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으로 이세계에 떨어져서 고군분투 성장하는 느낌


국내 인디 개발팀 코드라이프에서 출시한 '룬텔러'는 서버 개발자 출신 2인이 개발한 게임입니다. 1년 정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얼리엑세스로 19일 출시됐죠. 처음 이 게임을 봤을 때는 발헤임처럼 샌드박스 오픈 월드 생존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개발 기간도 짧고 적은 인원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고 복잡한 장르는 다소 힘들 것으로 생각했었죠.

그러나 예측과 달리 '룬텔러'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전형적인 RPG였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주인공(플레이어)은 살아난 이유를 찾아 세계를 떠돌며,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게 되죠. 어찌 보면 RPG의 정석과 같은 느낌마저 드는 전개로 볼 수 있는데요. 사전 리뷰 코드를 받아 미리 즐겨본 '룬텔러'는 인디 게임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참신함과 함께 오랜만에 RPG만의 매력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게임명: 룬텔러(Rune Teller)
장르명: 오픈 월드 RPG
출시일: 2022.08.19
리뷰판: 1.0.0
개발사: 코드라이프 스튜디오
서비스: 코드라이프 스튜디오
플랫폼: PC
플레이: PC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성장의 재미가 느껴지는 룬게아 세계

RPG를 구성하는 재미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의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게임 속에 만들어진 나의 분신(주인공)이 여정을 통해 점점 강력해질 때마다 짜릿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죠. 물론, 게임 플레이를 통한 성취감은 RPG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타 장르와 달리 내가 주인공이 되는 RPG 특성상 몰입하기 좋고 성장에 따른 피드백을 직관적으로 받을 수 있으니 플레이어에게 어떤 성장을 통한 성취감을 제공할지 고민하는 부분은 RPG 개발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장에 따른 성취감만 놓고 봤을 때 룬텔러는 캐릭터의 성장과 플레이어의 성장이란 두 가지 측면에서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해줬습니다. 먼저, 캐릭터 성장은 직관적인 형태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게임은 캐릭터의 전투력을 나타내는 레벨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숙련도라는 시스템이 레벨의 자리를 차지했죠. 숙련도는 말 그대로 어떤 행동을 할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하냐를 나타낸 수치입니다. 모든 행동에는 숙련도가 존재하고 해당 행동을 반복할수록 점점 레벨이 오르게 되는데요. 가령, 달리면 달리기 숙련도가 오르고 숙련도가 오를수록 달릴 때 AP(스테미나)의 소모량이 감소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숙련도 시스템은 룬텔러의 캐릭터 성장에 아주 필수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수치를 올려주는 레벨 시스템과 달리 숙련도는 해당하는 능력치만 올려주기 때문에 캐릭터를 골고루 성장시키기 위해선 한 가지 행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행동을 해야 했습니다. 특히, 스킬도 개별적으로 숙련도 시스템이 적용되기 때문에 스킬의 효율을 높여주기 위해선 버프라면 전투가 아니어도 자주 써주는 게 좋았고 전투 스킬은 쿨타임이 찰 때마다 계속 써서 숙련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죠.

▲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행동에 따른 숙련도가 쌓이는 방식

숙련도 시스템은 주로 액션 게임이나 생존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성장 시스템 중 하나입니다. 발헤임이나 코어 키퍼 등의 게임이 이러한 숙련도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아무래도 생존이란 측면에서 레벨이 너무 높아지면 오히려 생존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있으니 게임의 밸런스를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이와 달리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이 주된 목표인 RPG에서 레벨 대신 숙련도를 채용한 점은 꽤 의외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처음에는 숙련도 시스템이 꽤 불편하게 다가왔었습니다.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선 전체적으로 신경을 써줘야 하니 단순히 적을 잡고 경험치를 얻어 레벨업을 하는 것과 다른 귀찮음이 있었죠. 그러나 게임을 계속해서 진행하다 보면 숙련도 효과로 레벨업과 다른 느낌으로 캐릭터가 점차 성장한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더욱 오랫동안 달리고 구를 수 있다거나 최근에 얻은 스킬과 자주 사용했던 스킬의 효율에 큰 차이가 나는 점에서 그러했죠. 전투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 타임 대비 보다 확실한 성장 효과를 볼 수 있기도 합니다.

