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피지컬이 필요할 줄은 몰랐는데"


스케이트보드를 소재로 한 게임 '올리올리' 시리즈로 익스트림 스포츠에 대한 사랑을 한껏 표현한 개발사 Roll7이 이번에는 롤러스케이트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것도 그냥 롤러스케이트가 아니라, 총을 들고 사람들을 처치해야 하는 광기의 스포츠를 말이죠.

80년대 롤러장 느낌 물씬 나는 신스팝 음악과 카툰 렌더링이 어우러진 슈팅 게임, '롤러드롬'은 개발사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적의 총을 피하고 공격하는 액션과 연출을 더욱 살리는 불릿타임 효과 등을 덧붙였습니다. 거기에 독자적인 세계관과 배경 음악이 추가되어 꽤나 신선한 느낌도 줍니다. 다만, 처음 접하면 너무나 어려운 조작에 깜짝 놀랄 수는 있지만 말입니다.

게임명: 롤러드롬(Rollerdrome)
장르명: 액션
출시일: 2022.08.16
리뷰판: 리뷰 빌드(Day1 이전)
개발사: Roll7
서비스: Private Division
플랫폼: PC, PS5, PS4
플레이: PS5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머지 않은 미래에 펼쳐지는 피 튀는 X-스포츠, '롤러드롬'

▲ 진짜 머지 않은 미래(7년 반 남음)에 펼쳐지는 죽음의 스포츠...

'롤러드롬'은 게임의 이름이자, 게임속 세계관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바로 굴지의 대기업인 마터호른 사에서 주관하는 유혈이 낭자하는 스포츠죠. '롤러드롬'의 참가자는 경기장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하우스 플레이어'라 부르는 이들의 공격으로부터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 합니다. 또, 으레 이런 경기들이 그렇듯 마지막 결승까지 진출해 우승을 거머쥐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죠.

미래를 배경으로, 살인이 허용되는 '롤러드롬'의 규칙은 많은 멀티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콘셉트입니다. 롤러스케이트를 탄다는 점에서는 2019년 헐리우드 영화로 개봉한 '알리타: 배틀엔젤'의 원작 '총몽'의 모터볼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는 부분은 '헝거 게임'을 떠올리게도 하고요.

하지만, 2030년이라고 이야기한 것 치고는 너무나 1980년대 느낌이 물씬 나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롤러드롬'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롤러스케이트라 자체가 당시에 유행하기도 했고, 주인공이 입고 있는 주황색 점프수트부터 레트로함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배경을 채우는 신스팝을 듣고 있노라면 경험도 안 해본 80년대로 돌아간 기분마저 듭니다.

▲ 스토리 전개는 이런 대기 공간에서 단서를 수집하는 식으로 풀어냈습니다

게임의 주인공은 '카라 하산'이라는 여성으로, 처음에는 챔피언이 되기 위해 '롤러드롬'에 출전했다는 것 외에는 속사정을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이후 캐비넷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보면, 그가 35만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그저 롤러드롬에 참가하기 위해 대출받았다거나, 다른 참가자들의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죠. 게임의 스토리는 이처럼 경기 사이의 대기 시간을 활용해 여러 가지 단서들을 찾는 것으로 어렴풋이 제공되는 편입니다.

카라 하산이 롤러드롬의 챔피언이 되는 여정을 따르는 만큼, '롤러드롬'의 스테이지 구성은 오프닝 스테이지부터, 준준결승, 준결승을 거쳐 결승에 이르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각 구간별로 3~4개의 스테이지가 마련되어 있고, 또 하나의 스테이지에는 플레이어가 달성해야 할 '챌린지'들로 구성되어 있죠.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챌린지를 수행하며 스테이지를 달성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 여러 챌린지를 모아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것이 핵심 게임플레이

▲ 단서를 찾다 보면 다음 스테이지에서 만나게 될 적을 어렴풋이 확인도 가능하고요

챌린지를 모두 완수하지 않아도 다음 스테이지로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프닝 스테이지에서 준준결승, 또 그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챌린지 달성도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모든 스테이지마다 챌린지 내용을 잘 확인하며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처럼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는 사이, 그러니까 준준결승에서 결승으로 넘어가는 등 레벨이 달라지는 시점에 위에서 설명한 대기 장소를 통해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사무실, 지하철 등 여러 공간에 놓여 있는 단서들을 읽다 보면, 롤러드롬을 둘러싼 대기업들의 음모, 경기에 참가하는 라이벌 선수들의 속마음 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요. 이따금씩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물건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스토리는 주인공이 참여하는 것보다는 지켜본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리뷰 시점 기준으로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간체 및 번체 언어에서 게임의 다음 레벨을 잠금 해제하기 위해 남은 챌린지의 수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정식 출시 이후 패치를 통해 수정될 예정입니다.


