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T로 전환 이후 딱 1년만인 지난 27일, '마참내' 에피드게임즈의 트릭컬이 리바이브 후 CBT로 돌아왔습니다.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디얍 특유의 오동통한 볼따구를 내세운 그림체와 엉뚱발랄한 스토리로 눈길을 끌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접속량에 결제 오류 등 여러 이슈가 겹쳐지면서 정식 출시 대신 리바이브를 선택, 1년 동안 갈고 닦은 결과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셈이죠.

개발자 노트를 꾸준히 올리고 플레이X4 B2B 참가, FGT 등 생존 신고를 해오긴 했지만 일부분만 그때그때 드러난 터라 과연 어떤 식으로 그 리바이브가 진행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FGT 때 초청받아서 해보긴 했는데, 그때는 전투 메카니즘에 집중해서 테스트를 한 터라 전체적인 그림은 그저 슥 훑어볼 수밖에 없었기도 하고요.

단적으로 말해서 이번 CBT는 완벽하진 않습니다. 아직 자잘한 오류도 보이고, 개선해야 할 부분도 꽤 자주 보이니까요. 그렇지만 '리바이브'라고 자신있게 부를 만큼 확실하게 환골탈태했습니다. 저번처럼 단순히 귀여움과 엉뚱발랄함만 내세우고 게임플레이가 발목을 잡는 형태가 아니라, 그 강점들을 잘 뒷받침해줄 수 있을 정도로 방향이 잡혔기 때문이죠.



■ 한층 더 무르익어서 더는 거부할 수 없는 귀여움과 엉뚱발랄함


올해 초 트릭컬의 핵심인 아트를 담당했던 디얍이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러 유저들이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그 특유의 오동통한 볼따구가 매력적인 귀여운 아트 기조가 유지될지 의문을 표하기도 했죠. 이에 에피드게임즈에서는 개발자 노트를 통해 아트팀이 그 스타일을 계승해서 만들어낸 애셋들을 보여주긴 했지만, 과연 그 매력이 게임 내에서 100% 살아날 수 있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FGT 때 미리 봐둬서 대략 알고 있긴 했는데, CBT에서 만나본 트릭컬의 귀여움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특유의 볼따구와 따뜻한 색감, 그리고 아기자기하면서 엉뚱한 캐릭터의 모습이야 이전에도 틀이 갖춰져있던 것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귀여움을 살릴 수 있는 움직임이라던가 연출 그리고 대사들이 더 추가되면서 심장을 강타할 귀여움이 완성됐기 때문이죠.

일단 '디얍체'의 특징이라고 하면 오동통한 볼과 풍성한 표정, 특히 캐릭터를 맛깔나게 울리는 부분인데 그 부분은 여전합니다. 아니, 예전보다 인게임 캐릭터가 더 커져서 표정도 더 잘 보이다보니 매력도 확실히 더 체감이 되고요. 패배하거나 체력이 떨어져서 울거나 매도하는 모습을 보면 귀엽다, 더 울려보고 싶다(?) 느낌이 예전에도 들었는데, 이번에는 더 확실히 보여서 꼬집어주고 싶은 귀여움이 뭔지 더 확고하게 체감이 되는 기분이고요.

▲ 이전에 부족했던 튜토리얼도 개선하는 김에 볼따구의 귀여운 맛까지 보강하다니, 이거 심장에 해롭습니다

이전 CBT에서는 캐릭터 디자인이 얼핏 보면 비슷비슷해보이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엘프, 정령, 유령 등 설정을 더 다듬으면서 종족별 그리고 성격별 차이가 조금씩은 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런 유형의 게임 특성상 덕겜에 익숙하지 않으면 다 똑같은 볼따구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캐릭터 컨셉에 따라 소품이나 특징 포인트를 하나 이상은 확실히 잡아둔 터라 몇 판 해보면 바로 알 수 있었죠. 자잘했던 UI도 큼직큼직하게 바뀌었고, 캐릭터 카드창도 커지고 이름도 잘 보이게 바꿔서 카드를 뽑으면서 어떤 캐릭터인지 더 알아보기 쉬워진 것도 한몫했습니다.