반면, 스킬의 숙련도 부분에서는 후반에 얻는 스킬일수록 숙련도가 낮아 이를 올리기 위해 어느 정도 반복 플레이가 필요했고 또 다른 무기를 사용하고 싶어도 숙련도가 낮아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어 쉽게 무기를 바꿀 수 없다는 아쉬운 점도 존재했습니다. 만약 모든 스토리를 깬 상태라면 끊임없는 단련을 통해 모든 숙련도를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찌 보면 판타지 세계에 걸맞은 가장 현실적인 성장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싶습니다.

▲ 제작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선 꾸준한 채집 활동을 해야 한다

제작 숙련도의 경우, 높다고 해서 전투력이 강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고성능의 무기를 만들거나 혹은 버프용 요리 및 포션을 만들면서 전투를 보조해주는 역할입니다. 초반에는 제작 숙련도가 그리 큰 활약을 보여주진 못하는데요. 어느 정도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높은 효율을 보여주는 장비와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되는 순간, 전투력이 급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막과 설산, 늪지대 등의 위험 지역을 탐험하기 위해선 그에 맞는 해독제나 발열제 등의 포션을 구비해둘 필요가 있으니 무기 및 스킬 숙련도 이상으로 중요하게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방어구는 오직 상점 구매와 퀘스트로만 얻을 수 있는데요. 거적때기만 걸친 상태에서 점차 멋진 외형의 장비로 갈아입으면서 시각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플레이어의 성장은 사실 사람마다 체감하는 난이도의 수준이 다르므로 주관적으로 볼 문제이긴 합니다만, 룬텔러의 게임 난이도는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다크소울과 같은 소울류 게임에는 못 미치지만 바로 아래 단계에 있다고 해야 할까요. 초반에는 전투 중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어 사실상 자주 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분은 꽤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게임의 불합리한 전투 시스템에 대해서 열이 뻗치기도 했죠.

하지만, 꾹 참고 캐릭터를 점차 성장시켜나가면 처음보다 오히려 전투가 할만해 진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양이 많아지고 장비와 숙련도의 효율 상승이 느껴질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보통 RPG의 난이도 곡선은 처음에는 굉장히 낮은 상승 폭을 보여주다가 점차 높아지는 편입니다. 유저가 충분히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난 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중후반에는 난이도의 상승세를 높게 둬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죠.

▲ 시작부터 목숨이 간당간당해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반면, 룬텔러는 일반적인 RPG 곡선과 달리 처음이 굉장히 어렵고 점차 할 수 있는 행동이 많아지면서 전략적으로 전투를 풀어나가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사실 난이도 곡선으로 따지면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쭉 어려운 것은 맞는데 스킬과 장비 성능의 조합으로 점점 극복할 수 있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굉장히 아슬아슬한 레벨 디자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저의 이탈을 막아야 하는 초반에 오히려 벽을 세운 꼴이니까요.

룬텔러가 싱글 플레이보단 멀티 플레이를 권장하는 이유,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난이도를 여러 개로 나눠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대 3인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며, 초반에 혼자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3인이 할 때 더욱 쉽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죠. 물론, 서버에 인원이 많아질수록 몬스터가 더욱 강력해지긴 합니다만 어그로 핑퐁, 스킬의 조합을 통해 얻는 이득이 훨씬 크게 다가왔습니다.

싱글 플레이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도우미를 소환할 수 있는 특수 스킬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파티 플레이 효과를 낼 수는 있었는데요. 다만, 이러한 스킬을 얻으려면 적어도 게임을 어느 정도 진행해야 했으며, 찰나의 틈을 벌어주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물론, 싱글 플레이에서도 너무 어렵다면 난이도 조절을 통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선형 구조의 오픈 월드 RPG

룬텔러는 게임 명이자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칭하는 단어입니다. 과거에는 마법을 쓸 수 있는 룬텔러가 많았지만, 모종의 이유로 대부분의 룬텔러가 사라졌고 이제 극소수의 존재만 남아있죠. 플레이어는 한 번 죽어서 해골이 되었지만, 미지의 힘으로 되살아난 룬텔러가 되어 소생에 대한 비밀을 풀어내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룬텔러는 시작과 끝이 존재하는 스토리텔링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메인 퀘스트를 따라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오픈 월드인 만큼 어느 정도 자유도를 보장하긴 하지만, 새로운 지역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메인 퀘스트를 깨야 하므로 선형 구조의 플레이 방식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게임 플레이는 메인 퀘스트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서브 퀘스트와 던전 탐험 등이 이뤄지게 됩니다.

