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탄이 절로 나오는 가정 데스크 셋업. 왜 우리 집은 이렇게 안 될까요? (클릭 시 확대됩니다)

누구나 '마이 플레이스'에 대한 꿈을 가슴 한편에 품고 살아갑니다. 그게 어떠한 형태로든 간에 말이죠. 크게는 내 꿈을 펼칠 사업 공간을, 작게는 그 공간에 들어서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거나 평소에는 샘솟지 않던 아이디어들도 흘러넘치는 나만의 단골가게가 될 수도 있겠습니만, 가장 현실적인 마이 플레이스는 역시 집 아니겠습니까.

여건이 풍족하여 집의 모든 공간을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쉽게도 현실은 그리 녹록지 못합니다. 독립의 시기가 와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 한들 가전기기들은 왜 이렇게 많고 큰 건지. 공간을 금전적으로 해결하자니 총 견적의 액수를 보는 순간 "이 돈이면 차라리.."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가족들과 함께 살면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종종 기자들끼리 게이밍 데스크 셋업에 대해 얘기할 때가 있는데 항상 "데스크 셋업의 시작이자 끝은 넓은 집"이라며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를 마무리 짓는 선임기자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데스크테리어'에 대한 내용을 다루려고 합니다. 책상(desk)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인데, 말 그대로 책상 위를 꾸미는 것을 포괄하는 단어입니다. 비슷한 어휘로는 앞서 언급한 데스크 셋업 정도가 가장 대표적이겠네요. 게이머 세상인 인벤에서는 게이밍 데스크 셋업이 더 흔하며, 말 그대로 게이밍 주변기기를 메인으로 하여 컴퓨터 책상과 주변 환경 혹은 자신만의 공간을 개인 취향대로 꾸미는 유저들이 정말 많습니다.

데스크테리어, 오늘날 관심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처럼 언젠간, 돈이 생기면, 이사 가면 혹은 PC 맞출 때 한 번에 등의 핑계로 미룰 뿐이지, 재택 업무와 PC를 통한 여가 생활이 늘어남에 따라 데스크테리어에 대한 관심과 니즈는 어느 순간부터 확 높아졌습니다. 다만 전체적인 구성이 구체적이지 못한 것이 문제죠. 왜냐고요? 내가 본격적으로 데스크테리어를 시작할 때 즈음엔 더 예쁘고 좋은 것들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미루고 미루는 중인 겁니다.

좀 더 솔직해져 보겠습니다. 사실 접근 자체가 어렵습니다. 뭐부터 시작해야 하지? 규모 있는 급전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하나둘씩 사서 모을 텐데 그게 참 감이 안 잡힙니다. 여타 커뮤니티를 구경하다 보면 나 빼고 다 금손인 것 같고 자금도 빵빵해 보여 밀려오는 열등감에 인터넷 창을 닫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 멋진 데스크 셋업을 보고 있노라면 내 손이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클릭 시 확대됩니다)

여김 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여러 금손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던 중, 한번 만나서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한 데스크테리어 꿈나무지만 살면서 언젠가는 도전해 볼 분야임은 확실하니까요. 데스크테리어에 관심이 있어 여러 커뮤니티를 방문하는 유저라면 친숙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진만 봐도 식물과 목재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데스크테리어 장인, '오늘의 데스크'님과 서면으로 얘기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문득 이런 금손들은 어떤 직종에, 뭐 하며 사는 사람일지 궁금해지더라고요.

※ 모든 사진의 출처는 오늘의 데스크님으로, 모든 사진은 클릭 시 원본에 가까운 이미지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안녕하세요, 인벤 독자 여러분. 어쩌다 보니 데스크테리어와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오늘의 데스크, 줄여서 오데슼이라고 합니다. 본업은 프리랜서 디자이너이긴 한데.. 지금은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다 보니 주부에 가까울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 65만 팔로워의 @iSetups에서 몇 차례 소개된 오데슼님 작품

Q: 아무래도 게이머 세상인 인벤인 이상, 이 질문은 피해 갈 수 없으실 겁니다. 게임 좋아하시는지?

"인벤은 매우 익숙합니다. 여전히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입니다. 20대 때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초창기에 40인 레이드로 라그나로스 킬, 군대를 전역하고 난 후에는 하드 난이도의 리치왕까지 잡아봤습니다. 서버 내에서 흑마법사 기어스코어 8위까지 해봤었을 정도로 진지했었어요. 공략은 역시 와우 인벤이죠."

