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증은 필수

총 게임. 조금 더 일반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슈팅 게임. 감히 말하자면 기자는 슈팅 게임에 조예가 깊다. 동네에서 한 둘쯤은 있는, "나 고수야"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러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티어가 어디냐는 질문에도 능히 답할 수 있다. "티어 말고 아시아 지역 상위 78위까지는 찍어봤어"

프로 게임 리그 참여 자격을 얻기도 했고 진로를 이쪽으로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지만 장래성이나 개인적인 환경 여건으로 아쉽게 꿈을 펼치진 못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저 추억으로 간직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만 든다. 물론 커리어 하이는 5년 전. 현재는 가끔 접속만 하거나 간간이 지인과 일반 게임 한 두판 하는 정도로만 즐기고 있다.

초등생 때부터 슈팅 게임을 시작해 밑도 끝도 없이 총질을 해왔지만 지금은 그 뜻을 접고 다른 장르로 빠졌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던 와중 최근 친구의 권유로 발로란트라는 게임을 추천받았다. 처음에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회피했지만 계속되는 회유와 도발에 결국 넘어갔다. 강호를 떠나 과거를 청산하고 조용히 살기란 참 쉽지 않다.

▲ 인증은 필수2

사실 발로란트에 대한 인식은 나쁘지 않았다. 2년 전 랭크 게임도 몇 판 해봤고 그래도 나름 높은 티어까지 달성해 봤으니 감이 죽진 않았겠지. 게임을 설치하며 얼마나 업데이트가 이루어졌나 정보를 입수하던 도중 알게된 놀라운 사실은 발로란트가 역주행의 물살을 타고 온라인 슈팅 게임 중 꽤나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설치를 끝마치고 시작된 복귀 배치 고사. 본인 정도면 초보도 아니고 중고 신입쯤 되지 않을까라는 오만방자한 정신을 탑재한 채 게임이 시작됐다. 새로운 맵을 숙지하지 않고, 캐릭터의 스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아무런 준비 없이 막무가내로 시작한 첫 게임의 결과는 처참했다.

꼴등은 당연 내 차지였고 한껏 높아진 유저들의 기량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벽을 느꼈다. 게임은 어찌저찌 '하드 캐리'를 받아 이겼지만 게임 내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답답한 플레이에 비난을 끊임없이 받았다. 같은 팀원에게 사과만 수도 없이 했다. 당시 괴로움과 고통을 겪었을 팀원들에게 사죄의 말을 다시금 전하고 싶다.

▲ 트롤링이 아닌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배치고사 결과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에 너무 취해있었던 것일까. 이렇게는 안된다. 랭크 게임은 당장 멈추고 일반 게임으로 재개하여 차근차근 실력을 다시 쌓는 수밖에.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일반 게임마저 잘 안풀렸는지 게이밍 장비부터 검색하기 시작. 분명 이쯤이면 헤드샷이 나와야 하는데, 소리가 명확하게 들리질 않아, 캐릭터 움직임의 잔상이 너무 심해.

현재 사용 중인 장비들은 이미 구형이거나 FPS 게임이 아닌 다른 장르에 맞게 바꿨기에 위와 같은 핑계를 가장한 구매 명분은 충분했다. 이미 꺾일 대로 꺾여 느려터진 반응속도는 인정하지 못할망정 애써 무시한 채 실력 차이를 고성능 장비로 메꿔보리라. 거침없이 장바구니를 채워나간다. 5년 전의 나와 달라진 점이라면 신분의 차이로 인한 지갑의 두께 차이라는 것? 그나마 다행인 건, 몇몇 장비들은 아예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니기에 '드래곤볼 모으기' 수법으로 무분별한 탕진을 막을 수 있었다. 미래를 생각해서 시기를 더 버텨야할 제품도 있고.


