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만든 일본풍 다크 판타지 게임


소울스티스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일본 문학과 액션 게임의 향취가 가득 담긴 메이드 인 이탈리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겉모습만 보면 일본의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이라고 느낄 정도로 서사와 액션 등에서 특유의 그 맛을 잘 살린 것이 특징이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고퀄리티의 컷신과 함께 화려한 액션이 플레이어를 반겨준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전투로 이어지는 프롤로그는 플레이어를 순식간에 게임 속으로 빠져들게 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게임이 계속되면서 자꾸만 아쉬운 부분이 불쑥 찾아와 오로지 게임의 재미에만 몰입하기 어렵게 만든다.


게임명: 소울스티스(Soulstice)
장르명: 핵 앤 슬래시,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2.09.20
리뷰판: 1.0.0
개발사: Reply Game Studios
서비스: Modus Games
플랫폼: PC, PS, Xbox
플레이: PC



다크 판타지 클리셰 한가득

리플라이 게임 스튜디오는 일본의 유명 다크 판타지 만화 '베르세르크'와 '클레이모어'에서 영향을 받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증명하듯 게임 속에는 두 작품의 오마주로 보이는 다양한 클리셰가 등장한다.

가령, 플레이어의 분신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브라이어와 루트는 오직 인류를 지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전투용 키메라이며, 혼돈의 힘에 굴복하면 괴물이 되어버린다. 이외에도 거의 사람 크기의 대검을 자유롭게 휘두르거나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는 점 등 꽤 익숙한 설정을 하고 있다.

다만, 기존 작품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방식으로 변형을 시켰는데 키메라로서 신체의 변화가 아닌 두 영혼의 결합이라는 방식을 내세운 점이다. 브라이어와 루트는 자매라는 설정인데 특이하게 언니의 몸에 죽은 여동생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

▲ 자매의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동생은 비록 죽은 몸이지만 영혼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걸거나 전투 중 다양한 도움을 주면서 언니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영혼 결합으로 만들어진 키메라라는 독창적인 설정이 스토리뿐만 아니라 전투에서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주는 셈이다. 이외에도 일본의 다크 판타지를 자주 본 사람이라면 익숙하게 느껴질 다양한 오마주가 등장하는데 나름의 색을 넣어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게임의 주요 스토리는 일덴의 신성한 도시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발생한 균열을 닫기 위한 여정을 담고 있다. 하늘에 거대하게 열린 균열을 통해 혼돈이 세계에 깃들었고 도시 사람들을 타락시키면서 서로 죽고 죽이는 아비규환이 펼쳐졌다는 설정이다.

▲ 수수께끼의 관찰자 외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주요 스토리를 따라가는 만큼 게임은 자유도 넘치는 오픈 월드가 아닌 선형 구조의 던전과 챕터 방식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챕터마다 정해진 스토리를 감상하고 적과 싸우게 되는데 생각보다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이 플레이어의 흥미를 자극한다.

특히, 연출은 개발사가 고심해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퀄리티를 자랑했다. 마치 한편의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캐릭터의 표정을 세심하게 그려냈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잘 살려 실제 전투와는 또 다른 느낌의 액션을 표현해냈다.

연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이러한 연출이 게임 플레이에 방해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도의 로딩 과정 없이 이어지는 연출은 스토리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줬으며, 게임 진행의 분기점으로 작용해 진행 과정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 특정 작품의 오마주 역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스토리 연출과 떡밥 회수는 깔끔한 편



싸우기는 쉽지만 잘 싸우려면 복잡해지는 전투

소울스티스는 직접 전투를 수행하는 브라이어와 전투를 보조하는 루트라는 이색적인 조합을 통해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다른 방식의 전투를 만들어냈다. 다만, 어떻게 보면 한 명의 플레이어가 두 명의 캐릭터를 조작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개발자는 이를 꽤 영리하게 풀어냈다.

우선 플레이어가 메인으로 신경 써서 움직이는 캐릭터는 몸을 움직이는 브라이어다. 주 무기인 대검과 다양한 종류의 보조 무기를 적절하게 섞어서 적에게 콤보 공격을 이어가거나 회피, 점프 등의 동작을 통해 역동적인 전투를 이끌어갈 수 있다.

