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렇지만 비슷한 나이대의 게이머라면 다들 한 번쯤은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라는 퍼거스의 명언 아닌 명언을 들어본 적이 있을 테다. 캠프파이어 앞에 앉은 경험도, 알비 던전에서 거미를 잡은 경험도, 던바튼을 향해 달려갈 때 들리는 은근히 긴박한 그 음악도,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마비노기는 그런 게임이다. 18년 동안 수많은 게이머가 판타지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플레이했던 그런 추억의 게임이다. 하지만 그만큼 오래된 게임이기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 결국 작년에는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추억은 그저 추억으로 남겨두는 게 좋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마비노기가 바뀌고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밀레시안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고쳐나가고 있다. 로드맵을 공개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간 라이브 방송까지 진행했다.

18살 마비노기가 단시간 내에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의 마비노기는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까. 민경훈 마비노기 디렉터를 만나 그 변화의 과정에 대해,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 민경훈 마비노기 디렉터


■ 마치 연어와도 같은 게임, 마비노기

Q. 여름 업데이트 성과가 어떻게 되나. 신규 유저 유입을 목표로 했는데, 의도한 만큼의 반응이 왔나.

= 내부적으로는 의도한 것 이상의 반응과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신규뿐 아니라 오래 떠나 있었던 밀레시안도 많이 돌아왔다. 그래서 참 고무적이다.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게임을 홍보하는 밀레시안들도 있다. 굉장히 감사하고 지금 상황이 놀랍기도 하다. 중요한 건 오래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롱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서비스 적으로도 더 보여줄 수 있을 만한 저력을 확인했다고 생각한다.


Q. 예상 이상으로 많은 사람이 찾아온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마비노기는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지만 세월이 흘러가면서 잘 모르는 게이머들이 많아졌다. 추억의 게임으로 회자는 되지만, 냉정히 본다면 추억의 게임이라는 건 지금 안하는 게임이라는 거다. 새로운 세대에게는 오래되고 낡은 게임이라는 인식을 주고 있었고.

이에 이번에는 그동안 안 해본 영역에 대한 도전을 많이 했다. 그게 신규 및 복귀 밀레시안들에게 어필이 된 것 같다. 여기에 밀레시안들의 자발적 홍보 등 다양한 부분이 좋은 이미지로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 여름 업데이트를 발표했던 판타스틱 데이

Q. 자발적 홍보라는 말을 들으니 최근에 유저가 직접 준비한 카페가 생각난다. 다녀오기도 했는데 어땠나.

= 정말 많이 놀랐다. 훨씬 전부터 준비 하던 걸 봐왔는데, 한 명의 밀레시안으로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가보니까 카페 자체도 잘 꾸며져 있었고, 그 이상으로 게임에 대한 애정이 참 많이 보였다. 곳곳에 마비노기에 대한 애정이 숨어있더라. 그리고 카페 내 걸려있던 일러스트 전부가 밀레시안들이 직접 그린 작품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정말 너무 감사하면서도 뭉클하기도 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보니 죄송하기도 하고 복합적이더라.


Q. 마비노기는 흔히 ‘신규 유저가 없다, 모두 복귀 유저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억의 게임이다. 이를 추억에 그치지 않고 현재로 끌어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 여러 가지 허들이 있다. 일단 서비스가 오래되다 보니 최신 게임과 비교되는 측면이 많다. 그런 게 신규 밀레시안의 플레이에서도 장애물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더라. 그런 허들을 줄여 기존 밀레시안과도 더불어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런 시점에서 진행한 게 이번 성장 업데이트였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막힘없이 성장하면서 기존 밀레시안과도 발맞춰 플레이할 수 있는 스펙까지 끌어올려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이번 업데이트뿐 아니라 계속해서 진행한 편의성 업데이트 역시 같은 방향이다. 기존의 밀레시안이 편하게 플레이할 환경이 되어야 신규 밀레시안을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래 걸리겠지만 계속해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다.


Q. 편의성 업데이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지금까지 해온 것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업데이트가 있나.