모니터
벤큐 XL2546K

▲ 색감? 모르겠고 일단 모니터에 70만원 쓰고 시작

우선 모니터. 발로란트를 하기 직전 MMORPG를 즐겼던지라 21:9 비율의 커브드 60Hz 주사율의 모니터를 사용 중이었다. 주사율이 낮고 응답속도가 느린 건 둘째치고 레이더와 화면 중앙 조준점이 한눈에 들어오는 24인치의 모니터가 필요했다. 특히 평면으로 FPS를 많이 즐겨온 터라 커브드는 익숙하지가 않아 고민 없이 벤큐 XL2546K로 구매를 결정했다.

벤큐 XL2546K는 응답속도가 낮은 TN 패널과 240Hz 주사율을 탑재한 모니터다. 2세대 패널로 0.5ms(GtG) 응답속도를 보이며, 적은 인풋랙으로 특히 적을 사살하는데 걸리는 시간, TTK(Time-to-Kill)가 매우 짧은 발로란트에서는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결정 나기에 적을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응답속도가 낮은 제품이 유리하다.

또한, 여러 고주사율 모니터를 써오며 각 제조사들의 잔상 제거 기술을 경험해 봤는데, 타사의 기술보다 오래 전 사용했던 XL2411Z의 MBR(Motion Blur Reduction)이 더 자연스럽다고 느껴 이번에도 벤큐 제품으로 선택했다. XL2546K는 DyAc+ 기술로 지속적으로 패널에 머무는 빛을 차단함으로써 잔상을 더욱 완화시킨다. 단, DyAc+ 기능을 활성화하면 플리커프리가 비활성화되므로 장시간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 육안으로 비교하기는 힘든 수준이므로 개인 취향차이 (출처: ZOWIE e-Sports)

이전작과 비교하면 OSD 설정과 프리셋 변환이 자유로운 개선된 S-Switch가 추가됐다는 점과 새로운 인터페이스, 세팅값 공유 및 멀티스탠드가 향상됐다. 전작 대비 더 넓은 폭의 높낮이 조절과 스탠드 영역 확보로 키보드, 마우스 배치가 더 용이하지만 모니터암을 사용한다면 박스에 고이 모셔두자.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라 순서를 첫 번째로 꼽았다. 60Hz VA패널은 인터넷 서핑 중 마우스 스크롤 시 글자에도 잔상이 남았는데 모니터를 바꾸며 잔상이 확실히 줄었으며, 주사율 증가로 캐릭터가 부드럽게 보이는 건 극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한가지 더, XL 시리즈의 신제품으로 추정되는 XL2566K-B가 한국에너지공단의 모니터 대기전력 저감 프로그램에 8월 8일 접수된 것으로 확인되며, 국내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뜻하므로 신제품에 관심이 있다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구매를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구매한 후 소식을 접한 터라 속쓰려 죽겠다.


VGA / CPU
ASUS DUAL RTX 2060 SUPER 8GB / AMD 라이젠5 5600X


현재 사용 중인 그래픽카드는 ASUS DUAL RTX 2060 SUPER 8GB로 왠만한 게임들은 적당한 로드율로 담당하던 60Hz 계의 여포 같은 녀석이었지만 240Hz 주사율 모니터로 업그레이드한 후 '열일모드'로 바뀌어 게임을 돌리는 연일 내내 곡소리를 내기 시작한 안타까운 제품이다.

무엇보다 3000번대 미드레인지 이상의 라인업으로 변경이 절실하지만 사실 교체 시기를 놓쳤다. 루머지만 4000번대 소식이 조금씩 유출되고 있고 기왕 여태까지 버틴거 4000번대 출시까지 학대를 멈추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발로란트는 5대5 전투가 아닌 이상 240 프레임이 간당간당하게 유지가 되더라.

