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 언리얼 엔진5가 1년의 얼리액세스를 마치고 정식 출시됐다. 얼리액세스 출시 당시부터 '나나이트'와 '루멘' 등 광범위한 실시간 3D 렌더링 및 베이크 없이 실시간 라이팅을 순식간에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목받았던 언리얼 엔진5는 현재 게임을 비롯해 여러 산업 영역에서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언리얼 서밋 2022'을 통해서 각 분야에서 활용하기 좋은 언리얼 엔진5의 기능을 소개하거나, 언리얼 엔진를 직접 활용해본 개발자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 컨퍼런스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에서 에픽게임즈 코리아의 신광섭 엔진 비즈니스 리드는 언리얼 엔진5의 새로운 기능과 개발자와 유저를 위한 에픽게임즈의 여러 프로그램,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소개해나갔다.


신광섭 엔진 비즈니스 리드는 우선 언리얼 엔진이 콘텐츠 제작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설명했다. 원래 언리얼 엔진은 에픽게임즈가 자사의 게임 제작을 위해서 썼던 엔진에서 출발했으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개발사들에 공유, 멋진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상용 엔진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게임에만 그치지 않고 버전이 바뀌면서 여러 분야에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 각종 콘텐츠 제작 및 산업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출시된 언리얼 엔진5는 가상화된 마이크로 폴리곤 지오메트리 시스템인 '나나이트'로 더 높은 디테일의 폴리곤으로 구축된 프로젝트를 실시간으로 더 높은 퀄리티로 렌더링할 수 있게 되는 등, 한층 더 발전된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다이나믹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시스템 '루멘'으로 라이팅이 실시간으로 반영되게끔 한 것도 중요한 변화로 손꼽힌다. 렌더링과 라이트 베이킹에 소요되는 시간을 없애고 바로 아티스트들이 결과물을 보고 광원을 추가하거나 방향 등을 수정하는 등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언리얼 엔진5의 주요 기능인 나나이트, 루멘은 실시간 3D 렌더링을 더욱 빠르고 원활하게 했다

언리얼 엔진5의 또다른 핵심으로는 오픈월드를 이전보다 더 빠르고 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자동화된 그리드 에디팅 시스템과 월드 파티션 기능으로 거리에 따라 혹은 시야에 따라서 로딩과 언로딩이 별도의 로직 없이도 자동으로 진행되게끔 했다. 또한 LOD를 넘어서는 HLOD를 한층 더 개선, 기존 방식에서도 더욱 쾌적한 최적화가 가능해졌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관련한 포즈 워핑이나 디스턴스 매칭, 메타 사운드, 사실적 물리 효과를 위한 카오스 물리 엔진 적용에 3D 콘텐츠를 바로 언리얼 내에서 제작할 수 있는 모델링 기능까지 추가되면서 언리얼 엔진만으로도 거의 모든 분야를 소화할 수 있게끔 했다.

신광섭 리드는 이러한 변화는 게임뿐만 아니라 영상 제작 등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우선 영상 제작에서는 방대한 양의 3D 애셋을 렌더링하기 위해서 별도의 렌더팜이 필요했지만, 나나이트와 루멘을 비롯한 언리얼 엔진5의 최신 기술로 제작 환경이 최적화되면서 고성능 PC만으로도 충분히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서 포기해야 했던 씬이나 효과에 여러 가지 추가로 덧붙이는 것도 가능해졌고, 렌더링한 씬을 보고 바로 수정해서 더 높은 퀄리티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또한 렌더팜에서 사용되는 전기값도 절약되는 한편, 기존에는 대규모 팀에서만 소화 가능했던 CG 작업이 개인이나 소규모 팀으로도 처리가 가능해졌다. 에픽게임즈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 언리얼 엔진5 기초 강좌뿐만 아니라 영상 챌린지 등을 통해 개인과 소규모 팀의 창작을 지원하고 있다.