예전에는 스킬이 자동으로 발동되면 어느 한 캐릭터만 하이라이트가 나와서 허전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모두가 투닥거리면서 싸우는 와중에 스킬이 오가는 터라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아둥바둥하는 느낌이 확실히 살아났습니다. 아직은 개발 중이라는 티가 남아있긴 한데, 귀여운 캐릭터들이 투닥거리는 그 방향은 잘 잡은 모양새였죠.

▲ 리바이브 전 트릭컬 전투 화면과

▲ 리바이브 후의 트릭컬 전투 화면

여기에 이전부터 호평받았던 스토리와 대사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서 뒷받침되고 있으니, 더더욱 그 귀여움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OBT 전부터 디얍의 귀여운 그림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웹툰 및 스토리 작가 폴빠를 비롯한 스토리진을 영입, 스토리와 세계관을 꾸렸다는 건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죠. 그렇게 해서 처음에 선보였던 이세계물 클리셰를 비틀거나 줄타기했던 OBT 때의 이야기도 엉뚱한 맛이 일품이었는데, 이번에는 더더욱 파워업됐습니다.

그렇다고 그 이야기의 골조 자체가 완전히 바뀐 건 아니긴 합니다. 일단 시작점도 이세계물의 클리셰를 비튼 건 동일하니까요. 이번에는 더 비틀어서 옷장도 스킵하고 예전 리바이브 전 때의 설정을 살짝 꼰, 이전 트릭컬을 했던 유저라면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트릭컬의 세계로 가게 됩니다. 허당 여왕 에르핀에 마법학교가 돈이 안 되서 빵집을 하는 에슈르, 쥐가 무서운 폭탄마 탐험가 마리 등 캐릭터 라인업은 동일한데, 더 나사가 빠진 모습들이 눈에 띕니다. 리바이브 전의 상황까지도 자학개그로 써먹는 건 물론이고, 갖가지 패러디와 밈 그리고 뜬금없는 발언들이 뒤섞이면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그 귀여운 그림체와 시너지를 이루면서 정말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거든요.

▲ ※ 트릭컬 OBT는 2021년 9월 27일부터...읍읍읍 당신 누구야

▲ 이번엔 이 트랩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 사탕에 빵에 양갱이라, 신경 쓰면 지는 겁니다

다만 이전에는 애완견 '코코'를 찾는다는 목적이 있긴 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반란에 휘말려서 이리저리 도망치다가 예언에서 언급된 세계수 교단을 이끄는 교주가 되고 뭔가 혼란스러운 전개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우당탕탕 전개가 위주다보니 조금은 산만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이벤트로 제공된 단편 소설에서 설정과 세계관이 정리가 되어있다보니 그걸 본 입장에서는 요정들과 각 종족들이 왜 이리도 나사가 하나만 남은 것마냥 모자라고 엉뚱한 짓거리를 하는지 알겠는데, 그게 아니라면 "왜?"라는 의문이 들 수는 있긴 하죠.

트릭컬을 예전에 해보거나 혹은 들어본 유저라면 원래 이런 게임이었으니, 하고 넘어가겠지만요. 다만 이 부분은 스토리가 테스트 기간에 매일 자정에 조금씩 개방되는 구조다보니 전부 확인이 안 된 터라 확답하기는 이릅니다. 그냥 처음에 맥락 없는 개그 스토리로 접근해도 무방한 구도를 제시하고 있긴 하고, 그 밈과 엉뚱함 그리고 귀여움의 조합은 정말 강력하니까요. 더군다나 각 캐릭터마다 어떤 속성과 주요 특성은 짧고도 간결하게, 핵심만 추려내고 캐릭터의 감정표현까지 엮어낸 터라 별도 지식 없어도 이해하는 것에는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무언가 얼렁뚱땅 흘러가는 느낌이긴 한데, 게임 자체의 컨셉이 좀 엉뚱하고 발랄한 스타일에 아트도 귀엽고 발랄하다보니 플레이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라는 식으로 절로 너그러워지곤 합니다. 귀여운 걸 보다보면 자연히 마음의 경계가 풀리듯이 말이죠. 후크송 같이 들어오는 BGM도 파워업해서 엉뚱발랄한 트릭컬의 위력이 한층 더 돋보이는 느낌이고요. 예전에 OBT 때는 BGM 루프가 끊기는 오류가 잦아서 그 분위기가 좀 샜는데, 그 부분은 확실히 수정되어서 몰입감이 깨는 일은 없었습니다.

