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창의인재 콘텐츠 동반 사업을 취재했을 때였습니다. 그곳에서 인간과 청각만으로 적을 파악하는 좀비의 대결이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들고 온 2인 개발팀 핑퐁팩토리를 만난 적이 있었죠. 물론 현실은 냉혹해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도 시장에서 잊히는 경우는 다반사지만, 4년 뒤인 지금도 그들은 그 아이디어를 새롭게 인간과 좀비 가릴 것 없는 프리포올 전투에 도입한 '배틀라이브'를 출시하면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인디 개발팀에서 플로트릭이라는 법인으로, 작품에서 상품을 만들게 됐지만 자신이 재미있다 여기는 게임을 만들고자 오피스텔방에서 오늘도 바삐 개발에 전념하는 최경빈 대표와 만나 배틀라이브의 개발 과정 그리고 영세 개발사로서 고민을 딛고 나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플로트릭 최경빈 대표



■ "시각과 청각의 비대칭 대전이라는 아이디어에, 프리포올 데스매치라는 대중적 소재를 첨가"

Q. 소개 부탁합니다. 그리고 배틀라이브가 어떤 게임인지 간단하게 소개하신다면?

= 플로트릭의 대표인 최경빈입니다. 예전에 핑퐁팩토리라는 2인 개발팀으로 활동하다가 2019년에 플로트릭이라는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핑퐁팩토리부터 같이 활동하던 프로그래머 외에도 다른 인력을 추가로 영입해서 현재 6명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배틀라이브는 핑퐁팩토리 시절에 만들었던 HID라는 게임의 연장선상에서 만든 게임입니다. HID에서의 핵심 컨셉인 인간 VS 좀비의 비대칭 대전을 살려서 좀 더 대중적으로 진화시키고자 했죠. 8명이 한 방에서 플레이하는 프리포올 난투로 기획했고, 좀비는 청각으로 파악한다는 특징을 제외하면 학습하기 쉽고 직관적인 게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 전작 HID에서 활용한 시각 VS 청각의 컨셉을 다시금 채택해서

▲ 비대칭 프리포올 난투로 발전시킨 '배틀라이브'


Q. 이전에 HID에서 소리로만 적을 파악하는 좀비와 시각으로 적을 찾는 인간의 비대칭 대전 아이디어를 선보이신 적 있는데, 이를 배틀라이브에서는 어떤 식으로 발전시키셨나요?

= HID는 인간 대 좀비의 1 VS 1 대결이었습니다. 그래서 인간과 좀비가 서로를 언제 어떻게 발견하느냐에 따라 전황이 달라지는 눈치 싸움 성격이 강했죠. 유니크하긴 했지만, 승부가 한 방 승부라 진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허무했고, 이탈율도 높았어요. 눈치싸움을 열심히 해서 한 방에 통수를 날려서 끝낸다는 기획은 좋지만 졌을 때 상실감이 너무 크더라고요.

프리포올은 져도 3, 4등 할 수도 있고 꼴지여도 운 탓을 할 수 있는데 1 VS 1은 운적인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패배감이 확실히 크게 온다는 걸 느꼈습니다. 액션, 전략 빌드업이 이루어져도 운이 많이 작용했다고 쳐도 1 VS 1에서 좀 더 부당하다거나 뭔가 억하심정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대중성 있게 게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한 방에 8명까지 들어가는 난투전을 기획했습니다. 당시에 IO 게임이 유행했는데, 자유롭게 진입과 이탈이 가능한 그런 멀티플레이 난투전을 기획하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죠. 또 비대칭 컨셉은 유지한 채로도 이런 난투 게임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배틀라이브는 전작보다 좀 더 대중적인 장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HID의 컨셉은 유지하되 MOBA나 FPS의 데스매치룰, IO의 진입 이탈 매칭 방식 등 대중적인 액션 게임으로 진화 과정을 거쳤죠. 비대칭 대전이라는 틀 안에 게임을 하게 되면 크립을 잡으면서 레벨을 올리다가 서로 만나면 교전하고, 혹은 다른 유저들이 싸우는 틈에 어부지리를 노리는 등 여러 가지 대중적 재미를 넣어보고자 했습니다.


