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마 대부분 부정적인 인상을 받을 겁니다. 원초적인 거부감도 있겠지만, 게임이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공포를 자극하는 요소로 활용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부검은 어떤가요. 해부와 부검. 비슷하지만, 그 단어가 갖는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부검이라고 하면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행동으로 여겨지죠. 그럼에도 여전히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 그 부검을 다루는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입니다. 죽은 자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법의학자들.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게임입니다.

▲ 겜성게임즈 육탁기 대표


■ "부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바랍니다"

Q.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는 어떤 게임인가요.

= 예전에 팀원 중 한 명이 개구리를 해부하는 AR 게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게임으로 만들면 어떨까 얘기에서 시작한 게임입니다. 해부라는 시뮬레이션 요소에 스토리를 가미하면 괜찮지 않을까 한 거였죠.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스토리를 진행해야 할지가 문제였는데 해부라고 하니 법의학자가 떠올라서 지금의 형태가 됐습니다.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에서 플레이어는 법의학자가 되어서 접수된 사건의 부검을 진행하고 각종 단서나 흔적을 찾아서 사망 원인을 밝혀야 합니다. 추리와 퍼즐 요소가 더해진 텍스트 어드벤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그러고 보니 캐릭터가 전부 동물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개구리 해부 실습 시뮬레이터인 줄 알았어요.

=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동물 캐릭터들을 선택했습니다. 첫 번째는 캐릭터성 때문입니다. 동물 캐릭터면 뭔가 좀 더 눈에 띄고 흥미를 느낄 거라고 생각했고 두 번째는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가 가진 태생적인 거부감을 최대한 배제하고 싶었습니다. 게임이라지만 시체라는 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고 해부를 한다는 건 더 거부감이 심할 테니까요. 그래서 거부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동물을 캐릭터로 내세웠습니다.


Q. 주인공과 선배가 유인원인 것과 첫 대상이 개구리인 것도 의도한 건가요.

= 의도한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유인원이라고 하면 영리하다는 인상이니까요. 개구리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해부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게 개구리 해부여서, 개구리를 첫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Q. 독특한 소재인 만큼, 호불호가 갈릴듯한데 현장 반응은 어떤가요.

= 지켜보면 대부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느긋하게 한다면 20분이 넘게 걸리는데 계속하시는 분들도 많으셨고요.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데모 버전에서는 딱 부검까지만 끝나는데 사실 추리의 핵심은 그 뒤부터거든요. 그걸 보여 드리지 못해서 못내 아쉽습니다.



Q.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한 거로 알고 있는데 잘 되고 있나요.

= 예상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계셔서 감동했습니다.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목표금액의 300%를 돌파해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입니다. 흥미로운 소재에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그래픽 스타일이 먹힌 것 같습니다.


Q. 그러고 보니 게임의 채도라고 해야 할까요.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인데 이것도 의도한 건가요.

=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동물 캐릭터를 내세웠다고 했었는데 그거랑 똑같은 이유입니다. 그래픽을 더 좋게 할수록 있고 화려하게 할 수도 있었는데 리얼하면 할수록 해부와 부검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단색의 도트로 게임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트렌드라는 게 원래 10년 주기로 돌아온다고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그래픽이 먹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Q. 개인적으로 이런 텍스트 어드벤처를 정말 좋아해서 기대되는데 플레이타임은 어느 정도인가요.

= 군더더기 없이 딱 필요한 정보만 얻는 식으로 플레이한다면 엔딩까지 3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다만, 이건 말 그대로 딱 필요한 정도만 필요한 만큼 얻을 때의 얘기입니다. 흔적을 채취하고 부검을 했으면 알겠지만, 단서 하나를 채집해도 이걸 어떻게 분석할지 분석 방법이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피 같은 걸 채취했다면 이걸 두고 성분 분석을 할지 다른 분석을 할지 정해야 합니다. 사건의 진실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답은 하나지만, 거기까지 가는 분기가 많아서 느긋하게 즐긴다면 8~9시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Q.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건지 듣고 싶습니다.

= 사실 뭔가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일상적인 걸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부검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특별하고 일상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알지 못할 뿐이지 어디선가 안타까운 사고를 겪은 분이 생긴다면 부검을 통해 그 억울한 마음을 해소해줄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더해 부검의 중요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찾아보니까 우리나라는 유가족들이 부검을 거부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하더라고요. 유교적인 관점에서 시신을 훼손한다고 여겨서 그런 것 같은데, 방금 말한 것처럼 어떤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 사건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부검인 만큼, 조금이나마 부검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으면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