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전 드래곤볼로 맞춘 개인 PC

'조립'을 해본 경험이 있냐 물어보면, 당연히 "YES"다. 학창 시절에 블록으로 만든 멋진 성채와 망루는 물론이요, 교내에서 상 좀 타보겠다고 고무동력기를 만들어 힘차게 날리고, 진열장에 놓인 프라모델을 보고 뭐라도 홀린 듯 구매해 엉덩이에 진물날 때까지 의자에 앉아 건담과 전투 탱크를 조립한 경험들.

햇수가 지나면서 관심사는 자연스레 바뀌었다. 하지만 조립 절차를 거치는 건 여전했다. 단순히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행위라고 치부되던 조립이 생활 가전 영역에 발을 걸치니 뭔가 성숙해진 느낌이 들어 더 뿌듯했다. 가구나 가전, 컴퓨터 조립이 대표적이었으며, 지갑이 두꺼워지면서 보는 눈도 높아지고 조립의 스케일이 달라지니 비용 청구서 끝자리에 0이 하나 더 붙는 건 당연지사였다.

특히 컴퓨터 조립의 경우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나만의 PC를 구축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파스칼 아키텍처가 막 발표되었을 즈음이었나, 부품을 하나씩 장만하여 조립하는 속칭 '드래곤볼'을 해본 적도 있다. 부품마다 각기 다른 성능으로 용도에 알맞게 쓸 수 있고, 크기나 디자인마저 달라 개성 표출의 끝판왕이나 다름이 없기에 구매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물론 조립 기간을 길게 잡고 특가를 노려 컴퓨터를 싸게 조립하는데 포커스를 맞췄지만. 좌우지간 가격이 제일 중요하다.

▲ 요즘은 브랜드 PC도 조립 PC 못지 않게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하이엔드다

이렇듯 상황만 잘 들어 맞는다면 조립 PC가 브랜드 완제품 PC보다 가격 면에서 메리트가 있었지만 채굴 이슈라는 녀석이 쏘아 올린 그래픽카드 대란으로 인해 브랜드 완제품 PC가 몇 년 간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이 돼버린 시기도 있었다. 현재는 그래픽카드 가격 안정화로 그 격차가 많이 완화된 상태이다.

두 선택지 중 명쾌한 정답은 없지만 현재로서는 브랜드 완제품 PC가 나을 수도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암호화폐 채굴 광풍이 남긴 여파로, 채굴에 사용된 중고 그래픽카드의 알 수 없는 행방에서 생겨난 찜찜함에서 비롯된 걸까. 최근엔 브랜드 완제품 PC의 신뢰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브랜드 완제품 PC의 경우 탄탄한 A/S도 있고 중고 부품 이슈가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높은 신뢰성에 중점을 두는 듯하다. 채굴 광풍이 끝난지 한참임에도 이래저래 선량한 게이머만 피해 받는 건 여전하다.

완제품 PC의 꾸준한 수요 덕분에, 미국의 PC 제조 및 판매 회사인 HP는 자사의 게이밍 브랜드 OMEN으로 다년간 완제품 PC를 선보인 바가 있다. 특히 오멘 게이밍 PC는 디자인적으로 많은 변화를 보였는데, 빨간 조명의 LED와 게이밍 감성을 잔뜩 묻힌 PC 케이스에서 탈피하여 깔끔한 튜닝 케이스에 미려한 RGB LED를 탑재한 디자인이 인기다. 오늘 알아볼 HP 오멘 40L GT21-0003kr에서도 과연 오멘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을까.






깔끔함에 이은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디자인

▲ 미들타워 크기쯤 되는 제품 박스

▲ 제품 우측, OMEN이라고 각인됐다

▲ 전면에는 120mm 3열 팬이 유리 커버 안에 장착됐다

▲ 좌측은 강화 유리로 내부 부품이 보이는 형태다

▲ 상단 단자는 수직이 아닌 대각으로 꽂는 방식이다

▲ 본체 상단에 위치한 거대한 통풍구

▲ 양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 손쉽게 양측 패널을 열 수 있다!

▲ 우측도 마찬가지!