"이후 결혼을 하고 2세를 돌보며 게임을 즐기지 못하다가 둘째 출산 후, 산후조리의 개념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을 구입하여 와이프와 교차 플레이를 통해 힘든 신생아 육아 시기를 이겨내기도 했습니다. 수유를 위해 소파에 앉아 있거나 아기 띠를 메고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던 그 시기에, 패드를 잡고 있으니 지루하지 않게 보냈던 것 같아요. 절전모드로 빠르게 게임을 끄고 켤 수 있다는 것이 콘솔 기기의 장점이더라고요. 이 시기에는 대작 게임인 갓 오브 워, 호라이즌 제로 던의 플래티넘 트로피를 땄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요즘은 간간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무작위 영웅대전을 즐기고 있는데요. 채팅창은 켜본 적이 없고 전리품 상자도 그냥 방치할 정도로 가볍게만 즐기고 있습니다. 데스크테리어와 관련된 인터뷰로 왔는데 게임 얘기만 한세월이네요(웃음)."

"데스크테리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정리하는 걸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뛰어들게 된 것 같아요. 어느 날 요리 플레이팅이 너무 잘 됐거나, 아니면 내 방을 깨끗하게 치웠다거나. 내 노력으로 공간이 예뻐지면 사진을 찍어서 간직하고 싶은 본능, 다들 갖고 계시지 않나요? 그렇게 하나둘씩 기록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데스크테리어라는 분야가 워낙 매력이 있다 보니 계속 관심을 갖게 되었고, 최근에는 정리수납전문가 1급 자격까지 취득했습니다."

▲ 이게 왜 진짜인가요? 실제로 존재하는 정리수납전문가 1급 자격

친구끼리 여행을 가면 꼭 한 명씩 있습니다. 고기를 잘 굽는 부심을 부리는 친구. 근거 없는 부심은 진정한 친구라는 입장에서 적당히 눌러줘야 할 필요가 있지만, 고기 부심은 방치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기소개를 할 때 "나 고기 굽기 1급 자격증 있어"가 18번입니다. 그런 관점의 농담인 줄만 알았는데 실제로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이 존재하네요. 종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파트는 채움과 수납의 원칙, 그리고 거는 의류 정리 등이었습니다.

"디자인 요소들을 잘 정리하여 보기 좋게, 효율적으로 쓰도록 하는 것이 관심사이자 일이다 보니, 주 환경 공간인 PC 및 모니터 책상에도 자연스럽게 적용해 나간 것이 계기가 되더라고요. 실제로도 작업의 집중력이나 효율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요. 정리 관점에서는 오히려 책상이라는 공간으로 한정하여 작업을 하니 그리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실천되는, 보람을 느끼기 가장 좋은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일이건 게임이건 잘 정돈된 책상에서는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 전 항상 정리하던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뭔가 굉장히 편하고 쉬운 작업처럼 얘기하는데 일반인 입장에서는 책상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사는 것, 정말 쉽지 않죠. 특히 열받아서 게임을 끈 상태에서 자의적으로 정리까지 하는 사람이라면 장난 반으로 그런 게이머는 멀리하는 것이 생활에 도움이 될 것도 같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정리를 하며 보람을 느끼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라면 꽤 높은 수준의 진입장벽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접근하면 데스크테리어와 친해질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으나 실천이 항상 어렵더라고요. 잘 정돈된 누군가의 데스크 셋업을 보고는 "와, 저 정리함이나 벽걸이만 사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다가도 내 책상으로 시선을 돌리면 캐릭터가 그려진 장패드부터 여기저기 난장판으로 이어져있는 케이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이들 중 끝판왕은 역시 어느 시대에 태어난 지 잘 모르겠는 책상 구조와 디자인이 아닐까요. 어쨌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며 인터넷 창을 닫은 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 이에 대해 좀 자세히 좋을지 물어봤습니다.

"데스크테리어를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잘 정돈된 누군가의 환경을 많이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됩니다. 저는 핀터레스트에서 Desk Setup을 검색하는 것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요. 마음에 드는 책상 사진들을 찾아서 저장해두는 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폴더별로 정리해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가령 특정 유저의 사진에서 책상 밑의 LED가 마음에 들었다면 그 폴더에 저장을 하는 거죠."

"이렇게 무작정 사진 다운로드를 하다가 시간을 들여 저장한 사진들이 들어있는 폴더를 전체적으로 한번 쭉 둘러보세요. 사람이 좋아하는 취향은 한정적이라 결국 내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스타일에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는 어느 정도 방향을 정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 2014년 오데슼님의 책상. 지금 작품들에 비해 현실적이지만 그래도 깔끔한..