롤러 스케이트+슈팅, 즐겁지만 쉽진 않은 조합


이제 실제 게임플레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여러가지 슬로프, 철제 난간, 유리 벽 등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오브젝트가 모여 있는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롤러드롬'은, 롤러스케이트 기술을 구사하는 와중에도 적의 공격을 회피해야 하고, 또 그 적을 처치까지 해야 하는, 생각보다도 높은 피지컬을 구사하는 경기였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먼저 가르쳐주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기술을 구사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점프, 그 다음에는 스핀, 다음에는 그랩 순으로 기본적인 조작을 배우게 되죠. 기술을 구사할 때 방향키를 어느 방향으로 했느냐에 따라 다른 기술이 되며, 각각의 동작들을 섞어서(그랩+스핀 등) 더욱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도 있습니다.

'롤러드롬'은 이런 롤러스케이트 기술 구사를 게임에서 없으면 안되는 중요한 요소로 배치했습니다. 적을 처치할 때 사용하는 총알을 수급하는 시스템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기술을 쓰기 어렵다고 그저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적만 공격해서는 총알이 금방 바닥나고, 그러면 적을 죽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 총을 사용하기 위해선 필사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기술을 사용하게 만든 것이죠.

이처럼 기술을 강제로 사용하는 것만 해도 은근히 높은 피지컬을 요구하는 게임인데, 어딘가 위화감 드는 조작감 또한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여느 게임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도 PS5 기준 왼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주인공을, 오른쪽 스틱으로는 카메라를 조작하는데, 롤러스케이트의 특성 때문인지 카메라가 보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캐릭터가 이동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 중간에 이렇게 한 번씩 돌아줘야 총알이 생긴다니까..!

그렇지만 어느 정도 게임을 플레이하고 조작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때부터는 '롤러드롬'의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게임플레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적의 종류에 따라 사용할 무기를 고르고, 적의 공격을 완벽히 회피한 뒤 하이퍼리플렉스로 더욱 강한 공격을 선사할 땐 상당한 손맛을 느낄 수 있고요.

특히, PS5의 듀얼센스를 한껏 활용한 햅틱 피드백과 진동은 이런 손맛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메뉴를 하나 하나 움직이는 데도 미세한 햅틱 피드백이 적용되어 있을 정도로 컨트롤러의 기능을 충실히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승전에 가까워지면서, '롤러드롬'의 난이도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오르게 됩니다. 하나는 공략이 까다로운 적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새롭게 등장하는 총기가 자동 조준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롤러드롬이 그나마 할만한 난이도를 유지하는 것은 정신없는 롤러스케이팅 도중에도 조준만은 자동으로 해 준다는 점이 큽니다. 플레이어와 가까이 위치한 적에게는 락온 표시가 자동으로 생기고, 트리거만 누르면 공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그러나 중반부터 등장하는 유탄발사기와 충전식 Z-11 소총의 경우 자신이 직접 조준을 해야 합니다. 대미지는 강력하지만, 적을 맞추지 못할 경우 탄약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묘기를 부리게 됩니다.

또, 모든 총기가 탄약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탄발사기는 최대 2발까지 들고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모두 사용해 버리면 다른 총의 잔탄도 모두 0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동으로 조준이 되지 않는 무기들은 정말 확실하게 적을 맞출 수 있을 때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정신없는 템포와 점수 올리기를 좋아한다면 추천

▲ 똑같은 보스만 나오는 건 좀 아쉬운 편

'롤러드롬'은 익스트림 스포츠와 슈팅을 조합한 색다른 게임플레이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지만, 전체적인 게임의 분량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스테이지마다 모든 챌린지를 완수하거나, 게임 클리어 후 해금되는 '살기등등' 콘텐츠를 합하면 어느 정도 반복 플레이 요소가 존재하긴 하지만 말이죠.

또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특정 구간에 보스전이 등장하곤 하는데, 두 차례 나오는 보스가 각각 스파이더 탱크 마크1, 스파이더 탱크 마크2로 공격 방식에만 차이가 있을 뿐 생김새와 공략 방법은 똑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보스전이 게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색다른 모습을 한 보스가 더 등장해도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 피지컬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옵션의 '어시스트'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게다가 '롤러드롬'은 피지컬을 요구하는 특유의 게임 스타일이 맞지 않은 유저들도 부담 없이 엔딩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성 및 어시스트 옵션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무적 모드, 무한 탄창 등 다른 게임에서는 치트키에 가까운 기능들을 옵션에서 간편하게 켜고 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물론, 해당 기능을 사용하면 리더보드에 점수를 기록할 수 없게 되지만, 캐주얼하게 즐기는 이들이나 스토리가 궁금한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그리 큰 패널티도 아닙니다.

짧은 시간동안 즐기는 강렬한 액션 게임을 찾고 있거나, 여러 차례 시도 끝에 더 많은 점수를 내는 스타일의 게임이 취향에 맞는 사람이라면 '롤러드롬'이 신선한 경험을 가져다 주리라 생각합니다. 게임 출시 이후 많은 실력자들이 남길 클리어 영상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