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출시된 '도라에몽 진구의 목장이야기'의 후속작인 '도라에몽 진구의 목장 이야기 대자연의 왕국과 모두의 집(이하 진구의 목장이야기2)'를 도쿄게임쇼에 앞서 잠깐 플레이할 기회가 생겼다. 오는 11월 2일 출시 예정이기에 게임은 전반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상태. 데모 버전이기에 상당 부분 제한이 걸린 상태였지만, 게임을 적당히 파악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다시 생각해도 게임 이름이 참 길지만, 결국 핵심은 '목장이야기'다. 올드 게이머들은 '하베스트 문'으로 알고 있는 바로 그 '목장이야기'에 도라에몽을 끼얹은 전작의 뒤를 잇는 후속작이 바로 이 '진구의 목장이야기2'다.

게임의 도입부는 매우 심플하다. 별 것도 아닌 일로 마음이 상한 진구가 도라에몽에게 징징거리다가 요망한 기계를 얻고 그 기계의 부작용을 겪으며 교훈을 얻는다는 도라에몽 시리즈의 기본 컨셉을 그대로 따라간다. 문제는, 민폐의 아이콘인 진구답게 주변 친구들까지 우르르 이세계로 끌려간다는 것.

▲ 대충 죽기 싫어서 어떻게든 협조한다는 내용

보통 이세계로 향하는 주인공의 앞날은 온갖 괴물과 싸우고 모험 끝에 세계를 구원하는 형태로 그려지지만, '목장이야기'시리즈에서는 그런 것 없다. 노동법이 존재하지 않는 이세계에서, 진구와 친구들은 생존을 위해 1차 산업에 뛰어들고, 불만 많은 사이드킥 역할의 퉁퉁이마저 구슬려 살아나간다는 장엄한 스토리가 게임의 주된 내용이다.

▲ 퉁...뭐? 니 이름은 이제 춘식이여

물론, 그걸 위해 게이머가 하는 일들은 어렵지 않다. '목장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밭을 갈고 수확물을 팔아 자영농 계층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한 후 동네 여성을 꼬셔 결혼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도시의 삭막함을 버티지 못하고 귀농한 청년 농부의 애환을 풀어주는 서사로 이뤄져 있는데, 진구와 그 친구들은 아직 혼인적령기에 이르지 않았고, 본래 세계도 아닌 이세계에서 온, 위치상으로 외국인 노동자에 가까운 포지션이기에 여유롭게 이 세계를 즐기면서 시키는 일을 하고, 돈을 벌면 그만이다.

사각의 타일로 이뤄진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어 수확하는 과정은 기존의 목장 시리즈 및 전작과 완전히 동일. 낡은 도구로 시작해 장비를 강화하면서 고구마나 뜯을 줄 아는 깍두기에서 인간 콤바인이 되어가는 과정 또한 기존 시리즈의 컨셉을 충실히 따라간다.

▲ 저런 어린 아이가 돈벌이를 한다는 점에서 냉혹한 세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진구의 '체력'시스템은 이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파라미터가 되어준다. 고전 액션 게임의 체력바처럼 여러개의 하트로 표기된 체력바는 진구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일정 갯수가 줄어드는데, 초보 농부에서 초강력 농부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효율적으로 체력을 소모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 좌상단의 하트 표식이 체력 시스템

▲ 금의환향을 위해 일을 가릴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의 삶

게임의 전체적인 느낌은 '힐링의 총집합'. 어느새부터인가 게임업계엔 뭔가를 죽이거나 폭력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일단 '힐링'이라는 딱지를 붙여주는 관습이 있는데, 이 게임은 이 개념 하에서의 '힐링'을 몽땅 모아 둔 게임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동물의 숲'과 비슷한 포지션을 차지하지만, 동숲이 파고들기에 환장하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놀이터라면 진구의 목장 이야기는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원작의 캐릭터들을 즐기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정도.

▲ 카메라 각도가 낮아지며 나름 힐링 느낌을 내는 구간도 있고

▲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고 일터에 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는 교훈적인 부분도 있다

결과적으로, 게이머는 아이도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이 비정한 이세계에서 곤충을 잡고, 광산에서 땅을 파고, 물고기를 낚고, 농사를 지으며 조금씩 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전작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2인 플레이가 가능해졌다는 것.(물론 데모 버전에서 체험은 못 해 봤다. 존재한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

2인 플레이의 경우 다른 진구와 만나 '진구: 노 웨이 홈'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의 충실한 기계 노예인 도라에몽이 2P의 역할을 맡게 된다. 분업까진 안 되고 1P를 따라다녀야 하기에 함께 하하호호 즐긴다기보단 추가 노동력 확보의 차원에서 더 의미있을 것 같은 기능이지만, 어쨌거나 다인 플레이가 된다는 건 음침하게 혼자 즐기는 취미에서 파티 게임으로서의 기능성을 확보한 변화다.

▲ 주변에 부지런한 친구가 있다면 미리 전화를 해두자

쓰다 보니 내용이 조금 이상해지긴 했지만, 진구의 목장이야기2는 전원 생활이라는 판타지를 적절히 부합한 좋은 힐링 게임이다. 전작에 비해 큰 틀에서 바뀐 점이 많지는 않지만, 원래대로라면 한 번 나오고 말 콜라보레이션 게임에 후속작이 등장한다는 건 그만큼 전작의 판매고가 훌륭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잘 팔린 게임의 후속작인데다 크게 변화하지 않고 기능과 컨셉의 업그레이드만 이뤄냈다는 건, 나오기도 전에 어느정도 검증이 이뤄졌다는 뜻.

▲ 첫 히트가 6짜 메기라니 진구녀석 쫌 친다

앞으로도 출시 직전까지 계속 추가 정보가 공개되겠지만, 짧게 체험해 본 진구의 목장이야기2는 퍽 좋은 게임이라 말할 수 있었다. 물론 피와 불꽃을 선호하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는 영 심심한 게임일 테지만, 이쪽 게임 또한 무시못할 수요를 지니고 있는 지금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