Q. HID에 이어서 이번 배틀라이브에서도 좀비는 청각으로 적을 파악한다는 컨셉을 내세우셨는데,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자 하셨나요?

= 좀비가 청각으로 적을 파악하는 그 감각은 잠수함에서 사용하는 소나 같은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좀비로 플레이하게 되면 눈이 멀었다는 설정이라 화면이 어둑어둑한데, 주변에 어떤 소리가 나면 그 소리가 난 곳을 기점으로 화면에서 빨간색 혹은 하얀색 음파가 퍼져나가는 게 보입니다. 그걸로 그곳에서 누가 걷고 있다거나, 혹은 총을 쏘고 있다거나 등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거죠. 다만 평시에 주변 지형 지물을 잘 볼 수 없다는 게 문제인데, 그건 스스로 고함을 내질러서 그 음파의 반향으로 주변 상황의 실루엣을 파악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물론 고함을 질러서 주변 사물이나 캐릭터의 실루엣을 파악했다고 쳐도, 다른 플레이어인지 크립인지 구분은 안 됩니다. 레벨이나 체력 상황도 모르고요. 전투가 진행되어야만 플레이어인지 아닌지, 또 적이 체력 상황이나 레벨이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눈치껏 싸워야 하는 셈이죠.

그렇게 보면 좀비가 불리하지만, 이 불리함을 상쇄하기 위해서 여러 어드밴티지도 넣었습니다. 지형지물 중에 부시 비슷한 역할을 하는 스팀이 있는데, 인간은 그 안에 들어가있는 적을 못 보지만 좀비는 소리로 파악하기 때문에 그런 페널티는 없습니다. 또 좀비는 그 안에 숨어있는 동안엔 체력 회복이 되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해서 불리함을 극복하게끔 설계했죠.

이외에도 주변에 인간 플레이어가 많고 좀비 플레이어가 동시에 여러 인간 플레이어와 싸우게 되면 좀비쪽에 버프가 주어집니다. 여럿을 상대로 할수록 그 버프가 더 증가하고, 인간 플레이어와 자주 마주하면 더욱 버프의 혜택을 자주 누릴 수 있는 거죠. 인간 상대로 더 강력하게 싸울 수 있는 이 특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인간뿐만 아니라 좀비도 플레이어블로 등장합니다

▲ 좀비 캐릭터들은 시야가 거의 없는 대신 청각을 활용해 대략적인 상황을 미니맵에서 확인할 수 있고

▲ 고함을 쳐서 그 반향음으로 주변의 정보를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 그외에도 스팀에 숨으면 체력을 회복하는 등, 시야가 없는 디메리트를 메울 어드밴티지가 주어지죠


Q. 좀비물하면 아무래도 인간 VS 좀비 팀으로 나눠서 싸우는 구도를 생각하게 되는데, 프리포올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 또 그 구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을 위한 장치도 따로 마련해두었나도 궁금합니다

= 프리포올을 선택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중성을 좀 더 추구한 디자인과 여러 현실적인 여건 때문입니다. 인간 VS 좀비 진영으로 하게 되면 무언가 클래식 MOBA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러기엔 저희 팀 여건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어요. 그래서 대안으로 대중적이면서 부담이 적게 좀비나 인간 구분 없이 난투를 벌이는 식으로 짰죠.

사실 좀비물하면 인간 VS 좀비 구도가 명확하다보니, 그런 거 상관 없이 뒤엉켜서 싸우는 구도가 낯설긴 해요. 그래서 세계관에도 공을 들였어요. 배틀라이브가 난투, 배틀아레나 장르이긴 한데 싱글플레이로 스토리 모드를 넣어서 조작법을 익히는 튜토리얼 겸 세계관에 대한 걸 체득하게끔 한 것이죠.