▲ 2016년에는 아기방을 만들어주면서 방이 없어졌지만 1.5평 남짓한 창고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느긋한 마음가짐

"마음을 느긋하게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특정 시간과 예산 안에서 데스크테리어를 정복하겠다!라는 마인드로 접근하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더라고요. 데스크 셋업뿐만 아니라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결국 새로운 가구나 전자 제품 구입, 취미나 취향이 바뀌는 등 여러 이유를 원인으로 계속 변해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당장에는 만족스러울 수 있으나, 결국은 또 어떤 욕심이 생기고 또 어떻게 바꿀까에 대해 고민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찾아 떠나는 긴 모험이다 생각하며 편한 마음으로 다가가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꾸밀 공간 찾기

"시작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꾸밀 공간이 우선이겠죠? 어떤 공간이건 내가 원하는 크기의 책상을 놓을 수 있으면 됩니다. 방이 따로 있는 것이 가장 베스트지만 환경적으로 쉽게 마음먹기 힘드니까요. 침실 한 쪽에 공간을 나눠 마련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가지각색으로 원룸을 꾸민 유저들의 작품들을 참고해 보면 책장 같은 가구들과 자연스레 공간을 나누는 것들을 볼 수 있는데 공간을 잘 살린,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평소에 무슨 활동을 하는가

"공간을 정한 후, 내가 책상 위에서 어떤 활동을 주로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어떤 가구나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떤 콘셉트로 스타일링 해야 하는 지가 좀 더 또렷해지기 때문이죠. 콘솔 게임 및 영상 시청의 비중이 높다면 모니터보다 TV가 더 잘 어울리며 일반적인 책상 및 의자보다는 리클라이너 소파와 작은 테이블이 더 시각적으로나 효율적으로나 이점이 있겠습니다."

"재택업무를 병행하는 유저라면 업무 집중력 향상을 위해서 모니터 근처의 소품들을 줄여 시선의 분산을 막는 게 인체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골수 게이머를 위한 공간이라면 개인적으로 LED 스트립을 통해 무드를 더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책상은 지극히 개인을 위한 공간이고, 무언가를 특정하여 그것만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의 목적과 취향에 순위를 매겨 순차적으로 해소해 준다는 관점에서 다가가면 좋은 데스크 셋업을 꾸밀 수 있을 것입니다."

▲ 2년 동안 창고를 활용하며 꾸민 2018년. 본체를 보기 위해 책상 위에 배치, 스피커는 벽에 달았습니다

▲ 2019년에는 드디어 창고에서 벗어나 지금의 작품이 나오는 공간을 활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구성은 통일감 있게

"데스크테리어의 첫걸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통일감입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원하던 느낌이 나오지 않았다면 각개의 제품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제품의 색상들만 어느 정도 통일되면 꽤 괜찮습니다. 때문에 처음 접근할 때 검은색이나 회색 같은 무난한 색상 위주로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추후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과감한 색상의 제품을 얹히기에도 부담이 없고 RGB 조명을 활용하여 꾸밀 수도 있으니까요."

소품은 간소하게

"또 시작부터 너무 많은 소품을 준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정리를 해도 소품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질 경우 보는 사람도, 공간에 있는 사용자도 어지럽게 느껴질 수 있거든요. 적당한 밀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소품도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우러질 수 있는 검은색 혹은 은색 계열로 구입하는 편입니다."

"소품에 대해 별로 쓸모가 없을 것 같다거나, 고민이 된다면 배제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물건들을 늘리는 것은 쉬운데, 줄이는 게 정말 어렵거든요. 책상을 꾸미는 데에는 많은 물건들이 필요하지 않고 전부 채울 필요도 없습니다. 꾸미는 과정에서는 이를 망각하기 정말 쉬운데요, 오히려 비어 있는 책상이 시각적으로나 효율적으로나 좋을 때가 많습니다."

▲ 책상 뒤 편도 공개한 오데슼님. 보이지 않는 공간도 참 잘 정돈되어 있네요

▲ 역시 게이밍 셋업은 RGB 감성이죠!

▲ 오데슼님을 대표하는 사진 중 하나. 듣고 보니 소품들이 전부 블랙 앤 메탈이네요

약간 강의에서 들을 수 있는 내용을 접한 느낌입니다.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 많은 돈이 생기면, 지금은 10시간씩 즐기는 게임이 없으니까 등의 핑계로 "난 할 때 확실하게 한다!"라는 것을 방패 삼아 게으름을 포장한 게 찔린다고 할까요.

