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의식하면서 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예를 들어서 물을 마신다고 해보자. 아마 이 문장을 보면 대부분 중간 과정을 넘기고 컵에 물을 따라서 마시는 걸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물을 마신다는 하나의 행동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행동이 연결되어야 한다. 컵을 향해 손을 뻗고 컵을 잡고 정수기로 향하고 물을 따른 다음 팔을 움직여 컵을 입에 댄 다음 기울여서 마셔야 한다. 물을 마신다는 하나의 행동은 이처럼 다양한 행동을 포함하고 있다. 물을 마시는 것만 아니다. 사실상 모든 행동이 그렇다. 걷는 것도 마찬가지다. 왼발과 오른발을 순서대로 박자에 맞춰서 뻗고 바닥을 디뎌야 한다.

만약 어느 게임이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이런 복잡한 메커니즘을 통해 해야 한다면 유저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 처음에는 재미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조금만 지나면 복잡하다면서 대부분 제풀에 나가떨어질 확률이 높다. 실제로 이런 도전을 한 게임이 없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결과 역시 그리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이번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2022(이하 2022)에서 이런 시도를 한 게임을 만날 수 있었다. '리로더: 테스트 서브젝트(이하 리로더)'가 그 주인공이다.


'리로더'는 제목 그대로 리로드, 재장전을 게임의 핵심으로 삼은 게임이다. 일반적으로 슈팅 게임에서 재장전은 터무니없이 쉽다. R이나 F 등 재장전 키를 누르면 된다. 그러면 총에서 탄창을 제거하고 품에서 탄창을 꺼내 알아서 재장전한다. 하지만 '리로더'는 다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리로더'에는 재장전이라는 그 행위야말로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게임은 재장전이라는 액션에 수많은 행동이 연결되도록 만들어졌다.

물론, 단순히 재장전을 하기만 하는 게임인 건 아니다. 그래서야 어디 액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그 총을 써서 다가오는 적을 쓰러뜨려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총을 조준하고 쏘는 건 간단하다. 게임 내 설정이지만, 전설적인 요원의 능력이 업로드된 상태이기에 조준하고 쏘는 사격 실력만큼은 나무랄 데 없다. 그냥 아무렇게나 대충 쏴도 몸통에 날아가고 집중해서 쏜다면 백발백중의 헤드샷도 가능하다.


아마, 이쯤에서 그런 의문이 들 것이다. 그렇게 잘난 능력을 지녔는데 왜 재장전은 터무니없이 복잡한 거냐고. 애석하게도 업로드 중 에러가 발생해 총과 재장전을 하는 방법은 익히지 못했다는 설정이다. 결국, 플레이어가 하는 행동은 전설적인 요원이라면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그 모든 행동의 빠진 부분, 재장전을 의식적으로 하도록 돕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래 봤자 재장전이라며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리로더'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먼저 탄창에 지금 총알이 얼마나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개수를 세던가 적당히 대여섯 발을 쐈다면 다른 탄창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적들이 계속 총을 쏘면서 다가오는데 침착하게 총알을 센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뿐만이 아니다. 간혹 탄피가 배출되다 말고 슬라이드에 걸리는 총탄 걸림(Jam)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탄피를 제거하지 않으면 총이 발사될 리가 없다. 문제는 이런 모든 문제를 플레이어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른쪽 아래에 총 상태를 확인하면 될 일이지만, 무심결에 넘어가면 총알이 넉넉한데도 총알을 다 쓴 줄 알고 애먼 탄창만 교체할 수도 있다. 탄창 결합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간혹 제대로 장전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탄창 결합 문제로 제대로 장전이 안 될 때가 있다.


이 모든 문제에 대응하는 건 플레이어의 실력에 달렸다. 총알을 쏘다가 돌연 안 나간다면 총을 보고 이게 총탄 걸림 현상인지 총알이 바닥나서 그런 것인지 파악하고 총탄이 걸렸다면 빠르게 슬라이드를 당겨 총탄을 빼고 재장전했는데 총알이 안 나간다면 슬라이드를 당겨서 재장전을 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탄창을 두드려서 제대로 장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순간의 빈틈이 목숨을 앗아가는 만큼, 잘만 하면 영화 속 존윅 못지않은 액션을 펼칠 수 있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제대로 장전도 못 하고 죽기 일쑤다.

이렇게까지 복잡한 게임을 굳이 해야 하나고 할 수도 있지만 '리로더'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뭐든 일련의 합이 맞아떨어지면 극한의 쾌감을 선사하지 않던가. '리로더' 역시 마찬가지다. 극한의 상황에서 탄창을 재장전하는 일련의 액션이 물 흐르듯 이어졌을 때, 그리고 갑작스럽게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에서 벗어났을 때의 쾌감은 어지간한 액션 게임 못지않다. 존윅에 감명받은 사람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보길 바란다. 단 한 발의 총알도 헛되이 쓰지 않은, 모든 문제에 대응하던 존윅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