배틀라이브의 세계관은 인간, 좀비 외에 '맨콥'이라는 존재가 있어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시각은 잃었는데, 인간일 때의 지성이나 이성을 잃지 않은 존재들이죠. 인간과 맨콥이 어떻게 그렇게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지, 왜 그렇게 한 방에 모여서 각기 다른 인간 캐릭터들과 맨콥 캐릭터들이 싸우는지 등을 적게나마 스토리 모드로 풀어내고자 했죠. 또 그 스토리를 하면서 기본 조작법뿐만 아니라 각각 캐릭터들의 조작법도 미리 익힐 수 있게끔 했고요.


Q. 비대칭 대전 특성상 밸런스 이슈는 피해갈 수 없는데, 특히나 1:4 이런 구도가 아니라 프리포올 비대칭 대전이면 더욱 그런 문제에 고심을 하실 것 같습니다. 밸런스는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 가장 우려하고 신경 많이 쓰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인간과 좀비, 종족 측면에서 밸런스는 맞춰질 수 있는 장치를 넣어두긴 했죠. 사실 좀비가 여러 가지로 디메리트를 안고 가다보니, 버프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좀 더 강하게 해두긴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숙달된 뒤에 맵도 알고 눈치도 빨라지면 피지컬적으로 강한 좀비가 유리해지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좀비가 강력한 이유는, 주변에 인간 캐릭터가 있을 때 버프가 주어지는 게 커요. 좀비가 대다수가 되면 아무래도 인간 플레이어가 적다보니 그 버프를 활용할 수 없고, 좀비 플레이어의 이득은 줄어들죠. 인간 플레이어는 시각으로 미리 사전에 정보를 파악하는데, 좀비는 고함을 지르거나 주변에 소리가 나지 않으면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좀비를 많이 플레이하다가도 또 그 틈을 노려서 인간 캐릭터를 고르고, 그 허점을 찔러서 또 좀비로 가는 그런 픽의 눈치 싸움을 기대하면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출시 후 마케팅을 많이 못해서 유저가 아주 많지는 않은데, 지금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성향을 보면 비교적 캐릭터 선택률이 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본으로 지급되는 인간 캐릭터가 강하다는 말이 있긴 한데, 비대칭 대전임에도 어느 정도 밸런스가 잡혀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짧게나마 스토리 모드를 도입, 인간 좀비 가릴 것 없이 전장에서 프리포올로 붙는 이유를 소개하면서

▲ 기초적인 조작법도 싱글플레이로 익힐 수 있게끔 했습니다


Q. 전작에서는 인간과 좀비가 서로 필드에서 주울 수 있는 아이템도 달랐었는데, 배틀라이브에서는 어떤가요? 또 아이템뿐만 아니라 변수를 만들 수 있는 또다른 요소가 있다면?

= HID 때 종족마다 기믹을 다르게 사용하는 건 없어졌습니다. 최대한 공정하게 경쟁해야한다 싶어서, 어정쩡해질 수 있는 부분은 다 뺐죠.

대신 변수를 다양하게 창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고려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난투전 중간에 거대 보스가 등장한다는 점이죠. 매판 등장하는 건 아니고 몇 판에 한 번 정도이긴 한데, 거대 보스를 때리면 때리는 만큼 공격력 버프가 생깁니다. 즉 죽이는 게 목표가 아니라, 버프 수급처로 쓰는 식이죠.

물론 보스니까 굉장히 강력해서, 때리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큽니다. 프리포올 중에 거대 보스가 돌아다니니까 여러 변수도 나오고요. 보스한테 버프만 얻으려고 했는데 보스 패턴이 나오고, 그걸 피하다가 다른 유저랑 마주쳐서 싸우게 되거나 혹은 다른 유저가 건 스킬에 잠시 행동불능 상태가 되어서 바로 보스 패턴을 맞고 죽는 등, 좀 더 다이나믹한 전장이 연출되게끔 준비했습니다.

그 보스 패턴을 유저들이 사전에 익히기 위해서 싱글플레이 모드에 보스전을 따로 추가했습니다. 그걸로 보스 패턴을 학습하면서 거대 보스가 출현했을 때 대응할 수 있게끔 한 거죠. 난이도가 꽤 어려워서 유저들이 게임 메커니즘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자, 챌린지 모드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했습니다. 물론 어려운 만큼 클리어했을 때 좋은 보상을 드려서 동기부여도 하는 식으로 구성했죠.

