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메타버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금일(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이어지는 '도쿄게임쇼 2022(이하 TGS)' 행사의 첫 번째 순서로, 메타버스를 주제로 하는 기조 강연이 진행됐다.

이날 강연은 사회자가 주제를 제시하면, 각 참가자가 이에 답하는 패널 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연에는 일본 최대의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클러스터'의 카토 나오토 CEO, 로블록스 차이나의 아리 스테이먼(Ari Staiman) 대표, 그리고 현재 '건담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전개 중인 반다이남코의 후지와라 타카시 치프 건담 오피서가 참여했다.



■ 질문 1.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클러스터 카토 나오토 CEO(이하 클러스터) = 메타버스라는 말이 화제가 되고 난 뒤로부터 항상 받게 되는 질문이지만, 이것에 확실한 답을 제시하기란 아직도 어려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이라는 장르로 귀속할 수 없는,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인터넷과 동영상이 시대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게임과 함께 '메타버스'가 시대를 이끄는 상황이 됐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처럼, 곧 메타버스를 더 편하게 느끼게 되리라는 것이다.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즐거운 공간을 만들고 이곳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새로운 놀이법,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메타버스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클러스터 카토 나오토 CEO


로블록스 차이나 아리 스테이먼 대표(이하 로블록스) = 메타버스라는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고, 저마다 다른 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로블록스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겪는 공동 경험(Human CoExperience)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게임의 일종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은 카토 대표의 의견과 같은 셈이다.

예를 들어 같은 콘서트를 관람하더라도 누구는 핸드폰으로, 누구는 콘솔 기기로, 누구는 PC나 VR HMD로 관람할 수 있다. 디바이스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경험을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독수리가 되어 하늘을 날아보거나, 일본의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에도 시대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로블록스에서는 이러한 경험이 가능하도록 기술과 통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저들은 상상하는 모든 것을 메타버스에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 로블록스 차이나 아리 스테이먼(Ari Staiman) 대표


반다이남코 후지와라 타카시 치프 건담 오피서(이하 반다이남코) = 반다이남코에서는 메타버스를 이야기할 때, 'IP 메타버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반다이남코가 제공하는 각 IP, 캐릭터의 팬들이 찾아와서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팬이 가지고 있는 힘이 정말 강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전세계의 팬들이 하나의 장소에서 모이고,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반다이남코 후지와라 타카시 치프 건담 오피서



■ 질문 2. 메타버스가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란?

로블록스 = 내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7년 전의 로블록스에는 9세에서 13세 사이의 어린 아이들용 콘텐츠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17세 이상, 성인용 콘텐츠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더 멋지고, 새롭고, 즐거운 콘텐츠가 창조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메타버스 콘텐츠는 IT 전문가들이 아닌, 코딩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고 있다. 이처럼 창의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 팀을 이루고,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더 큰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로블록스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반다이남코 =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모여서 힘을 발휘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활성화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공간에 모여 함께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을 함께 즐기다 보면 플레이하는 이들도 의식에도 변화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재미있는 것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 속에 다양한 가치들이 계속해서 새롭게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클러스터 = 사실 클러스터에서는 게임 이전의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들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심야의 패밀리 레스토랑에 모여서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는, 그러면서 동시에 작은 미니게임을 하는 식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이처럼, 메타버스의 발전에 따라 '재미있는 게임' 자체의 근본이 바뀌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대작 영화 중심에서 유튜브, 틱톡 같은 간편한 영상으로 이어진 것처럼 말이다. 정리하자면, '더 다양한 놀이 방법'이 생기는 셈이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 때도 더 잘 어울리고, 게임의 다음 부분으로 이어지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 "'게임을 즐기는 방법' 자체가 더 다양해질 것"



■ 질문 3.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메타버스의 가능성은?