▲ 리바이브 전 라운드 준비 화면과 비교하면

▲ 리바이브 후는 정말 귀여움으로 풀무장한 게 눈에 띕니다



■ 오토배틀러에 프리코네류, 엉뚱발랄한 아이템으로 부담감을 덜어낸 게임플레이


호평받았던 부분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단점을 어떻게 개선했나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특히나 '트릭컬'은 리바이브 전에는 게임플레이가 상당히 엉성해서 귀여운 아트를 깎아먹었다는 평을 들었던 만큼, 이번엔 대체 어떻게 개선했을까가 관건이었죠.

트릭컬의 개발 역사를 잠깐 되짚어보면, 최초 '롤 더 체스'라는 이름의 오토배틀러였다가 방향을 수정해서 수집형 RPG를 가미했죠. 그리고 이번 리바이브에서는 수집형 RPG에 좀 더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제는 프리코네로 친숙한 도탑전기류의 스타일을 가미한 거죠.

게임플레이 자체는 오토배틀러의 뼈대를 유지하고 있긴 합니다. 처음에 카드덱을 짜서 들어가긴 하지만, 라운드가 시작하기 전에 코인으로 동일한 캐릭터를 사서 강화하거나 다른 캐릭터를 사서 배치해서 세팅한 뒤 적들과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는 유형이니까요. 그렇지만 이전에도 그렇지만, '오토배틀러'로만 보기에 트릭컬은 좀 허술한 구성입니다. 오토배틀러는 패를 사고 팔고 조합하면서 그 상황에 맞는 최고의 패를 짜맞춰 상대방과 승부를 겨루는 장르인데, 트릭컬은 패를 판다는 개념이 없거든요. 라운드도 3라운드에서 5라운드로, 그리 길지도 않은 편이고요.

OBT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언급되다보니 얼핏 들어선 개선되지 않은 것처럼 보일 겁니다. 그렇지만 '트릭컬'의 경우에는 카드 종류도 캐릭터 카드뿐만 아니라 스킬 카드에 아티팩트까지 다양하게 구비해두고, 여기에 유저가 개입하는 '배틀아이템'을 추가하는 등 오토배틀러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변형된 해법으로 문제를 돌파하고자 했습니다. 몬스터를 처치하다보면 랜덤하게 나오는 배틀아이템은 보스를 제외한 적 하나를 없애는 아이템부터 3초 무적, SP 회복, 체력 회복, 부활, 공격속도 증가 등 다양한 효과가 있어서 운에 따라 불리했던 판도 한 번에 뒤집는 묘미가 있었죠. 깨알 같은 패러디와 밈이 섞인 아이템명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고요.

▲ 깨알 같은 재미가 있는 아이템 이름이지만

▲ 효과는 확실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요소를 포함하면서 이전에 어설펐던 오토배틀러 요소는 대거 정리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예전에는 종족값 시너지도 멀리건에만 적용되고 한 종족만 지정이 되는 데다가, 직업 시너지 밸런스가 이론과 실제가 맞지 않아 엉망이었거든요. 그래서 종족값 시너지, 직업 시너지는 없애고 대신 수집형 RPG의 속성에 해당하는 성격 시너지를 넣어서 단순하지만 익숙한 흐름으로 잘 굴러가게끔 다듬었습니다.

