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출시된 '서브테레인'은 탑다운 슈터의 재미에 생존 요소를 가미한 독특한 시스템으로 당시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았다. 생존 요소로 인해 신경써야 할 게 많아서 다소 복잡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단순하고 호쾌한 여타 탑다운 슈터와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후속작을 기다린 유저도 적지 않다. 그랬던 '서브테레인'의 후속작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한 가지. 큰 변화를 겪었다. 실시간 슈터였던 전작과 달리 턴제 RPG로의 변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통일성을 해칠 수도 있는 이러한 변화를 시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픽셀로어 이세훈 대표


■ 턴제로의 변화, 더욱 확장된 서브테레인의 세계관

Q.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 2016년 출시한 '서브테레인'의 후속작이다. 명확하게 구분하자면 외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서브테레인'이 탑다운 슈터였던 반면,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은 턴제를 기반으로 한 생존 RPG에 가깝다. 전작은 화성이 무대였는데 이번에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타이탄 위성을 무대로 하고 있다. 턴제라고 하니 지루할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일반적으로 서로 턴을 번갈아가는 게 아니라 내가 한턴 행동하면 동시에 게임 속 세계의 NPC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마찬가지로 한턴씩 행동하는 실시간 턴제 방식을 통해 턴제지만, 최대한 지루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다른 눈에 띄는 변화로는 NPC가 추가된 점을 들 수 있다. 전작에선 주인공 혼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쳤는데 이번에는 NPC들이 추가돼서 이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잘못하면 NPC가 죽을 수도 있고 그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만큼, 전작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할 거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전작과 비교해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다 달라진 건 아니다. 생존 요소가 대표적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생존과 관련된 디테일한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배고프면 먹을 걸 먹어야 하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는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은 점은 여전하다.


Q. 전작인 '서브테레인'이 출시된 지 6년 만에 후속작이다. 보통 인기를 끈 게임이라면 바로 후속작 작업에 착수하곤 하는데 픽셀로어는 그 사이 다른 게임들을 개발했다. 이렇게 오래 걸린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개발팀 입장에서 비슷한 장르를 연속해서 개발하는 건 생각보다 상당히 고되다는 점이다. 익숙해서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본다면 지금까지 했던 걸 또 하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그랬다.

다른 하나는 유저 입장에서 연속으로 같은 프랜차이즈, 비슷한 장르를 하면 부담이 되고 쉽게 질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브레이크 타임을 겸해서 다른 게임들을 개발하다가 지금쯤이면 후속작을 내기 최적의 타이밍이구나 싶어서 이렇게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을 개발하게 됐다.



Q. 넘버링 후속작인 줄 알았는데 외전이라고 하니 좀 의아했다. '서브테레인2'를 개발하다가 돌연 외전으로 선회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

= 원래는 이게 '서브테레인2'가 될 예정이었는데 도중에 플레이 스타일이 탑다운 슈터가 아닌데 이걸 '서브테레인2'라고 할 수 있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때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는데 그래도 괜찮다는 의견과 아무래도 많이 바뀐 만큼, '서브테레인2'라고 하는 건 좀 그럴 것 같다는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 그러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아예 외전으로 개발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아무래도 '서브테레인2'라고 하면 전작을 한 유저들이 관심을 보이지 새로운 유저가 관심을 보이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그런데 외전이면 전작을 한 유저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유저도 관심을 보일 거라는 얘기가 나와서 고민 끝에 외전으로 선회했다.


Q. 보통 넘버링 후속작이라고 하면 스토리나 그런 게 이어지고 외전은 별개의 이야기인 경우가 많은데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도 그런지 궁금하다.

= 외전이라고 하니까 그렇게 들릴 수도 있는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외전 후속작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외전이어서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전작에서 재해를 일으킨 기술이 이번에는 타이탄에서 재해를 일으키는 등 일부 설정을 공유하는 게 특징이다. 최종적으로는 전작과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에서의 이야기가 후속작에서 하나로 묶이도록 구상 중이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을 위한 빌드업이라고 할 수 있다.


Q. 그렇다는 건 3편이 서브테레인 프랜차이즈의 최종장이란 얘기인가.

= 아직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도 출시하지 않은 상태여서 확답하긴 어렵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무대는 지구이며, 앞서 얘기한 것처럼 1편과 2편의 이야기가 3편에서 하나로 묶이는 형태로 구상 중이다. 다만, 바로 3편이 나오진 않을 거다. 아까 말한 것처럼 아마 다른 게임을 하나 내놓고 나서 3편을 개발하지 않을까 싶다.



Q.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여러 NPC들이 등장하는데 어떤 역할인가. 단순히 퀘스트를 줄 뿐인지 아니면 전투에도 참가하는지 궁금하다.

= 단순히 퀘스트를 줄 뿐인 그런 존재라기보다는 함께하는 동료라고 할 수 있다. 크래프팅 요소로 플레이어를 대신해 물건을 만들어준다든가 특정 연구를 진행한다든가 한다. 물론, 그냥 다 해주는 건 아니다. 게임을 해보면 알겠지만 베이스 캠프는 모든 게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플레이어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해달라고 퀘스트를 주기도 하는데 이걸 들어주면 플레이어와의 관계가 개선돼서 더 싸게 해준다든가 하는 등의 변화가 생긴다.