▲ 내부를 살펴보자

▲ 수냉 CPU 쿨러가 후면 1열 팬과 연결되어 있다

▲ 하이퍼X 16GB DDR4-3733MHz이 장착되었으며

▲ AMD 라데온 RX 6700XT 12GB GDDR6가 탑재됐다

▲ 깔끔한 후면 포트 구성






HP 오멘 40L GT21-0003kr의 디자인. 내가 알던 오멘이 맞나 싶었다. 예전 오멘 880, 오멘 X 같은 디자인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오멘 게이밍 PC는 OMEN by HP라는 표어를 앞세워 입체적이고 날렵한 디자인의 PC 케이스를 선보여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었다. 더군다나 RGB LED 색상은 빨간색만 고집해 강렬한 인상을 더했다.

도전적이고 강한 PC 디자인을 가졌던 이전과 다르게 HP 오멘 40L GT21-0003kr은 다른 제조사의 완본체 PC와 다르게, 검정색 미들타워 케이스에 은은하게 빛나는 RGB LED를 채택해 게이밍 PC치곤 다소 얌전한 디자인(?)을 가졌다고 평가를 내리고 싶다.

3열 라디에이터 팬이 전면 유리 커버 안에 장착되어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2열로 착각하기 쉽다. 오멘 브랜드 로고 부분에 팬이 하나 더 있으니 아래서 올려 본다면 3팬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케이스 상단에 통풍구가 뚫려 있고 후면에 CPU 수냉 쿨러 팬이 장착되어 있어 흡/배기가 자유롭고 쿨링 시스템에 힘을 실어준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인 못지 않게 성능도 중요해. HP 오멘 40L GT21-0003kr 스펙 및 테스트


HP 오멘 40L GT21-0003kr
  • CPU: AMD 라이젠7 5800X (8C/16T)
  • 그래픽카드: AMD 라데온 RX 6700XT 12GB GDDR6
  • 메인보드: AMD B550
  • 메모리: 하이퍼X 16GB DDR4-3733MHz (2x8 GB), 4슬롯
  • 저장장치: 512GB WD Black PCIe NVMe TLC M.2 SSD
  • 저장장치: 1TB 7200rpm SATA HDD
  • 네트워크: 리얼텍 RTL8852AE Wi-Fi 6 (2x2) + 블루투스 5.2 콤보
  • 파워: 800W 80 Plus Gold 등급 인증 ATX
  • 입출력포트 전면: 2x SuperSpeed USB Type-A 5Gbps, 2x USB 2.0 Type-A, 1x headphone/microphone combo, 1x microphone
  • 입출력포트 후면: 2x SuperSpeed USB Type-C (10Gbps, 5Gbps), 2x SuperSpeed USB Type-A (10Gbps, 5Gbps), 2x USB 2.0 Type-A, 1x audio in & out, 1x microphone, 1x RJ-45, 1x HDMI, 3x DP
  • 크기 및 무게: 20.4 x 47 x 46.7 cm / 약 18.7kg


  • ▲ HP 오멘 40L GT21-0003kr CPU-Z 상 스펙 (클릭 시 커집니다)

    HP 오멘 40L GT21-0003kr는 AMD 라이젠7 5800X CPU, AMD 라데온 RX 6700XT 12GB 그래픽카드가 탑재되어 AMD 유저에게 익숙한 제품이 될 수도 있겠다. 또한 하이퍼X 8GB DDR4-3733MHz 튜닝램이 두개 장착되어 오버클럭에도 유연하다. 8코어 16스레드, 부스트 클럭 4.7GHz를 갖춘 5800X와 2560개 스트림 프로세서의 RX 6700XT로 대부분의 게임에서 높은 사양의 퍼포먼스를 보일 것이라 생각되는데, 과연 실성능은 어떨까.

    테스트는 벤치마킹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3DMark'가 구동됐으며, DX11 기반 파이어 스트라이크 노말과 익스트림 그리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DX12 타임 스파이 노말과 익스트림을 실행하고 결과를 얻었다. 게임 플레이 테스트는 메트로 엑소더스 인핸스드 에디션, 쉐도우 오브 터 툼레이더, 포르자 호라이즌4의 빌트인 벤치마크를 진행했다. 게임의 해상도는 FHD(1920*1080)이며, 높음 인게임 프리셋 옵션으로 설정했다.