캐릭터 평타 간격이 길어서 버프류나 디버프류 캐릭터가 불리했던 점도 상당히 개선됐습니다. 그렇게 평가받던 이유가 스킬을 발동할 때 한 캐릭터만 하이라이트가 잡힌 상태에서 시간이 그대로 흘러버려서 버프나 디버프 지속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는 거였는데, 이젠 난전 구도로 잡히고 평타 속도도 빨라져서 버프나 디버프도 제역할을 할 수 있게 됐죠. 상태창은 잘 안 보인다는 단점은 여전히 있긴 한데, 결과창을 보면 효과는 이전에 비해 확실히 잘 보이는 편이고요.

그외 나머지 부분은 프리코네, 블루 아카이브에서 채택한 도탑전기류의 양상을 가져와서 수집형 RPG로서 육성 및 콘텐츠 구성의 완성도도 한층 높였습니다. 예전에는 스킬 레벨과 친밀도를 높이는 게 전부라 그걸 올리기 힘들게 하려고 행동력 수급도 적게 주는 편이라 육성도 손을 떼고 조패 운빨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면, 이제는 예측 가능한 루틴의 범주까지 끌어올렸으니까요.


▲ 구성은 클래식한데, 작명 센스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전에도 소탕권 시스템 등 일정 궤도에 들어서면 짧게 할 것만 하고 끄는 서브 게임의 양식을 갖추긴 했는데, 이제는 그 포지션을 아예 확고히 잡고 방향을 맞춘 모양새입니다. 캐릭터 랭크업할 장비를 얻는 모험, 레벨을 올리는 마카롱이나 스킬 레벨업 재료 혹은 잠재능력 재료를 얻을 수 있는 던전, 무한의 탑처럼 쭉 도전을 이어가는 챌린지 모드 등 익숙한 구성을 앞서 언급한 트릭컬의 요소에 각각 제약 조건을 걸면서 나름의 맛을 살려냈거든요.

특히 트릭컬만의 어딘가 정신줄을 놓은 듯한 센스가 돋보이는 네이밍과 아트, 그리고 각종 패러디와 밈은 여기서도 빛을 발합니다. 그냥 평범한 게임이었다면 "또"라는 말이 나올 법한 것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엉뚱발랄한 요소들이 보이니 풋, 웃으면서 기발하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거든요.


▲ 소소한 부분에도 귀여움이 묻어나오는 구성이라니

▲ 설마 이 뽑기하는 짧은 시간에 UBD 패러디와 구인광고까지 할 줄은



■ 아직 부족한 편의성과 디테일


지난 OBT에 비하면 확실히 리바이브된 트릭컬은 이제야 좀 무언가 해볼만 하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개발사에서도 불안정하다는 걸 이미 인지하고 있고, 피드백을 좀 세게 가도 된다고 공지했으니 이 부분을 좀 더 강하게 밟아볼까합니다.

이전에도 트릭컬은 프리코네류를 참고하긴 했지만, 리바이브 버전은 오토배틀러보다 이쪽에 더 기울어진 모습입니다. 설계 자체가 깡스펙과 기존 캐릭터 조합만으로 구성된 게임이 아니라서 여러 편의 아이템과 카드 조패라는 변수가 있긴 한데, 육성 방식부터 플레이 루틴은 프리코네에 와서 완성된 도탑전기 유형을 따르고 있으니까요.

즉 옛날부터 태동해서 최근까지 쭉 개선이 되면서 완성된 양상을 따른 이상, 다른 게임이 갖추고 있는 편의 기능이나 여러 사항이 1:1 매칭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브컬쳐 유저면 다들 한 번씩 찍먹해본 유형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비교해보면 트릭컬은 확실히 편의성이 떨어집니다. 물론 예전 OBT 때와 비교하면 괄목상대한 수준으로 바뀌긴했고, 다른 게임과 틀이 비교될 정도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디테일이 좀 부족해서 비교되는 거죠.