신광섭 리드는 실시간 렌더링이 영화 및 드라마 제작뿐만 아니라 공연, 방송에서도 활용되는 현상에도 주목했다. 기존 포맷에 실시간 렌더링된 영상을 합성하는 기법으로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도 가능해졌고, 인카메라 VFX로 버추얼 프로덕션도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 가능해졌다. 실제 산업에서도 건축물을 더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됐으며, 자동차 설계 및 검증과 판매, 자율주행에도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언리얼 엔진이 자동차 내에 탑재되기도 한다.

▲ 현지에 가지 않고 버추얼 프로덕션을 활용해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거나

▲ 건축,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계에서도 이를 응용해 여러 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3D 디지털 기반 프로세스들이 언리얼을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언리얼 엔진'이 플랫폼처럼 작용하면서 서로 연결되고 직접 인터랙션 가능한 형태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에는 각 분야에서 활용된 포맷과 플랫폼이 달랐지만, 여러 산업분야에서 언리얼 엔진 및 그와 연결된 기능을 활용해나가면서 하나로 이어지기 더욱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각 분야에 쓰인 애셋이 어느 한 분야에만 사용되지 않고 각 분야에 공유하고 활용, 확산되면서 더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언리얼 엔진5는 현재 초창기 버전임에도 나나이트, 루멘을 비롯해 오픈월드 관련 핵심 기능을 선보이면서 주목받았다. 그리고 올해말에는 공개될 5.1버전에서는 루멘과 나나이트가 게임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개선되며, 패스트레이싱 및 GPU 라이트 매스 개선 등 실시간 렌더링을 더 빠르고 높은 퀄리티로 진행하게끔 바뀔 에정이다. 오픈월드 제작도 더 큰 값의 좌표계를 지원하기 위한 라지 월드 코디네이트를 지원, 더 넓은 월드를 쉽고 편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 5.1에서는 한층 더 실시간 3D 렌더링을 원활하고 퀄리티 있게 진행할 수 있게 개선된다

버추얼 프로덕션 분야에서도 스테이지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앱이 지원되거나, 버추얼 카메라 및 스카우트 지원 등 여러 가지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인카메라 VFX에서 루멘이 직접 지원되면서 각종 VFX를 실시간으로 활용해 새로운 촬영 기법을 선보일 것이라 기대했다.

또한 기존 언리얼 엔진5 출시 초에는 모바일 렌더링 분야는 크게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후에 모바일 렌더링 관련해 개선 사항과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라이브 서비스되는 게임이 애셋이 계속 축적되어 프로젝트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버추얼 애셋' 기능도 발표했다. 버추얼 애셋 기능을 활용하면 기존에 프로젝트를 개발하면서 쌓아둔 애셋을 전부 싱크하지 않고 코어 애셋만 받은 뒤 실제로 필요한 것만 그때그때 받을 수 있어 프로젝트를 더 빠르고 쉽게 개발할 수 있으며, PC의 데이터 사용량도 줄여서 더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해진다. 5.1버전 초기에는 텍스쳐, 오디오 애셋만 우선 버추얼 애셋 기능이 적용될 예정이며, 추후에 다른 애셋 타입들도 버추얼 애셋 기능을 지원한다.

언리얼 엔진5에서 포즈 워핑과 디스턴스 매칭 등 애니메이션 제작 관련 기능이 새로 추가된 만큼, 이를 안정화시키면서 한편으로 원활한 디버깅을 위한 툴도 추가된다. 게임 내에서 애니메이션은 유저의 컨트롤을 기반으로 여러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그때그때 다르게 조합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버그는 여러 요인이 겹쳐서 지금까지 확실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5.1버전에서 새로 추가되는 게임플레이 디버깅 툴은 그 과정을 레코딩해서 어떤 블렌딩 트리를 타면서 문제가 발생했나 더 쉽게 체크할 수 있게끔 했다. 5.1버전에서는 애니메이션에만 적용되며, 추후 다른 영역에서의 버그도 기록해서 추적할 수 있게끔 개선된다.


