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저자극 고단백 게임


하루에 수십, 수백개에 달하는 게임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하지만, 어린 자녀나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권하기엔 조작법이나 구성이 너무 복잡한 경우도 많고, 담고 있는 콘텐츠가 다소 자극적인 경우도 적지 않죠.

지난 11일에 출시된 신작 어드벤처 게임 '로스트 인 플레이(Lost in Play)'는 가족 구성원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는 '무독성 게임'입니다. 복잡한 조작도 필요 없고, 너무 어렵다고 머리를 싸맬 일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비주얼 하나하나가 따뜻하고 사랑스럽습니다.

게임명: 로스트 인 플레이 (Lost in Play)
장르명: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출시일: 2022. 8. 11.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Happy Juice Games
서비스: Joystick Ventures
플랫폼: PC, 닌텐도 스위치
플레이: PC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아이들의 순수한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진 유쾌한 모험, '로스트 인 플레이'


'로스트 인 플레이'는 주인공 남매가 집으로 향하는 길을 그린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실제론 집 밖의 공원에 잠깐 나갔다 돌아오는 짧은 여정에 지나지 않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이 더해진 여정은 뿔이 달린 괴물과 고블린, 하늘을 나는 물고기, 불을 뿜는 용, 그리고 거대한 아기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대한 서사의 대모험이 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특징은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카툰풍 비주얼에 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인터랙티브 카툰'을 표방하고 있으며,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한가득 등장합니다. 폭력적인 요소나 엽기적이고 과장된 연출이 자주 개그 요소로 사용되는 여타 작품들과 달리, 깔끔하고 정제된 비주얼이 주를 이루고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것이 매력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방식의 게임 플레이입니다. 로스트 인 플레이의 전체 게임은 방향키와 선택, 그리고 단서가 모이는 '가방' 버튼이 끝일 정도로 정말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조작은 간단하지만, 간단한 조작으로 볼 수 있는 연출은 정말 다양합니다. 스토리와 이어지는 필수 오브젝트 외에도 상호작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가 여럿 등장하고, 이것들을 하나씩 클릭해보며 서로 다른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복잡한 조작은 일절 존재하지 않으므로, 게임 경험이 아예 없는 이들 역시 문제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 한 편의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을 감상한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세 번째 특징은 미니 게임과 퍼즐입니다. 남매의 모험에는 각 상황에 맞는 여러 퍼즐과 미니 게임이 등장하고, 해당 미니 게임을 돌파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체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중복되는 미니게임이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그 구성이 다양한 편인데요. 이러한 구성은 플레이어에게 '다음에는 어떤 미니 게임이 등장할까?'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게임을 계속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줍니다.

작품 내에서 유일하게 난이도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 미니게임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단순한 방식의 퍼즐을 시작으로 AI와 맞대결하는 형태의 퍼즐과 미니게임도 자주 등장하다 보니, 클리어를 위해 수차례 재도전해야 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 별도의 페널티가 존재하지 않고,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을 때는 유용한 팁이 표시되는 '힌트'를 볼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유발할 정도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왜 이렇게 되지?'라는 생각이 들거나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개연성 없는 퍼즐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고, 꽤 어렵게 느껴졌던 몇몇 미니게임 역시 기분 좋은 긴장감을 주는 요소로 느껴졌습니다.

▲ 퍼즐형 미니게임이 어렵게 느껴질 때는 강력한 힌트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 물론 힌트가 없는 미니게임도 있고,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에 매번 새로운 재미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눈이 즐거운 카툰풍 비주얼, 별도의 소개 대사 한 줄 없이도 쉽게 적응하고 따라갈 수 있는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방식의 게임 플레이와 절묘한 난이도로 구축된 퍼즐, 미니게임 시스템이 더해져 '로스트 앤 플레이'라는 작품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작에서의 재미를 추구하기보다 스토리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로스트 인 플레이'를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다시금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술래잡기에 고무줄놀이까지…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앞서 소개했던 것처럼 로스트 인 플레이의 전체적인 게임 구성은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세계 최고의 그래픽카드'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 속 세상은 마치 동화 속에 등장하는 배경처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 미니게임과 퍼즐은 딱 흥미를 자극하는 수준으로 적절하게 반영됐고, 이 모든 구성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카툰풍 비주얼과 BGM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이와 동시에 '형제자매끼리 다투면 안 된다'라던지, '결국 의지할 것은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억지스럽지 않게, 아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습니다.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요소는 게임의 중반 이후에 드러납니다. 갖가지 난관을 거치며 주인공 남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가득 차오르게 됐을 즈음, 항상 남매의 곁에서 알게 모르게 모험을 도와주던 할아버지 요정이 나타나 달이 떠오른 하늘을 가리킵니다.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부분이죠. 남매의 이야기가 이미 중반 이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순간인데, 이 이후의 여정은 마치 게임의 데모 빌드에서 '이 다음은 정식 출시 버전을 기대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하며 보여주는 트레일러 영상처럼 순식간에 흘러가버립니다.

