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LCK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 DRX는 2주 차까지 단 한 세트만을 내준 채 4연승을 달리며 젠지-T1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쉽게 알 수 없었다. 남은 7주 동안 DRX가 단 5승만을 추가할 줄은.

이러한 결과를 만든 이유는 역시나 기복이었다. 스프링 스플릿 때부터 계속해서 지적된 단점이다. 고점을 찍어 손쉽게 승리하는 경기도 있지만 이번 서머 스플릿에선 저점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리고 두 시즌을 보내며 기복의 이유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운영 디테일이 부족하여 개인 기량이 아닌 상대 기량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 보이는 것이었다.

지금의 DRX는 '베릴' 조건희의 두뇌로 큰 그림은 그릴 수는 있어도 기본적인 인원 배치나 라인 관리, 교전 타이밍 설계 등이 젠지-T1은 물론 다른 플레이오프 진출 팀들에 비해 매우 떨어진다. 약팀들을 상대론 초반부터 찍어 눌러 투박한 운영으로도 승리했으나 경쟁팀이나 강팀들 앞에선 그것이 불가능했다. 실제로 이번 정규 시즌에 거둔 9승 중 7승은 7~10위 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였으며, 스프링 스플릿에 이어 젠지-T1에겐 단 한 세트도 승리하지 못했다.

자의적인지 타의적인지 모를 캐리 라인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지난 스프링 스플릿에선 아펠리오스를 필두로 한 '데프트' 김혁규의 선픽률이 60%에 달했고, POG 포인트도 1,000점을 기록했다. 서머 스플릿에서 해당 선픽률은 '제카' 김건우에게 옮겨왔고 '데프트'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제카'는 기대에 부응하듯 수많은 차력 쇼를 선보였지만 강팀들을 상대로 승리에 쐐기를 박는 역할까진 불가능했다.

앞으로 진행될 플레이오프와 롤드컵 LCK 대표 선발전은 모두 5판 3선승제로 펼쳐진다. 최근 경기 양상으로 비추어봤을 때 빡빡한 운영이 기본 장착되어 있지 않은 DRX는 장기전으로 갈수록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승리 플랜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초반에 유리한 밴픽으로 라인전에서부터 적극적인 승부수를 띄우는 게 주요하겠다.


어찌 보면 DRX가 플레이오프 1R에서 리브 샌드박스를 만난 게 천만다행일 수도 있다. 다전제 경험이 부족하고 라인전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팀이다. 상대를 들이받는 것을 매우 선호해 가끔 제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물론 두 번의 정규 시즌 대결은 모두 리브 샌드박스의 승리로 끝났고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고 하나 DRX가 초반의 강점을 살린다면 의외로 무난하게 승리할 수도 있겠다.

DRX가 롤드컵에 직행하는 경우의 수는 우승뿐이기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리브 샌드박스에게 승리 시 롤드컵 LCK 대표 선발전 1R, 패배 시 2R로 향한다.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롤드컵 무대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DRX는 과연 다전제에서 보다 강화된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까.


■ 2022 LCK 서머 스플릿 플레이오프 1R 일정

1경기 리브 샌드박스 vs DRX - 17일 오후 5시
2경기 담원 기아 vs kt 롤스터 - 18일 오후 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