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이 테크모 팀 닌자의 신작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이하 와룡)'가 올해 도쿄 게임쇼 2022에 출전하며, 마침내 게이머들에게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와룡'은 첫 등장부터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닌자 가이덴과 인왕의 개발사로 유명한 그 팀 닌자의 신작인데다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이자 영원한 고전 삼국지를 모티브로 한 게임이었으니 기대가 안 될 수가 없었죠.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코에이 테크모를 대표하는 진삼국무쌍과는 다른 느낌의 삼국지를 모티브로 한 새로운 액션 게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라왔었죠.

그렇기에 '와룡'의 등장은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단순히 삼국지를 기반으로 한 신작 액션 게임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팀 닌자의 전작이랄 수 있는 인왕 역시 재미있게 즐겼던 만큼, 그들 팀 닌자가 이번에는 삼국지를 배경으로 어떤 손맛의, 어떤 재미로 무장한 게임을 보여줄지 그 어느 게임보다도 궁금했었죠. 다행스럽게도 이런 저의 바람이 예상보다 좀 더 일찍 이뤄진 것 같습니다. 코에이 테크모로부터 도쿄 게임쇼 2022 출전을 기념해 데모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죠.

인터뷰를 통해 인왕과는 다른 손맛과 재미로 무장했다고 한 '와룡'입니다. 과연 어떤 의미에서 다른 손맛을 보여줄지, 그리고 '와룡'만의 차별화된 액션 시스템 등은 무엇이 있을지 데모를 통해 한발 앞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데모에 앞서 게임 플레이 영상이 공개됐기에 점프가 추가됐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와룡'에 대해 막연하게 예상한 게 있었습니다. 바로 인왕을 베이스로 한 게임일 거라는 거였죠. 전국시대와 후한말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다를지언정 영웅호걸들, 그리고 요괴와 신수가 등장하는 전란의 시대라는 점 등 여러모로 공통된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암리타(영석)의 힘으로 인간이 요괴로 변하던 인왕과 마찬가지로 '와룡' 역시 뭔가를 먹더니 인간이 요괴로 변하는 걸 볼 수 있었죠. 여러모로 비슷한 부분들이 많았기에 품은 막연한 예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데모를 통해 체험해 본 '와룡'은 인왕과는 전혀 다른 게임이었습니다. 액션이 스타일리시하다는 점, 장비마다 등급과 강화 수치가 있고 장비에 달린 옵션들이 달라서 파밍하는 맛이 있다는 점 정도를 제외하면 추구하는 액션의 방향성부터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죠.

▲ 체력 하단에 있는게 기세 게이지로 스태미나 + 마나 등을 겸하는 게이지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얼마나 달라졌기에 그럴까 싶을 겁니다. 이에 관해 얘기하게 앞서 먼저 '와룡'만의 시스템들을 먼저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변화로는 스태미나와 자세 시스템이 사라진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자세 시스템의 경우 인왕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었죠.

공속과 공격력이 균형을 이룬 중단, 공속은 다소 느려지지만 강력한 상단, 반대로 공속은 빠르지만 공격력이 약한 하단, 그리고 일부 무기에서 쓰이는 발도 자세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스킬과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액션을 선보였고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었죠.

그랬던 자세 시스템이지만, '와룡'과는 어울리지 않았나 봅니다. 과감하게 삭제했죠. 사라진 건 자세 시스템만이 아닙니다. 스태미나 역시 사라졌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새로운 요소로 '기세'라는 게 추가됐습니다. 기세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스태미나와 스킬을 쓰는 데 필요한 마나 등을 겸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태미나를 겸한다지만, 스태미나와 같은 건 아닙니다. 공격한다고 해서 스태미나가 다는 것도 아니고 회피 횟수에 제한이 있지도 않습니다. 한 가지 제한이 있다면 마이너스 최대치인 상태에서는 무예와 선술 등을 쓸 수 없다는 것 정도뿐입니다.

▲ 맞거나 회피하면 마이너스 상태로, 공격하면 플러스 상태로 차오른다

그럼에도 스태미나를 겸한다고 한 건 바로 기세 시스템의 특징 때문에 그렇습니다. 기세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 상태로 구분됩니다. 평상시에는 중립 상태로 있지만, 회피하거나 적에게 맞으면 주황색의 마이너스 상태로 차게 됩니다. 무예나 선술을 쓰는 데 필요한 기세가 게이지가 적어도 마찬가지죠. 플러스 게이지가 많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만큼 마이너스 상태로 게이지가 찹니다.