내용의 시선이 좀 넓은 편인 것 같아 시야를 좁혀보겠습니다. 꾸준히 데스크테리어를 한 전문가 입장에서 이 물건은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다거나 더 나아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아이템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 아이템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추가로 개인 역량 및 취향에 따라 DIY 소품들의 비중이 높은 유저들도 있던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아, 굉장히 많죠.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아이템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제가 가장 잘 쓰고 있는 제품 중 하나는 10년 가까이 쓰고 있는, 만 원 대에 구입한 '이케아 LERBERG 철제 선반'입니다. 구체적으로 제품명을 언급하긴 했는데 사실 이케아의 저렴한 가구들은 데스크테리어를 준비하는 데에 정말 유용합니다. 그 밖에 HELMER 서랍장도 정말 잘 쓰고 있고요. 선반과 서랍장을 통해 자잘한 소품들을 분류해두면 책상 주변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디자인적으로도 어디에나 잘 어울려서 무난하고요."

"데스크테리어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공간인데요. 물리적인 공간이 넓어진다 한들 의자에 앉아 손 닿는 구역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책상의 여유 공간이 줄어들고 시각적으로도 답답한 느낌이 짙어지죠. 이 한계를 넘게 해주는, 벽면 공간까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도구가 바로 타공판입니다."

"거치하는 고리의 위치를 쉽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어서 물건들이 바뀌어도 크기에 맞춰 계속 정리하고 진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헤드폰이나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 등의 자잘한 소품들을 각각 따로 두거나 거치하는 것보다 타공판에 한 번에 정리하면 책상 위가 쾌적해집니다. 추가로 개인적인 팁을 드리자면 헤드폰과 패드의 걸이 부분에는 스크래치를 방지하기 위해 수축 튜브를 감싸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 10년 가까이 잘 사용하고 있다는 만 원대의 이케아 레르베리 선반

▲ 창고 데스크 시절, 2만 원대의 가성비 책상을 C형 클램프로 고정시켜 활용했었다고 합니다

▲ 사실 개인적으로는 타공판이 허세라고 생각했으나.. 듣고 보니 매우 설득력 있었습니다

▲ 진지하게 감탄한 블루 택. 이런 유용한 존재를 모르고 있었네요

▲ 벨크로 타이는 IT인벤에서 그나마 익숙한, MUST HAVE 아이템입니다!

"허전한 벽에 뭔가 달아보고 싶은데, 개인적인 사정 혹은 추후 변심을 생각하여 구멍을 내고 싶지 않을 경우, 블루 택(Blu Tack)이 유용했습니다. 블루 택은 가벼운 물건들을 벽에 고정하기 용이한 점토형 점착제입니다. 가벼운 소품은 물론이고 아크릴 액자들도 전부 이 점착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떨어진 적은 없지만 액자의 경우 약간 불안해서 모서리마다 여러 군데 나눠 붙이고 있긴 합니다. 제거할 때도 조심스레 하면 벽지에 아무런 흔적 없이 떼어낼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자꾸 움직이는 USB 허브나 케이블을 고정해둘 때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IT인벤에서는 친숙할 만한, 벨크로 타이도 데스크테리어에 매우 유용합니다. 일명 찍찍이 케이블 타이죠. 10미터짜리 묶음을 5천 원대에 구입했는데 필요한 곳에 모두 사용하고도 아직 한참 남아있을 정도로 용량이 많아 아낌없이 쓰고 있습니다."

"DIY.. 하하 데스크테리어와 뗄 수 없는 관계죠.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시중에 그런 제품을 찾을 수 없을 때나, 굳이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구매할 필요가 없을 경우 택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입니다. 최근 허전한 벽을 어떤 소품으로 채울까를 고민하다가 스타워즈에 등장했던 우주선들을 종이로 하나씩 만들어보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종이 한 장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만족도 대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 좋습니다."

"잘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 스탠드의 색상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소형 목공용 다리와 MDF 합판으로 만들어졌죠. 만 원 이하의 예산으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선 정리를 위해 키보드 케이블도 직접 만들어 봤습니다. 적당한 두께의 코일을 위해 빨래 건조대를 활용했던 기억이 남네요."

▲ 직접 제작한 스피커 스탠드는 꽤 그럴싸하지만

▲ 이렇게 보면 그럴싸한 정도가 아니라 어디 비싼 브랜드의 제품 같네요

▲ 종이로 만들었다는 스타워즈 우주선 장식을 보고 이번 생엔 DIY를 못하겠다 단념했습니다

▲ 많은 애정이 담긴 AR87 알루미늄 기계식 키보드를 원픽으로 결정!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제품을 딱 하나만 꼽자면 AR87 알루미늄 기계식 키보드입니다. 여러 정보를 접하다 보니 키보드 욕심이 생겼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높고 손도 많이 가는 친구더라고요. 키보드 하나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고민을 하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만한 키보드도 없는 것 같습니다. 직접 윤활도 해주고 앞서 얘기한 케이블까지 만들다 보니 각별한 아이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같은 디자인의 키 패드인 AR21까지 구입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모든 기계식 키보드들을 처분할 정도로 말이죠."

