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비싼거 말고.. 4060은 언제 나와요?

2022년 9월 21일, 많은 게이머들이 고대하던 RTX 40 시리즈의 하이엔드~플래그십 라인업이 공개됐다. 무언가가 대중에게 소개될 때 다양한 시각에 따라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평가가 오가기도 하는데 이번 RTX 40 시리즈의 등장은 뭐랄까. 정말 시장이 혼란스러워지겠다는 생각뿐이다.

최근 PC를 새롭게 맞추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인다. 비록 지금 당장에 최신형 PC를 필요로 하는 고사양 대작 게임은 없지만 배틀그라운드로 비롯된 2017년의 i5 정도의 사양에서 5년째 멈춰있는 게이머들의 PC는 점점 무거워지는 대중적인 소프트웨어들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 PC도 거기에 멈춰있다면 "요즘 컴퓨터 좀 괜찮나~?"라는 생각에 시장을 한번 살펴볼 것도 같다.

시기도 참 좋다. 코로나 팬데믹과 가상 자산 채굴 이슈를 원인으로 약 2년간을 지속했던 그래픽카드 대란이 수그러들고 있던 참이다. 추가로 평소 하드웨어에 큰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크게 체감되지 않을 수 있으나 최근 2~3년 동안 컴퓨터 부품을 비롯하여 모니터 등의 성능이 급상승한 부분도 있기에 더 구미가 당긴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장만하겠는가.

▲ 아앗, 어제까지 60만 원 초반이었는데.. 발표 이후 10% 정도 올랐다

다만 이렇게 접근했던, 게이머들의 바짓가랑이를 잡은 문장은 "곧 신제품이 나오는데 조금만 기다렸다 새 거 사지"였다. 이에 현혹된 구매 예정자를 비난하는 것도, 그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나빴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하고 싶은 얘기는 청자와 조언자의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대혼란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먼저 그래픽카드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본인들 PC 또한 최신형 플래그십 이상의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급격히 좋아지는 부품의 성능과 디자인, 무엇보다 관심사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구동해야지 적성이 풀리는 나와 같은 유저들에게 RTX 40 시리즈는 어떻게 나와도 반갑고 궁금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과거에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을 즐기기 위해 PC를 맞춘 일반 게이머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은 이미 60FPS 미만의 환경도, 뭐를 하다가 컴퓨터가 꺼지는 현상도 이미 익숙한 사용자들이다. 그들에게는 4K 환경에서 100Hz를 우주방어하는 부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좀 나은 '새것'이 필요한 것이다.

현존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RTX 4090의 공식 가격 1599달러. 내 기준에서는 생각보다 괜찮다. 하지만 PC를 맞출까 물어보는 유저에게, 그러니까 GTX 그래픽카드에 머물러 있는 일반 게이머들에게 이렇게나 좋은 그래픽카드가 필요할지 의문이다.

엔비디아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세대를 소개할 때 하이엔드급의 제품부터 엔트리까지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출시한다. 직전 세대인 RTX 30 시리즈 중 최초로 공개한 RTX 3080은 2020년 9월에 출시됐지만 퍼포먼스급을 지나 메인스트림급의 RTX 3060은 다음 해 2월 말에 출시됐다. RTX 3060 Ti는 20년 12월에 출시됐지만 엄연히 퍼포먼스 라인업에 위치한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과 성능 면에서 차이가 꽤 심하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필요로 하는 사양인 RTX 40 시리즈의 메인스트림급 그래픽카드는 올해를 지나 내년은 되어야 출시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그 안에 RTX 4070이 먼저 출시되겠지만 그때는 더 혼란스러울 것이다. 현재 다량의 재고가 쌓인 것으로 추정되는 RTX 30 시리즈, 특히 RTX 3080 언저리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좋은 해답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가상 자산 채굴로 인해 재고도 많을뿐더러, 기존 채굴에 사용했던 그래픽카드의 중고 가격이 점점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첨언하자면 채굴에 사용된 그래픽카드는 짧은 시간 내 과부하 작업을 진행한 제품이기 때문에 부품의 노후화가 빠르거나 이미 이루어진 상태이며, 그 어떤 공식 판매점에서도 A/S를 해주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중고 제품의 구매는 권하지 않는다.

30 글카 주의보! 저번엔 비싸서, 이제는 신제품 둔갑까지? 기사 바로가기

▲ 그래픽카드 신제품 재포장 이슈도 골치 아프다(사진 출처: Wccftech, Hassan Mujtaba 트위터)

나 같이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은 팬들도 혼란스럽겠다. RTX 4090의 성능 자체는 매우 매력적이나, 그 아래의 RTX 4080의 성능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네이밍이 주는 상징 대비 아쉬운 사양으로 인해 시리즈마다 가격과 성능의 밸런스가 잘 잡혀있어 언제나 인기가 많았던 RTX 4070의 위치가 위험하겠다는 예측이 불가피하다.

이들은 심지어 하드웨어에 해박하다 보니 채굴 제품에 대한 사례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대처 방법도 잘 알고 있어 RTX 3080Ti ~ 3090 정도를 알아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RTX 4090과 4080 간의 큰 성능 차이 때문에 "Super, Ti 무조건 나온다"라고 예측하며 존버를 외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이미 사용하는 그래픽카드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여태 안 사고 버텼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냐고? 괜찮다. "곧 있으면 4060 나오는데" 등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PC가 필요할 때 사면 된다. 거기에 흔들려서 관망한다면 "곧 있으면 RTX 50시리즈ㅋㅋㅋ 엔비디아는 홀수번이 짱짱맨"이 기다리고 있으니 참고하자. 항상 얘기하는 내용이지만 컴퓨터를 비롯하여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내가 필요한 그 시기에 사는 것이 지갑을 아끼는 지름길이다.

▲ 얼핏 보면 4080도 꽤 준수하다고 생각하겠지만 DLSS 등을 모른다면 당장 참고가 될 자료는 왼쪽의 그래프

▲ 점차 회복하고 있지만 발표 당시 폭락했던 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