브라이어를 활용한 전투의 핵심은 끊기지 않고 적을 때려서 콤보를 쌓는 것이다. 콤보 수치가 높을수록 전투에서 얻는 혜택이 많아지므로 원활한 전투를 위해선 다양한 방법으로 콤보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 요점은 쉬지 않고 때리기

이러한 콤보 공격을 위한 전투 시스템 중 하나가 바로 커맨드 스킬이다. 상점에서 재화를 소모해서 해금할 수 있는 스킬은 무기마다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며, 일반 공격보다 훨씬 강력한 피해를 줄 수 있어 적극적으로 사용할수록 전투를 유리하게 풀어가는데 도움을 준다.

브라이어가 직접적인 전투를 담당한다면 유령인 루트는 실체가 없는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전투를 보조해준다. 대표적으로 근접 공격과 원거리 투사체를 튕겨내는 등의 방어적인 능력이 있다. 이러한 루트의 가장 큰 특징은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소울스티스의 전투는 대부분 적 다수와 이뤄진다. 또한, 적들은 한 방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맵 이곳저곳에서 포탈을 타고 등장하는데 지상뿐만 아니라 공중을 날아다니는 적도 있어 사방에서 플레이어를 말 그대로 압박한다.

▲ AI가 적극적으로 공격하진 않지만 물량으로 승부를 보는 편

따라서 전투가 굉장히 정신없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초반에는 적들이 굼뜨고 약해서 별 체감이 안 되는데 점차 후반으로 갈수록 등장하는 적도 많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굉장히 복잡해진다. 이때 플레이어가 공격에 대항할 수단이 하나도 없다면 전투를 소극적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어지며, 이는 전투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자 설계된 존재가 바로 루트다. 플레이어가 의식하지 않아도 적들의 공격을 알아서 막아주니 방어적인 플레이보다는 더욱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쳐 빠르게 적을 없애는 데 집중하게 된다.

다만, 모든 공격을 자동으로 쳐낸다면 반대로 게임이 너무 쉬워질 수 있으니 어느 정도의 제약이 걸려 있다. 가령, 크기가 작은 적은 자동으로 공격을 쳐내는데 중형 크기 이상의 적은 쳐내지 못하며, 연속해서 공격을 막아낼 순 없다.

▲ 자매의 능력을 강화시켜 점차 강력해질 수 있다

다행인 점은 루트 역시 재화를 소모하고 스킬을 해금해 능력의 범위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스킬을 어느 정도 찍은 후반에는 중형 적의 공격도 자동으로 쳐낼 수 있고 공격 능력 역시 눈에 띄게 성장해 공수 양면에서 큰 힘이 되어준다.

또한,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직접 수동으로 루트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때 완벽한 타이밍에 카운터를 성공하면 추가적인 점수와 결속 보너스를 얻을 수 있으니 자동보단 수동 능력을 더 자주 활용하는 편이 좋다.

루트의 또 다른 능력은 영역 전개다. 소울스티스에는 타락자, 사령, 빙의자 등 세 가지 타입의 적이 등장한다. 이때 사령과 빙의자는 일반 공격으로는 때릴 수 없고 오직 루트의 영역 전개가 펼쳐진 상태에서만 피해를 줄 수 있다. 영역 전개는 초혼의 영역과 추방의 영역 두 가지가 존재하는데 제한된 시간을 넘어서 영역을 전개하면 루트가 잠시 사라져 보조를 받을 수 없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 궁극기 비슷한 화려한 기술도 있는데 발동 조건이 꽤 까다롭다

이외에도 전투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언뜻 보면 양도 많고 꽤 복잡한 방식으로 전투가 이뤄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소울스티스의 전투는 쉽게 하려면 정말 쉽게 할 수 있고 반대로 어렵게 하려면 정말 어렵게 풀어갈 수 있는 게임이다.

앞서 언급했던 루트의 자동 카운터와 브라이어의 몇몇 기술만 잘 활용한다면 요리조리 도망치면서 툭툭 치고 빠지는 식으로 적에게 한 대도 맞지 않고 싸우는 것이 가능하니 말이다.

플레이어가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전투를 해야 하도록 게임 내에서 강제하는 것은 없다. 대신 효율적으로 적을 때리고 공격을 막아낼수록 전투에서 제공하는 수단이 많아지고 추가로 챕터가 끝난 뒤에 정산받는 점수에서 높은 랭크를 달성할 수가 있다.