최대치가 됐다고 해서 앞서 말한 것처럼 행동에 제약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이다음입니다. 기세가 마이너스 최대치인 상태에서 적에게 맞으면 그로기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죠. 당연히 그로기 상태에서는 무방비할 수밖에 없는 만큼, 기세 게이지를 최대한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유지하면서 싸우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 기세 게이지를 최소한 중립으로, 가능하다면 플러스 상태로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물론, 이건 플레이어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적들도 마찬가지죠. 잡졸들이야 기세를 마이너스로 만들기도 전에 죽으니 큰 의미가 없지만, 중보스급 요괴나 보스는 얘기가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보스급은 체력이 많기에 무작정 체력을 줄여서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방식으로 잡을 수밖에 없죠. 이때가 바로 기세가 빛을 보는 순간입니다.

▲ 그로기 상태가 되면 절맥이라는 강력한 일격을 날려서 체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와룡'의 보스전은 간단히 말하자면 적의 기세를 마이너스 최대치까지 채워서 그로기 상태로 만든 후 절맥이라고 하는 강력한 일격을 날려서 체력을 크게 줄이는 걸 반복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말처럼 쉬운 건 아닙니다. 기본 공격으로는 기세가 마이너스로 잘 차지도 않기 때문이죠. 즉, 효율적으로 채워야 한다는 소리인데 보스급의 기세를 마이너스 최대치로 채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기세 공격입니다. 기세 공격이라고 하니 뭔가 새로운 요소 같지만, 사실 새로운 건 아닙니다. 강공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발동은 좀 느리지만, 적의 기세에 높은 대미지를 줄 수 있을뿐더러 기세 게이지의 최대치를 깎기까지 합니다. 당연히 최대치가 줄어드는 만큼, 적의 기세 게이지를 마이너스 최대치로 채우기 훨씬 편해지죠. 여기에 적을 공격해서 자신의 기세가 플러스 상태면 플러스 상태의 게이지를 소모해 그만큼 위력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 기세 공격을 하면 기세 게이지 최대치가 줄어드는 만큼, 그로기 상태로 만들기 한결 수월해진다

두 번째 방법은 '와룡' 액션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는 '받아치기'입니다. 패링과 회피를 겸한 '와룡'의 새로운 액션 시스템인 받아치기는 적이 공격할 때 타이밍을 맞춰서 쓰면 앞서 설명한 기세 공격과 마찬가지로 기세에 높은 대미지를 주면서 기세 게이지의 최대치를 깎을 뿐 아니라 여기에 더해 자신의 기세가 크게 상승하기까지 합니다. 보스급은 대부분 연타를 하는 만큼, 전부 받아친다면 쉽게 그로기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받아치기를 하면 기세 게이지가 플러스 상태로 크게 차는 만큼, 넉넉한 기세 게이지를 활용해 선술이나 무예를 써서 좀 더 수월하게 전투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죠.

▲ 물론, 생각만큼 연타를 받아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네놈의 공격패턴! 강약...! 그, 그만 때려!"

심지어는 원거리 공격이나 광역기, 그리고 보스급이 쓰는 특별한 강공격인 비기까지도 타이밍만 맞춘다면 전부 받아치기로 흘려넘길 수 있습니다. 비기는 맞으면 사기 랭크가 한 단계 감소하는 강력한 공격이지만, 받아치면 보스의 특별한 패턴을 파훼할 뿐 아니라 기세 게이지를 크게 깎고 자신의 마이너스 기세를 단숨에 회복하는 만큼, 보스전에서는 놓쳐선 안 될 요소라고 할 수 있죠.

▲ 원거리 공격도 받아치기로 완벽하게 흘려넘길 수 있다

익숙해지면 받아치기 반격이라고 해서 좀 더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선보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반격이 붙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받아치는 동시에 무기를 바꾸고 그대로 공격을 하는 기술로 기본적으로는 받아치기와 거의 같지만, 자신의 마이너스 기세를 단숨에 회복할 수 있어서 '와룡'이 가진 액션의 속도감을 더욱 끌어올려 줍니다.

즉, '와룡'의 전투는 이 받아치기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큰 약점이 있습니다. 강력한 만큼, 받아치기를 쓰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죠. 데모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와룡'의 받아치기 타이밍은 상당히 빡빡한 느낌이었습니다.

▲ 마이너스 기세를 단숨에 회복하는 받아치기 반격은 액션의 속도감을 한층 더 끌어올려준다

패링 액션이라고 해서 이 방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세키로'와 비교해도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이었지만, 보스급의 공격이 '세키로'보다 훨씬 빨랐으며, 받아치기의 타이밍은 짧다고 느껴졌습니다. 연타는 더 그랬죠. 사실상 이걸 전부 받아치는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재미있지만, 그 재미만큼이나 반대로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됐습니다.

