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투니버스 짱구는 못말려

이월상품, 최대 60% 세일. 번쩍번쩍 광이 나는 명품 의류 매장의 썰렁함과는 다르게, 아울렛 한 켠에 자리 잡은 특가 매대를 찾는 손님으로 북적였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소비 심리마저 위축된 것일까? 신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간담을 서늘케 하는 가격에 고급진 대리석 위 오와열을 맞춰 가지런히 진열된 이번 F/W보다는 폭탄 세일과 함께, 난잡하게 어지럽혀진 매대 위 작년 F/W 상품에 더 눈길이 가더라. 덕분에 괜찮은 놈 하나 건져 이번 가을은 따사롭게 보낼 것 같다.

상품의 수요가 현저히 낮거나 생산이 과잉되어 재고가 오랫동안 남는다면 철저한 시장 원칙에 따라 점진적으로 가격이 낮아진다. 제품에 대한 수요가 아예 없으면 파격적인 할인에 들어가고, 반대로 공급이 없다시피 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는다. 주기적으로 신제품이 등장하며,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에 영향을 크게 받는 IT 제품은 공급과 수요가 일정치 못해 가격 변동이 크다.

DDR5 메모리가 좋은 예다. DDR5 메모리는 인텔 12세대 엘더레이크 CPU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용화의 포문을 열었다. 차세대 12세대 CPU와 새로운 타입의 메인보드, 그리고 DDR5 메모리까지. 많은 이들이 행복 회로 과부화가 올 정도로 초호화 PC에 대한 기대를 치사량까지 높였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DDR5 출시 초기 가격과 예상 외로 떨어지는 수율로 이내 식었다.


'시금치'로 알려진 삼성 DDR5-4800 32GB의 경우, 5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대를 형성하여 세대 교체 시기에 때아닌 고초를 겪었으며, 현시점에는 20만 원대 가격으로 출시 초기에 비해 약 60% 가격 하락이 이뤄진 상태다. DDR3에서 DDR4로 전환기를 맞이했을 때도 동일했다. 동일 용량에 가격은 2배를 웃도는 지경이니, DDR4가 나왔음에도 유저들은 당장 신기술을 맛보지 못하고 입맛만 쩝쩝 다실 뿐이었다.

DDR5 메모리가 출시된지 어언 1년이 되어가는 현재, 코로나19의 완화로 원자재 수급도 원활해지고 제조사들도 생산에 박차를 가하니 가격 안정화가 빠르게 찾아오고 있다. 초기 가격과 비교하면 의류 아울렛에서나 볼 수 있는 파격적인 할인율이과 마찬가지인 수준. 물론 의류와 전자제품은 결이 다르지만 어쨌든 비교적 온순해진(?) 가격으로 주워 담을 시기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DDR5 상품은 어떻게 구성될까. 일반적인 메모리 램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에서 제조한 초록색 PCB 기반으로 순정 상태이다. 세계반도체표준협회인 JEDEC(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가 지정한 표준 동작 속도 4800MHz에 부합한다. 추후 더 높은 클럭으로 범위가 확장될 여지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난 세대의 최대 표준 동작 속도인 3200MHz에서 50% 높아진 4800MHz가 기준이다.

이와 다르게 튜닝램은 수율이 좋은 모듈을 기반으로 오버클럭이 진행된 제품들을 뜻한다. 대개 방열판과 제조사가 사전에 설정한 클럭을 손쉽게 사용 가능하도록 구간별 프로파일을 적용시켜 일일이 설정값을 찾아야 하는 수동 오버클럭과 다르게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 그 마성의 CF가 벌써 700만 조회수를 넘어가고 있다..

마침 DDR5 튜닝램에 관련된 따끈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더 알아보자. '우리혁'으로 잘 알려진 페이커 선수가 선보인 "불 좀 꺼줄래? 내 램 좀 보게" 광고로 유명한 클레브에서 금일(27일) 고성능 DDR5 오버클럭/게임 메모리인 CRAS XR5 RGB 메모리를 공개했다는 것. 클레브는 메모리/SSD 영역에서 많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2015년, 2019년, 2021년, 2022년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에서 디자인상을 수상 받으며 인정받은 바가 있다.

