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통해 이름을 알린 홀리 롱데일은 이제는 와우 팬들에게 친숙한 개발자다. 무려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게임 업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자 MMORPG 장르의 전문가다. 디즈니 스튜디오를 비롯하여 에버퀘스트, 에버퀘스트2의 디자이이너 경력은 물론, 총광 프로듀서까지 역임하며 MMO와 RPG 장르에 통달했다.

워크래프트가 RPG로 제작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베타 때부터 와우를 즐겼다고 말한 그녀는 2020년에 블리자드에 합류하여 줄구룹, 안퀴라즈 관문 개방 등을 클래식에 잘 녹여냈다. 평소 칼림도어와 아웃랜드, 노스렌드 등 와우 세계의 깊숙한 곳까지 탐방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하는데, 와우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대작부터 인디까지 장르를 불문하며 즐기는 열성 게이머이기도 하다.

진행 속도가 빠르거나 짧고 굵게 끝나는 단판 형태의 장르를 선호하는 게이머가 전 세계적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MMORPG는 '시대를 역행한다'란 부정적인 평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와우 클래식의 글로벌 흥행은 좋은 의미로 시대를 역행하며, 3번째 홈런 리치왕의 분노 출시를 앞두고 있다.

▲ WoW 총괄 프로듀서 홀리 롱데일(Holly Longdale)


Q. 와우와 클래식을 담당하고 있는 총괄 프로듀서로서 블리자드 입사 후 2.6년의 시간에 대해 소개해달라.

수석 프로듀서로 미국에서 재택근무가 시작된 후에 입사했다. 클래식팀에서 시작했고 입사 당시에는 프로듀서 직무를 맡았다. 정확히는 클래식 출시 5개월 후에 입사했는데, 불타는 성전과 리치왕의 분노까지 지휘를 맡고 있다. 존 하이트가 와우 총괄 매니저를 맡은 후 와우팀이 커져서 수석 프로듀서를 뽑아야 했다. 와우를 2004년 베타 때부터 해 온 경력을 어필해 이 직책을 맡게 됐다.


Q.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확장팩과 달리 과거의 유산을 되살리는 클래식팀은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떠한 철학과 목표를 가지고 클래식을 개발했나? 10년 가까이 에버퀘스트를 개발한 경험을 되살린 인사이트가 반영된 부분이 있을까?

대단한 여정이었다. 클래식 일을 시작하고 불타는 성전, 리치왕의 분노 클래식을 출시하며 배운 게 많다. 에버퀘스트, 노스탤지어 서버의 관련 일을 하며 축적된 경험을 팀에 공유했고 분명 도움이 됐다. 고고학은 굉장히 좋은 비유 같다. 더욱 개선하는 게 최근의 클래식이다. 어둠땅 같은 최신 확장팩에선 보완이나 개선점이 많기에 가능하면 가져올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현재 클래식은 과거 리치왕의 분노 서버보다 수용량이 3배 증가했다.

그 외에도 기술적인 개선을 통해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려 노력 중이다. 오리지널 클래식 때는 노체인지 기조였지만, 불타는 성전부터 약간씩 변화를 시도했다. 클래식 자체가 커뮤니티가 원하는 것이다. 커뮤니티가 개선을 원한다면 그 또한 맞는 방향이라 생각했다. 앞으로도 유저가 원한다면 조심스럽게 바꿀 것이다. 원래의 느낌을 계속 보존하면서도 커뮤니티가 원하는 방향에 귀 기울일 것이다.


Q. 확장팩은 여러 개발자의 인터뷰 등을 통해 상황과 규모가 어느 정도 잘 알려졌지만, 클래식은 알려진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다. 클래식을 개발하는 팀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또한, 과거 빌드를 새롭게 가꾸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기에 부서나 편재가 확장팩 팀과 매우 다를 것 같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팀 규모는 보안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구조는 확실히 다르다. 아까 말한 고고학처럼 기존의 유물을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최대한 많이 살펴보고 어떤 점을 되살려야 하는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오리지널 코드와 과거의 게임 정보를 계속 들여다봐야 한다. 아트 등 게임 자료를 보고 비교하며 현대의 엔진에 만들어내는 과정이 클래식 개발팀의 주 업무다.

