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출시된 그림그리는 배고픈 화가 게임, '파스파투'는 출시 이후 한국에서 갑작스럽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게임을 플레이한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그림 실력이 상당히 출중했던 덕분인지, 기상천외하고 멋진 예술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동안 입소문을 탄 게임은 한동안 유튜브와 트위치 등에 많이 노출되곤 했습니다.

어느덧 그로부터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파스파투의 개발사인 플레임베이트 게임즈는 해당 게임의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BIC 페스티벌 2022 현장에는 스웨덴에서 온 쌍둥이 개발자 형제가 부산을 방문해 한국 게이머들을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플레임베이트 게임즈의 CEO이자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마티아스 린트블라드는 아직도 한국에서 '파스파투'가 인기를 끌었던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다음 후속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한국을 방문해 게이머들을 눈앞에서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마티아스 린트블라드(Mattias Lindblad) 플레임베이트 CEO(왼쪽),
니클라스 린트블라드(Niklas Lindblad) 플레임베이트 프로그래머(오른쪽)


■ "후속작 완성하기 전에 꼭 한국에 와 보고 싶었어요"

Q. 플레임베이트 스튜디오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저희는 대학교에서 만난 마음이 잘 맞는 다섯 명의 친구들이 시작한 작은 개발팀입니다. 저는 디자인과 라이팅을 담당하고 있고요. 우리만의 스튜디오를 만들자는 결정이 날 때까지는 대학교 지하에서 여러 가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왔는데, 파스파투의 모태가 되는 프로토타입 또한 이 당시에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파스파투'를 개발할 때만 하더라도, 팀원 모두가 각자 다른 직업에 종사하며 파트 타임으로 게임을 개발했어요. 당시 저는 총학생회장(Student Union President)로 있었고, 아티스트는 볼보에서 기계를 다루는 일을 했고요. 그렇게 모두가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개발을 해 오다 게임이 성과를 거둬 지금은 모두 전업 개발자로 함께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꿈 꿔 오던 일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웃음).


Q. 이번 BIC 2022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나요?

= 이번 행사에 지원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전작인 파스파투를 즐기는 한국 유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이 게임을 플레이해 주신 덕분에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후속작을 만들 때는 꼭 한국에 찾아가 직접 사람들을 만나보고, 또 다시 좋아해 주실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Q. 그렇다면 이전에 한국을 방문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이번이 처음이고, 정말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누군가가 제 사진을 찍어간 것은 이 행사가 처음이에요. 개인적으로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였는데 이룰 수 있어서 기쁘네요. 정말 살갑게 맞아주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Q. 이번에 출품한 '파스파투2'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세요.

= 전작인 파스파투가 약간 시뮬레이션 측면이 강한 게임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어드벤처 스러운 느낌을 더욱 주고 싶었습니다. The Lost Artist라는 부제처럼, 모든 것을 다 잃고 번아웃에 빠진 화가가 일련의 여정을 통해 예술에 대한 애정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자 합니다. 플레이어는 그 과정에서 다양한 장애물은 물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Q. 안그래도 부제목에 대해서 궁금했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파스파투의 부제목은 약간 저희 스튜디오의 자전적인 성격을 띄고 있기도 합니다. 첫 번째 게임의 부제는 The Starving Artist로 이제 막 예술인으로서 살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주는데, 그 게임을 만들 당시 저희의 모습이 딱 그랬거든요. 살아남기 위해서 게임을 만들어야 했으니까.

The Lost Artist는 1편을 완성한 뒤에, 잠시 동안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시기를 가졌던 저희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당시엔 정말로 우리가 왜 게임을 만들고, 이것이 왜 우리에게 중요한지에 대해 잃어버렸고, 이를 되찾기 위한 시간을 가졌어요. 이런 개인적인 경험이 게임에 담겨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지금은 건강한 개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다하고 있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파스파투의 주인공에 대한 저희의 애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BIC 페스티벌 같은) 이벤트가 이런 에너지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Q. 이전 작품과 비교해 달라진 부분은 무엇이 있나요?