▲ 가끔 랜덤하게 등장하는 거대 보스 외에

▲ 자판기에서 뽑는 일회용 스킬이나 회복 아이템 등을 활용해 변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Q. 이전 HID와 게임 컨셉은 공유해도 장르나 느낌이 좀 달라진 만큼, 이를 표현할 아트도 어떻게 바꾸셨나도 궁금합니다.

= 게임 자체를 아예 처음부터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드는 와중에 굉장히 기획적인 시도와 실패, 개발적인 시도와 실패도 많았죠. 저희가 초영세 개발사다보니, 원래는 이렇게 큰 네트워크를 쓰는 프로젝트를 감당이 안 되는 거긴 했습니다. 서버를 사용하는 게임은 그렇더라고요. 서버가 비싸기도 하고, 기술적으로도 난이도가 높아서 서버 프로그래머도 따로 필요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좀 좋게 말하면 도전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안일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프로젝트를 HID를 이렇게 만들면 재미있겠다, 재미에만 너무 집중해서 일을 벌려버린 게 아닌가 싶은데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었고, 그때마다 계속 맨땅에 헤딩했습니다. 그러느라 시간을 너무 오래 잡아먹은 감은 있습니다.

아트는 그렇게 게임의 사이즈가 커버렸으니, 더 욕심을 낸 셈입니다. 그간 저희는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작품'이라고 해서 예술성이 있다 그런 건 아니고, 그저 우리가 생각하기에 재미있고 특이한 것, 만들고 싶은 걸 만들겠다 이런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HID를 그렇게 만들고 나서 결과가 안 좋은 걸 보고 이젠 상품을 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생계도 있고 하니까요. 그래서 대중적인 장르에 대중적이고 매력적인 아트가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나 싶었고요. 프리포올을 선택한 이유도 그렇습니다. 온라인에서 막 치고 받고 싸우는 게 어느 정도 기본이 되면 재미가 없을 수 없다고 봤거든요.

그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품이 들고 고생을 하긴 했는데, 원하는 수준의 퀄리티를 냈나는 아직 의문이긴 합니다. 그러려면 더 규모도 커야 하고 서버도 빵빵해야만 한데, 할 수 있는 한에서 타협해서 이렇게 낸 것이죠. 아쉬움은 남지만, 그럼에도 출시한 건 재미는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 재미는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재미는 있는데 퀄리티가 낮아'와 '퀄리티는 낮지만 재미는 있다', 이 두 문장이 앞뒤만 바뀌었는데 뉘앙스는 상당히 다르죠. 퀄리티나 마감은 부족하지만, 그걸 메울 수 있는 재미는 뒷받침되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미가 좀 더 강렬하면 그래도 유저들이 봐주시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희망으로 먼저 구글플레이로 낸 셈이죠.

▲ 좀비로 처음에 시야가 안 보여서 어이 없이 잡히다가도

▲ 흐름을 파악해서 적을 잡아내는 묘미를 살렸습니다



■ 인디에서 초영세 개발사로, 그러나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추구하는 마음은 그대로


Q.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게임쇼에서도 참가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 반응은 어땠나요?

= 배틀라이브는 아트스타일도 그렇고 국내보다는 북미, 글로벌에 좀 더 초점을 맞춰져있긴 합니다. 아무래도 모바일 대전 게임류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많이 즐기니까요.

해외게임쇼를 나갔을 때 반응은 제법 괜찮았습니다. 특히 아트에서 매력을 느끼고 호기심을 가지신 분도 있었죠. 그런데 우선은 국내 시장에만 출시한 것은, 아무래도 저희의 한계도 있지만 질 높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같은 영세한 규모의 사업체에서는 해외 유저 피드백까지는 소화할 수가 없죠. 또 우리나라 유저들이 굉장히 예리하고 날카로워요. 글로벌에도 그런 유저들이 있겠지만 보면 국내 게임쇼에서 뵌 유저들처럼 첨예하게 지적하는 느낌은 없었어요. 때로는 상처가 될 정도로 날이 잘 서있지만, 그만큼 저희가 미처 보지 못한 점까지 아주 확실하게 파헤쳐주셔서 도움이 될 때가 많았어요. 반응도 즉각적으로 주시고 솔직하게 말씀주셔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구글플레이에 먼저 출시한 뒤 몇 주 정도 지났는데, 그 사이에도 여러 가지 정말 유용한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퀄리티를 높이고, 전세계의 더 많은 유저들에게 알려서 더 풀을 늘리고자 합니다.