CPU는 AMD 라이젠5 5600X인데 출시 이후 구매하여 별탈 없이 사용 중인 제품이다. 딱히 현재로서 불만은 없지만 추후 업그레이드를 고민한다면 인텔 13세대나 AMD 7000번대 메인스트림 제품 중 가성비를 따져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마우스
제닉스 TITAN G AIR SE WIRELESS


기자의 경우, 마우스 변경 시 바로 제 기량이 나오지 않고 적응기가 필연적으로 생긴다. 그렇기에 정말 불편하지 않은 이상 마우스 교체는 잘 하지 않는 편이다. 한창 총 게임에 빠졌을 때 조위 EC2-B 마우스를 애용했으나 게임을 그만두면서 유선보다는 무선 마우스를 찾게 됐다. RPG 게임을 하는데 굳이 거치적 거리고 불편한 마우스 좋은 거 쓸 필요가 있나.

그립감 만큼은 양보할 수 없더라. 수년간 혹사시킨 손목을 위해서 손목 건강에 좋다는 버티컬 무선 마우스도 끌리긴 했지만 그간 사용해온 조위 EC2-B와 흡사한 디자인의 마우스 + 무선을 충족하는 선택지는 제닉스 TITAN G AIR SE WIRELESS(이하 타에무) 밖에 없었다. 유선에서 무선으로 갈아타니 선에서 일어나는 간섭이 아예 없어졌다. 세트로 사용하던 조위기어 카마데2 번지대는 바로 치웠다.

조위기어 마우스 특유의 이질적인 외관 코팅 또한 불호였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는지 타에무는 개선된 플라스틱 표면이 탑재했다. 마우스 상판 하판은 타공 처리가 되어 마우스 무게를 최소화시켰다. 기존의 묵직한 맛은 사라져 오히려 좋았다.


탑재된 센서는 PAW-3335로 최상급까지는 아니지만 '즐겜용'으로는 정말 무난하다. 무선, 유선, 타공, 비타공 팜커버, DPI 조절 버튼, 브레이킹 피트, 논슬립 패치 등 여러 가지 커스터마이징 제품과 호환이 되어 확장성 면에서 선택의 여지가 높은 제품이었다.

기왕 '빡겜'을 선택한 이상, 다음 마우스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로 이미 장바구니는 레이저 데스에더 V3 프로로 채워뒀다. 무선 마우스를 오래 사용한 탓인지 이전에 잘 사용했던 조위 EC2-B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비대칭 그립 + 무선에 용이한 마우스를 찾던 도중 따끈따끈한 신상 레이저 데스에더 V3 프로를 발견하고 이 제품으로 선정.

가격은 레이저스토어 기준 23만 원. 환율 때문인지 가격이 착하지만은 않다. 마우스 하나에 23만 원이라니, 애초에 레이저 제품을 싼 맛에 쓰는 느낌은 전혀 없었으나 23만 원이라면 바이퍼 V2 프로나 얼티메이트가 혀를 내두르고 한 수 접을 정도의 가격이란 건 확실하다.



마우스 패드
레이저 기간투스 v2


현역 때부터 로지텍 G640만 주구장창 써오다가 레이저 기간투스 v2 출시 후 갈아탔다. 기간투스 v2 라지 사이즈(450*400mm)가 G640(460*400mm)과 얼추 비슷해 크기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길들일 대로 길들여져 브레이킹 패드의 경지까지 다다른 G640의 표면 질감은 이제 갓 출고된 녀석과 같을 리가 만무했다.

브레이킹 패드를 선호하는 기자로선 슬라이딩 감이 강한 기간투스 v2 마우스패드가 어색했지만 그냥저냥 사용했다. 딱히 FPS 게임에 미련도 없고 계속 사용하다 보면 길들여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발로란트를 시작한 이후 그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에는 브레이킹 표면의 밥패드를 구매했다. 조위기어 G-SR과 끝까지 고민하다 극적인 브레이킹 마우스 패드를 사용해 보고 싶었다. 오버워치가 한창 유행일 때 한 유명 플레이어의 밥패드 사용으로 밥패드의 명성은 익히 알려지기도 했으며, 브레이킹에 얼마나 자신이 있으면 제품명에 '브레이킹'을 넣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조준할 대상을 인식한 뒤, 에임을 빠르게 적의 머리나 몸통으로 옮기는 플릭샷(일명 끌어치기) 시 에임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현상은 멀끔히 고쳐졌다. 굳이 감도를 낮추지 않아도 에임은 더 정교해진 까닭에, 브레이킹 감 만큼은 여태까지 써봤던 새 마우스패드와 비교가 불가할 정도라고 평가를 내리고 싶다.

