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 게임에도 전설이 있다면, 단언컨대 '스타 시티즌'이 아마 그 정점에 있을 거다. 스타 시티즌과 뭇 전설은 여러 공통점이 있다. 오래 됐다는 것, 엄청난 인상을 남겼다는 것, 그리고 실제론 없다는 것.

인디 게임으로 출발했음에도 10년 가까이 개발을 이어오고 있으며, 서버 메쉬라는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기술을 적용하면서도, 정작 세상에 잘 알려지진 않았다. 그리고 분명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게임이지만, 완성본은 아직 요원한 일이다. 이만한 전설이 또 어디 있으랴.


그럼에도 '스타 시티즌'이 꾸준히 주목받는 이유는, 이 게임이 지닌 엄청난 가능성이 계속해서 조금씩이나마 실체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일 거다. 이전에 실제로 플레이해본 스타 시티즌은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엄청난 게임이었다. '이브 온라인'에 미시적 세계를 구현하고 1인칭으로 시점을 바꾸면 좀 비슷할까? 완성작이 아니었기에 동기 부여는 조금 어려웠지만, 적어도 이 게임이 왜 기대받는지에 대한 답변은 충분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 게임에 대한 구체적 소개는 [체험기] 기다림의 우주, '스타 시티즌' 기사로 대체한다.

그럼에도, 스타 시티즌은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개발사인 클라우드 임페리엄 게임즈는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마케팅이나 PR은 물론, 게임쇼 B2C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들이 소통하는 건 오직 커뮤니티의 유저들 뿐. 그 와중, 주요 개발진 대다수가 한국에 입국했다는 건, 놀라움에 앞서 의문이 먼저 드는 소식이었다. 대체 왜?

▲ 왼쪽부터 제레마이어 리 캐릭터 AD, 타일러 윗킨 커뮤니티 디렉터,
마르코 코르베타 기술 부문 부사장, 에린 로버츠 CDO


Q. 먼저 이것부터 묻고 싶다. 한국에 오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 지금은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사실 한국에 온 목적은 마케팅이나 미디어 노출 목적이 아니다.

놀랍게도, 지난 2년 간 한국에서 스타 시티즌의 커뮤니티는 175%의 성장률을 보여 주었다. 우리 개발진은 대부분 유럽과 미국, 캐나다에 있기에 해당 지역의 커뮤니티와는 비교적 편하게 소통이 가능하지만, 아시아 커뮤니티와의 연계는 물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 와중, 한국 커뮤니티에서 우리를 초대해 주었기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말하겠지만, 우리 게임의 개발에서 커뮤니티는 그저 보조의 역할이 아닌, 주된 두 축 중 하나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커뮤니티와의 만남과 결속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고, 초청을 받았을 때 망설일 이유도 전혀 없었다.


Q. 한국 커뮤니티와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건, 게임에 한국어도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인가?

= 게임사 자체적으로는 이제 막 로컬라이징 팀을 꾸린 정도이며, 실제로 우리가 지금까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나, 세계 각지의 커뮤니티에서 9개 언어로 자체적으로 번역을 진행 중이다. 지금도 게임을 켜면 한국어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열정적인 한국의 커뮤니티 멤버들이 직접 제작한 번역 버전이다.

앞서 말했지만, 스타 시티즌은 시작부터 커뮤니티와 함께 했고, 자본 구조도 커뮤니티로부터 비롯되었으며, 개발 과정도 커뮤니티와 함께 밟아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개발과 폴리싱, 아트를 담당한다면, 커뮤니티는 거대한 기획 팀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개발팀 일부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거다.



Q. 주 목적이 한국 커뮤니티와의 만남이라 했는데, 실제로 만나 보니 어떠했나?

= 정말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사실 엉덩이가 조금 근질거리기까지 했다. 돌아가면 당장 적용해보고 싶은 좋은 피드백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앞서 말한 게임 현지화의 경우 수많은 피드백중에 일부일 뿐, 게임 내외적으로 한국 커뮤니티는 탁월한 피드백을 많이 주었다.

가장 큰 힌트를 얻은 부분은 게임 외적 접근성에 대한 예시를 볼 수 있었다는 점 같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유저들이 스타 시티즌의 매력을 알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의견을 얻을 수 있었다. 좋은 선물도 하나 받았는데, 요 앞에 놓인 함선 모형도 커뮤니티 분들이 직접 제작해 선물해준 것이다.