오픈 월드 게임에서 게이머가 바라는 점은 폭넓은 자유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드넓은 세계를 발길 닫는 대로 갈 수 있고 시스템에서 정해준 길이 아닌 나만의 모험을 떠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게이머가 오픈 월드의 매력에 빠져들었죠. 룬텔러는 대작 오픈 월드 게임처럼 폭넓은 자유도를 보장해주진 않았지만,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여정 속에서 소소한 자유도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 일정 구역을 벗어나는 순간 10초 후 캐릭터가 사망하기도 한다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메인 퀘스트 진행도에 따라 지역을 이동할 수 있는 제약이 있어 처음부터 자유롭게 모든 지역을 돌아볼 수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메인 퀘스트는 주로 특정 인물에게 말을 걸거나 혹은 특정 지역의 서브 퀘스트를 깨야 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띄고 있었는데요. 이 때문에 자유도 높은 오픈 월드 게임보단 클래식 RPG의 선형적인 게임 방식을 베이스로 두고 로딩 없이 맵을 이동할 수 있는 오픈 월드라는 시스템만 곁들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픈 월드 게임은 탐험의 재미를 위해 맵 곳곳에 숨겨진 이벤트나 아이템 등의 콘텐츠를 집어넣게 됩니다. 탐험이 반복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달콤한 보상과 끊임없는 자극을 주는 것이죠. 룬텔러는 동부 계곡, 중부 협곡, 수도 킹스마운틴과 사막, 늪지대, 화산, 설산 등 다양한 지역이 존재하고 또 지역마다 특징이 뚜렷했습니다. 지역마다 디버프가 있는 위험 지역이 있어 대비하지 않고 가면 목숨이 위험할 정도였죠.

특히, 처음 가본 맵은 지도가 밝혀져 있지 않아 마법의 탑을 찾아가야 했는데 이때 맵의 주요 포인트를 컷신으로 보여주면서 주목을 끌어주는 시스템은 지역 탐험에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로 다가왔습니다. 아무래도 맵에 마커를 찍는 기능도 없고 지역을 구분하는 마땅한 표지선이 없다 보니 이러한 정보다 더 귀하게 느껴졌는데요. 대륙 간의 모험은 배를 타고 돌아다니니 확실히 낯선 판타지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 던전 탐험은 재미와 만족도를 한 번에 채워줬다

그러나 필드 탐험이라는 측면에서 대륙의 크기를 생각하면 곳곳에서 비어 보이는 곳이 많았으며, 탐험에 흥미를 돋워주는 콘텐츠가 살짝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중후반부터는 단순히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를 깨려는 목적으로 맵을 돌아다닐 뿐 새로운 지역에 가고 싶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습니다.

필드에서 유저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사냥과 채집, 던전 탐험, 상자 찾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때 탐험에 흥미를 더해줄 상자는 희귀한 아이템보단 돈만 줬기 때문에 경계적인 여유가 생기는 시점부터는 더 이상 상자를 찾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니지 않았습니다. 구석구석 숨겨진 상자를 힘들게 찾아봤자 돈밖에 안 주니 상자를 찾기보단 그 시간에 사냥을 반복하는 게 효율이 높았기 때문이죠.

반면, 던전 탐험은 입구만 찾으면 평범하게 들어갈 수 있는 곳과 어떠한 퍼즐을 풀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나뉘었는데 제한 시간 내에 모든 몬스터를 쓰러트리면 클리어 되고 이후 다시 리셋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다행히 던전의 퍼즐은 특색있었고 보상 역시 괜찮았으므로 찾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한편, 넓은 맵을 오직 두 다리로만 열심히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만약, 중간에 몬스터를 만나 죽기라도 하면 근처 탑 혹은 캠프파이어에서 되살아나야 하므로 짜증만 날 수 있었죠. 다만, 탈것을 타고 다닐 정도로 맵이 엄청나게 크진 않았고 또 이동하는 틈틈이 채집에 신경을 써야 했으므로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감내할만했습니다. 다행히 대륙 이동은 해당 대륙에 집이 있다면 텔레포트를 할 수 있어 나름대로 편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 게임이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냈다



손맛은 좋은데 편의성이 부족한 전투 시스템

룬텔러의 전투 시스템은 익숙한 향기가 나지만 막상 먹어보면 색다른 맛이 느껴지는 나름의 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전투의 흐름은 무기를 꺼내 전투태세를 갖춘 뒤 일반 공격과 스킬 공격을 적절하게 섞어 적을 때려주고 피하기와 구르기로 나의 생존을 챙기는 방식이며, 행동할 때마다 스테미너가 소모되므로 단순히 공격만 반복하기보단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움직여야 했습니다.

