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와 고객이란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이음동의어이나, 유저는 게임사와 파트너 관계, 고객은 돈을 매개로 한 관계로 느껴진다. 과거 정액제, 패키지 모델이 주를 이룰 때는 유저라는 말이 어울렸다. 유저가 어느 순간 고객으로 바뀌었다. 그 시점은 페이투윈(pay to win)의 등장으로 보인다. 페이투윈은 과금 상한선이 없는 사업 모델이다. 한 달에 2만 원으로 즐기게 하다 뽑기 한 번에 3만 원을 쓰게 해 정액제 매출의 벽을 깼다. 다만, 페이투윈의 부산물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게임업계가 가보지 않은 길로 가고 있다. 201명의 유저가 고객으로서 게임사에 소송을 걸었다. 법정으로 가게 된 게임을 두고 새로운 면이 나타났다. 게임 서비스에 관한 판례를 찾기 힘들다는 것과 유저 보호를 위한 법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는 마치 공략법이 알려지지 않은 보스 레이드를 준비하는 거처럼 법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상헌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콘텐츠 분쟁이 6,638건에서 2020년 17,202건 접수되어 약 3배 증가했다. 2020년 조사에서 게임분야는 15,942건으로 전체 92.7%다. 빠르게 증가하고 상당한 규모임에도 그동안 게임유저의 권익은 주목받지 못했다.

이유를 추정해보면, 게임산업법의 목적은 과몰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래서 게임 서비스에 관한 규제는 보통 과몰입 예방에 방점이 찍혀있다. 소비자로서 유저를 위한 조항은 찾기 힘들다. 법에서 벌칙은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를 막기 위한 장치로 마련되어 있다. 제정 당시 주요 사업 모델은 정액제가 주를 이루어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이슈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아울러 게임산업법에 경품 제공 금지라는 규제가 있다. 이 규제는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팔 때는 영향이 없다. 아이템을 뽑아도 유저 소유가 아니어서 과금에 제한이 걸리지 않는다. 게임산업법이 국내 게임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놓친 셈이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확률형 아이템이다. 국회 전문위원은 확률형 아이템이 막연한 기대를 하게 만들어, 과소비를 부추기고,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확연한 문제가 있으나 유저를 위한 안전장치는 없다. 게임사는 확률 공개만 할 뿐이다.

게임사의 사업 모델 변화는 유저를 고객으로 만들었다. 정액제에서 페이투윈으로 바뀐 만큼 게임사의 유저 대응도 나아졌는지 생각하면, 물음표가 뜬다. 한 달에 2만 원을 낼 때와 뽑기로 한 번에 3만 원을 쓸 때의 게임사 대우에 차이를 찾기 힘들다. 유저로서는 페이투윈의 고객이 되었는데, 받는 대우는 과거와 다를 게 없으니 불만이 쌓일 수 있다. 여기에 기대와 다른 운영과 프로모션 논란 등이 더해져 고름이 터지고 말았다. 결국 트럭시위, 마차시위, 소송전 돌입이란 현상이 페이투윈의 부산물로 나타나고 있다.

유저행동주의를 우려할 수도 있다.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비판과도 결이 비슷하다. 일부 유저가 게임사 운영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주주가 이사회에 요구하듯 유저도 게임사에 요구할 수 있다. 게임에 사업을 맞출 수 있고, 사업에 게임을 맞출 수 있다. 게임사가 게임보다 사업을 우선시하면, 유저도 그에 맞추게 된다. 보통 게임사는 낡은 규제로 인해 게임산업의 발전이 가로막힌다고 하소연한다. 이 주장은 유저 입장으로도 적용할 수 있다. 과거와 게임 사업 모델이 달라졌는데, 과거의 낡은 고객 대응 방식이 현재에도 적용되어 있다.

피고가 된 게임사는 승소하기 위해 전력으로 노력할 것이다. 다만, 게임사가 유저 상대로 승소해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후다. 정부와 국회가 게임업계의 현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다음 순서는 게임업계 내에서의 변화, 아니면 정부기관으로부터의 변화다. 기초대사량이 달라진 게임사가 사업 모델을 과거로 돌리기란 어렵다. 현 상태에 맞는 고객 대응이 필요하다. 게임사가 확률 공개 외 자정작용 방안을 내놓을 차례다. 결국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가 없다면 하태경 의원이 제시한 게임이용자위원회 강제화가 수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