▲ 성취감과 결과에 따른 보상을 챙길 수 있다

이와 같은 전투 특징과 5단계로 나누어진 난이도 구분에서 개발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데 액션의 진입 장벽을 의도적으로 낮춰 누구나 손맛을 느껴볼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초보자는 적당한 손맛으로 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고 점차 숙련자가 될수록 고득점을 위해 다양한 콤보 공격을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수동 카운터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무기 스왑 역시 동반되어야 한다. 단순히 클릭만 하던 전투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생각하는 전투로 바뀌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괜찮다고 생각한다.



제한된 시점과 반복되는 배경

이 게임을 하면서 적응하기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카메라의 이동과 제한된 시점이다. 보통 3D 액션 게임은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카메라가 같이 움직인다. 이동에 혼선을 주지 않고 자연스러운 시야를 제공하려는 방법이다.

반면, 소울스티스는 초창기의 갓 오브 워 시리즈처럼 이동 구간에는 카메라가 특정 위치에 고정되어 플레이어를 비춰주고 전투 상황에서만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카메라가 움직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 가끔은 캐릭터 찾기도 어렵다

이러한 카메라 방식은 맵 탐험 시 플랫포머 장르의 느낌을 주면서 주변 배경에 시선이 가게끔 해주는 특징이 있지만, 자칫 카메라 설정을 잘못하면 오히려 캐릭터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특히, 360도 움직임이 가능한 3D 게임이라면 캐릭터의 위치를 제대로 잡기 어려워져 점프 맵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소울스티스는 3D 게임에 입체적으로 맵을 만들어 간혹 특정 구간에서 카메라의 위치가 자꾸 바뀌어 어지럽게 느껴지는 불편함이 있었다.

물론 극적인 카메라 이동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주는 예도 있었다. 대표적인 구간이 첫 번째 보스 몬스터를 마주쳤을 때인데 특정 패턴에서 카메라의 위치를 탑뷰로 바꿔서 기존 공격과 다른 방식으로 파훼해야 하는 부분은 나름 색다르게 느껴졌다.

▲ 상황에 따라 카메라에 극적인 변화를 주는 편

카메라 이동과 별개로 반복되는 배경도 아쉽게 느껴졌다. 앞서 언급했듯 이 게임은 일덴의 신성한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투가 일덴의 신성한 도시에서 펼쳐지는데 챕터마다 도시의 특정 구역을 비추고 있지만, 어차피 같은 도시라서 그런지 대체로 비슷한 느낌을 준다.

혼돈의 균열 때문에 먹구름만 가득한 칙칙한 하늘과 돌을 쌓아서 만든 성벽과 구조물 등 전반적으로 배경의 생김새와 색감에서 큰 변화가 없다 보니 카메라가 멀리서 구조물을 비추면서 장엄한 분위기를 형성하려고 해도 큰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 배경이 죄다 칙칙해서 구분이 가지 않는다





총평하자면 제한적인 카메라 시점만 적응하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액션 게임이다. 액션 게임으로서 기본기가 탄탄한 편이며, 핵 앤 슬래시로서 적들을 각종 무기로 썰고 두들기는 맛도 괜찮다. 조작할 버튼이 많아 다소 번잡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대로 그만큼 할 것들이 많아서 실력 여하에 따라 훨씬 멋지고 화려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른바 파고들기가 가능한 깊이를 가진 셈이다.

챕터 구조의 진행 방식과 점수제, 그리고 5단계로 나뉜 난이도는 파고들기에 더욱 적합한 형태로 설계되어 있다. 고득점을 위해선 콤보와 클리어 시간, 피해 최소화라는 삼박자를 두루 신경 써야 하니 고득점을 원하는 플레이어라면 최적의 전투 방식과 나만의 루트를 계산해서 플레이해야 한다.


1회차 플레이로 만족하는 게이머도 취향만 맞는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이다. 31개의 챕터로 구성된 전체 시나리오는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살짝 들지만 몰입할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하진 않다. 적절한 떡밥과 이를 회수하는 전개, 유명 작품의 오마주를 적절하게 섞어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해준다.

한 챕터마다 보통 20~30분 정도가 소요되니 대략 10~12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보장한다. 평소 데빌 메이 크라이와 비슷한 액션 게임을 즐겼고 제한된 카메라 시점에 큰 불만이 없다면 적당히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액션 게임으로 괜찮은 선택이 되리라 생각한다.