만 이런 세밀한 조정이 귀찮거나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 대안 요소 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브젝트가 자연스레 벽이나 필요 위치에 자석처럼 붙는 배치 모드, 이미 만들어져 있는 방을 복제하거나 템플릿으로 저장해서 불러오는 방법 등을 제공합니다. 일단 하나의 방을 고민해서 제작하면 그 뒤로는 훨씬 간편하게 학교를 만들어나갈 수 있어요.

건설 모드에서 제공되는 이런 다양한 선택지는 플레이어가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학교의 모든 곳을 하나하나 마치 테트리스 블록을 맞춰가듯 세심하게 설계할 것인지, 혹은 건설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경영에 좀 더 집중할 것인지를 말이죠.

▲ 아주 세밀한 조정까지 가능한 오브젝트 배치



시나리오만 해도 재밌네, 근데 샌드박스도 재밌네

투 포인트 캠퍼스의 샌드박스 모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시나리오 모드를 일정 개수 이상 클리어해야 합니다. 이는 시나리오 모드가 튜토리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 이번 시나리오는 과연 어떤 시련을 가져올까

하지만 시나리오 모드는 단지 튜토리얼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차근차근 기초부터 시작해서 순식간에 심화 수업으로 진입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마다 좀 더 복잡하고 난이도 높은 학과들이 등장하고, 학교를 운영하는 것 역시 여러 방면에서 더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각 학과의 매력이나 특징을 확실히 알아가는 재미는 샌드박스 모드보다 시나리오 모드가 훨씬 강한 편입니다. 새로운 부지의 시작 시점에서 학과별, 아니 대학별 특징에 맞는 '시련'에 맞닥뜨리는데 이게 게임을 좀 더 흥미롭고 다이나믹하게 만들어 주거든요.

시나리오 모드의 경우, 매 학교마다 가진 특징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을뿐더러 마치 퀘스트와 같이 목표가 확실히 제공되기에 좀 더 단편적이고 압축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좀 더 경영적인 측면에 집중했다고도 할 수 있죠.

날씨가 되었든, 금액적인 측면이 되었든, 혹은 학생들의 목표든 시나리오 모드에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학교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따라나옵니다. 뭔가를 과감히 버려야 할 때도 있고 과감히 대출을 받아야 할 때도 있죠. 체계적으로 하나하나 처음부터 경영을 계획한다기보다 눈앞에 닥쳐온 위기를 해결하면서 학교를 운영해야 합니다.

▲ 다양한 대학을 경험할 수 있는 시나리오 모드

이렇게 시나리오 모드가 좀 더 단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운영에 집중한다면, 샌드박스 모드는 또 다른 방식의 플레이를 제공합니다. 분명 같은 맵, 같은 공간과 오브젝트를 활용함에도 모드에 따라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거죠.

투 포인트 캠퍼스의 샌드박스 모드는 참 많은 조건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플레이 가능한 맵을 선택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플레이 방식을 하나하나 골라서 만들어나갈 수 있거든요.

시나리오에서 즐긴 것처럼 직접 다양한 목표를 채워나가면서 차근차근 나만의 대학을 운영할 수도 있고, 마치 치트키를 쓴 마냥 넘쳐나는 돈과 넘쳐나는 포인트, 여기에 모두 해제된 오브젝트와 함께 그야말로 '크리에이티브'한 학교를 처음부터 계획하고 건설해 나갈 수도 있죠. 둘 다 싫다면 조건을 직접 선택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 당신의 선택은?

뭐랄까요, 샌드박스 모드에서는 그야말로 건설과 경영 그 모든 것을 원하는 만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경영이 그닥이라면 건설이라는 측면으로 파고들 수 있죠. 대학교를 '만드는 것'이 재밌다면 굳이 다양한 제약에서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이 자유롭게 건설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실제로 마법사와 기사를 길러 내는 아주 판타지스러운 대학을 만들고자 마음먹고 넓은 부지에 처음부터 많은 것을 계획하고 건설을 시작했더니 몇 시간 정도는 아주 우습게 지나가더군요. 심지어 계획했던 것의 반조차 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 크리에이티브 모드로 건설의 재미를

아주 즐겁게 몰입해서 나만의 판타스틱 대학, 비밀 스파이 대학을 경영했지만 물론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바로 커스텀 모드의 부족입니다.

몇 번에 걸쳐 다양한 대학을 건설하고 경영하다 보면, 확실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이죠.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시나리오 모드에서는 크게 와 닿지 않지만, 이는 제한이 거의 없는 샌드박스 모드에서 아주 강하게 다가옵니다.

아무래도 건물과 공간의 내부를 변경할 수 있는 벽지와 바닥재의 숫자가 워낙 적다 보니 맵에 따라 변경되는 학교 외관에 비해 내부는 매번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게 됩니다. 각 공간 역시 마찬가지죠. 심지어 대부분의 오브젝트들 역시 색상이 한 가지로 정해져 있고, 수정 가능한 것들도 이미 정해진 패턴과 색상 몇 가지 중 하나를 고르는 데 그칩니다.

▲ 바닥이 고작 세 종류 뿐이라니..



어느날 갑자기 대학교를 경영하는 게임이 너무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로요. 모바일 타이쿤 게임을 하다가 아쉬움이 느껴져서 그랬죠. 그때 검색해보니 투 포인트 캠퍼스가 한창 개발 중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뒤로 출시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정식 출시된 투 포인트 캠퍼스는 그 기다림을 충분히 채워주는 그런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건설과 경영 사이의 밸런스를 참 잘 잡았거든요. 건설에만 치우치지도, 경영에만 치우치지도 않았습니다. 둘 다 즐길 수도 있고, 혹은 하나에 집중할 수도 있어요.

물론 생각보다 오브젝트의 다양함이나 학과별 특징이 확연히, 아주 확실히 드러나는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공간 자체가 조금은 한정되어 있고, 운영에 필요한 공간의 중요도가 확연히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그나마 다양한 벽지와 바닥을 보유한 기숙사

학생 개개인의 특징이나 특성 역시 게임을 하면서 눈에 띌 정도로 크게 다가오는 편은 아닙니다. 한 명 한 명 눌러보면 그들의 성격이나 욕구 등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냥 그 정도에 그치거든요. 학생들이 원하는 게 그들의 특성과 크게 관련 없이 비슷하다 보니 뭔가 기억에 남을 정도의 개성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투 포인트 캠퍼스는 전작보다 확실히 발전했습니다. 환자를 치료한다는 하나의 목적을 가진 병원에 비해 대학은 좀 더 다양한 목적을 띄니까요. 그리고 이런 목적의 다양성을 시나리오 모드와 샌드박스 모드의 차이를 통해 좀 더 확연히 드러나게 했습니다. 쉽게 물리지 않는 게임이 된 거죠.

다 떠나서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도 얼른 가서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 투 포인트 캠퍼스는 그런 게임입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대학을 만들어 볼까, 운영해 볼까 고민하게 되는 그런 게임 말이죠.

▲ 다음은 어떤 학교를 만들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