    3DMark

    ▲ 파이어 스트라이크 그래픽 스코어 34,836점

    ▲ 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트림 그래픽 스코어 16,652점

    ▲ 타임 스파이 그래픽 스코어 12,406점

    ▲ 타임 스파이 그래픽 스코어 5,743점



    메트로 엑소더스 인핸스드 에디션

    ▲ 설정 (울트라 프리셋)

    ▲ 평균 68 프레임이 측정됐다




    포르자 호라이즌4

    ▲ 포르자 호라이즌4 인게임 옵션

    ▲ 그래픽 고급 설정 (매우 높음 프리셋)

    ▲ 평균 207 프레임이 측정됐다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인게임 옵션

    ▲ 그래픽 고급 설정 (높은 프리셋)

    ▲ 평균 153 프레임이 측정됐다

    가장 먼저 테스트를 진행한 3DMark는 DX11 기반 파이어 스트라이크 노말과 익스트림으로 각각 34,836점, 16,652점을 기록했다. DX12 기반 타임 스파이 노말은 12,406점, 익스트림은 5,743점을 기록했다. 이는 엔비디아 지포스 기준으로 RTX 3060 Ti보다 약간 높고 RTX 3070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생각하면 좋다.

    게임 성능 또한 매우 높은 옵션으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벤치마크 테스트를 진행한 3종 게임의 권장 사양은 메인스트림 이상 급의 그래픽카드를 요구하며, 메트로 엑소더스 인핸스드 에디션의 경우, 울트라 옵션은 엔비디아 RTX 3080, AMD RX 6900 XT를 요구한다. 3종 게임 테스트 결과를 고려한다면 FHD 혹은 QHD 해상도 기준으로 높은 프레임 확보가 가능하며, 적절한 옵션 타협이 있다면 대부분의 게임에서 4K 환경으로도 충분히 플레이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실시간 PC 상태 확인, 제어가 가능한 HP OMEN 게이밍허브

    ▲ 레이드를 끝내는 중..? 이런 로딩 문구 센스있어

    ▲ 오멘 게이밍 허브가 지원하는 서비스들

    ▲ '내 게임' 메뉴를 클릭하면 PC 내 게임을 자동으로 스캔하여 보여준다

    ▲ HP 오멘이 지원하는 고해상도 월페이퍼들을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시스템 사양이나 상태를 직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 LED 효과를 설정할 수 있는 OMEN Light Studio

    ▲ 하이퍼X 메모리를 통해 오버클럭을 손쉽게 설정할 수 있다

    ▲ 메모리 LED 조명도 변경이 가능하다..!

    ▲ '성능' 버튼을 눌러 퍼포먼스를 올리거나 팬 속도를 바꿀 수 있다





    디자인 고급져, 성능 고급져~ HP 오멘 40L GT21-0003kr


    그저 투박한 디자인과 어디 나사 하나 빠진듯한 부조화스러운 성능, 합리적이지 못한 가격. 이 세 가지 중 하나는 꼭 들어맞는 게 대기업 완제품 PC라고 생각했었다.

    시대가 지나면서 그 인식은 차츰 바뀌기 시작했다. 게이밍 브랜드가 하나 둘 출범하면서 게이머 감성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채택하고 로우엔드부터 플래그십까지 폭넓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채굴 광풍으로 생겨난 그래픽 대란 시기에는 가성비의 아이콘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기도 했고.

    HP 오멘 40L GT21-0003kr은 세련된 디자인과 미드레인지 - 하이엔드를 아우르는 성능으로 조립 컴퓨터와는 별개로 차별성을 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 편의를 위한 툴리스 방식의 기술과 HP OMEN 게이밍 허브로 나만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도 갖췄다. HP라는 대기업의 빵빵한 A/S는 덤.

    그래픽 카드 수급이 원활해지고 가격 안정기를 찾은 현재 가성비를 추구하는 유저에게는 해당 제품을 소개하기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디자인, 성능, 신뢰성 삼박자를 묶어 PC 구매를 고려하는 유저라면 HP 오멘 40L GT21-0003kr는 추천할법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