일례로 스테이지가 끝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버튼을 누르면 바로 덱 편성 화면이 나오는데, 거기에서는 3성 클리어 조건이 안 나옵니다. 3성 클리어 조건이 보통 카드 편성과 관련되어있어서 그에 맞춰 덱을 수정해야 하는데, 그걸 일일이 뒤로 가서 다시 확인해보고 맞춰서 편성해야 하는 거죠. 조건이 크게 바뀌는 일이 많지는 않은데, 만일의 경우가 있다보니까 확인은 해둘 필요는 있으니까요.

▲ 3성 클리어 조건 중에 덱 편성 조건도 있는데, 덱 선택 화면에선 퀘스트 조건이 안 보입니다

캐릭터를 육성하는 사도란도 엉성합니다. 일단 정렬 기준부터가 굳이 이름별 정렬을 기본값으로 할 필요가 있나 싶었죠. 캐릭터 설정을 보는 도감이나 인덱스 같은 거라면 몰라도, 캐릭터를 육성할 때 유저들이 주로 보는 정보는 몇 성이냐 혹은 전투력이 몇이냐 레벨이 몇이냐 이걸 먼저 보니까요. 공격 유형도 마법과 물리로 나뉘어져있고 아티팩트도 그에 맞춰서 세팅해야 하는데, 필터에 마법과 물리 구분이 안 되어있어서 직접 캐릭터 스탯을 하나하나 확인해야만 알 수 있는 것도 불편하고요.

월드 진입할 때 무조건 1스테이지부터 나온 뒤, 다른 전체 월드가 나오는 구도라던가 사도 육성칸에서 아이템이 나오는 구간을 찍어서 플레이한 이후에 뒤로 가면 해당 사도 육성칸이 아닌 스테이지칸으로 가는 등, 이 장르에서 기대할 법한 편의성이 부족한 것도 눈에 띕니다. 다른 장르였다면 그러려니하겠지만, 육성 과정의 불편함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프리코네식인데, 그걸 벤치마킹한 이상 이런 불편함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거든요.

▲ 마법 피해 물리 피해 구분은 되어있는데

▲ 필터에는 없어서 일일이 찾아봐야 하죠

또 2-4 이전 스테이지는 자동을 지원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어차피 소탕권이 있다면 소탕으로 넘어가겠지만, 소탕권이 처음부터 쌓이는 구도가 아니다보니 자동을 초반에는 돌려서 랭크를 올려서 앞 스테이지를 쭉쭉 밀고 나가야 하는데 돌뿌리가 걸린 셈이죠. 더군다나 몇몇 캐릭터의 랭크업 재료는 2-4 이전까지만 배치되어있다보니 캐릭터를 키우려면 무조건 거쳐가야 하는데, 굳이 그런 식으로 해야 할까 싶습니다.

더 큰 문제는 게임플레이 화면에서 미흡한 점이 상당히 자주 보인다는 점입니다. 캐릭터를 배치한 뒤에 자리를 옮기다보면 서로 겹칠 때도 잦고, 전투 중에 앞에 있는 캐릭터에 가려져서 뒤에 있는 캐릭터가 잘 안 보이는 일도 잦습니다. 아까 난전 구도라고 했는데, 적과 그렇게 뒤엉켜싸우다보니 적에 가려져서 아군 캐릭터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잘 안 보일 때가 상당히 많죠.

초반에야 만만한 적과 싸우니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는데, 스테이지가 가면 갈수록 전열은 무시하고 중후열의 취약한 아군 딜러를 먼저 노리는 적들이 많아져서 딜러를 보호하려면 배틀 아이템을 잘 아껴놨다가 활용하는 테크닉도 중요해집니다. 그때 아군의 체력이나 스킬 게이지를 보고 싶어도 적에게 가려져서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죠. 더 큰 문제는 그렇게 겹쳐지는 과정에서 뭘 했는지 몰라도 근접 캐릭터들이 일정 수 이상 뭉쳐지면 자리를 못 잡고 헤매다가 딜도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사례가 상당히 잦다는 겁니다. 딜만 못하는 게 아니라 끝나고 나서 승리 모션 때에도 서로 겹쳐서 우왕좌왕하다 승리 모션이 여러 번 빨리 재생되는 현상까지 있으니, 완성도가 의심될 수밖에 없죠.