제품 실성능이나 유저 오버클럭 벤치마크에 대한 정보는 아직까지 풀린 게 없으나 클레브 유튜브,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제품은 16GB 2개로 구성되어 32GB 키트로 구성되며 6000MT/s 또는 6200MT/s 클럭 속도를 택할 수 있다.


또한, 내장 PMIC, On-die ECC, 전력 관리, 안정성 및 무결성을 위한 10 Layer PCB를 채용한 CRAS XR5 RGB DDR5 메모리 모듈은 QVL 테스트를 거쳐 세계적인 메이저 메인스트림급 메인보드들과 호환되며, 어떠한 작업 과정 속에서도 방해요소가 없는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DDR5는 전원 관리가 메인보드에서 메모리로 옮겨졌으며, 클레브 내장 PMIC는 전력관리 IC인 PMIC가 모듈 내에 탑재되어 메인보드에서 공급되는 전압을 메모리에 필요한 전압으로 변화하며 보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또한, 동작 전압이 1.1V 낮아지고 전력 효율이 약 20%가량 증가하여 전압은 낮추고 성능은 높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모듈 자체에서 On-Die ECC(On-Die Error Correcting Code)로 전반적인 데이터 신뢰와 안정성을 제공한다. On-Die ECC 외에도 10 Layer PCB를 채택한 공법으로 애플리케이션의 안정성이 전세대 대비 20배 증가하였다.

XMP(익스트림 메모리 프로파일) 3.0 기술을 지원하여 원클릭 오버클럭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오버클럭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최적화된 오버클럭 값을 간편하게 설정이 가능하다. CRAS XR5 RGB DDR5 메모리는 엄격한 호환성 테스트와 정확한 성능을 위한 미세 튜닝을 거쳤다고 하는데, 이전 세대들의 평을 살펴보면 이번 신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역시 드러난다.

성능말고도 디자인 면에서도 많은 변화점이 보인다. 이전 세대는 검은색 PCB 기판에 구멍이 숭숭 뚫린 회색 방열판이 덧대져 개인적으로 공대 감성이 터지는 디자인으로 여겼지만 CRAS XR5 RGB DDR5 메모리는 PCB 기판 색상과 상반되는 흰색 방열판이 추가되어 깔끔함을 추구하거나 흰색 감성 PC를 구성하려는 유저들에게 메리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IT 하드웨어 직종에 종사하다 보면 받게 되는 질문 부동의 원탑은 역시 "지금 컴퓨터 사도 되냐?"다. 살까? 말까 고민을 반복하는 주변 지인들에겐 첨언 정도만 할 뿐이다. 강력하게 추천하며 구매를 유도하면 꼭 몇일 후에 "지금 샀으면 얼마 더 아꼈는데"라는 쿠사리가 들어온다. 제아무리 재야의 주식 고수라도 최저점 매수를 밥먹듯 하는 사람은 없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허나 확실한 건, DDR5 램은 출시 초기 대비 약 60%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뭐 전자기기야 원체 공급이 없으면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공급과 수요의 법칙은 얼마 전 IT 하드웨어 시장을 뒤흔든 그래픽카드 대란을 떠올리면 쉽다. 그래픽카드 가격 안정화는 이미 빠른 속도로 이뤄졌고, DDR5 메모리 가격 안정화는 현재 진행형이라 볼 수 있다.

급할 필요는 없다. 당장 인기 온라인 게임만 하더라도 DDR4로 충분하고, 과장 두 스푼 보태서 DDR3로도 얼마든지 돌릴 수 있으니 말이다. 메모리 자체 수율과 호환성이 충분히 개선되고 난 후 천천히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개인적으로는 인텔 13세대와 AMD 라이젠 7000 프로세서, 신규 메인보드, 4000번대 그래픽카드의 격전지 속에서 절충안을 찾지 않을까 싶다. 인내심을 조금 더 길러보자. 우리는 존버에 강한 IT인이니까.

단, 극한의 오버클러커는 제외 대상이다. 또는 PC 업그레이드가 아닌 PC 구매 목적의 유저이며, 추후 DDR5 호환성에 맞춘 프로그램이나 게임을 고려하는 미래지향적 유저, 혹은 지름신이 강림한 유저(?)에게는 DDR5 메모리를 추천할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