또한, 무기에 내구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전투 중에 무기를 교환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는데요. 무기의 내구도가 0이 되면 공격력이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적의 체력이 적어서 빠르게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즉각 다른 무기로 바꾸는 편이 좋습니다.

전투의 템포는 생각보다 느린 것 같으면서도 빠른 편입니다.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전투 모션의 딜레이가 너무 길기 때문인데요. 가령, 장검은 3번의 연속 공격을 할 수 있는데 공격 사이의 딜레이가 굉장히 길고 휘두르는 모션도 약간 느린 편입니다. 단검도 장검보다는 빠르지만, 마찬가지로 딜레이가 존재했죠. 실제로 해보면 모션과 모션 사이의 딜레이가 생각보다 길게 느껴져 살짝 답답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무기를 휘두른다면 룬텔러는 슬로우 모션으로 때리는 느낌이랄까요.

▲ 빠른듯 느린 느낌의 공격 모션

공격을 맞추거나 당하면 살짝 경직이 걸리는데 경직이 풀리기 전에는 어떠한 행동도 할 수가 없다는 점은 적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에게도 적용됐습니다. 경직 상태에서는 공격과 스킬을 비롯해 막거나 구르기조차 불가능하죠. 결과적으로 앞서 언급했던 긴 딜레이와 경직이 합쳐지니 일 대 다수의 전투에서 난도가 급격히 상승해버렸습니다. 자칫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이 된다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맞기만 하다가 죽어버릴 수 있죠.

공격 사이의 딜레이는 구르기로 캔슬할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한 대 때리고 굴러서 공격을 피하는 것을 반복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방패를 들고 있는 적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때리려다 방패에 막혀 경직이 걸리고 뒤이어서 오는 공격에 또 경직이 걸리면서 한 대 때리고 세 대 얻어맞는 비극을 맞이하기 쉬웠습니다. 생각보다 전투 딜레이에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기도 합니다.

▲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많다는 점은 괜찮게 느껴진다

다만, 다양한 스킬을 획득하면서부터는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가령, 장검은 두 번째 공격 스킬로 스턴을 거는 기술을 배우게 되는데 이를 사용해 적에게 스턴을 걸고 때린 뒤 쿨타임이 찰 때까지 도망치다가 다시 반복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쉽게 전투 상황을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광역 넉백 기술과 다양한 보조 기술을 배우면서 점차 여유로운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었죠. 결국, 후반으로 갈수록 일반 공격보다 스킬 위주로 전투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고 적과 대치하는 것보다 스킬만 쓰고 빠지는 히트 앤 런 전략을 고수해야 했습니다.

공격 모션이 긴 대신 전체적으로 묵직한 타격감을 구현했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전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후에는 생각보다 괜찮은 손맛도 느낄 수 있었죠. 다만, 단순히 타격감을 위해 이러한 전투 시스템을 선택했다면 차라리 이팩트와 사운드에 힘을 줘서 타격감의 밸런스를 맞추고 어느 정도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함께 챙기는 것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전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 개발자의 유머 센스가 느껴지는 NPC 대사를 찾아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룬텔러는 어찌 보면 이제 첫발을 내디딘 인디 개발팀 코드라이프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나갈 것인지를 아주 잘 알려주는 일종의 증표로 볼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첫 번째로 로그라이크 혹은 캐주얼 모바일 장르의 게임을 만들 때 주변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고 본인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석해 실제 출시까지 이뤄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더욱 미래가 기대되는 개발사로 느껴집니다.

게임의 완성도 측면에서 룬텔러는 두 명이 함께 1년 안에 만들었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충분히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게임입니다. 다소 아쉬운 오픈 월드 볼륨을 보여줬지만, 지역별 특징을 살린 지형 디버프 시스템과 탐험할 맛 나는 던전,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보스 몬스터 등 플레이 내내 색다른 재미를 주는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스토리에 맞춰 간간이 보여주는 컷신과 연출, NPC와의 대화에서 룬텔러만의 맛깔나는 서사가 느껴지기도 했죠.

종합해보면 친구들과 함께 RPG의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분이라면 재미있는 선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플레이 타임도 30시간 정도로 꽤 긴 편이고 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가 강력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클래식 RPG를 좋아한다면 역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 웰 컴 투 룬게아 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