이렇게 많은 팁들을 방출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양질의 정보를 받게 되니 즐겁더라고요. 원론적인 얘기를 많이 했으니 이제 오데슼님이 선정한 오데슼의 베스트 컷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활동하는 페이지들을 살펴보니 사진촬영도 수준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사진을 찍는 것도 관심이 있는 건지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워낙 사진이 많다 보니.. 주관적으로 베스트 컷이라고 소개하기엔 다 마음에 들기도 하고 고르기가 어려워 약간 객관적으로 평가가 좋았던 몇 개의 결과물로 대체하겠습니다. 레딧(Reddit)이라는 해외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던 3장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책상 위의 선들을 정리한 작품입니다. 일부러 타이트하게 조절한 것이 아닌, 적당한 길이의 스프링 케이블로 편안함을 연출해 봤는데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표현으로 'aesthetic(애스테틱)하다'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사진에 사용한 제품은 생애 첫 번째 기계식 키보드였던 레오폴드와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한 USB 볼륨 컨트롤러, 그리고 베링거 미디 컨트롤러입니다."

"두 번째 사진은 서랍장과 조리대 상판을 조합하여 책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 작품입니다. 낮은 높이의 철제 선반에 PC 본체를, 액자 선반에는 키보드를 수납하여 거치한 모습입니다. 참고로 타공판을 제외하고 전부 이케아의 제품들로 구성한 사진입니다."

"세 번째 사진은 벽 선반을 추가하면서 책상 상판과의 조합을 위해 월넛 우드 스테인을 칠해 색상을 맞춘 모습입니다. 국내 커뮤니티에서 추천과 동일한 개념인 업보트를 3.1만 개를 받으며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입니다. 당시 레딧 마케팅팀에서 홍보에 사용해도 되냐는 연락을 받았었는데 실제로 활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정갈한 색상 조합에 여백의 미를 살린 숨통 트이는 케이블 길이가 핵심이라고 하는 첫 번째 사진

▲ 일하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 두 번째 사진

▲ 레딧 마케팅팀에서 홍보 용도로 사용해도 되냐는 문의가 온 세 번째 사진

"사진은... 노력하고 있는 입문자 수준입니다. 데스크테리어를 입문하는 단계에서 내 작품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구입하는 건 낭비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DSLR의 성능이 좋은 건 두말할 것 없지만 별도의 계기가 없다면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관점이에요.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굉장히 좋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아기가 생기고 나서 카메라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가뜩이나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하려면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은데 거기에 추가로 카메라까지 챙기려니 오히려 불편하더라고요. 카메라 입문 시기의 여부는 본인의 만족도에 달려있습니다. 어느 순간 최신형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으로도 부족함이 느껴진다면 그때 입문해도 늦지 않아요. 한 장에 24MB 가량의 RAW 포맷의 보정 관용도를 경험해 보면 매력적인 것은 맞습니다."

오데슼님은 현재 여러 하드웨어 커뮤니티를 포함하여 인스타그램, 유튜브 및 개인 블로그를 통해 활동 중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왕성하게 활동하기 시작하며 오데슼은 잘 몰라도 오데슼님의 작품을 보면 "아~ 저 사진 알지!" 하는 유저도 많을 겁니다. 이렇게 활동하고 있는 오데슼님의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벤 독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를 마치고 인터뷰를 종료하였습니다.

"깔끔한 호텔 로비나 카페에서 느껴지는, 그 공간만의 쾌적함과 안락함을 내 방에서 내가 직접 느껴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건강을 위해 운동 기구와 연계한 데스크테리어도 구상해 보고 있어요. 그리고 소박한 목표로는 경제적으로 자유가 생긴다면 다시 와우에 복귀하고 싶습니다. 과거의 게임에 대한 제 진심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요."

"지구상에서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정말 소중하더라고요. 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생각해 본다면 어떤 식으로든 투자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인생은 자기만족 아니겠습니까(웃음). 많은 인벤 독자 여러분들이 본인 취향의 물건들로 가득 채워진 쾌적한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이밍 라이프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이를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 레고 받침대가 인상적인, 딸을 위한 레이싱 셋업. 아직까지 게이머의 피가 들끓는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