반다이남코 = 반다이남코가 현재 바라보고 있는 IP 팬들과 함께 만드는 메타버스는 '디지털과 실사 상품의 연동'에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직접 만든 건담 프라모델을 메타버스 세상에 불러 직접 탑승하고, 조작하고, 전투 등 연계 콘텐츠로 즐기는 방식이다. 유명한 애니메이션 IP로 '빌드 파이터즈'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러한 작품 속 세상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갖춰지면 사용자로 하여금 메타버스 세상 속 콘텐츠는 물론, 건담 프라모델 같은 실물 상품을 구매하여 가치를 이어가게끔 할 수 있다.


▲ 반다이남코는 건프라와 게임이 서로 연동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클러스터 = 메타버스의 발전 단계에 따라 여러 비즈니스가 새롭게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클러스터에서는 도요타의 렉서스와 함께 자동차 시연 공간을 메타버스 내에 만든 적이 있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자동차의 모델이나 컬러를 바꾸기도 쉽고,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급 자동차를 많은 이들이 경험하도록 할 수 있었다.

필요한 공간 전체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메타버스 비즈니스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고, 이러한 기회가 늘어날수록 메타버스의 흐름 역시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블록스 = 결국 '여러 사람이 함께 겪는 공동 경험'이 비즈니스적 가치를 만드는 셈이다. 코딩을 배운 적 없는 일반적인 사람들도 누구나 무료로 플랫폼을 다운받아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앞에서 소개된 것처럼 여러 기업들이 함께 협업하여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 실제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기업들의 협업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질문 4. 메타버스의 부흥을 위해 해결해야하는 과제는?

클러스터 = 메타버스를 VR로 바라보면 VR 디바이스의 보급률을 높이는 방법 등 재미없는 목표를 봐야 하므로, 우리는 문제를 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과제가 남아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능이 모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아직도 메타버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거 결국 게임 아니야?', 혹은 '전부 MMORPG에서 이미 다 했던 것 아니야?'라면서 선입견을 품곤 한다. 이러한 선입견은 사람들을 메타버스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메타버스란 게임에 종속되지 않는 더 커다란 개념이므로, 사람들의 인지를 넓혀 더 많은 재능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더 많은 재능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로블록스 = 카토 대표의 생각에 동의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모두의 창의력이 모이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서 로블록스에서는 기술적인 면을 보강해줄 수 있는 다양한 툴을 제공하려고 한다. 메타버스의 부흥을 위해 창조하는 힘을 더 많은 이들이 로블록스에서 발휘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반다이남코 = 반다이남코에서는 아직도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여러 과제에 직면하고, 이를 통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메타버스의 부흥을 위한 과정은 '엔딩이 없는 오픈월드 게임을 만드는 것'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하나의 기업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닌, 팬들이 모여 다 함께 힘을 모아 제대로 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 여러 실패가 있을 것이고, 이를 계속 다듬어가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 질문 5. 메타버스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가 있다면?

로블록스 = 지금 당장도 메타버스를 체험할 때 꼭 VR 고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VR 고글을 사용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나중에는 핸드폰이나 PC 같은 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누구나 메타버스 세상에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경험'이다. 모두가 메타버스에서 이야기하고, 생활하고,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반다이남코 = 반다이남코의 목표는 팬들을 위한 다양한 IP의 메타버스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나중에는 아이돌마스터, 철권 등 반다이남코의 여러 IP로 뻗어가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그 첫 번째 단계로 건담 메타버스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완성된 모습을 한 번에 딱 공개하는 것이 아닌, 유저들의 의견을 들으며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늦어도 2023년 내에는 사용자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건담 메타버스'를 공개할 계획이다.

▲ "건담 메타버스 프로젝트는 2023년에 대중에 공개할 것"

클러스터 = 클러스터를 설립하기 전에는 오랫동안 히키코모리로 지냈다. 지금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것은 히키코모리로 있을 당시에 생각했던, 삶에 영향을 준 것들을 만드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소드 아트 온라인'이나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어려운 현실 속에 되고 싶은 내가 된다거나,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물리법칙에 제한을 받지 않는 메타버스의 세상 속에서 모두가 힘을 모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을 창조하고, 그 안에 경제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가치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 "되고 싶은 내가 되고, 이상적인 세상에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가 탄생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