Q. 이전에 2인 개발팀일 때 한 번 뵜었는데, 이후 인원이 늘면서 개발 기조가 바뀐 게 있을까요?

= 올해 초까지는 4명이었고, 2명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기존에 비해서 프로그래머가 한 명 늘었고, 아티스트가 인하우스로 들어왔다는 게 정말 컸습니다. 아티스트가 인하우스에 있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웃음). 그분 전공이 원화랑 모델링인데, 멀티플레이어라서 이것저것 다 거들었습니다. 이펙트와 UI는 조금 저희가 약하긴 한데, 다른 부분에서 예전에 비해서 정말 장족의 발전이 있었습니다.

아트 전문성이 뒷받침되고 프로그래머도 두 명이 되면서 시너지가 발휘되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좀 더 큰 걸 노릴 수 있는 기반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다른 두 명은 출시 막판에 여러 잔업이 많은 상황에서 합류해서 다른 여러 가지를 준비 중입니다.

그렇게 멤버를 꾸려갈 수 있던 건 충북 글로벌 게임센터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도움이 컸죠. HID 실패 이후 게임출시를 못하고 있어서 막막했는데,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응모해서 지원을 받고 외주 작업을 하면서 배틀라이브를 무사히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충북 글로벌 게임센터에는 2019년에 법인으로 설립하면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충북 글로벌 게임센터에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전보다 커지고 여건이 되면서 무언가 더 큰 걸 노리고자 하긴 하는데, 우리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걸 만들자 이런 기조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Q. 배틀라이브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엇이었나요?

= 2018년에 창의인재 콘텐츠 동반 사업 때 기자님을 비롯해서 다른 개발자들과 대담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저 자신이 영세 개발사일 뿐이지 인디가 맞나 의문이 든다 이런 말을 했었더라고요. 그 당시에도 정말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인디가 맞나, 또 이 길이 맞나, 그 정의에 부합하나 정말 복잡한 심경이었어요.

사실 인디가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제각각 정의가 다른데, 저는 제 자신이 인디라고 자처하려면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이고 또 '작품'을 만들어야 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지 않았나 싶었어요. 다른 분의 인디의 기준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온전히 제 관점에서 말씀드리는 거긴 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건 어려웠고, 저희는 '상품'을 만들겠다는 길을 선택해야만 했죠.

그렇게 초영세 개발사의 길을 걸었다고 해서 거대 자본의 마수에 빠졌다 이런 건 아니니, 그런 점에선 인디라 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그렇다고 하기엔 또 우리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서 거대 자본이 관심을 안 가진 거 아닌가, 이런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기도 했죠.

그 다음부터는 인디 개발자로서 힘든 것보다는 아무래도 영세 개발사로서 힘든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미 무르익을 만큼 무르익지 않았나 싶었어요. 리니지라이크든 미소녀 수집형이든 하이퍼캐주얼이든, 계산이 서는 게임이 확실하게 구분이 잡혀있는 거 같았고요. 대형 개발사가 아니더라도 소규모 회사들은 그 계산에 맞춰서 공식에 따라 충실히 만들면 어느 정도 지표는 가능해지니까 키우기, 방치형 이런 게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안전한 선택이니까요.

물론 그렇더라도 실패하는 회사도 있고, 과감히 도전해서 히트하거나 성과를 내는 작품도 있긴 해요. 후자는 모 아니면 도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 꼴이 될 수 있긴 하죠. 저희는 배틀라이브를 대중적이고 메이저한 재미를 추구한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메이저한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계산이 서는 게임은 아니니까요. 정말 잘 만들었다면 장르불문, 시장 상황 불문 성공을 기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가 게임체인저가 될 만하진 않다고 생각되더라고요. 운이 따라줘야 그나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죠.