평소와 다른 업무 능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클래식 팀에는 테크니컬 디자인이라는 직책이 존재한다. 예전의 오리지널 아트나 코드를 현대의 엔진에 기워내는 식으로 제작한다. 불타는 성전, 리치왕의 분노는 당시 빌드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는지, 무언가를 바꿔도 위화감이 들지 않는지 비교하는 작업을 한다. 클래식 개발팀의 업무는 이처럼 고유하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개발 과정이다.


Q. 프롤레타리아 스튜디오 인수를 비롯하여 와우 개발부서에 많은 인력이 충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미국 동서부에 나뉘어 있을 정도로 정말 큰 규모의 인수였기에 어떻게 나아갈지 아직까지도 맞춰가는 중이다. 확실한 목표는 유저들을 위한 개발 과정 향상이 궁극적인 목표다. 팀의 규모가 커지며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 우리가 더 많은 콘텐츠를 넣을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기에 시점을 바꾸고, 피드백을 재검토하고, 하나의 비전을 가진 큰 개발팀으로서 우리가 어떤 것을 해낼 수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와우팀에 한 몸처럼 녹아들게 되면 이전보다 더 양질의 콘텐츠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Q. 이제 개인적인 부분에을 물어보고 싶다. 한국 팬들에겐 클래식을 통해 이름이 알려졌다. 과거 디즈니와 데이브레이크 게임 등에서 근무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해당 경력이 와우 클래식 총괄 프로듀서 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모든 업무 배경이 와우 클래식 팀으로 오는데 도움이 됐다. 1999년에 MMORPG를 접하면서 이 장르를 사랑하게 됐다. 에버퀘스트는 인생을 바꿨다고 할 정도로 큰 영향을 줬는데, 커뮤니티가 하나가 되는 경험이 가장 인상 깊었다. 개발팀과 게이머가 모두 원하는 판타지 세상을 목표로 작업했다. 또한, 작업하고 플레이하는 게임들이 모두 큰 도움이 됐다.

우리가 개발자로서 만든 게임이지만 출시하는 순간에는 게이머들의 게임이 된다. 우리는 공간을 제공했을 뿐 그 게임을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인연을 만나며 즐기는 게이머들이다. 이런 경험들이 기존 직장과 클래식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Q. 과거 워크래프트, 와우를 개발했던 블리자드의 개발자들도 에버퀘스트의 영향이 컸던 걸로 알고 있다. 에버퀘스트가 RPG의 아버지라면, 와우는 그 뒤를 잇는 자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점에서 와우가 MMO 리드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에버퀘스트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고 계속해서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친구와 함께 몰입할 수 있는 3D 모험이기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2003~2004년쯤 디자인 팀에 있었을 때의 디자인 팀원들이 와우팀으로 많이 왔다. MMO라는 장르 안에서도 다른 스튜디오 사람들과도 교류하게 되고, 교류하던 사람들이 같은 팀원이 될 때도 많다.

와우는 에버퀘스트가 전하려 했던 친구들과 함께 재미난 경험을 함께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기반으로 두면서 접근성이 나아진 것이 큰 포인트다. 기존보다 좀 더 친구들을 만나기도 쉬워졌고 같이 시작하기도 쉬워졌다. 이런 점들 때문에 결과적으로 MMO를 대표하는 게임이 됐다. 친구와 모험을 떠나고 잊지 못할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MMO의 진수이면서 와우가 MMO 장르 내에서 부동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Q. 게임의 장르가 다양해짐에 따라 MMORPG를 즐기는 이용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개발되는 게임의 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RPG 게임을 비롯해 와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와우는 다행히 MMO 장르에서 큰 성공을 이뤘다. 어떻게 보면 와우가 MMO 장르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계속해서 이런 스케일의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세계의 변화나 게임 산업과 장르에 대한 변화는 개발자들도 인지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와우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쉬지 않고 달려갈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궁극적인 게임, 궁극적인 이상에 닿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전력으로 쫓아가 볼 생각이다.


Q. 이미 성공을 거두며 ‘명작은 영원하다’를 입증한 클래식이지만, 반대로 시작조차 하지 않는 워크래프트 팬들이 많다. 첫사랑을 만날 수 있음에도 찾지 않는, 이른바 과거의 추억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서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와우나 워크래프트를 접해봤지만 클래식을 아직 접하지 않은 분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개발팀은 어디 가지 않기에 클래식도 라이브 서버도 계속해서 개발될 것이다. 여러분이 기억이 난다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준비하는 게 우리들의 역할이고 목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