= 전작인 파스파투는 작업실이라는 환경에 제약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작은 오픈월드 공간을 마음대로 다니며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의뢰를 받아 그림을 그려주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작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미술 도구의 수도 증가했고, 작품 활동을 통해 번 돈을 사용할 데도 많아졌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Q. 지난 2017년 파스파투가 처음 출시된 이후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당시 기분은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 믿기지 않았죠. 사실, 우리가 만든 게임이 이렇게 입소문이 나리라고도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 파스파투를 플레이하는 사람이 생길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배고픈 예술가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배경과 상관 없이 공감 가능한 소재였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됐죠.

▲ 이 영화 보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인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영화 '80일간의 세계일주' 中)

Q. 말이 나온 김에, 이렇게 순수미술을 소재로 한 게임을 개발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특별한 계기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어느날 제가 병에 걸려서 방 침대에 그냥 누웠있을 때였어요. TV에서는 성룡이 나오는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영화를 하고 있었죠. 극중에서 성룡의 이름이 '파스파투'인데, 거기서 게임 제목을 따왔습니다.(웃음)

그 영화에 보면 성룡이 아트 갤러리에서 싸우는 장면이 있어요. 누워서 그 장면을 보면서 문득 '나도 내 아트 갤러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든 거죠. 그런데 저는 그림에 소질이 없으니, 대신 갤러리를 운영하는 게임을 만들기로 한 거죠. 그렇게 정말 엉성한 콘셉트에서 시작했지만, 프로토타입을 거쳐 완성작이 될 수 있었습니다.


Q. 게임을 플레이해 본 많은 팬들로부터 피드백도 받았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저는 언제나 '파스파투'가 명상에 도움이 되는 게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앉아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 말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 중 하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분의 메시지였는데, 저희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마음을 안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해 주셨어요. 그림을 그리고, 게임 속 NPC들에게 인정받고, 릴렉스 할 수 있었다고 말이죠.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또 한 피드백은 이메일로 받은 내용인데, 한 플레이어의 아버지가 아들이 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는 무슨 게임이냐고 물어보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 플레이어의 아버지가 계속 저희 게임을 플레이하셨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그 아버지는 수십 전 전에 붓을 놓은 화가였고, '파스파투'를 통해 미술에 대한 애정을 되찾은 이후에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다고 해요.

대학교 지하실에 모여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만 해도, 우리가 개발한 게임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어요. 상상 밖의 일들이 현실이 된 거죠.


Q. 이번 BIC에 참여한 소감을 듣고 싶어요.

= 지금까진 정말 제가 경험해 본 이벤트 중 제 최애 행사에요(웃음). 아직까지 이렇게 온전히 게임에만 집중된 행사는 처음 방문해 본 것 같습니다. 물론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비즈니스적인 부분에 치중한 행사들도 많잖아요. BIC는 그보다는 게임 그 자체에 집중한, 생생한 게임들이 전시되어 있다는 느낌이라서 더욱 마음이 갑니다.

그래서인지 방문하는 참관객들도 살갑고, 친절한 것 같다고 할까요. 다른 이들의 게임을 즐기는 데 개방적이고, 정말로 즐기고 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Q.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혹시 출품작 중에 인상 깊었던 게임들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 전시작이 160개나 돼서 아직 다 해보려면 멀었는데(웃음).

그래도 지금 떠오른 게임 세 개를 꼽는다면 퀴지니어(Cuisineer)가 기억에 남습니다. 요리와 탑다운 액션이 접목된 귀여운 컨셉트였어요. 던전 인(Dungeon Inn) 도 꽤나 귀여운 콘셉트로 인상깊었고, 마지막 게임은 제가 역사 덕후라서 '모스'를 꼽고 싶네요. 모스 부호를 배우기 정말 쉬운 게임 콘셉트를 갖췄고, 약간 죽어가는 언어를 부활시키는 게임이라는 인상이 머리에 남았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 첫 번째 작품에서 여러분이 좋아해 주신 것들을 담기 위해 많이 노력했으니 두 번쨰 작품도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실제로 시연하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그림을 잘 그리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전 작품의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