단, 밥패드 브레이킹 특성상 습기에 매우 취약하다. 비가 오는 날에는 습기를 가득 머금어 오히려 플레이에 지장이 가는 수준인데 양날의 마우스 패드가 아닐까 싶다. 습한 날에는 제습기를 켜두거나 기간투스 v2 마우스패드를 사용하고 있다.

▲ 장마철 '습기'를 간과하지 말았어야 했다



헤드셋
하이퍼엑스 클라우드2 / 레이저 해머헤드 프로 v2


굳이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나 싶은 제품. FPS 표준 헤드셋이라고도 불리우는 하이퍼엑스 클라우드2이다. 10만 원 내외의 괜찮은 퀄리티를 갖췄으며, 7.1 채널을 지원한다. 기회가 된다면 무선으로 바꿀 의향은 있다. 물론 하이퍼엑스 클라우드2 무선 버전으로.

하이퍼엑스 클라우드2는 오래전부터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실제로 프로씬에서도 가장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사용하는 제품이기도 하고. 하이퍼엑스 클라우드 시리즈는 역사가 깊다. 2015년에 출시한 하이퍼엑스 클라우드1을 시작으로 코어, 스팅어, 리볼버, 알파, 플라이트, 오르빗 등 여러 제품군을 선보이며, '혜자'스러운 가격대와 슈팅 게임에서 사운드 플레이에 최적화된 음질을 갖췄다는 점에서 여전히 호평을 받아 왔다. 그 결과, 전 세계 약 400만 개의 판매고를 올리며, 하이퍼엑스 제품군 중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시대가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하이퍼엑스 클라우드 본질의 품질이 향상되거나, 멀티 플랫폼 호환, 플렉시블 탈착식 마이크, 노이즈 캔슬링, 무선 기능, 컨트롤러가 포함되거나 가상 7.1 채널이 추가되는 등 여러 기능과 편의성이 포함된 버전이 출시됐다.

서브로 사용 중인 사운드 출력 장치는 레이저 해머헤드 프로 v2로 여분으로 사용 중이다. 찜통 더위에 헤드셋 착용이 꺼려질 때, 장시간 사용에 귓바퀴나 머리가 지끈거릴 때, 사운드 플레이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다이소나 편의점 이어폰을 사용해도 상관 없으나 제품 구성에 Y형 젠더가 동봉되어 있으며, 마이크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다.




마치며
다이아는 시작일 뿐!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지?

0.001초의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FPS 세계에서 빠른 속도가 곧 생명이고, 적의 약점인 머리를 노리는 정확도는 필수불가결이다. 따라서 유저의 '피지컬'이나 '뇌지컬'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나 한계까지 끌어올린 피지컬과 뇌지컬로 막히는 구간이 오기 마련이다. 물론 사람마다 동체 시력과 반응 속도가 다르고 근육 섬유가 제각각이듯, 한계점은 분명 다르며 극복 여부도 미지수다.

능서불택필(能書不澤筆).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명언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명언은 일반인과 경지에 오른 사람 사이에나 해당 될법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실력자들의 승부를 결정 짓는 건 결국 우수한 장비 차이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장비 선택에는 명쾌한 해답이 없다. 모든 게이머들의 설정값이 다르고 선호하는 장비가 있듯, 최대한 많은 장비를 경험해 보고 비교하여 선택에 신중을 가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조만간 초월자 뚫는다 쉬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