그런 고민들이 정말 어려운 점이었어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이 시장에서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퀄리티를 갖추고 도전하던가, 계산이 서는 쪽으로 가던가, 아니면 우리의 가능성을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곳으로 진출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힘든 길이기에 계속 고민하면서도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 배틀라이브를 개발하면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겪는 어려움이라 하겠습니다. 이 부분은 아마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영세 개발사나 인디 개발자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Q. 현재 프리포올 모드만 지원하는데, 팀 배틀 같은 모드도 고려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생각은 해봤지만, 저희가 그만한 퀄리티나 볼륨 그리고 그걸 소화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있나 의문이긴 해요. 만약 들어가게 된다면 MOBA식의 청백전은 아닐 거 같고,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존 게임성이나 기존 플레이 스타일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선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기획을 해야 할 거라 보고 있어서, 확답은 어려울 것 같아요.

난투에 IO 게임식 진입과 이탈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저희가 게임에 마케팅하거나 그럴 자금이 부족해서 동시접속자를 충분히 처음부터 확보할 자신이 없어서였어요. 무엇이 되든 가장 좋은 건 매칭시켜서 동시에 진행하는 건데, 그 8명을 동시에 매칭하는 건 영세 개발사의 게임으로는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적은 동접자 수만으로도 충분히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어요. 냉혹하지만, 그게 현실이더라고요.

그래서 모드 추가도 콘텐츠보다는 트래픽이 쪼개지는 게 더 고민이죠. 가뜩이나 없는 동접자 수가 더 쪼개지면, 어느 하나도 즐길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Q. 난입식 매칭을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인가요?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육성도 최대한 간소화해서, 난입시 불리함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난입한 사람이 유리하다 그런 건 아니에요. 어쨌거나 레벨업 시스템은 있고, 난입해서 처음 들어오면 레벨업을 해야 하니까요. 대신 보정을 좀 세게 걸어서, 빠르게 뒤따라잡아서 비벼볼 수 있게끔은 해놨습니다. 1등은 어렵더라도 그 다음은 어떻게든 비벼보게끔, 그런 배려는 해놨다고 할까요.

또 배틀라이브는 한 판 플레이타임이 4분으로 짧아요. 그래서 그 판이 불리해도 빨리 끝난 뒤에 비교적 금방 끝나니, 그 다음에 처음부터 진행하는 판에 매칭되어서 1등을 노리면 되는 식이라 부담감이 덜하죠. 배틀로얄, MOBA는 아무래도 한 판 한 판 시간이 긴데, 그에 비해서 짧고 인스턴트해서 성장 시스템도 그에 맞춰서 넣었습니다. 뭐가 됐든 그 4분 내로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하고, 킬데스 크립만 점수에 반영해서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게끔 했고요.


Q. 핑퐁팩토리에서 플로트릭으로 새로 시작하셨는데, 플로트릭이 앞으로 어떤 개발사로 기억되었으면 하나요?

= 법인이 되면서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인디 팀에서 상품을 만드는 개발사가 됐지만, 그럼에도 그 상품 안에 우리가 재미있어하는 작품의 느낌을 담고자 합니다. 아직 저희는 계산적인 마인드가 아니라, 스스로가 재미있고 또 만들고 싶어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남아있습니다. 수익성보다,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에 초점을 맞추고 계속 나아가고자 합니다.

물론 배틀라이브가 좋은 성과를 내주면 좋겠지만, 그래도 종래에 선택의 순간은 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때에도 저희 스스로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 재미라는 본질을 추구하는 개발사로 계속 나아가자 이렇게 다짐하고 있습니다.


Q. 배틀라이브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 인간과 좀비 가릴 것 없이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게 다인데, 그래서 재미있는 게임이라 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불편하시고 아쉬운 점도 많을 텐데, 저희가 그 부분에 대해서 말로만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느 한 최선의 대응을 하겠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게임, 더 재미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좀비끼리도 봐주는 건 없는 난투, 좀비가 시야 없는 걸 활용해서 간신히 세이프하는 묘미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