= 아직 고치고 개선할 내용이 정말 많지만, 그동안 해온 것 중 꼽자면 줍기가 있다. 밀레시안들이 굉장히 좋아했는데, 정말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개선할 수 있는 요소였다.

사실 이전에는 렉 현상 등을 고려 했을 때 손대기 어려웠던 영역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많은 부분을 개선하다 보니 지금은 제공할 수 있는 편의성이 늘어나고 있고, 그 중 하나가 줍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너무 반응이 좋아서 한편으로는 참 죄송하더라. 이후로도 이런 소소하면서도 중요한 영역을 열심히 확인하는 중이다.


Q. 혹시 그럼 반대로 기대만큼 반응이 오지 않은 업데이트도 있을까.

반응은 좋았지만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던 건 손가락이다(웃음). 오래된 게임의 그래픽이 개선되고 있다는 상징적 영역이라 생각했었고, 나름대로 굉장히 방대한 작업이 필요했던 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열광적인 그런 반응을 기대했었다.

그래도 정말 많은 밀레시안들이 좋아했던 업데이트고, 이를 토대로 그래픽적인 부분에서 개선할 수 있는 힌트를 찾기도 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밀레시안들이 그 변화 자체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같이 하게 됐고.


Q. 신규 유저 유입만큼 중요한 게 유지인데, 여름 업데이트로 유입된 유저들이 정착하기 위해 어떤 추가 계획을 세우고 있나.

= 이번 업데이트가 성장에 초점을 맞춘 만큼, 신규 밀레시안들이 성장하면서 안착할 수 있게끔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족하면서 스펙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많이 부족한 부분 중 하나다. 계단식 성장 중 가로막힌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하반기에는 이를 보완하는 형태를 준비하고 있다. 9월에 준비하고 있는 업데이트가 그런 류다. 밀레시안들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플레이할 수 있게끔 동력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Q. 혹시 여름 업데이트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발견한 게 있을까.

= 분명 우리 게임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가 메인스트림을 비롯한 스토리 퀘스트인 건 맞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양한 성향의 밀레시안들이 블로니의 성장지원을 플레이하지 않나. 그러다보니 거기서 맞닥뜨리는 스토리 퀘스트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 꽤 많은 것 같더라.

스토리를 하나하나 정독하고 몰입하면 훨씬 재미있긴 하겠으나, 게임 자체에 적응하는 중인 초반에 스토리가 너무 밀려드는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래된 스토리 중 난이도가 너무 높거나 안내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 반응과 의견을 보면서 메인스트림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점진적으로 마련하려고 계획 중이다.


Q. 또 한편으론 기존 밀레시안들은 새로운 메인스트림을 기대하고 있다. 다음 메인 스트림에 대한 계획이 있나.

= 준비하고 있다. 지금과는 다른 스토리 형태를 시도하고 싶기도 해서 적당한 타이밍과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에 선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 확실하진 않다. 그 시점이 되면 안내를 해드리겠다.


Q. 얼마 전 다중클라이언트 제한이라는 정말 큰 결정을 내렸었다.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텐데 그 배경이 궁금하다.

= 계기나 배경이 따로 있었다기보다는,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하기 위해 뭐가 필요할까를 되돌아봤다. 그리고 다중클라이언트는 전부터 조치를 취해야겠다 생각하던 영역이었다. 다만 합주 등 다중클라이언트를 잘 사용하던 밀레시안들도 있었기에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신규 밀레시안의 입장에서는 다중클라이언트가 게임 진입에 가장 큰 허들로 작용하더라. 이에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했다. 어려운 결정인 건 맞지만,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었다.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건 차근차근 수정을 해야 하고, 그 과정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 다시 얻은 기회, 노력과 소통으로 살려나간다


Q. 로드맵을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 거기서 오는 어려움이나 부담감 같은 건 없나.

= 내부적으로 길게는 몇 년, 짧게는 반기나 1년 단위의 계획을 잡고 개발을 한다. 그렇게 내부적으로는 계획이 있지만, 아무래도 라이브서비스다 보니 상황이 많이 바뀐다. 업데이트 이후 생각과는 다른 피드백이 오는 경우가 있고, 그때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게 되다보니, 관련해서 부담감은 정말 크다.