▲ 커뮤니티 유저들이 직접 선물한 함선 모형


Q. 한국에 큰 규모의 커뮤니티가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개발사 공인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 공인 커뮤니티가 되는 건가?

= 말했다시피, 우리는 커뮤니티 펀딩을 통해 게임 개발을 시작했고, 사실상 공동 프로젝트 개념에 가깝다. 한국 커뮤니티의 성장세가 매우 빠른 만큼, 이제 커뮤니티 매니저를 뽑거나, 새로운 인재를 선발해 한국 커뮤니티와의 연계를 보다 단단히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스펙트럼'이라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 두었지만, 거기서는 영어가 공인 언어이기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게이머들은 다소 접근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을 예로 들면 네이버나 카카오 채널을 통해 커뮤니티 멤버들이 결집할 수 있는 일종의 구심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려도 하고 있다. 커뮤니티와의 소통은 스타 시티즌의 근본이며 가장 큰 가치이기 때문이다.


Q. 현재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기부 결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절차나 시스템이 한국 게이머들에겐 다소 익숙하지 않아 헤메는 경우가 있었다. 다른 결제 시스템의 추가도 고려하고 있는가? 또한, 기부 금액이 서구권 평균에 맞춰져 있다 보니 저소득층 국가에서는 다소 부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 현재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필요한 기부 금액은 45달러로 책정되어 있다.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하면 더 좋은 함선을 얻을 수야 있겠지만, 사실 이 함선들은 인게임 활동을 통해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의 정가가 45달러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전까지 기부의 개념이었다면, 지금 단계에선 얼리 억세스 상태의 게임 구매와 같다고 보면 된다.

그 외에도 자체적으로 게임 내에서 프리 플라이트 이벤트를 진행해 계정만 있다면 기부를 하지 않아도 일정 기간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게임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면, 일단 이 기간 동안 게임을 플레이해본 후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결제 시스템의 경우 중국은 알리페이와 위챗 결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국 또한 유저 베이스가 더 커진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추가할 용의가 있다. 카카오페이나 신용카드 베이스의 결제 시스템 등등 말이다.

▲ 더 많은 기부금을 내면 시작할 때 보다 큰 함선을 가져갈 수는 있다. 딱 그 정도 차이


Q. 스타 시티즌의 가장 큰 매력은 거시적 세계에 대한 미시적 접근이라 본다. 게임 내 모든 행성이 절차적 형성이 아닌 하나하나 다 직접 깎아낸 행성이며, 전부 다 착륙과 탐험이 가능한 세계인데, 현재 게이머가 탐험할 수 있는 행성은 얼마나 되는가?

= 현재 하나의 성계와 12~14개 정도의 행성과 위성, 우주 정거장과 작은 채광 구역 등이 존재하며, 각 행성엔 내부까지 표현된 도시가 구현되어 있다. 우리의 장기적 목표는 수없이 많은 성계를 만들고 이를 모두 연결하는 것으로, 4.0버전이 적용되고 PES(지속성 스트리밍)관련 기술이 적용되면 현재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행성과 위성들은 무작위 형성이 아닌 직접 하나하나 생태계를 구현해 둔 공간이다.

▲ 각 행성 생태계를 하나하나 직접 만들었다는 점이 매력적인 부분


Q. 게임이 최초 로딩 이후 로딩이 없는 심리스 형태이다 보니, 다수의 게이머가 활동하면 서버 부하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 같다. 최대 동시 접속은 얼마나 되는가?

= 서버 당 수용 인원은 총 100명이지만, 사실 이 인원 수는 의미가 없다. 서버 메쉬 기술을 통하면 각 서버 간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여러 서버가 계속해 데이터를 주고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어떤 방 문을 열고 나올 때나 우주 정거장에 착륙을 시도할 때, 서버는 바뀔 수도 있지만 본인은 이를 인지할 수 없다.

또한, 바로 앞에 다른 서버의 사람이 존재해도 뚜렷하게 보이며, 서로 총을 쏘거나 함께 함선에 타는 행동도 가능하기 때문에 플레이어 입장에선 딱히 서버의 구분이 없다고 봐도 된다.

▲ 굳이 같은 서버가 아니어도 대규모 전투가 가능한 '서버 메쉬' 기술


Q. 이미 10년을 개발해 왔고, 라이브 서비스를 염두에 두는 게임인 만큼 개발 과정은 정식 출시가 이뤄진다 해도 사실상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시점의 문제일 것 같은데, 게임이 알파 단계를 떼는 건 언제쯤일까?