인왕과 차별화된 요소는 기세 게이지와 받아치기만이 아닙니다. 무기에 붙는 특별한 스킬인 무예와 사기 랭크, 그리고 점프가 추가된 점도 빼놓을 수 없죠. 무예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똑같은 무기라도 전혀 다른 무예가 붙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등급이 높다면 2개의 무예가 붙기도 하죠. 범용성이 좋은 무예부터 강력한 만큼 발동에 시간에 걸리는 무예까지 다양해서 이를 고려해 장비를 팅하는 것 역시 하나의 재미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똑같은 무기라도 다른 무예가 붙은 경우가 있는 만큼, 세팅의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기 랭크는 '와룡'만의 독특한 레벨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레벨과는 결이 좀 다르긴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고정된 레벨과 달리 이 사기 랭크라는 건 어떻게 플레이했는가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이죠. 간단히 설명하자면 해당 스테이지에서 적에게 많이 죽으면 그만큼 사기 랭크가 떨어지고 죽지 않고 많은 적을 처치하면 사기 랭크가 오르는 식입니다.

이 사기 랭크가 중요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과 적 어느 쪽의 사기 랭크가 높은지에 따라 난이도가 유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자신의 사기 랭크가 적보다 높으면 대미지를 덜 받고 더 높은 대미지를 입히는 식이며, 적의 사기 랭크가 높다면 반대의 상황에 부닥치는 거라고 할 수 있죠. 다만, 적의 사기 랭크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앞서 두 가지 이유라고 했었는데 그 두 번째 이유로 사기 랭크가 높은 강적을 만나서 쓰러뜨리면 사기 랭크가 크게 오르면서 레어 아이템을 얻을 확률 또한 높기 때문이죠.

▲ 스테이지 권장 레벨과는 별개로 사기 랭크가 높은 적을 만나면 일단 긴장하도록 하자

다만, 그렇다고 해도 사기 랭크가 낮다는 건 여러모로 단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한 번의 실수로 죽을 수 있는 '와룡'에서는 더욱 그렇죠. 그렇기에 걱정하는 플레이어도 있을 수 있겠지만, 크게 걱정할 건 없습니다. 세이브 포인트 역할을 하는 군기와 더불어 스테이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표기를 세우면 불굴 랭크가 오르기 때문이죠.

불굴 랭크가 오르면 사기 랭크의 최대 하한이 올려주기에 중보스급의 강적을 제외하면 스테이지를 잘만 탐험하는 것만으로도 일정 수치 이상으로 사기 랭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데모에서도 사기 랭크가 높으면 중보스급 요괴도 수월하게 잡은 반면, 실수로 죽어서 사기 랭크가 떨어진 상태에서는 한결 어려워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점프는 회피보다는 다소 공격에 치우친 느낌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와룡'에서는 받아치기로 패링과 회피를 겸하는 만큼, 점프는 회피에 쓰이기보다는 적의 빈틈을 노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실제로 높은 곳에서 점프해 머리 위에서 강적에게 기습을 가할 수 있었으며, 이외에도 전투 중 점프를 활용해 적의 빈틈을 만드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었죠.

이외에도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본다면 좀 더 자유롭게 스테이지를 탐색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선형적인 레벨 디자인을 유지하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서는 점프로 벽을 넘는다던가 해서 좀 더 빠르게 진행하는 것도 가능했죠.


이번 데모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리고 '와룡'의 첫인상에 대해 얘기하자면 재미있는 만큼, 어려웠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 걱정한 인왕의 삼국지 스킨 버전 아닐까 하는 우려는 데모 시작과 동시에 깔끔하게 사라졌죠. 액션의 방향성 자체가 인왕과는 전혀 달랐기에 게임 플레이에서의 느낌 역시 전혀 달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재미 역시 놓치지 않았죠.

다만, 데모를 통해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미있었고 만족스러웠던 데모였지만, 받아치기의 높은 난이도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인왕 시리즈와 소울본 시리즈, 그리고 세키로와 엘든링 등 소울라이크는 거의 다 해봤음에도 데모에서의 난이도는 그 어떤 게임보다도 높았습니다. 단순히 보스의 체력이 터무니없이 많다거나 공격력이 높다거나 하는 그런 게 아니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받아치기의 타이밍이 너무 빡빡하단 거였죠.

▲ 받아치기에서 이어지는 절맥과의 콤보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런 타이밍에 대한 부분은 수정하기 나름 수월한 부분이라는 겁니다. 시스템을 아예 뜯어고친다거나 애니메이션을 수정해야 하는 그런 게 아닌 만큼, 받아치기 타이밍과 관련된 최적의 수치만 찾으면 되는 거죠. 더욱이 인왕 역시 데모를 공개했을 당시 역시 팀 닌자의 신작이라면서 어렵다는 원성을 샀지만,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난이도 조절에 성공했던 걸 고려하면 이러한 부분은 충분히 수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와룡'에도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재미있지만, 아직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와룡'인 만큼, 2023년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더욱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