그래서 최대한 확정을 해놓고 정말 지킬 수 있는 약속 위주로 먼저 공개하곤 한다. 고민은 많지만, 아무런 얘기도 없이 갑자기 뭔가를 업데이트하는 것보다는 로드맵을 공개해서 기대감을 주고 개발 방향성 등을 전달하는 게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달려나가다 보면 더 집중해서 밀레시안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Q. 간담회부터 지금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지났다. 현재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당시 요청 내용도 있고 그 뒤에 추가된 것도 있다. 합산해서 진행하고 있는데, 분량만으로 보면 80% 정도 수행을 한 것 같다. 약속을 100% 지키고 있진 못하다. 그래서 계속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수행하고 있다. 게임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만큼, 꾸준히 개선해나가야 하기에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놓치지 않고 진행할 예정이다.


Q. 간담회 당시와 비교하면 그래도 반응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노력이 어느 정도 전달된 것일까.

= 간담회를 통해 추가적인 기회를 얻은 것이라 생각한다. 게임에 대한 애정 어린 의견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우리가 잘못하고 있던 부분, 소통 없이 폐쇄적으로 운영하던 부분 등을 많이 반성하게 됐다.

그렇게 얻은 기회가 더 좋은 모습,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나름의 기대와 노력의 계기가 된 것 같다. 모두 함께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생과 노력을 했다. 그래도 아직은 명암이 있다고 본다. 채찍질과 칭찬, 그 모든 다양한 의견을 직시하고 노력해야겠다 생각한다.


Q. 최근 처음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소감이 어떤가.

= 미흡한 점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실시간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라이브 방송을 선택한 건데, 준비 과정에서 정말 겁이 많이 났었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있었고, 유머러스한 편도 아니다 보니 걱정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너무 따뜻하고 편안하게 맞아주시더라. 서로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기에 굉장히 감사한 시간이었다.


Q. 꾸준히 할 예정인가. 혼자 방송할 생각도 있나.

= 당연히 계속할 생각이다. 앞에 나서기 조금 부끄럽고 재미있을 자신도 없지만, 밀레시안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마련해보려 하고 있다. 빈도는 확실히 말할 순 없지만,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방송 인원은 콘텐츠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아무래도 최동민 리더는 먹방에 좀 약해서(웃음).


Q. 지난 간담회부터 판타스틱 데이, 이번 라이브 방송까지 꾸준히 유저와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혹시 그 과정을 겪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나.

= 이전에는 너무 겁을 냈던 것 같다. 충분히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인데, 공식 발표를 하는 것 자체에 겁을 많이 냈다. 하지만 소통을 늘려가면서 쌍방 이해의 과정을 경험하고, 그 장점을 깨닫고 있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서비스가 되어야 발전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서로 원하는 게 뭔지, 그리고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 소통이 꾸준히 필요하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방향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 실시간 유저 Q&A를 진행했던 판타스틱 데이

Q. 마비노기는 18년이나 된 게임이다. '유지'와 '변화'의 측면에서 각각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나.

= 유지와 변화가 적절히 섞이는 것이 성장이라 생각한다. 유지된다는 게 발전이 없다는 건 아니다. 있었던 걸 개선해 나가는 것이 유지다. 변화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고. 결국 유지하면서 새로운 걸 보여줘야만 성장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유지와 변화가 지속되려면 우리 게임의 아이덴티티가 무엇인가, 밀레시안들이 게임을 왜 사랑하는가를 진지하게 되새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아직 그런 부분을 굉장히 잘하고 있다 생각하진 않는다. 부족하고 갈 길이 멀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노력하는 부분을 보이고, 기대할 수 있게끔 하는 방향으로 서비스하려 한다.


Q. 마지막으로, 마비노기를 사랑하는 밀레시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 항상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밀레시안의 긍정적 시선과 응원이 개발팀 전체에게 너무나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아직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판타지 라이프가 제대로 완성되려면 다양한 것들을 쌓아나가야 한다. 그래서 속도가 많이 느릴 수 있다. 장기적으로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있기에 느릴 수 있지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열심히 밀레시안과 발맞춰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