= 내부적으로는, 접근성과 플레이 경험 면에서 기본이 갖춰졌을 때가 베타 버전에 돌입하는 시점이라 생각하고 있다. 콘텐츠의 양적 면은 앞으로도 꾸준히 개발해나가겠지만, 게임의 기본 골조가 될 시스템들이 모두 다 탄탄히 갖춰지는 시점. 그 때가 되면 아마 알파 딱지를 떼고 베타 버전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현재는 알파 단계인 만큼 외부 마케팅이 전혀 없이 바이럴만으로 유저들이 유입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약 230만 명 가량이 알파 테스트에 참여했다. 베타 버전 이후에는 더 많은 게이머들이 스타 시티즌의 우주에 발을 디디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Q. 그럼 베타 버전이 되면 현재 플레이중인 게이머들의 데이터는 모두 리셋되는 것인가?

= 우리는 꽤 오랜 기간 개발을 이어오고 있고, 실제로 여러 차례 데이터 리셋을 진행했다. 현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게임이 알파 단계에 있으며, 주기적으로 데이터가 리셋된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베타 버전 돌입 때도 아마 다르지 않을 것이다.


Q. 실제 축척에 가까운 우주를 만든 만큼, 장거리 이동에서 오는 지루함도 있을 건데, 이를 해소할 만한 장치들이 스타 시티즌의 우주에 존재하는가?

=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은, 스타 시티즌에서 함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함선이 곧 플레이어는 아니라는 것이다. 게이머는 이동 중에도 오토 파일럿을 켜 놓고 함선 내에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다. 동승자와 함께 체스를 즐긴다던가, 화물칸의 수송 물자를 정리한다던가 말이다.

또한, 원한다면 다른 행성으로 실제 시간으로 5일 가까운 비행을 할 수도 있지만, 퀀텀 점프를 통해 이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도 있다. 이 퀀텀 점프 중에 조작 실수로 혼자 우주에 조난될 수도 있고, 이동 중에 우주 해적을 만날 수도 있으며, 소행성 지대를 헤쳐야 할 경우도 있다.

불가피하게 우주에 조난될 경우에는 구조 비콘을 쏠 수 있는데, 스스로에게 현상금을 걸고 다른 게이머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물론 구하러 오는 사람이 선의에서 온 게이머일지, 아니면 해적에 가까운 게이머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 이동도 충분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Q. 이전의 플레이 경험을 반추해보면, 스타 시티즌은 게임으로서의 엔터테인먼트보다는 시뮬레이션에 더 가까운, 어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코어 게이머와 다수의 라이트 게이머 사이에서 게임의 방향성을 정해가야 할 텐데, 개발사가 생각하는 균형의 지점은 어디인가?

= 베타버전 돌입 전 폴리싱 단계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게이머의 첫 플레이 경험이 쉽고 좋아야 한다는데 동의하며, 게임의 진입 장벽이 다소 높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신규 유저를 바로 우주로 내보내기보단, 도시 내에서의 탐험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우주로 향하는 과정을 디자인하고 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임의 핵심 기술들이 모두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이 폴리싱을 거쳐 베타 버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신규 유저와 베테랑 유저가 소통할 수 있는 가이드 시스템을 마련해 두었다. 커뮤니티를 활용한 장치로 거대한 빅 데이터가 활용되는 Q&A 공간이라 보면 된다. 현재는 외부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지만, 추후 게임 런처와 인게임에서도 이 기능을 구현하려고 준비 중이다.


Q. 한국 커뮤니티와의 만남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 나는(에린 로버츠) 한국에 처음 방문했는데, 이렇게 긍정적인 커뮤니티는 처음 만나본 것 같다. 앞서 말했지만 너무나 멋진 피드백들을 얻을 수 있었고,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아직 COVID-19의 여파가 끝나지 않아 오래 함께할 수 없었던 점 정도였을까? 전체적으로는 너무나 행복하고 멋진 경험이었다.

우리가 커뮤니티를 베이스로 성장한 게임이긴 하지만, 스타 시티즌의 커뮤니티는 정말 게임에 대한 열정을 강하게 보여주며, 이 노력들을 볼 때마다 큰 감동을 받는다. 이 열정을 가진 게이머들이 우리와 함께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나와(제레마이어 리, 이재철, 캐릭터 AD) 함께 일할 캐릭터 아티스트분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지만, 너무나 값진 경험이었음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고, 앞으로도 함께 좋은 게임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우리 또한 노력할 테니, 커뮤니티 분들도 지금과 같은 응원을 멈추지 말아 주시길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