▲ 안 보이는 거야 백 보 양보한다고 쳐도

▲ 공격도 못하고 뒤엉켜서 어버버하는 건 좀

가끔씩 정보를 보기 위해 인포창을 눌러도 카드나 아티팩트 정보가 안 보이고 바로 구매가 되는 현상도 있습니다. 특히 다른 오토배틀러와 달리 트릭컬은 한 번 구매하면 판매도 안 되고 그냥 무조건 써야 하다보니 그런 게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죠. 코인은 비교적 넉넉하게 주는 편이라지만, 아이템 세팅이 그런 이유로 의도치 않게 잘못되면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으니까요.

이런 굵직한 문제 외에도 잦은 서버 점검과 2배속을 적용해놔도 다음 판에 2배속이 적용 안 되는 문제, 롱 터치로 레벨업을 쭉 하는 기능이 가끔 잘 작동하지 않는 문제 등등 불안정한 모습이 여러 번 보이긴 했습니다. 그래고 이런 문제들은 여러 차례 점검을 하면서 개선이 되고 있고, CBT의 목적 자체가 이런 오류들을 정식 출시 전에 찾아서 개선하는 것이니 어찌보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죠. 저번처럼 정식 출시 때 터져버리면, 이미 테스트 전환 후 재출시라는 비장의 카드를 써먹은 트릭컬에서는 정말 치명적일 테니까요.



■ 방향성은 확실히 정한 '트릭컬', 귀여운 매력을 뒷받침할 게임플레이 안정화가 관건


그런 부족한 점은 눈에 띄지만, 그래도 이번 CBT는 트릭컬 리바이브의 희망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토배틀러와 수집형 RPG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갈팡질팡, 아트와 음악 그리고 스토리만 남았다는 자조감이 들었던 예전과 달리 방향도 확고히 잡히고, 틀도 잡힌 게 확실히 체감이 되니까요.

특히 카드를 조합해서 덱을 성장시킨다는 오토배틀러의 최소한의 조건은 남겨두고, 프리코네식을 더 적극 도입해서 게임플레이를 한층 가볍게 덜어낸 뒤에 배틀아이템이라는 독특한 요소를 더해 변수와 개그를 보충한 건 효과가 상당했습니다. 더 가벼우면서도 때로는 빠르게 두뇌회전하는 묘수, 그리고 깨알 같은 네이밍센스와 설명으로 트릭컬만의 엉뚱한 매력이 더 돋보였으니까요.

▲ 제 4의 벽을 넘는 건 기본이죠

더군다나 보강된 아트와 BGM에, 스토리까지 더해지면서 '트릭컬'만의 엉뚱발랄한 매력이 1년 전보다 훨씬 더 농후해진 느낌입니다. 그때도 이미 귀엽고 깜찍하고 엉뚱한 캐릭터들의 엉망진창 막나가는 푼수 같은 이야기와 드립 그리고 감정 표현만은 일품이었는데, '디얍'이 없어서 불안한 상황에도 그 기조를 확고히 이은 아트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그 엉뚱한 매력을 더 감칠맛 있게 끌어올릴 스토리와 드립이 더 세졌거든요. 아직 게임플레이를 조금 더 완성해야하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그게 제대로 진행된다면 '트릭컬'이 프리코네와 블루 아카이브를 이어서 웃으며 가볍게 리프레시할 수 있는 또다른 서브게임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 CBT 끝나고 이 귀엽고 엉뚱한 이야기를 다시 볼 그날까지 숨 참습니다(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