▲ 진짜 재밌을 것 같은 모험은 '이런 일들도 있었다'는 느낌으로 어물쩍 넘어갑니다

게임의 메인 비주얼에도 등장하는 거대한 장수풍뎅이, 발과 발가락만 겨우 보일 정도로 거대한 체구의 거인족, 끓어오르는 용암과 불꽃으로 가득한 용암지대, 그리고 주인공 남매를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지네 괴물까지, 이 모든 것이 30초 분량의 컷신 영상으로 요약되어버립니다. 해당 컷신 이후에 이야기의 최종장에 해당하는 마지막 에피소드가 기다리고 있기는 하지만, 왠지 모험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알짜배기는 전부 놓치고 지나간 것 같은 찝찝한 마음이 남게 됩니다. 놀이터에 모인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밤 늦게까지 더 놀고 싶었던 어린 날의 기억처럼, 더 많은 모험이 이어지길 기대한 유저들에겐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결국 '로스트 인 플레이'는 세 시간, 게임의 비주얼을 충분히 감상하며 구석구석 꼼꼼히 즐겼다고 하더라도 네 시간이면 모두 마무리됩니다. 볼륨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엔딩을 보고 난 뒤에는 기분 좋은 만족감이 찾아옵니다. 잘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를 한 편 봤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찝찝하게 여지를 남기지 않는 깔끔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지지부진하게 이야기를 늘이는 대신 몸통은 다소 짧을지언정, 용두용미로 이야기를 마무리한 셈이죠.

▲ 주인공 남매의 모티브가 된 실제 모델과 가족들을 비춰주는 크레딧도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비디오 반납일을 맞추기 위해 '빨리감기'로 감아버린 것 같은 중반부의 게임 플레이 외에도 조금씩 아쉬운 점은 남아 있습니다. 먼저 메뉴에서 볼 수 있는 한국어는 출력되지 않는 부분과 오역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 내에는 별도의 문자가 등장하지 않으므로 번역기를 돌린 것 같은 현지화가 큰 걸림돌이 될 정도는 아닙니다.

또 '배속' 버튼에 대한 안내가 게임 내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게임 패드 기준으로 R1과 L1 트리거 버튼을 동시에 누르고 있으면, 두 배 가량 빠른 속도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기능을 인지하지 못한 초반에는 단순한 화면 이동이나 이미 확인한 오브젝트를 실수로 눌러 반복되는 연출을 보느라 다소 답답한 기분이 드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물론 반가운 요소도 있습니다. 바로 메인 화면에서 에피소드 선택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1회차 플레이를 할 때 미처 놓치고 지나간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선택해서 즐길 수 있고, 마음에 드는 미니 게임이 있었다면 쉽게 찾아서 다시 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편의기능 덕분에 모든 도전과제를 찾아서 달성하는 것도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1회차 플레이를 모두 마친 후, '로스트 인 플레이'를 즐기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을 떠올려봤습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한 자리에 앉아 플레이하고, 다소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최소한으로 조언을 더해주며 함께 고민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그림이 떠오르더라고요.

물론 유아가 아닌 어른 게이머 혼자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인 것은 분명합니다. 어린 시절 형제자매,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았던 추억이 있는 게이머라면, 분명 이 게임이 사소한 것 하나로 하루 종일 즐거울 수 있었던 그때의 동심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