한편, 난도에 따라서는 그냥 기절하는 정도로 끝날 수도 있지만, NPC는 캠프가 공격받으면 맞서 싸우는데 이 과정에서 죽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해당 NPC만 할 수 있었던 아이템 제작이나 연구를 못 할 수도 있어서 엔딩까지 계속 영향을 끼치는 만큼, 캠프를 떠나기 전에 터렛이나 함정을 설치해서 캠프가 공격받아도 쉽게 죽지 않도록 대비하는 등의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Q. 실시간 턴제라고 했는데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 일반적으로 턴제라고 하면 툭정 순서에 따라 움직이지 않나. 내 턴에는 내 캐릭터를 전부 움직이고 적 턴에는 적들이 움직인다든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한다든가.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에서는 내가 한턴 행동하면 NPC를 비롯해 게임 속 세계의 모든 것들이 동시에 한턴씩 뭔가를 한다. 그래서 턴제지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적이 진화를 한다든가 베이스 캠프를 노리고 습격을 온다든가 하는 식의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고 그 결과, 플레이어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전작은 실시간 탑다운 슈팅 방식이어서 그런지 나름의 생존 요소로 인해 신경 써야 할 게 많음에도 시원스러운 느낌이 들었었다. 반면,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은 턴제로 바뀌어서 그런지 시원스러운 느낌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생각해야 할 게 더 많아져서 전략성은 늘어났지만, 반대로 루즈해졌달까. 일장일단이 있을 것 같은데 바꾼 이유가 궁금하다.

= 탑다운 슈터는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명확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건 게임에 전략적인 요소를 녹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걸 들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적들이 많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는데 '서브테레인'에서는 계속 뒤로 물러나면서 거리를 벌려 처치하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에서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는데 기존의 실시간 슈터에서는 그런 점을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해 실시간 턴제라는 지금의 방식을 도입하게 됐다. 다만, 전작과 여러모로 달라진 건 사실이어서 전작을 한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는데 지난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데모로 출품하고 유저들의 반응을 봤는데 전작을 한 팬들도 괜찮게 받아들인 것 같아서 안심하고 현재는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Q. 픽셀 아트로 바뀌는 등 비주얼에도 큰 변화가 생겼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 캐릭터 머리 위에서 보는 시점이어서 캐릭터들도 머리 위에서 보는 느낌으로 만들어지는데 그렇게 하니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리기가 힘들었다. 무엇보다 NPC를 포함해서 캐릭터가 많이 늘었는데 구분하기도 어려웠고 캐릭터마다 개성과 특징, 그리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다고 판단해서 시점은 유지하되 옆에서 보는 듯한 느낌으로 캐릭터를 디자인하게 됐다.

픽셀 아트로 바꾼 이유는 전작에서 아트를 담당하던 친구가 회사를 떠나서 새로운 아트 스타일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여러 얘기가 오갔는데 거기서 결정된 게 바로 픽셀 아트였다. 적은 인력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했는데 확실히 노력한 만큼, 결과물이 나오지만, 초반에는 국내에서 픽셀 아트를 하는 분들이 적어서 좀 후회하기도 했다. 그래서 초반에 고생을 좀 했는데 어찌어찌 노력하다 보니까 되긴 하더라(웃음).

▲ 실시간 탑다운 슈터 장르였던 '서브테레인'


Q. 유저들의 반응이 대체로 괜찮다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피드백들이 있었나.

= 워낙 크게 바뀌다 보니까 우리도 걱정했는데 전투가 생각보다 느리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는 얘기를 비롯해서 전작은 실시간이어서 스트레스나 압박감이 심했는데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은 턴제여서 자기 페이스대로 느긋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모두가 좋아해 준 건 아니었다. 탑다운 슈터가 아니어서 아쉽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은 전작을 한 유저와 이번에 처음 해본 유저, 양쪽 모두를 위한 게임으로 만든 만큼,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시간 슈팅과 턴제에 대한 피드백 외에는 시뮬레이션 요소와 관련된 피드백도 눈길을 끌었는데 전작은 아무래도 기술적인 한계도 있었지만, 실시간이어서 시뮬레이션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은 베이스 캠프를 꾸리는 시뮬레이션 요소가 더해져서 마음에 든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시뮬레이션 요소와 관련해서 펫이 추가됐으면 좋겠다는 요청도 있었는데 전투 템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넣을지 말지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Q.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은 현재 얼마나 개발된 상태인가.

= 현재 약 60~70% 정도 개발된 상태로 올해 말에는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게 출시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엔딩까지의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해도 버그는 없는지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플레이타임이 제법 긴 만큼, 출시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물론, 엄청 늦어지는 건 아니고 내년 중순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Q. 끝으로 '서브테레인: 타이탄의 광산'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 픽셀로어가 게임을 개발하면서 멘토라고 해야 할까. 항상 유저를 기준으로 삼았다. 유저만 바라보고 게임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의미에서 피드백 역시 하나하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선을 다해서 유저들이 원하는, 재미있어할 게임을 만들고 있다. 혹시라도 게임에 어떤 피드백을 주고 싶다면 디스코드나 포럼을 통해 전달하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지 않을 테니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