▲ 버추얼 애셋, 게임플레이 디버깅 툴 등 라이브 서비스 게임 관리를 위한 개선도 이어진다

언리얼 엔진5의 개선과 함께 신광섭 리드는 '에픽 에코 시스템'에 대한 소개도 이어갔다. 개인 창작자 및 개발팀과 기업들이 원활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 지원하는 개념인 에픽 에코 시스템은 현재 콘텐츠 제작 및 온라인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가 되고 있다. 첫 번째로는 '메타 휴먼 크리에이터'가 손꼽혔다. 디지털 휴먼을 쉽고 편리하게 무료로 만들 수 있게끔 하는 툴인 '메타 휴먼 크리에이터'는 출시 후 계속 개선 중이며, 최근 메시 투 메타휴먼 기능으로 원하는 얼굴 형태를 메시 데이터로 가져와서 빠르게 제작할 수 있게 개선됐다.

또한 퀵셀 메가스캔의 인수로 언리얼 엔진 사용자는 퀵셀 메가스캔에서 확보한 다양한 3D 스캔 애셋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메가스캔 애셋뿐만 아니라 데칼 등 애셋 종류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언리얼 엔진에서 바로 드래그 앤 드랍으로 애셋을 직관적으로 배치, 활용할 수 있게끔 했다. 메타 휴먼 또한 바로 드래그 앤 드랍으로 엔진 내에서 활용 가능하다. 직접 스캔해서 애셋을 제작하고 싶은 개발자를 위해 캡처링 리얼리티를 인수한 이후 리얼리티 스캔 앱을 개발, 핸드폰으로 사물을 촬영해서 스캔한 데이터로 바로 3D 애셋 제작이 가능하게끔 했다.

여기에 1,000만 명 이상이 쓰는 3D 애셋 관리 및 XR 경험 플랫폼 '스케치팹'도 인수, 더 풍부한 콘텐츠 개발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전세계 박물관, 과학단체에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스케치팹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컬쳐럴 헤리티지 프로그램'도 발족해 10만여 개 이상의 가치 있는 애셋을 확보한 상황이다. 신광섭 리드는 이를 소개하면서 한국적인 3D 애셋을 전세계에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 박물관, 교육기관에서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 리얼리티 스캔 앱으로 바로 스캔한 데이터를 3D 애셋화시킬 수 있고

▲ 이를 공유하거나 여러 3D 애셋을 관리하는 스케치팹도 에픽게임즈에 합류, 엔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멀티플레이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를 위해 백엔드 및 인프라도 무료 제공하는 '에픽 온라인 서비스'도 소개됐다. 에픽 온라인 서비스에는 우선 매치메이킹, 로비, P2P 등을 비롯해 업적, 통계, 리더보드 등 멀티플레이 게임의 기본적인 포맷을 제공한다. 또한 플랫폼마다 각각 다르게 저장되어 크로스플레이가 어려웠던 점을 감안, 유저의 데이터를 어느 플랫폼에서나 동일하게 공유할 수 있게끔 하는 '플레이어 데이터 저장' 기능을 비롯해 음성 및 채팅, 안티치트, 플레이어 티케팅, 리포트 등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필요한 고급 기능까지도 제공한다.

왜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 개발뿐만 아니라 에코 시스템까지 방대하게 구축하고자 할까? 신광섭 리드는 콘텐츠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할 '제작자'와 '유저' 모두라고 설명했다. 기반이 갖춰져있어도 이를 활용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공유하면서 즐길 사람이 없으면, 그 기반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점점 더 제작자와 유저 사이의 장벽이 무너지고 플랫폼 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등 콘텐츠 산업에 대격변이 일어나는 가운데, 신광섭 리드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기회일 수 있으며 언리얼 엔진과 에픽게임즈는 그 혁신을 이끌 개발자와 유저에게 필수적인 콘텐츠이자 플랫폼,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멀티플레이 및 온라인 관련 기능을 제공하는 에픽 온라인 서비스까지, 개발자를 돕는 여러 프로그램이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